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가 바라본 임병장 총기난사사건

구니아2014.06.27
조회758

이번 임병장 사건을 보면서 마음이 심란하더군요.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초, 중학생때 왕따를 당했던 학생입니다.

 

아직까지 임병장의 메모가 공개되지 않아 임병장이 '따돌림'을 받아 이 일을 저질렀는지 혹은 단순히 우발적으로 행동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임병장이 '집단따돌림'을 받아 이 사단이 벌어졌다는 의견이 많아 어느정도 이 사실을 전제하고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자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혹시나 피해자 유가족들이 보고계신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음슴체로 글을 쓸테니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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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초등학생때 부터 왕따를 당했음

 

정확히 말하면 그 당시엔 내가 왕따를 당하는지 몰랐었음.. 아마 어린 마음에 친구들이 나랑 노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음..

 

그런데 본격적으로 내가 '왕따'를 당한다고 느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음.

 

우선 학교에 오면 내 책상은 항상 없었음. 친구들이 아침마다 책상을 복도에 내다놨기 때문에

등교할 때마다 복도에서 책상을 들고 교실에 들어오는 것이 일상같이 돼버렸음.

 

이 뿐만 아니라 체육시간에 체육복 훔쳐가는 건 약과였고 점심시간에 밥먹고 있는데 갑자기 뒷통수 때리고 가는 애들이 많았음 (처음엔 한 두명이 그러다가 나중엔 한 7명이 뒷통수 때리면서 욕하고 감..)

 

이런일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나는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음

 

특히 미술시간, 체육시간 같이 다른 교실로 이동할 때에는 일부러 화장실으로 가서 울었음..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들을 당해야 되는거지...' ' 안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는데 나는 왜 매일 안좋은 일만 생기는거지..' '왜 날 괴롭히는 애들은 항상 즐겁고 나는 항상 불행해야 하는거지..' ' 부모님한테 괴롭힘 당하는 걸 말했는데 부모님이 그 애들한테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한번 시작되면 끝도 한도 없이 이어지면서 돌아버릴거 같았음..

 

그 중에서 가장 날 힘들게 하는 생각은 이거였음

 

보통 사람일이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어야되는데  날 괴롭히는 애들은 나를 괴롭힘으로써 즐거움을 얻는것이 분명했지만 날 괴롭혀서 잃는 건 없었음. 반면에 나는 괴롭힘 당하면서 잃는 건 많지만 얻는건 없었음

 

결국 이런 생각에 지치다 못한 나는 부모님에게 '친구들한테 맞고 있어서 학교 가기 싫다' 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했고

 

담임이 이 사실을 듣고 날 집중적으로 괴롭힌 9명의 학생들과 우리 부모님, 선생님, 나는 한자리에 모여서 얘기를 했음

 

선생님이 날 괴롭힌 애들한테 왜 나를 괴롭혔냐고 물어보니까

 

제일 싸움 잘하는 학생이 ' 못생겨서 패주고 싶었어요' 라고 얘기했음.

 

그 순간 아빠는 억지로 화를 참으면서 밖으로 나가버렸고 나는 울었음

 

그 후에 다른애들한테 왜 나를 괴롭혔냐고 물어보니까 '다른 애들이 괴롭히니까 괴롭혔어요' 라고 말했음. 8명 모두가..

 

어쨋든 그렇게 1시간동안 얘기를 나누고 선생님은 그 학생들에게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한 다음 난 계속 학교를 다니게됐음..(사실 이때 우리 부모님은 별 말 없이 넘어갔음.. 그냥 애들 장난이려니 싶었나봄..)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음..

 

그 싸움 잘하는 학생이 나를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음.

 

쉬는 시간에 내 가방을 창 밖으로 던져버리는건 약과고

어쩔때는 머리 끄댕이를 잡고 '한번만 더 니 엄마아빠 데려오면 죽는다' 라고 협박했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3학년을 거의 마칠 때 즈음 난 이 9명의 학생을 포함한 우리반 30명의 학생을 정말 죽일 계획을 하루에도 수십번 세웠음..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매일 얻어터지고 당하고 있는데도 나머지 애들은 방관만 할 뿐 도와주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였음.. 또 어린 마음에 상처가 너무 커서인지 '죽이고 싶다'라는 마음이 간절했음..

 

하지만 참.. 시간이라는게 야속함..

 

시간이 지나면 증오, 살인, 분노라는 감정이 사그라들지않음?

 

나도 방학기간동안 집에서 부모님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런 감정이 점차 점그라들었음.

 

하지만 다시 학기가 시작되면 지옥같은 날들의 연속이였음. 

 

정말 왕따당하는 학생들은 느끼겠지만 하루에도 감정 기복이 미친듯이 들락날락함..

 

갑자기 머리 끄댕이 잡히고 욕먹으면 정말 살인욕구가 99%까지 치솟았다가 학교끝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 살인욕구가 급 하락하고 다시 학교에서 쳐맞으면 살인욕구가 치솟다가 학교끝나면 살인욕구가 하락하고.. 매일매일 이런생활의 연속임..

