헤어진 후 연락, 그리고 내 심장이

여전히*2014.06.09
조회697

전 여행에서 전남친을 만났습니다.

그거 알죠? 여행지에서는 더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거.

 

동행으로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하고, 전화도 하고 서로 여행 정보 공유부터 시작해서 사적인 대화까지 만나기도 전에 꽤 많이 친해졌어요. 한 달 동안. 서로 다른 어투에 더욱 끌리기도 했구요.

 

제가 먼저 출국해서 시차가 반나절이상 나는데도 끊임없이 걱정해주고 연락해주고, 보이스톡하고 안정도 되고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여행 시작한지 약 보름만에, 드디어 처음으로 만났어요. 전 실제로 만나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저를 뚫어져라 신기하게 빤히 쳐다보며 장난치는 그 애가 싫지만은 않았어요.

 

둘이서 생판 모르는 곳에서 같이 여행지를 구경하고 돌아다니다보니 눈이 맞았고, 결국 사귀기로 하였죠. 생판 처음 가는 곳에서 인연을 만나서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겁게 여행했어요. 남부러울 것이 없었죠. 자유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일정도 크게 상관이 없었구요. 그저 너무나도 행복하기만 한 10일이었어요. 애초에 5일간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었는데, 만나기로 한 일정 전에 다른 지역이 하루 겹쳐서 이틀 먼저 본 후, 전남친이 일정을 수정해서 저랑 이틀 더 있었어요. 어쩌다보니 9박 10일이나 같이 여행을 하게 된 셈이죠.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장거리 연애가 시작이 되었죠. 아직 방학이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해외에서처럼 서로의 고향주변을 여행하고, 맛난 것을 먹고 돌아다녔어요. 그저 좋았어요. 신기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저는 직장인이고, 전남친은 졸업반, 일명 취준생이었어요. 3월이 되어 개학하니 정신도 없고, 스펙쌓을 준비도 해야하고, 무엇보다 재정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더군요.

저는 차도 있고, 직장도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전남친은 그게 좀 버거웠나봐요.

 

결국 전과는 다르게 힘들고 무기력한 자기 자신을 보며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전 그냥 그 아이 자체가 좋았고,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었는데. 자주 보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제가 가면 되는 거였구요. 제 입장에서는 문제 될 게 없었지만, 그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학교적응도 힘들었을테고, 무엇보다 남자가 돈이 없다는게 정말 힘들 것 같았어요.

 

서로 아주 좋은 마음이 남은 상태로 이별을 받아들였답니다.

처음이었어요. 이런 이별. 욕할 거리도 없었고, 싸운 일도 없었고, 그저 조금 이해도 안갔어요.

내가 괜찮다는데...그런데 본인이 안 괜찮으니 내린 결정이었겠지..하며 한달을 힘들어했어요.

서로요. 서로... 카톡 상태메시지로, 카톡 프사로 티 내고. 바보같이.

결국 헤어지기로 결정한 날 이후 이틀 연락 참다가 술마시고 카톡프사랑 상태메시지 뭐냐고 톡했어요. 서로 또 힘들어하며 안부 묻고 그렇게 연락을 했었어요. 헤어지고 일주일 후 정도까지는 간간히.

 

그때마다 제가 아직도 이해가 좀 안된다고 붙잡았어요. 기다려줄 수 있다고.

그런데 자기가 준비하면서 날 또 서운하게 할 거고, 그럼 미안할 일만 쌓이고 결국 안 좋은 기억이 생길 것 같다고. 자기가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고 또 거부하더군요.

 

그렇게 헤어지고 일주일 후부터는 저도 연락을 일절하지않았습니다.

그런데 헤어지고 한달이 되던 날. 새벽 1시즈음에 전화가 울렸어요. 선잠이 들었었는데 벨소리를 따로 설정해두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바로 눈이 떠지더군요; 한시간을 넘게 통화를 했어요.

물론 전남친은 술을 마신 상태였구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 보고싶다. 내일 학교쉬니 너 보러 가도 되냐. 보고싶다. 등등등

웃어넘기려했지만, 한시간가량 통화하면서 술도 깬 것 같았고, 저도 보고싶었구요... 오라고했어요. 전 믿은거죠. 술먹고 한 소리를.

 

그런데 기억이 정말 없는 건지, 없는 척 하는 건지.

그 다음날 톡을 했더니 기억이 하나도 없다며 정말 미안하다며 말을 하더군요.

전 어안이 벙벙했지만, 술 먹고 그렇게 말할 정도면 자기 진심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그러면 안봐도되니까 이야기라도 하자고, 네 진심이 알고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대화를 회피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괜시리 마음 다잡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 사람마음을 다시 뒤흔들잖아요.

 

다시 어렵사리 마음을 접었어요. 아 술먹고 한 개헛소리구나. 하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어요.

 

그리고 이번 6월 초 연휴동안 정말 즐겁게 친구들이랑 서울여행을 했어요.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여행지를 갈 때마다 그 아이가 떠오르는 거에요. 그 아이와 함께였어도 재미있었을까.

자꾸 생각나요. 그래서 어제 괜시리 기분이 센치해지기도 하고, 너무 궁금해서 톡을 보냈어요.

밤 10시 좀 넘어서. 씹힐 줄 알았어요. 그 전에 제가 붙잡았을 때도 칼같았던 애라.

 

그런데 웬 걸? 답장이 온 거에요! 심장이 너무 떨리는 거 있죠.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었어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구요. 실시간은 아니었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거의 2시간이 넘도록.. 새벽 1시가 다 되는 시간까지 톡을 했어요.

 

너무 재미있었고, 즐거웠고, 새록새록했어요.

 

제가 여행때보단 살이 조금 빠져서 프사가 느낌이 좀 살이 빠져보여요.

그래서 제가 여행 전으로 평상시로 드디어 돌아왔다고, 앞으로 더 뺄거라고~

완전 기대된다고. 제가 살빠진 모습 상상만 해도 정말 즐겁다고 완전 예쁠 것 같다고.

지금보다 예쁘면 어쩌라는 건지 정말 답이 없다고 했더니,

그러게. 지금보다 예쁘면 진짜 노답이재? 하면서 맞장구를 치더라구요.

 

이건 뭘까요? 그 아이도 정말 즐겁게 톡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저도 그랬구요.

너무 좋았는데...

아직 마음이 남은 걸까요? 헤어진지 약 3개월된 이 시점에.......

 

 

다시 붙잡는건 바보같은 짓이죠?

자기가 마음이 있었으면 저한테 먼저 연락을 했겠죠?

제가 진짜 바보같아요.ㅜㅜ

 

만나보고싶어요. 이 심장이 두근두근대는 것이 무엇인지 얼굴보고 이야기해보고싶은데.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 이러는 거 바보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