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약혼자에게 들러붙던 여자가 대놓고 날 무시한다면.......

201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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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친구가 판에 한 번 물어보라고 해서...조심스럽게 글 올려봅니다.

 

저는 프랑스 3년차 유학중인 23살 여자입니다.

 

한살 많은 다정하고 듬직한 남자친구가 있어요.

정말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여자도 저밖에 모르는 착한 사람입니다.

교수님께 신임도 받고, 과대도 하고, 동기나 선후배한테도 두루 잘하구요.

제가 프랑스로 떠나고 반년 좀 넘었을때 군대 갔고, 네달후면 제대하구요.

 

12월에 잠깐 한국 돌아왔을때 남자친구와 작게 약혼식을 했습니다.

다들 이르다 했지만, 저희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결정한 일이었어요.

 

 

전 유학와서 진짜 힘들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선 오빠랑 남동생 학비대느라 저는 손벌릴 생각도 못하고...

아등바등 공부해서 장학금 받고, 어떻게든 혼자 생활비 벌어서 아껴쓰고 있구요.

옷이나 화장 같은 건 신경도 못쓰고요.

 

그런데도 어떻게든 남친이 보고 싶어서 무리해서 비행기티켓도 예매하고,

틈틈히 군대에 필요한 것들도 주문해서 군대로 보내주고 그랬습니다.

 

 

드디어 시험을 끝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고,

남친도 맞춰서 휴가를 나왔어요.

저희끼리 데이트할땐 정말 아무 문제없이 눈물나게 행복했죠.

 

근데 어제 저녁에 남친의 학교지인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친한 과동기나 선후배들에게 절 소개시켜준다고요.

그간 제가 해외에 있었고,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때도 너무 바빠서,

학교 친구분들을 뵙는 자리는 처음이었습니다.

 

많이 떨리고, 긴장했는데, 다행이도 다들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자주 못 봐서 힘들어도 열심히 힘내고, 꼭 결혼식때 초대해달라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미안, 내가 좀 늦었지" 하면서 들어오더라구요.

되게 이쁘고 늘씬한 분이셨어요.

누구셔? 하고 물어보려고 남친을 보는데 얼굴이 조금 굳었었어요.

옆에 동기분께 "야, 누가 ☆☆ 선배 불렀어." 하는 거에요.

 

근데 그 이름 저도 아는 이름이었어요.

제가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동안, 남친이 군대 가기 전에도 막 유혹하시던 분이었어요.

남친이 저한테 하나도 안 숨기고 다 말해주거든요.

 

시험공부할때 자꾸 꼭 옆자리로 와서 앉고, 학식먹을때도 굳이 앞으로 와서 먹고,

조모임하느라 학교 앞 카페에 와서 공부하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조원들한테 커피한잔씩 쏜다더니,

그 다음에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하고 그런다네요.

그런데 주로 하는 말이

"너 아직도 여친 기다리니?"

"어머, 걔가 아직도 너 하나만 보고 있을 것 같아? 벌써 그쪽 애들이랑 바람났을걸!"

"나는 어때? 솔직히 너 시간낭비야. 백퍼센트 차인다?" 이런 식으로 말한다더라구요.

그 선배님이 또 남친 누나랑 친한 사이라....함부로 할 수도없데요.

학과 내에서 인기도 많고 교수님들이랑 개인적으로도 아는 사이가 많은 분이시래요.

자꾸 티나게 들이대는 행동..... 처음엔 그냥 웃어넘기려던 남친도

제 욕하니까 나중엔 화나서 정색하고 또 그런 말씀 하시면 선배 안봅니다, 했다하네요....

어느날엔 일부러 팔짱 껴서 가슴닿게 하는 바람에 남친이 확 뿌리치고 정색했는데도....

또 언제는 자기 자취방에 놀러오지 않겠느냐 하시고....

 

사실 제가 프랑스에 있는 첫 일년 동안은, 이 선배 얘기 들을때마다 많이 속상했어요.

전 얼굴한번 본적 없는 사람인데도 진짜...이러면 안되지만....밉고 싫더라구요.

심지어, 나중에 남친이 입대날짜 잡혔을때 좀 안심하기도 했었어요.

중간중간 휴가 나올때마다 꼭 다시 그 선배 이름이 나오긴 했지만,

겨울에 약혼식 올린 후로는 얘기 나온 적이 없었어요.

졸업도 했을 테니까 아마 따로 볼 기회가 없어서 그랬지 않았을까 짐작해요.

 

그런데 어제 저녁에, 남친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왔던 거에요.

 

순간 어찌나 맘이 떨리는지 내가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는데,

남친이 제 손 위에 자기 손을 덮어주면서 입모양을 작게 미안, 하더라구요.

오빠가 미안할게 뭐있어...하면서 애써 웃었어요.

 

그 자리 다른 사람들하고 신나게 잘 지냈냐 인사하더니

저와 눈이 마주쳤어요.

