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무조건 여자가 하는거래요

2014.06.29
조회135,023

안녕하세요. 내년 결혼 예정인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방탈인줄은 알지만 조언 구할데가 없어 글 쓰게된 점 미리 양해 부탁드려요.

 

결혼도 앞두고 있고 요즘 남친이랑 결혼 후 생활? 집안일? 에 대해 종종 얘기하는데 다른건 몰라도 밥은 무조건 저보고 하라네요.

 

저도 남친도 회사를 다니고 있고, 결혼 후에도 맞벌이 예정입니다.

 

맞벌이니까 집안일 다른거 다 도와주겠다. 대신 밥은 무조건 니가 해라. 랍니다.

 

제가 요리를 잘하거나 그러면 모르겠지만 저도 요리를 못합니다.

 

적어도 남친보다야 잘하긴 하죠. 저도 남친도 대학생때 자취경력이 있는데 남친은 전업주부인 어머님이 밑반찬이며 찌개며 고기며 다 해서 보내주셨기 때문에 자취를 몇년이나 했으면서도 할 줄 아는게 정말 없어요. 김치볶음밥 정도?

 

반면에 저는 집에서 반찬같은걸 잘 안 보내줬었기 때문에 스스로 인터넷 뒤져가며 레시피 찾아가며 좀 이것 저것 해 보긴 했었습니다.

 

그래봤자 쉬운 것들 위주고 찌개나 국 나물 이런건 아직도 할 줄 몰라요.

 

진짜 남친보다야 잘하는거지 절대 요리를 잘하는게 아닙니다.

 

심지어 소질도 없고 흥미도 없어요. 아직 많이 안 해봐서 그런거일수도 있지만..

(그 쉬운 떡볶이도 매번 짜거나, 싱겁거나, 맹탕이거나.. 태생적으로 간 맞추는거에 감이 없는 듯)

 

 

이번에 대화한게,

 

 

저 - 맞벌이고 하니까 (퇴근시간도 비슷함) 번갈아가면서 하자. 누구 한명이 요리를 잘하면

모르겠지만 도찐개찐이니까~

 

남친 - 아 싫어. 요리는 원래 여자가 하는거야~ 차라리 나한테 설거지를 시켜.

 

저 - 왜 요리가 여자만 하는거야? 내 주변엔 남자도 요리하는 집 많아.

(실제로 저희 아빠도 엄마보다 요리 더 잘하시고,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삼촌, 고모부, 이모부, 심지어 친구 남편까지 제 주변엔 정말 남자가 요리하는 집이 많습니다. 물론 안 그런데도 있겠지만 제 말의 요지는 절대 '여자만' 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남친 - 내 주변엔 그런 집 없어. 그리고 나 요리 못하는거 알잖아.

 

저 - 나는 뭐 요리 잘해? 나도 못해.

 

남친 - 나보다 할 줄 아는거 많잖아. 그리고 너 요리 잘해~

 

저 - 나는 뭐 그런거 처음부터 다 할 줄 알았나? 나도 다 인터넷 찾아가며 배우고 그런거야.

      오빠도 그런거 보고 하면 다 할 수 있어~ 그리고 나 요리때문에 부담받고 스트레스받는거

      싫단 말이야. 잘 하지도 못하는데 매일매일 저녁상 뭐차릴까 부담가지는거 싫어.

 

남친 - 알았어 너 맨날 요리하지마~ 너가 안할땐 시켜먹지 뭐.

 

 

라는데 짜증이 팍 밀려오는 겁니다. 절대 자기가 하겠단 말 안하는게 너무 괘씸한거에요.

 

솔직히 요리는 여자가 하는 거라는게 무슨.. 그거야 옛날에 여자가 바깥일 하나도 안하고 그럴 때 얘기지 지금은 똑같이 돈버는데 집안일에 여자 남자가 어디 있답니까? 분담해야죠.

 

주5일 회사 나가는거 똑같아, 퇴근시간도 비슷해, 딱히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고 그런 것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요리를 잘 못하다보니까 매일매일 저녁상에 부담받고 싶지 않았어요.

 

몇일 전 톡 된 글중에 '요리 못하겠습니다' 였나? 하튼 이 글을 보고 진짜 결혼해서 저녁상 차리는건 정말 생각보다 더 힘든일이구나. 하고 깨달은 것도 있었구요.

 

하여튼 짜증이 확 밀려와서 뭐라뭐라 했더니

 

"알았어알았어. 맨날 똑같은거만 해준다고 뭐라 하기만 해봐." 이러는데

 

이게 무슨 협박도 아니고, 자기는 할 줄 아는게 김치볶음밥 밖에 없으니까 맨날 그거만 할거다. 불만 있으면 니가 해라. 이거잖아요. 나 원 참 진짜 초딩도 아니고.

 

더 짜증나서 그럼 나도 나 할 줄 아는거만 할거라고, 나 찌개 그런거 하나도 못한다 그랬더니

 

"어 나 반찬투정 안해~" 이럽니다. 휴..

 

진짜 어이가 없고 기분도 상해서 뚱해있었더니 와서는 알았어 잘할게 잘할게 이러는데 그냥 제 화 풀어주려고 그러는게 딱 눈에 보이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자라오길 아빠가 자주 요리해주시고 그런걸 보고 커와서 당연히 남자들도 다 요리 하는줄 알고 컸구요.

 

남자친구는 아버님이 요리를 전.혀 못하셔서.. 아무래도 집안 내력도 있겠죠.

 

그치만 제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제가 전업주부를 할게 아니기 때문에..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이렇게 딱 딱 칼같이 하는게 아니여도 무조건 여자인 제가 전부다 부담하긴 싫어요. 같이 부담하고 싶은데..

 

저 '요리는 무조건 여자가 하는거다' 란 사상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