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박근혜, 유체이탈 새누리당

대모달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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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어록에 환장할 것 같다

한 사람이 유체를 이탈하자 집단적 유체이탈의 병이 돌고 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대한 얘기다. 안대희와 문창극, 그리고 지금 지명된 공직후보자들의 개인적 부적합도에 대한 국민 여론이 비등하자 박근혜는 새누리당 당직자들을 불러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을 주문했다고 한다. 지금의 인사청문회 제도라면 공직을 맡을 후보자가 아무리 유능해도 쓸 수 없기 때문이란다. 박근혜의 이런 주문에 대해 새누리당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들 스스로 자기들 그룹 내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국민정서에 흡족할 인물이 없다는 자인이다.

 

그러나 보자. 그들이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지난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두 명이 있었다. 당시 이들을 낙마시킨 쪽은 지금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다. 박근혜는 이때 한나라당 의원이었고, 현재 새누리당에는 당시에 의원이었던 이들도 다수 있다.

 

2002년 7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 후보자로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을 지명했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 등이 불거졌고, 같은 달 말 국회에서 인준안이 부결됐다. 투표에 참가한 국회의원은 모두 244명(한나라당 125명, 새천년민주당 105명, 자유민주연합 9명, 무소속 5명 참가)이었으며, 투표 결과는 찬성 100표 반대 142표 무효 1표 기권 1표였다.

 

국회 투표결과 부결이 확정되자 당시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이 같은 결과가 나와 안타까우나 정실에 따른 ‘깜짝쇼’같은 DJ식 파행인사가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처럼 장상 총리 서리의 인준 부결이 확정된 뒤 한국여성단체 연합회가 내놓은 반응은 지금 봐도 새삼스럽지 않다.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인준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전입 의혹 등 도덕성을 중심으로 질의하여 총체적인 검증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적 비난에 초점을 두는 함량미달의 질문으로 국민들을 지치게 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여론은 국무총리로서 국정수행 능력 검증 위주의 청문회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성과 자질만을 물고 늘어지는 청문회 진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진행되었다. 즉 미국식으로 조사청문회(investigation)와 인사청문회(confirmation)를 구분해 진행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 달 뒤인 8월 김 전 대통령은 장대환 당시 매일경제신문 사장을 총리 서리로 임명했으나 그 역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국회 인준 동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회의 인준 동의안 표결에는 재적의원 272명 중 266명이 참석했으며 찬성 112표 반대 151표 기권 3표로 부결이었다. 당시 표결엔 한나라당 소속의원 139명 중 138명, 민주당 112명 중 111명, 자민련 14명 중 10명, 군소정당·무소속 의원 7명 전원이 참여했다.

 

이 인준안이 부결되자 또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남경필은 “이번 부결은 정실과 오기에 따른 디제이식 파행인사가 빚은 예고된 참극”이라며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신건 국정원장과 이재신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인사 보좌를 잘못한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12년 전의 일인데 어제의 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인가? 당시 남경필이 했던 말 중에서 박지원을 김기춘으로 바꾸고 DJ를 박근혜로 바꾸면 똑 같은 논평이 된다.

 

지금은 단지 공수만 바뀌었을 뿐 정치권이나 여론주도층이나 전혀 바뀌지 않은 때문이다. 따라서 12년 전 김대중이 집권하고 있을 때 여권의 주장이었던 조사청문회와 인사청문회 방식을 당시 야당이었으나 지금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논의하자는 것은 그동안 야당일 당시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런 논의 자체를 꺼렸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지금의 야당도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권 이후 건설적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식 조사청문회가 정권을 잡고 있는 박근혜나 박근혜파가 생각하는 것만큼 녹록하지 않다는데 의미가 있다. 즉 지금 정도의 인물은 미국식 조사청문회라면 단 한 명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직후보자 대열에도 낄 수 없다.

 

미국은 특정 인물의 공직후보 자격을 두고 개인사에 대한 조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언론과 여론 등에서 철저한 검증을 한다. 지금 여권이 원하는 일방통행식 통과의례가 아니다. 심지어 몇십 년 전에 있었던 교통위반 딱지까지도 불거지는 것이 미국식 조사청문회다. 현재 박근혜가 내놓은 공직 후보자들이 받고 있는 의혹인 논문 중복게재, 학술진흥기금 편법수령, 음주운전, 흑색선전, 차떼기 돈 배달 같은 비리의 전력자는 아예 조사청문회 근처도 올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청문회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인 공직에 오르려면 국민을 대표할만한 청렴성을 보유하고 거기에 그만한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는 진리가 답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으면 다른 곳에서라도 그런 사람을 찾는 노력을 하여 공직을 맡기면 된다. 내사람, 내수첩, 내고향, 내후배가 아니라 국가의 장래와 국민의 행복을 위한 눈으로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렇지 않고 내사람, 내수첩, 내고향, 내후배 중에서 찾아보고 없으니까 제도도 바꾸고 능력만 보자고 한다면 머리 좋은 젊은이들이 귀찮은 준법과 봉사는 관심 없고 어떻든 출세만 하면 된다는 사고를 심어주게 될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정녕 이런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것인지...지금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다 보면 말 그대로 환장하여 뒤집어질 것 같다.  

참고로 ‘환장’은 한자어 ‘換腸(환장)’이다. 한자 ‘換(환)’은 ‘바꾸다’는 뜻이고, 한자 ‘腸(장)’은 ‘창자’라는 뜻이다. 이것만 보면 ‘환장(換腸)’은 ‘장을 바꾸다’는 의미가 된다. 장이 꼬이고 뒤집히는 것을 ‘환장(換腸)’이라 이해하고, 장이 꼬이고 뒤집힐 정도로 크게 흥분되고 화가 나는 것을 ‘환장(換腸)’이라 설명할 수 있다. 물론 환장의 뜻이 이것은 아니지만 한자의 뜻만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 임두만〈네이션코리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