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버지의 내연녀를 만나러 갑니다

제발2014.06.19
조회30,676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삼십대 초반, 한 아이를 둔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아빠의 내연녀를 찾아가려 합니다.



작년 봄쯤 만삭인 저와 퇴근중인 남동생에게 엄마의

전화가 왔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엄마 목소리에 덜컥

겁이나 부랴부랴 약속 장소로 나갔는데.


아빠에게 여자가 있답니다. 벌써 만난지 2-3년 됐다네요

엄마는 이혼의 기로에서 장성한 자식들의 의견을 듣고

싶으셨다 했습니다.

커피숍에서 만삭의 배로 참 많이도 울었고 남동생은 그

모습이 속상해서 둘 다 가만히 안둔다며 흥분하고..

자식들한테까지 알릴 줄 몰랐던 아빠는 처음엔

발뺌하더니 나중엔 시인하고 그렇지않아도 그 여자와

끊고 싶었다, 발등을 찍고 싶다며 제발 한 번만 용서해

달라 했고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 참아내셨습니다.




그 여자는 노래방을 하더군요

젊었을 때 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아빠는 술한잔

못했지만 늘 저녁이면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렸고

삼십년 넘게 그리 살아온지라 그러려니했는데

이번엔 그 자유가 바람으로 이어졌네요.



당시 엄마는 그 여자 노래방 앞까지 찾아갔다가

그 여자 얼굴을 보면 더 힘들다는 부부상담사의 말에

결국 발걸음을 돌렸고

아빤 본인이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일 년 넘게 일찍 귀가, 주말엔 가족과 함께 했습니다.

저는 이 일이 터진 일 년전 친정 옆으로 이사했고,

회사앞 오피스텔에 살던 동생도 친정으로 들어왔지요




아빠의 바람 이 후에 그래도 모든것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손자바보가

되어 아기보는 재미로 사셨으니까요. 참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요 며칠 뭔가 이상하답니다.

핸드폰에 통화내역도 지우고, 엄마가 갑자기 배터리가

없어 아빠폰을 쓰려하니 안절부절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통화기록을 뽑겠다하니

난리가 났습니다.

뽑아서 아무것도 안나오면 어쩔꺼냐.

망신스럽게 왜이러냐

기록 뽑는 순간 이혼하겠다

엄마는 차분히 말씀하시더군요. 당신을 믿고 싶어서

이러는 것이니 뽑아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다신 이 일

입에 담지 않겠다. 그래도 난리난리입니다.

퇴근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아빠의 직업상 바로 퇴근

했는지 아닌지 사실 알 수도 없었습니다.



일 년전,

아빠를 믿고 너무 조용히 넘어간 탓일까요?

가서 머리채라도 쥐었어야 했나요?



남동생은 이성을 잃을 것 같아 아직 이 상황을 모르고

남편은 이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오늘 저 혼자 찾아가려 합니다.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라도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아이가 있어 모바일로 잠깐씩 짬내어 쓰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었네요. 용기가 안나 이렇게 글을

쓰는데 뭔가 조금은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