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7개월, 먼저 연락했어요.

thanks2014.06.11
조회29,137

이제 헤어진지 7개월이 넘었네요.
헤다판도 헤어지고 얼마 안 돼서 알게 됐는데...

 

그 전에도 몇 번 조언을 구하는 글도 올려보고 하다가,

이렇게 오늘까지 왔네요.

그리도 잠 많은 사람이 새벽 새워가며 작년 글까지 다 읽고,

수많은 조언들을 곱씹으며,

 

그래도 힘들었지만 잘 극복해 냈다는 사람들의 글을 캡쳐해 놓고는,

생각도 마음도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질 때면 부적 처럼 꺼내 들고 한참을 들여다 보곤 했죠.

서로 알게 된지 9개월 만에 연인이 되었고, 만 2년을 꽉채우고 헤어졌으니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3년이네요.

1년 반쯤 됐을 때, 첫번 째 이별 통보를 받았어요.

 

전 그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울며 매달렸죠.
그리고는 재회.
그 때부터 시작된 거 같아요, 밸런스가 무너진 관계.

그 이후로, 그 사람 앞에서 더 이상 '나 자신'일 수가 없었어요.
화가 나면 삭히고 말다툼이 날 것 같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넘어갔어요.

결국엔 터져버렸죠.

그 사람은 이미 첫번 째 이별을 얘기할 때, 이성적으로 생각해 저를 정리했던 것 같아요.

그치만 정 때문에 쉽지 않았던 거 같고,  

재회하고 나서는 오히려 그 사람 저에게서 더 쉽게 정을 뗄 수 있었나 봅니다.

두번 째 이별 통보를 받았을 때,

이성적으로 붙잡았지만

자신의 말에 책임지고 싶다던 그의 대답에 그냥 그렇게 보냈습니다.

헤어지고 두달 째,

평소에는 연락도 잘 안 하던 지인에게 제가 괜찮은지 물었다더군요.

자긴 괜찮은데 걱정이 된다고.

그 후로 3개월 뒤,

그러니까 헤어진지 5개월 후 그 지인에게

한 번 더 연락해서는 지금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답니다.
그리고는 저의 안부를 물었고 지인은 제가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얘기 했다고 하네요.

그 얘기를 듣고 그 사람은 조금만 더 버티고, 해 보라고 저에게 전해달라 했다더군요.

두 번째 전화에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래도 이제 그 사람 생각이 안 나는 시간들도 생겨났고,

이제 겨우 내 삶에서 그 사람을 밀어내고 나를 중심에 옮겨놓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 혹시 힘든가?  

날 버리고 간 사람...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후로 2개월 뒤,

그러니까 한 3주 전이네요.

용기를 내서 전화했습니다. 오랜 통화음 끝에 들려오는 그 사람 목소리.

 

'누구세요?'

 

실망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7개월 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난도 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에게 맛있는 거 한 번 같이 먹자고 넌지시 물었지만 그는 괜찮답니다.

다음에 그 지인과 함께 셋이 한 번 보자더군요.

더 이상 감정이 없다는 뜻이었겠죠.

전화를 끊고, 가슴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슴 쪽이 찌릿찌릿 아팠어요.

다음 날, 회사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도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헤다판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헤어진 다음 날로 돌아간 기분.

두 번, 아니 세 번 버려진 기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슴은 찢어지지만 그 사람과 나는 정말 여기까지였구나.

관계를, 그 동안의 추억을, 그리고 사랑을 마침내 전부 다 매듭지은 느낌이었습니다.


대부분 헤다판에 계신 분들은 먼저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죠.

제가 그 사람 전화 번호를 누르기 전에 했던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내 인생, 내가 결정하고 내가 끌고 가는 것.

 

더 이상 그 사람이 연락을 할까, 안 할까, 아직 사랑 할까, 안 할까

수 만번 생각해도 절대 내가 알 수 없는 사실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먼저 연락해서 이 관계를 되돌릴 것이냐,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새롭게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갈 것이냐

그 기로에서 서서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줬을 수도 있고, 재회의 가능성도 완전히 몰살시켰을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건 그 사람 인생에서 봤을 때, 단순히 그의 입장이고,

나는 내 인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에, 

내가 사는 동안 이 관계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먼저 연락했습니다.

진정으로 날 위해 한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차인 사람이 그것도,

7개월 만에 먼저 연락한 것에 대해 한톨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유명한 광고인이 말했듯, 무언가 선택했다면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가는 게 후회 없는 인생이라 했죠.

혹시, 망설이고 계신 분들 있다면 그리고 아직도 연락 기다리시는 분들 있다면,
연락을 먼저 하고 안 하고를 떠나,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칼자루는 본인이 쥐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헤다 판에서 정말 많은 위로 받았어요.

오히려 가까운 친구들에게조차 받을 수 없는 위로들.

 

저는 지금,

그 사람과의 이별까지 이제야 다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성숙한 사랑을 위해 이제는 저부터 더 아껴주고 더 사랑해주려고 합니다.

올곧이 홀로 서 있을 수 있을 때, 성숙한 사랑도 가능하다고들 하니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신 분들,

저도 사랑할 당시에는 이 사랑이 영원할 것만 같았고, 그 어떤 사랑보다 빛나고 단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내 사랑, 제일 순수하고 진하다고 생각했기에 헤어지고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치만 이젠 여러분들의 사랑도 치열했고 뜨거웠고, 진실했다는 거 알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