 

쉽게 말하자면 누구나 살다보면 한번씩 상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빡치는 날이 있을거임..

예를들어 친하지도 않은 친구가 당신의 부모님에게 쌍욕을 한다던지, 처음보는 사람이 갑자기 당신에게 다가와서 쌍욕을 하면서 시비를 건다던지..

 

그런데 왕따라는건 매일매일 그런날의 연속임.. 정말 미치도록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매일매일 생기지만 또 그런 감정을 매일매일 참음.. 나 같은 경우에는 7년동안 거의 매일 그런감정을 억눌러옴..

 

이 말인 즉슨 애초에 왕따들은 '참을성'이 남들보다 더 뛰어남.. 애초에 그런일을 참지 않았더라면 진작 싸우고 대들었겠지만 그 망할놈의 참을성 때문에 오랜시간동안 견뎌온거임..

 

 

 

내가 지금까지 내 얘기를 한 이유는 이번 임병장 사태를 보면서 어느정도는 공감이 갔기 때문임..

 

내가 초등학생이였을 때에는 그나마 집에 와서라도 그런 스트레스를 어느정도 날려버릴 수 있었지만

 

군대는 24시간 제한된 공간에서 먹고자는 곳임..

 

한마디로 나를 왕따시키는 놈들이랑 24시간 같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살인충동을 풀 수 있는 시간, 장소가 거의 없음.

 

쉽게 말하자면 살인 충동이 99% 에서 떨어지는것이 아니라 99.1% 99.2%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공간임..

 

가장 안타까운점은 임병장이 군에있는 상담사한테 상담을 받았다는 거임..

 

자기 딴에는 정말 용기내서 상담을 받았지만 결론적으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음..

 

사실 상담사 얘기를 들으면서 너무 화가 난 이유는

 

내가 초딩 때 담임한테 왕따당하는 사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쉬는시간에 친구들이 내 필통이랑 가방을 창밖으로 던지는 걸 담임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장난 그만하고 앉아라' 가 전부였음.. 애초에 담임은 내가 왕따당하는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음.. 그런데 임병장을 상담했던 상담가도 비슷했을거라 봄..

 

일의 연장선상에서 상담만 해주는거지 실질적으로 도와주지는 않고 결국 방관만 하는 사람들일뿐..

 

만일 내가 임병장이였다면 모든 상황이 충분히 납득이 감..

 

매일매일 살인충동을 겪으면서 어떻게 이 xx들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 라는 시뮬레이션을 매일 했을거임..

 그런데 이런 생각을 안하고 당하고만 있을 수가 없음..

 

아마도 뇌 시스템적으로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음..

 

결국 임병장은 매일매일 그런 미칠거 같은 상황, 또 꼬리에꼬리를 무는 미칠거 같은 생각들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함.

 

물론 임병장의 시뮬레이션에서 자신이 죽을 것이란 사실은 10000000% 전제되어있음.

 

임병장은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지만 단지 다른 자살들과 다른 점은 자신을 괴롭힌 놈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선택을 한 것 뿐임..

 

임병장이 이토록 철저하고 무시무시하게 많은 이들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자신의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한 상황을 완화시키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100번 천번 만번 반복했음을 짐작할 수 있음..

 

사실 왕따를 당했었던 입장에서 임병장이 너무 불쌍하다는 감정은 지울 수 없음..

 

임병장이 선택한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름끼쳤기에 더 불쌍하다고 생각함..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임병장은 죽어야 마땅함.. 이미 자신도 죽을 각오로 이런 일을 펼친 것이고

 

임병장 자신도 자신이 죽을 것이고 죽을 운명에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음.

 

오히려 임병장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것이 그를 더 힘들게 만들것이라고 생각함.

 

 

 

한때 임병장 처럼 수차례 날 괴롭힌 애들을 죽이는 시뮬레이션을 해 온 사람으로서 임병장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감.. 아마 내가 그 애들과 같이 24시간, 365일동안 함께 했다면 나도 임병장 처럼 그 애들을 잔인하게 죽였을 거임.(물론 나도 그만큼 잔인하게 갈기갈기 찢겨죽는 생각을 염두하면서 그런 행동을 했을 것 같음)

 

가끔 댓글들 보면 왕따 당하는 애들도 잘못했다고 하지만 단순히 못생겼다는 이유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게 과연 정당한 이유일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음..

 

또 성격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의 성격이 좋을 수는 없는 것이고 개개인의 성격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함.. 단순히 성격이 다른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당하고 쳐맞고 머리채 잡히는 건 옳지 않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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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나니까 후련하네요..

 

물론 아직 임병장이 정말 왕따 때문에 일을 저지른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왕따를 당했다는 가정 하에 적어봅니다..

 

이번 일을 되돌아보며 개인적으로 상담가 분과 '관심병사' 제도가 너무 야속하네요..

 

임병장이 마지막으로 용기내어 손을 뻗었을텐데... 결국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