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에게

조언부탁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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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에게

 

부모님이 계시는데 누나도 아닌 동생이 나서는 게 부모님께 혹시나 흠이 될까봐, 여동생이 나서서 시누이 노릇한다고 생각할까봐, 내가 나서서 일을 더 망치치 않을까봐 이 사단이 벌어지고도 처음에 나는 지켜보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새언니가 아기를 가지면 오빠도, 아빠도 달라지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조금 더 일찍 대화를 시작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텐데 후회가 되. 오빠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고 간 날 엄마는 쓰러지시고, 며칠 전 아빠가 자식 잘못 키운 죗값 받으시겠다고 차에 뛰어들려고 하시는 거 겨우 말리고 생각해보니 이대로 상황을 지켜만 본다면 정말 부모님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 일에 대해 잘못된 게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인터넷에 조언을 구했어.

 

오빠가 나한테 했던 행동들이 있으니 내가 오빠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을 거야. 댓글에도 있는 것처럼 무조건 오빠의 잘못이라 선입견 갖고 시작하면 화해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오빠가 욕먹길 바라는 글 밖에 안 되니까 그 이야기는 빼고 언니가 처음 인사 온 그 날부터 있었던 일들만 적었어.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이런 상황이 일반적인지 객관적인 시각에서의 조언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댓글들을 읽어보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고 오빠가 잘못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네. 오빠가 아빠께 사과하는 것이 맞는데 오빠가 계속 연락을 무시하니 이렇게 글을 적어 전달하려고 해.

 

지금 쓰는 글에는 추가 글에 없는 이야기도 있어. 어제 아빠랑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몰랐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 오빠가 이해 안 된다.

 

나는 엄마, 아빠께서 새언니를 소개하기도 전에 묻지도 않고 식장부터 잡았다고 무시한 거다 생각하고 화나신 줄 알았어. 그래서 8월이면 성수긴데 식장부터 잡을 수 있지 않느냐, 요즘엔 그렇게 하기도 한다, 이해하시라 했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상견례 자리에서 아빠께서 두 번씩이나 오빠부부의 결혼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는데도 사돈어른께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지 아무 말씀 없으셨지. 그리고 엄마께서 예단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말씀하시니 안사돈어른께서 아이들이 알아서 한다고 일언지하에 잘라 말씀하셨고. 아빠, 엄마께서 하나하나 물어보시기 전에 진행이 된 내용이 있다면 공유를 하고 의논을 했어야 하는 자리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상견례 후 오빠가 엄마, 아빠께 사돈어른께서 **에 다니기 때문에 날짜는 확정하지 않고 식장 예약만 해 놓았다가 자리가 나면 바로 그날로 날짜를 정한다고 했다며.

 

그런데 6월 1일 상견례 하고 바로 이튿날로 넘어가는 6월 2일 새벽에 아빠께 전화해서 날짜가 정해졌다고 했지. 그 때도 아빠께서 결혼식이 너무 빠르게 진행이 되니 이상하다 생각되셔서 그렇게 서두르는 것이 혹시 책임질 일을 했는지 물어보셨고. 아무튼 부모님은 그런 줄 알고 계셨는데 결혼식 당일 잔금을 치르면서 보니 새언니 얼굴 보기도 전인 5월 18일에 예식장이 예약되어 있었고 식장을 예약을 할 때는 결혼식 날짜가 확정이 되어야 예약을 한다는 것 이었어. 아빠는 이제 막 결혼한 아들, 며느리에게 차마 말할 수 없어 알고도 모른 척하셨고.

 

아빠, 엄마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결혼에 관련된 일들을 이렇게 처리할 수 있을까? 사돈댁에서 먼저 결혼식장을 잡자고 말씀을 꺼내셨어도 저희 부모님께 여쭈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라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결론적으로 내가 봤을 땐 이미 사돈어른 댁과 결혼 날짜, 신혼집, 예단/예물/혼수 문제 다 상의해서 결정하고 식장까지 다 잡아놓고 결혼식장에 앉힐 부모와 친인척 등 하객이 필요하니 거짓말 하고 이용한 걸로 밖에 안 보여.

 

게다가 제사 못 지내겠다고, 4천 달라고 한 게 올해 4월이 아니라 작년 9월 말이라며? 오빠 본인 입으로 제사 지내겠다고 했고, 새언니도 결혼 전에 우리 집에 왔을 때 이미 제사를 지내는 것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고, 제사를 지내는 방법을 배워오라고 했을 때 네라고 대답까지 했는데 왜 갑자기 못 지내겠다고 한 거야? 4천만 원은 지금은 관사에 있어서 괜찮으니 나중에 집구할 때 주십시오, 라고 말 해놓고 갑자기 왜 달라고 그랬어? 그리고 엄마 생신엔 왜 연락도 없었어? 집이 머니까 매번 올라오기 힘든 거 이해해. 하지만 자식으로써의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되는 게 아닐까? 결혼한 지 한 달밖에 안돼서 이미 끝난 이야기를 꺼내 번복한 이유가 대체 뭔지 정말 궁금해.

 

게다가 새언니가 보낸 톡 보니까 더 가관이더라. 새언니한테(새언니가 보내온 글 그대로 인용하자면)본인은 “부모님한테 조금이라도 신경 덜 쓰이게 하려고 노력하던, 속 깊은 아들”로 포장하고 부모님은 “사랑과 배려 없이 냉정하고 인색하게 대한 사람”으로 포장해서 어필한 거 보니 계획적으로 이간질 시켰다고 밖에 생각이 안 된다. 새언니한테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니 사돈댁에서 얼마나 우리 집을 이상하게 보시고 오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나, 생각하셨을까 싶다. 아빠는 아직도 내 아들이 적어도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바꿀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계시는데 난 이게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니.

 

아빠는 퇴직하신 회사에서 직원들과 찍은 사진이 찍힌 쿠션들과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쓴 엽서를 담은 사진첩을 받으신 거 기억나? 회사 생활을 하다가 퇴직할 때 직원들이 그렇게 아쉬워하고,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회사 생활을 해보니 그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난 아빠가 더 존경스러워. 아빠는 법 없이도 살 분이고 예의나 도리에 대해서 철저하신 분인데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온 아빠의 인생에 오빠가 오점을 남기고 먹칠을 했어.

 

사랑과 배려 없고, 냉정하고 인색하다고? 내 부모님은 어린이집, 구치소, 공부방에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가게 앞을 지나가던 취객이 쓰레기봉투 묶고 계시던 아빠 머리를 이유 없이 내리쳤을 때도 사과만 받으면 된다고 하신 분이야. 이번에도 오빠가 와서 죄송합니다. 그 땐 제가 이런 이유로 그랬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으면 아빠는 분명 풀어지셨을 거고.

 

그런 아빠가 점점 격해지고 있어서 더 격한 일을 하시기 전에 막아보려고 해. 댓글에 있는 것처럼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일시적인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더 이상 사과하라고 강요하시지 마시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오빠의 사과 없이는 이 일이 마무리가 될 것 같지 않아. 여기에 이어지는 글들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다면 제발 아빠, 엄마 찾아뵙고 왜 그랬는지 해명을 하고 잘못했다고 말씀드려줘.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