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추가)기독교 예비시댁..

글쓴이2014.06.28
조회27,612

달아주신 댓글들 모두 꼼꼼히 몇번씩 읽어봤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친한 친구와 엄마랑 얘기도 해본 결과.. 헤어지는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남자친구가 연애 초반에 본인 아버지가 교회 장로님이라는 말을 저에게 했습니다.

실제로는 직업(자영업)이 따로 있었는데 말이죠..

 

왜 그렇게 했을까 생각해보니 이제 알겠네요.

무교인 제가 기독교에 대해서 어떤 반응일지를 먼저 본것이겠지요.

 

남자친구는 나름 현명했는데.. 제가 어리석었네요. 아주 잘하면 시댁이 기독교 집안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보고.. 혹여나 종교 강요가 들어오는게 싫다면 눈치껏 초반에 물러서야됐던건데.. 

 

지난 2년동안 애정이 깊어진 상태에서.. 이제서야 헤어지려니 참 막막합니다.

그래도 단호하게 결정해야지요.. 여러 분들 말씀대로 종교 문제는 답이 없으니까요.

 

일단은 남자친구 시험볼때까지는 평소처럼 지낼 생각입니다. 혹여나 제가 방해가 되고싶진 않네요..

 

읽어주시고 쓴 말씀 아낌없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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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7

남자친구는 34

연애기간 2년

 

회사 같은 팀내에서 만나 현재는 둘다 퇴직하였으며 같은 공부중입니다.

(각자 미래(결혼)를 위해 모아둔 돈, 현재는 제로..)

남자친구가 나이가 많아서 둘중에 하나라도 시험에 붙으면(시험일 다담달 8월) 돈이 있던 없던 바로 결혼 준비에 돌입할 것 같습니다. (둘다 허례허식 따지지 않아 결혼에 큰 비용은 들이지 않을듯 합니다.) 결혼은 한다면 내년 봄정도..?

 

연애할때는 재미있고 좋았죠. 남자친구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고 저에게 매우 잘해줍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제가 결혼하자고ㅋㅋ뭣도모르고 그랬었죠.

지금 현재, 이 사람과의 결혼은 기정사실화가 되어있습니다.(서로 집에 인사도 드렸음. 저희 엄마아빠도 남자친구를 매우 맘에 들어하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요즘..들어서 이 사람과 정말 결혼을 해도 괜찮은건지 의문이 듭니다.

연애할때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가.. 왠지 결혼하고 나서는 상당히 크게 보일듯한...위태로운 느낌이랄까요ㅜ 

 

그 문제는 바로 '종교'입니다.

 

저희 집안은 무교이며(여동생만 매우 신실한 기독교인)

남자친구네 집안은 엄청난 기독교 집안입니다.

 

-예비 시어머니 : 권사?집사? (교회에서나 집에서나 파워가 막강합니다.)

-예비 시아버님 : 장로

-시누이의 딸 이름 : 예(수님의)은(혜), 하(나님의)은(혜) 이런 식..

-저희 결혼식 주례선생님 : 목사(이부분은 남친도 양보 못한다 하여 제가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제가 첨으로 인사드리러 갔을때 한정식집에 갔는데, 거기서 시아버님께서 나긋나긋하게 '우리는 기독교 집안이다. 이부분은 너가 받아들여야 한다.' 라며 밥을 앞에 두고 기도를 했습니다. 아버님께서 기도를 하시고 옆에서 어머님, 누나들(남친은 막내아들이고, 위로 누나 둘 있습니다.)의 강렬한 종교적인 추임새(?)까지ㅎㅎㅎ... 다소 문화충격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초면에 저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기도 내용도 다 저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좋게 좋게 봤고, 생각보다 종교적인 강요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이 부분은 결혼하고 살다보면 얼마든지 저에게 강요하는 식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는 남자친구의 역할이 문제가 됩니다.

저에게 인사드리러 가기전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꼭 '기독교에 대해서 악감정이 없다'고 하라고 했으며(실제로 없기도 합니다.) '나(남친 본인)랑 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하라는 겁니다;;;;;;; 이건 뭐 진행을 쉽게쉽게 하기 위한 거짓말하라는거죠.

 

남친은 현재 서울에서 자취중인데(시댁은 수원) 남친을 따라서 집 주변의 큰 교회 한 번 가봤습니다.(남친도 첨. 저도 첨)  전 그냥 남친이 교회에서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한번의 호기심으로 갔던겁니다.(절대로 꾸준히 그 교회를 다닐 생각은 없었습니다.) 근데 이걸가지고 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하라뇨.... -> 결국 그렇게 말하는건 너무 거짓말하는거라 싫다고 했으며, 부모님께 인사드릴때는 앞으로 교회 다닐 의향이 있다..이런 식으로만 남친이 부모님께 저를 소개시켜드렷습니다.

 

사실 불행 중 다행?으로 남자친구는 교회를 잘 다니지 않고 신앙심이 깊지도 않습니다. 젊었을 때 친구들과 밴드활동에 재미붙여서 교회에 다닌 느낌이 더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적으로 어머님과 남자친구가 부딪치는 편은 아닙니다.(남친 카톡보면, 어머님이 길다랗게 성경말씀 보내면, 남친은 씹거나 간단하게 안부 묻는 식으로 우회하여 답하는 식) 

지금도 한달에 한 번? 수원에 내려가 교회를 갔다오고(어머님의 강요가 다소 작용하는듯...) 요즘엔 시험일이 얼마 남지않아서 교회에 가지 않는 상태이며, 이부분에 대해서는 어머님에게 이해를 구한듯 합니다.

암튼, 남친하고만 있으면 종교적인 문제에서 걸릴게 없습니다. 그런데 예비시댁만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네요.

 

전 절대 교회를 강요로 다니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든건 다 때가 있고,  다니게 되는때가 있으면 그렇게 하는건데.. 오히려 저에게 강요를 하면 더 가기가 싫을것 같구요.

그래도.. 집안의 평화가 저에게 달려있다면 일주일에 한번 교회에 나갈 의향은 있습니다. 하지만 시댁에서 미래에 태어날 아기에게 하(나님의)은(혜)와 같은 이름을 강요하고 세례 받기를 강요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결혼이고 뭐고 남자친구와 당장에 헤어지고 싶습니다.

 

남자친구와 예전에 종교 문제에 대해 대화를 했을때에도,

지금 남자친구에게 이런 고민들에 대해서 말하면, 돌아오는 답은.. 닥치지도 않은 문제를 왜 벌써 걱정하냐. 혹여라도 강요를 한다면 내가 다 잘 말씀드릴거다. 아기에게 이름을 강요하시지는 않을거다. 내가 말씀드리면 우리 집은 내 말 듣는다.

이런 식입니다. 곧 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며, 문제가 닥치면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 주의입니다.

 

현재 저희집에서는 여동생만 아주 열렬히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집에서는 교회활동 얘기만 하고.. 다음주에도 필리핀으로 선교를 간다고 합니다.

저희 엄마, 아빠, 저 모두 다 동생을 교회에 뺏긴것 같아서.. 더더욱 교회를 아주 싫어합니다.

아마 결혼식장에 주례선생님이 목사라고 엄마에게 말씀드리면 한 소리 들을것도 같네요ㅜㅜ..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남자친구도 좋고, 시댁 식구들도 (아직까지는) 좋은데.. 종교문제가 너무나 마음에 걸립니다.

어떻게 하면 종교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정말 헤어지는게 가장 현명한걸까요?

조언 해주심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