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의 계장...유난히 클레임이 심했던
원청의 생산현장을 돌며 책임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뛰어다녔더니
외근하는 이틀동안 4시간 남짓 잘 수밖에 없었다.
고작 몇시간 쪽잠을 자는데에
근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애매해서
원청 현장 구석에 있는 당직실에서 잠을 청했던 것이다.
________진땀으로 젖어있던 와이셔츠와 머리에선
딸래미가 그토록 싫어하던 중년 남성 특유의
카타르성 체취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소원해진 가족들이 있는 집에 냄
새나는 노숙자꼴을 보여선 안되겠지 생각하며
화장실로 가 목에까지 비누칠을 하고 연거푸 세수를 한다.
간신히 일을 끝내고 난 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사로 향했다.
김밥에 라면이라도 챙겨먹고 갈까 했지만
지갑에 있는 만원짜리 하나가 천원짜리로 쪼개지는 것이 싫어
슈퍼에 손가는데로 에이스 하나와
공복만 달래줄 우유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놈의 에이스 포장은 왜그리 뜯기가 어렵던지...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수전증은 심해지고
이젠 서 있는 채로 과자봉지 하나 뜯기도 이리 힘이든다
좌석에 앉으면 그때 먹어야겠지 생각하며
에이스와 우유를 한손에,
다른 손엔 손잡이가 땀으로 축축해진 가방을
______________전차가 도착하고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원들이
무수하게 나의 어깨를 스치고 부딪혀 지나간다.
들어오고 나가는 작은 혼란속에서 나는 빈자리를 발견했다
본능으로부터 이끌리는 몸은
그대로 빈자리에 쓰러지듯이 엉덩이를 떨어뜨린다.
뒤에서 한 소녀가 작게 욕지거리를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도 이자리를 보고 앉기위해 다가오고 있었던듯 싶다.
괜스레 벌떡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기도 민망하고
죄지은 건 없어도 왠지 당당하지 못한 마음에
고개가 들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