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뇌출혈.. 그리고 기증

ㅎㅎ2014.07.07
조회776
안녕하세요.. 삼오제 지내고
정신 좀 차린김에
글을 작성하는.. 전점숙 할머니의 못된 손녀입니다..

글이 매우 길어질 것 같으니
읽기 싫으신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시고
제 글에 악성댓글 달지 말아주세요...


저희 할머니는 수원 고색에서 나고 자라
슬하에 아들 둘을 두신분입니다.

장남이 저희 아빠고 둘째인 작은아빠는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요

저희 할머닌 옛날분이라
여자란 이유로 배움도 없이
차별을 받으며 외로이 자랐다고 해요

그로 인해 할머닌 글도 모르고
자기 나이도 모르는 바보가 되었어요..

그저 아시는거라곤 아들, 며느리, 제 이름
간단히 대화할수있는 수준..정도?

어쨌든 그것때문에 저희 가족이 많이 힘들었어요
말을 하실때 생각을 안하고 말하시기에

사람 사이 이간질(?)은 기본이고..
밥도 꼭 따순밥에 고기반찬만 드시고..
온갖 의심에.. 하여튼 사람을 많이 힘들게 한
그런 분이었어요.

그로인해 할머니를 30년 모신 저희 엄마와
아빠는 늘 부부싸움 하고.. 싸울때마다
그릇이 날아다니고.. 욕설과 폭행이
오갔을정도니까요.

각설이 길었네요.

저희 엄마는 할머니와 많이 싸우고 그랬지만
할머니를 받아들이고
관용을 베풀기로 결심 하셨는지
한.. 삼년전부터 극진히 모셨어요.


삼년전에 엄마가 크게 아프고 쓰러졌을때라
그때부터 인생을 달리 생각하셨나봐요..


그리고.. 저번주 토요일이었어요.
그 날따라 할머니가 아침부터 제게
'너나 잘해!!!!'라며 시비를 걸어왔지만
이상하게 싸우기가 싫었어요..

그냥 참다가 그날 저녁 답답한 마음에
잠깐 외출을 했고

밖에서 엄마와 만나 얘기 나누다가
고기 한근 사서.. 미우나 고우나 울 할머닌데
같이 먹잔 생각에.. 서둘러 집에 올라갔죠.

문을 아무리 두들겨도 인기척이 없었어요..

이상하다싶어서 구급대원 불렀더니..
할머니가 웅크린 자세로 화장실에 쓰러져계셨고
입엔 구토와 거품이.... 바지엔.. 소변과 대변이
많이 나온 상태였어요...

위중한 상태로 보여서 급히 병원에 이송해서..
각종 정밀 검사를 해봤더니
뇌출혈 소견이 보인대요...

왼쪽 뇌 절반 이상이 이미 피로 가득 차서
수술을 해도 경과 보장을 못하고..
경과가 매우 좋아도 반신 마비에..
사람을 겨우 알아볼 정도라고 했어요..

그때 아빠는 미얀마에 출장 가계신 상태여서
**오톡으로 겨우 대화를 이어가고있는
상황이었는데 아빤.. 엄마 설명을 듣고는
치료를 포기하고 자연사하게 두고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대학병원서 추천해준 2차협력병원
중환자실로 실려가셨고

저흰 심폐소생술 포기 각서를 썼어요...

다만.. 부탁드린건 아빠가 미얀마에서
돌아오실때까지만 생명 유지를 해달라는것..
그것뿐이었습니다.

여러번 심정지의 위기를 넘기고
아빠와, 할머니의 친형제.. 친지분들을 보고..

할머닌 7월1일 10시15분에
운명하셨어요.....

장례 준비를 하던 중...

저희 가족은 조직기증단체를 알게됐고
연락을 했습니다.

기증을 원한다고..
할머니가 생전에 기증에 대해
이야기 하신건 없지만......

생전에 좋은 일 한번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죽어서라도 좋은 일 하고
가야되지않겠냐는 저희 가족의 의견을
잘 전달했습니다.

기증에 필요한 검사를했고.....
저희 할머니의 피부.. 장골 등..
100-150여명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됐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나 슬펐지만
저희 할머니.. 한줌의 재가 되지 않고
150여명의 새생명으로 태어나
이 땅 어딘가에서 살아갈거란 생각을 하니
기뻤어요...



저희 할머니 빈소에요..




제가 할머니께 드린
처음이자 마지막인 목걸이..
이모할머니(할머니 친 여동생)께
드렸더니 이모할머니가 우시더라구요....



기증 감사하다고
보건복지부 장관님께 받은 화환이에요..




할머니.. 할머니랑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오래오래 같이 살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할머니가 갑자기 가버려서
많이 힘들고 그래. 난 할머니랑 너무 많이 싸워서
안울거라 생각햇는데 아니더라..
눈물 많이 나고 보고싶어... 보고싶어 할머니
어떻게든 나한테 말 붙이고싶고 친해지고싶어서
'뭐라도 사다줄까? 뭐 해줄까? 밥먹을래?'하던
할머니 말 무시해서 미안해....
돈 갚는다면서 할머니 뭉칫돈 가져갔는데
내가 다 갚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나 미안해서 어떻게 살라구..
할머니.. 내가 진작에 사랑한다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 안해서 미안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할머니 가는 길 외롭지않게
명복 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