저는 침착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ㅇㅇ오빠 약혼녀 ㅇㅇㅇ라고 해요. 했는데,

그 분은 아무말도 안하시고 가만히 절 보다가,

한참 후에,

풋, 하고 웃는 거에요.

진짜, 푸웃, 하고 웃어서, 약간 소란소란하던 그 자리가 조용해졌어요.

 

다들 당황하고, 저도 당황하고, 남친은 얼굴 살짝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 분 하시는 말씀이,

"아, 미안, 내가 너무 티나게 웃었지? 너무 실망해서~

아니 결국 약혼까지 했다길래 꽤나 대단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솔직히 이게 뭐냐, ㅇㅇㅇ(남친이름). 야, 이건 무슨, 내가 의욕이 다 사라진다."

이런식으로 얘기하셨던 것 같아요. 뭔가 더 말씀하신 것 같은데,

너무 황당하고 말문이 막혀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잘 기억이 안나요.

 

 

주위에서 다들

 

선배, 왜그래요~ 그만하고 빨리 앉아요.

미안해요 ㅇㅇㅇ(제이름)씨, 선배가 좀 ㅇㅇ(남친)이한테 서운한게 많아서 그런걸거야, 이해해요.

그래그래, 이놈이 엄청 철벽남이었거든! 아 선배! 오랜만에 뵜는데 왜그래요 진짜.

 

하면서 장난스럽게 넘기려고 하는데, 그 분 꿋꿋하게 그 자리에 서서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시더니,

 

뭐 특별히 이쁜 것도 아니고, 옷도 화장도 저게 뭐야 촌스럽게.

아니 여자가 손톱관리도 안해? 그래도 약혼녀라고 소개받는 자린데, 저러고 나온거야?

이건 뭐 생각이 없는거야, 아님 자기 약혼자 창피주려고 작정했나?

 

이런식으로 제 모습에 대해 하나하나 헐뜯으셨어요.

후....죄송해요 너무 화나서 그 여자한테 존칭 못 쓰겠어요.

그 여자가 구질구질, 이라고 말하는 순간 남친이 선배님! 하고 외치면서 일어났어요.

 

 

솔직히 제가 예쁜 외모는 아니고 제대로 꾸밀 줄 몰라도,

때와 장소는 알아요.

필요한 자리엔 어느정도 옷차림도 화장도 갖추고 나가구요.

막 "쟤는 왜 저러고 살아", 이런 말 들을 정도도 아니에요.

외모에 신경을 덜 쓰는거지, 평소엔 깔끔하고 깨끗하게 입고 다니구요.

 

제가 돈을 안쓰는 거지, 못쓰는 건 아니잖아요.

가방 하나 안 사면, 남자친구 보러 한국 한 번 더 올 수 있고,

구두 하나 안 사면, 부모님께 얼마간 보내드릴 수 있고,

화장품 하나 안 사면, 남친하고 몇시간 더 통화할 수 있는데.....

 

그 자리 나간다고 얼마나 애썼는데....

제일 예쁘고 우아해보이는 원피스 골라입고,

친구 구두도 빌리고, 친구 도움 받아서 화장도 정말 예쁘게 하고,

난생처음으로 미용실가서 머리세팅도 받았어요.

살면서 그렇게 외모에 돈 들인 날은 처음이었어요.

(예쁘게 네일하는 성격이 아니라... 항상 손톱은 짧게 다듬고 다니구요.)

 

 

저도 울컥해서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솔직히...그런 거 있잖아요.

저는 남의 옷입은듯 불편하고 어색한데,

그 여자는 자기 모습이 너무 잘어울리고 당당한거....

괜찮은 직장 얻었다고 흘러들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말, 어디 흠잡을 데 없는 여자더라구요.

 

제가 답답한 거 알아요.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뭔가 말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외국에서 이년반동안 그렇게 스피치에 발표에 얼마나 떨리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 순간엔 정말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것처럼 아무 말이 안 나오더라구요.

그래도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할 수 있는게 

간신히 고개 숙이지 않고 눈 똑바로 뜨고 그 여자 보고 있는거였어요.

진짜,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았어요.....

야!!!!! 하면서 머리끄댕이 잡고 싶었는데, 그러면 제남친 얼굴이 뭐가 되겠나 싶고....

 

그 여자 남친한테 하는 말이

 

왜 화내냐고, 솔직히 저런 여자 어디가 좋냐고,

너한테 붙어서 편하게 살겠다는 속셈이라고,

너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라고 선배로서 충고해주는 거라고,

여자는 여자가 보면 안다느니,

 

그런 말들을 하더라구요.

