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시부모님을 모시는 것"에 대한 가치관 문제로 싸웠습니다. 진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힘들다201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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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는 아직 결혼을 생각할 정도의 나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게는 힘든 시절을 같이 겪은 너무나도 소중한 남자친구고 20대의 전부인 남자친구이기에,

결시친 카테고리 댓글에서 많은 주옥같은 글들도 보고 캡쳐도 하고 그랬기에

인생 선배들의 현명한 조언 얻고자 용기내어 글을 씁니다. 보니 청소년들도 19금 달고 질문 많이들 하더라구요.ㅎㅎ그만큼 이 카테고리가 엄마같고 현명한 분들이 많단 뜻이겠죠?

 

 

현재 공군 상병 남친을 두고 있는 22살 곰신이에요.

남친은 빠른 년생이라 학교에서 학번은 선배지만, 나이는 같아요.

오늘 남친과 가치관 얘기를 하다가 서로 좀 언성이 높아졌어요.

다름이 아니라.. 우리 나이에 좀 웃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부모님 모시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됐어요.

 

먼저 제 상황과 이로 인해 성립된 가치관을 설명하자면,

저희 어머님은 13년간 시집살이를 하셨어요. 시부모님 뿐만 아니라 노처녀 고모 2명과 1명의 고시 주비하던 삼촌과 같이 살았어요.

엄마를 제외한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엄마를 괴롭혔던 것을 봐오며 컸어요. 이거에 관해선 할 말이 너무나도 많지만,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생략할게요. 오죽하면 2번이나 유산이 됐었고 저는 아직까지도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엄마의 삶이 진작에 이혼하고 좀 나아졌을 거라는 죄책감이 있어요.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을 보아오면서, 고부갈등(이지만 5명의 시누와 고시 준비생 삼촌에 아빠까지) 속에서 철저히 짓밟히는 엄마를

전혀 감싸주긴 커녕 고부갈등의 중재도 아니고 천륜이랍시고 부모 편만 들던 아빠가 참 커서도 밉더라구요.

단순 고부갈등 뿐만 아니라, 저렇게 많은 식구를 아빠 혼자 부양해야만 했어요. 두 고모는 반듯한 직장이 있으면서도 집값에 보탰단 이유로

생활비 한 푼 안 내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빠는 결국 월급쟁이를 포기하고 돈 많이 번다는 사업에 뛰어드셨지만, 정말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시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사업이 크게 망했습니다. (이 덕분에 집이 날아가게 되어 13년간의 시집살이는 끝나서 다행이네요.) 이에 저는 어릴 적부터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가 되게 심했어요. 또 밑에 동생도 둘이나 있다 보니

아빠의 한 순간의 실수로 내가 삶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어릴 적부터 너무 많았기에 한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왜 한탄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각설하고 째뜬 저는 이런 환경에서 컸으니,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가치관이 성립되게 되더라구요.

 

오늘 어쩌다 어린 시절 얘기를 하다가 이런 얘기가 나오면서 남친과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남친은 시부모를 모실 거라고 하길래, 제가 장난으로 요즘 세상에 누가 시부모 모셔~ 오빠 결혼 못하겠다! 이러고 놀렸더니

자긴 정말 확고한 가치관이라고, 정 안되면 아주 가난한 여자와 선을 봐서 혼수 다 필요 없으니 우리 부모님 모시고 살자고 얘기할 거라고 하덥디다.

 

뒷목 잡을 뻔했네요. 그거 정말 이기적인 거라고, 오빠네 부모님만 부모냐고. 괜히 울 엄마 생각에, 내 어린 시절 억하심정에 언성이 높아지게 되더라구요.

이것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도 달라요.

저는 저렇게 집안의 불화 속에서 눈칫밥만 먹으며 컸고, 저런 탓에 친척 모임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어요. 집안도 기독교라 제사 예절 같은 거 하나도 모르고요.

반면 남친네 집은 아니에요. 친척 모임도 되게 잦고, 일년에 한두번씩은 꼭 친척끼리 놀러를 가고 집안도 불교에, 아 심지어 남친과저는 정치성향도 달라요.

 

무슨 우리 나이에 이런 것 갖고 고민이겠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정말 저는 끝을 다 본 기분입니다..

정말 결혼할 남자가 시부모 모시라고 하면 니 부모 니가 모시라고 하고 파혼할거에요 저는.. 암만 좋은 시부모님이라도 저마저 시집살이의 삶을 산다면 저희 엄마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남친의 저 발언은 제가 예민한 시간대여서 그런진 몰라도,

"설사 우리가 결혼까지 하게 되더라도, 너가 우리 부모 안 모신다면 난 다른 여자랑 선을 볼 거야."로 들리더라구요.

 

물론 결혼을 전제로 군대 기다리는 거 아니지만(공군이라 휴가를 워낙 자주 나오니 기다린다는 보상심리는 덜하네요. )

그래도 결혼할 사이도 아닌데 뭣하러 이렇게 몇 년 간 한 남자만 바라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고 정말 끝을 본 기분입니다.

사람의 가치관에도 정이 떨어지는구나 싶을정도로 지금 제 심정은 착잡하고

2년 간의 첫사랑 세월, 대학의 모든 곳은 오빠와의 추억인데 참담해집니다.

뭐 모든 글에서 다 나오는 얘기지만 서로가 첫사랑이고 제 남친 누가 봐도 저밖에 모르고 정말 저한테 잘했거든요.  

 

이런 걸로 헤어지자니 우리 나이에 그것도 웃긴 것 같지만, 물론 결혼을 전제로 부담스럽게 기다린 건 아니지만,

한편으론 결혼할 것도 아닌데, 젊은 나이에 얼마든지 다른 남자 여럿 만날 수 있는데 뭣하러 기다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은연 중에 맨날 오빠가 결혼하고 싶다 사랑한다 애정표현 해주니 저도 모르게 세뇌가 된 것일까요.

 

남들에 비해 시부모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회의적이어서 그런가, 많이 힘들고 여태까지의 함께한 세월에 회의감이 드네요.

맘 같아서는 정말 결혼할 것도 아닌데 기다리는거 다 때려치고 헤어지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