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주권은 팬들에게 있다

탱큥망치로쳐20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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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백현 핑크빛 열애, 팬덤의 주권은 팬들에게 있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소녀시대의 태연과 엑소(EXO)의 백현이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팬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라. 둘이 사랑에 빠졌다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니.

‘탱큥’, 태연과 백현 커플을 가리키는 애칭이라고 한다. 어떻게 알았냐고? 태연의 SNS에 버젓이 써있다는 사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두 팬덤의 분노는 태연과 백현이 보여준 맹랑한 태도에 있다. ‘맹랑’이란 단어가 거슬릴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두 팬덤이 태연과 백현에게 보낸 신뢰도를 생각한다면 이만큼 적합한 표현도 없을 거다.

팬덤. 스타에게 ‘팬덤’은 그야말로 ‘왕국’이다. 탄생일엔 성대한 축하를 받고 무슨 일을 하든 탄탄한 지지를 받는다. 스타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는 팬덤 전체를 술렁이게 하는 화젯거리가 된다. 뿐만 아니다. 혹여 외부에서 공격이라도 들어올라치면, 팬덤의 국민들은 팬덤의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기도 한다.

‘팬덤’은 어떻게 서고 어떻게 유지될까. 물론, ‘팬덤’의 첫 시작은 ‘애정’이다. 하지만 팬덤을 이어가는 힘은 ‘애정’이라고만 보기에 약한 구석이 있다. 애정은 식기 마련이고 우리가 ‘애정’하는 스타의 모습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명 ‘덕질’을 오래 해 본 이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초반에 어떤 스타에 빠져들 때, 우리는 흔히 ‘환상 속의 그대’를 본다. 방송 프로그램 혹은 소속사가 만드는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이는 무시할 수 없다.

그 상태로 시간이 흐르다보면, 서서히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이 온다. 스타의 실체와 맞닥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고 돌아서기엔 인간적인 정이 들어도 너무 들었다. 이젠 꿈에서라도 좋아하는 스타와 이루어지고 싶다는 소망조차 없는 단계가 찾아온다.

그냥 하는 일이 잘 됐으면 좋겠고, 나쁜 루머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마냥 행복했음 좋겠다. 여기까지 끌고 오는 게 바로 ‘정’이자 ‘의리’이다. 그리고 그 바탕엔 ‘신뢰감’이 깔려 있다.

‘탱큥’커플의 치명적인 실수는 바로 이 ‘신뢰감’을 깨트렸다는 것이다.

팬들이 어떤 스타에게 갖는 신뢰감은 이런 것이다. 우리 언니만큼은, 오빠만큼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 할지라도 분명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거다. 실제로 두 눈으로 확인했을 시에도 이 작업은 진행된다. 무언가 힘든 일이 있겠거니, 같은 사람인데 실수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오랜 가족도 쉽게 하지 못하는 지독한 이해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사생팬’들이, 어느 부분에 있어선 기자들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끼리만 이야기할 뿐, 절대 외부로 발설하지 않는 이유다. 가끔 스타의 진면목을 아는 데 있어서, 흔히 ‘골수팬’이라고도 불리는 영향력 있는 ‘사생팬’ 한 명이 열 기자 부럽지 않겠다 싶다. 좀 과장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게 불가능해지는 지점이 있다. 설사 인간성이 좀 더러워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 좀 일으켜도 어찌어찌 참아줄 수 있다.

하지만 딱 하나, 믿고 좋아했던 스타가, 이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스타가, 알고 보니 팬들을 그저 소비자로만, 말 그대로 ‘조공’을 바치는 자로만 생각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때, 팬들의 우직한 ‘의리’는 깨진다. 팬덤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다. 아직 환상에 홀려 있는 팬들은 그 힘으로나마 연명할지 몰라도, 팬덤의 중심부는 ‘신뢰감’과 ‘의리’를 상실하면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신감. 팬들이 일컫는 ‘배신감’이란 감정은 이렇게 형성된 것이 아닐까.

둘이 연애를 하고 안 하고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맹랑’한 말과 모습 뒤에 감춰졌던 진실들, 그들을 볼 때마다 떠오를 것이다. 심지어 팀 내에서 신뢰도도 높았던 두 사람이니, 팬덤 내의 분노어린 움직임은 수이 식지 않을 듯이 보인다.

하지만 정 많은 게 또 팬덤의 특징 아닌가. 차마 매섭게 돌아서지 못하고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마음에 기대어 앞으로 더 잘 할 수밖에. 덧붙여 그저 조공을 바치는 팬들이 아니라 자신의 왕국, 팬덤을 있게 해 준 고귀한 존재들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팬덤의 주권은 팬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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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공감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