 

남자친구가 진짜 화나서, 적당히 좀 하시라고, 선배면 선배답게 하시라고 소리치고

어떤 새끼가 선배 불렀냐고 나랑 인연 끊고 싶냐고 했더니

 

그여자가 "왜 일부러 나 안불렀어? 너 뭐 찔리는 거 있니? 나한테 흔들렸었어?" 하니까

남친이 진짜 폭발하려 하니까

남자선배님 두분이 일어나서 그여자를 달래면서 데리고 나갔어요.

원래 저랑 오래 봐오면서도 욕한번 안내고 정말 화도 안내는 사람인데,

그렇게 화난 모습 처음 봤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니까,

화가 좀 가라앉은 남친이 어쩔 줄 몰라하면서

미안하다고, 저런 말 듣지 ㅁ말라고, 진짜 미안하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왜 저한테 미안해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불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동기선후배님들도 신경쓰이고,

여기서 제가 울면 정말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에휴, 하고 남친 앞머리 정리해주면서

 

왜 오빠가 미안해해. 죄지었어? 됐어, 신경도 안써.

내가 부러운가 보지. 나 학교만 졸업하면 훨씬 멋진 여자 될거고,

게다가 이렇게 잘난 사람 잡았는데 안 부럽겠어?

 

하고 옆에 보면서 그쵸? 하면서 싱긋 웃었더니

그제야 분위기가 활짝 피면서 그럼요, 당연하죠, 하더니

실수로 그여자한테 오늘 모임 얘기했다는 동기분이 사과하면서 한 잔 따르겠다고 너스레떨고,

다시 분위기 좋아지고, 잘 넘어가고 그랬어요.

남친도 제가 아무렇지 않아보이니까 안심하고 친구들하고 대화하고.....

 

저요? 진짜 웃는데 웃는 게 아니더라구요.

속에서 불길이 막 수천수만길로 뻗어가요.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그날 자리 마무리 되고 지인분들 하나 둘 돌아가시고 오빠랑 저 둘만 남자마자

오빠한테 피곤하다고 먼저 간다고 하고 친구 자취방 찾아와서 펑펑 울었어요.

 

.....진짜, 살면서 제일 잘했다고 느끼는 것중 하나가 고등학교 친구 유지되는 거에요.

울면서 말하는데, 친구가 더 화내주고 ㅁ친년 ㄱ년, 욕해주니까 속이 다 시원하고...

 

분해서 울다가 친구 욕이 너무 찰져서 웃다가 또 엉엉 울다가.........밤새 그렇게 보냈내요.

 

오늘 낮에 오빠한테 전화왔는데, 다들 저 되게 어른스럽다고, 너 여자 진짜 잘만났다고

그런 말 한두마디씩 했다더라구요. 그래, 응, 하고 좀 바쁘다고 하고 끊는데,

어떻게든 다른 분들껜 잘 보인 것 같은데,

그러면 뭐하나요 저는 이미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한숨도 못잤는데...

 

애써서 그냥 잊자 잊자 하는데

아까 저녁에 남친한테 다시 연락이 왔는데....

 

그 여자가 남친누나한테 얘길 했나봐요. 누나분은, 시누이 되실 분은 저 별로 안 좋아하셔요..

그래서 많이 어려운 분인데, 그 여자가 저에 대해 되게 나쁘게 말했데요.

예비시누이가 남친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하니까, 남친이 제대로 얘기해줬더니,

 

너 니 여자 편드는 거 아니지? 너 말이 사실인거면 얘가 잘못했네, 하더니

다시 전화와서, 얘가 어젠 너무 심한것같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한번 얼굴 보자네, 했다는 거에요.

너 카톡도 차단하고 번호도 차단했냐고, 그래도 너무했다, 내 얼굴 봐서 한번 더 봐. 이러셨데요.

 

싫다는 남친한테 예비시누이분이 계속 뭐라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일요일 저녁에 보기로 했데요.

월요일 복귀라서, 그날 저랑 마지막으로 시간 보낼 수 있는 날인데....

 

미안하다고, 싫으면 안 나와도 돼, 나도 대충 끝내고 금방 빠져나올게, 하는데.....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서 만나서 어떻게든 되갚아주고 싶기도 하고.......

안 나가면 제가 도망가는 것 같아보여서 나간다고 하긴 했어요.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ㅠ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속시원하게 되갚아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정말 이대로는 평생 속에 유리조각 하나 박고 살것같고,

결혼해서도 눈감으면 어느날 문득문듯 생각 날 것 같고......

 

어제는 너무 갑작스럽게 대면했고,

그런식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해서 당황하고 열받아서 아무 말도 못했는데....

 

저 진짜 독한 여자에요. 

유학가서 포기 안하려면 진짜 돈이 넘쳐나거나 빽이 넘쳐나거나 머리가 천재거나

셋다 부족한 저같은 사람들은 독하거나, 정말 지금 하고 있는게 너무 좋거나 해야 하거든요.

 

뭔가 좋은 방법만 있다면 진짜 못할 거 없이 다 할 수 있는데,

어떡해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