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했어요

멘붕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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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했어요.

자꾸 나와 웃으면서 장난치는 이유가 뭔지, 아주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고민 상담 들어주겠다는 이유가 뭔지, 내 머릴 헝클어뜨리고 내 볼을 부비부비하고 그러는 이유가 뭔지.

내가 그냥 동생 같아서 저러려니 하고 생각해도 기운 없어하면 기운 없어한다고 장난쳐주고,
네가 좋아하는 노래가 이거지? 하고 틀어주고,
손을 휘두르다가 내가 잘못맞았더니 껴안아주고, 혼잣말로 영화보러가고싶다하면 보러가자 나랑 그래주고, 걱정해주는 말도 하고.

그렇지만 나한테 먼저 연락이 없던 사람이 집에 잘 들어갔냐고 두번씩이나 갑자기 전화해줘서 설렜고,

나더러 왜 연애 안하냐고 묻길래 장난스럽게 오늘 데이트하고 왔다고하니 에이~ 그러면서 믿지도 않다가 내 나이때는 사람 많이 만나볼 나이라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시도 하고 많이 사귀어보고 그러라며 조언도 해주길래 이 사람이 오늘 왜 이러지 싶었고, 헤어져서 집에 돌아가는 길엔 ..너...오늘 정말 데이트하고 왔냐고 다시 묻길래

도저히 나 혼자 감당할 수 없는 헷갈림에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보고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물어가면서
겨우 내가 혼자 오버하고 김칫국 마시며 착각해서 헷갈리는거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연락했네요.

얼굴 보면서 해야되는 얘기를, 이렇게 연락으로 드려서 죄송하다고. 제가 좋아하는 거 알고 계셨냐고.

혹시 알고서 저 놀린 거 아니시냐고. 헷갈려서 많이 생각해보다가 결국 연락 드린건데 부담스러워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늘 하시던대로 대해주시면 된다고.

맞아요, 나도 네가 좋아서 그랬어. 라는 대답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정말 괜찮은게 사귀는 걸 목표로 두고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냥 장난치고 친하게 지내고 자주 말도 하는 사이로만 지내는 거 자체가 나는 너무 좋았으니까.

슬프지 않다고하면 거짓말이고, 대신 울지는 않아요. 그냥 내일 얼굴 봐도 내가 먼저 씩씩하게 인사하고 늘 하던것처럼 소소한 장난도 치고 밝게 웃고 다니려구요.

그 사람이...정말로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헷갈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미안해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아한 건 나니까.

그냥...답답해져서 누구한테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새벽에 긴 글 써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고백해보니까 속은 편해요.

물론 답이 명확하지도 않고, 성공한 것도, 사귀게 된 것도 아니지만 내 속은 편해요.

나도 매일 얼굴 보는 사이고, 나랑 진짜 단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제 이상형도 아니고, 저랑 나이차이도 꽤 나요. 그래도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는 정확한 대답이 나을 것 같아서 그냥 질렀어요.

감당은 제 몫이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짝사랑하시는 분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답이 나오든 그 사랑 그대로 응원할게요.
좋아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예쁘고 소중한거에요.

누구 말처럼 어차피 안될거 애써 털어놔서 깨지고 상처 입을 바에는 혼자 예쁘게 간직하다 곱게 접어도 되는거고, 깨지더라도 그 마음이 더 가치있고 예쁘게 빛내기 위해서 부딪혀봐도 되는거고.

힘내요, 다들. 고군분투하는 그 마음 잘 알아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