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 자식의 도리와 의무란... 어디까지일까요?

cerveza2014.07.15
조회351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 쓰는 이 글이 이 카테고리에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을 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 집안 일이라 '친정' 쪽에 들어가지 않나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글을 써 봅니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질 지도 모르지만...

그냥 넋두리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세요.

 

사실 제 가까운 친구들은 나름대로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도돌이표처럼 계속되는 이야기이기에

이젠 친구들에게 하소연할 수도, 푸념할 수도 없습니다.

너무도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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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우리나라에 몇 없는 특수한 기술을 가진 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돈을 벌기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참 자아가 강한 분이셨죠.

누구 밑에서 이래라 저래라 얘기를 듣는 걸 견딜 수 없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좀만 돈이 모이면 사업을 벌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잘 될 리가 없지요. 자아가 강한 이상으로 귀도 얇은 분이었거든요.

2-3년에 한 번씩, 무슨 행사가 돌아오듯, 아버지는 사기를 당하셨습니다.

그러면 우울증이 생긴 것 같다며 그 이후의 2년 정도를 누워서 보내셨구요.

 

결국 그나마 모아놓은 돈은 금세 다 써 버리고,

빚을 져서 생활비를 써야 하는 날들이 지속됐습니다.

그러다 위암에 걸린 어머니에게, 돈이 필요하니 내놓으라며

폭력까지 행사하는 아버지를 더는 견디지 못해 결국은 어머니께서 이혼을 결정하셨습니다.

이게 2002년의 일입니다.

 

저는 그 당시 대학교 3학년에 막 복학하려던 때였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다 보니 당장의 학비조차 문제가 되더군요.

저는 심각하게 자퇴까지 고려를 하였으나,

여러가지로 생각한 끝에, 대졸이라는 타이틀은 필요할 것 같아

그 때부터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모아서 겨우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하실 때

이미 집에 있던 9천만원의 빚을 안고 가는 대신

그나마 있던 집을 받기로 하는 조건으로 이혼에 합의하셨습니다.

그게 2003년의 일입니다.

저한테는 언니가 있는데, 언니는 그 때 이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니와 제가 어떻게든 생활비는 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는 약 3년간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다시 아버지와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이 제일 컸어요.

1. 나는 이혼을 했지만, 그래도 너희한테는 아버지 아니냐

2. 니네 아버지가 능력은 있다, 말만 잘 하면 돈 받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버지가 저희한테 돈을 보내달라 하시더군요.

회사 다니는 데도 없고, 당장의 생활비도 없다 하시면서요.

네. 그래도 아버지라고, 어떻게든 마련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중간중간 "우리도 돈 없는데...."라며 힘들다 말했지만,

아버지는 곧 몇 배로 돈 갚아줄 수 있다며 큰소리를 치셨습니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003년에 9000만원이었던 빚은 현재 1억 6천이 넘었습니다.

아버지, 물론 일은 하셨습니다. 그 때마다 월급의 대부분은 저희에게 주셨구요.

그런데 월급을 주신 달보다, 일이 없어서 돈이 없다는 달이 훨씬 더 많더라구요.

 

어느 순간 정말 쪼들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산을 해 봤습니다.

아버지.... 정말 돈 잘 쓰시더라고요.

일을 시작만 하시면 한 달에 5-600은 버십니다.

그리고 혼자서 7-800을 쓰세요.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 언니는 심한 우울증에 걸려서 쓰러졌고

온전히 모든 생활비와 기타 등등의 모든 비용을 책임지던 저는

도저히 못 버티고, 그 당시도 일을 안 하고 돈 달라던 아버지께 전화해서,

난생 처음으로 펑펑 울며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제 이렇게는 정말 못 살겠다고.

아버지도 우울증, 언니도 우울증, 엄마는 병자,

이러다 내가 먼저 자살할 것 같다고.

 

그 얘기를 듣고 아버지도 많이 우셨대요. 그리고 반성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일을 구하셨다고 했습니다.

거진 70을 바라보는 연세인데, 그렇게 바로 일을 구한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조금쯤은 희망을 가졌습니다. 이젠 좀 달라지겠지 하고.

 

......그래서 정말 달라지셨다면 저는 이 글을 쓰지 않았겠지요.

제가 펑펑 울며 아버지께 처음으로 대든 게 2011년

그 뒤로 3년이 더 지났지만, 아버지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회사 두 달 다니다 사장하고 싸우고 그만두고,

그리고 몇 달 놀면서 그나마 모아놓은 돈 플러스 알파로 돈을 더 가져가시고.

그 뒤로 또 일을 구했다가, 또 사장이랑 싸우고 그만두고,

자꾸 그러시면 어떡하냐 했더니

내가 그 동안 니네한테 준 돈이 얼만데 내가 그 정도 돈도 못 쓰냐고 하시더군요.

 

어느 날은 갑자기 치아가 불편하다며

저희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임플란트 시술 다 받으시고는

다짜고짜 320만원을 부치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우리에게 선물이라며, 한약 비슷한 걸 잔뜩 보내시길래 내심 감사하고 있었는데

두 달 뒤에 결제 대금이 밀렸다며 그 업체로부터 저한테 전화가 오기도 했고요.

 

며칠 전, 메일을 받았습니다.

해외에 당신을 찾는 회사가 많다며,

이번에 나가면 몇 년은 한국에 안 오고 돈 부쳐 주시겠다던 분이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한국 음식 먹고 싶다고, 나라도 좀 살아야겠네 ㅋㅋㅋ 라며

최대한 빨리 귀국 티켓을 구해 달라시네요.

 

이젠 도저히 못 버티겠습니다.

 

어감이 이상하지만, 그나마 비상금?이랍시도 남겨놓은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저의 카드론도 한도 꽉 차게 다 빌렸습니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진작에 다 끝났고요.

아버지가 맨날 입이 닳도록 하시던, "받을 돈만 몇십 만 달러"라는 말을

저희는 10년 넘게 믿고, 믿고, 또 믿었습니다.

지금이야 자꾸 빚을 지면서 아버지께 돈을 보내드리고 있지만

조만간에 이 빚을 한번에 갚을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이틀만에 50, 또 사흘만에 50,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요구하셔도

아버지가 마음만 먹으면 그 돈 쯤이야 금세 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바보 같죠. 알고 있습니다.

실체는커녕 환상에 불과했던 허언을 10년 넘게 믿고 지내다니요.

그냥... 그래도 아버지니까, 가족이니까, 믿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젠 그 믿음도 바닥이 났습니다.

 

지난 10년 넘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휴가도 못 가고 얻은 거라곤

언니는 심한 우울증에 성대 결절 (직업적인 이유로)에 빚

저는 30kg 넘게 늘어난 살과 발작적인 우울 증세와 빚

이것 뿐이더라고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싶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앞으로 아버지가 몇십 억을 벌어오든 말든 이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한국에 들어오시면 당장 또 돈 달라고 하실텐데

나는 그거 감당도 안 되고 받아주기도 싫다, 라고 울면서 어머니께 말했더니

그 와중에 어머니는 그러시더라구요.

이러다 넌 나(어머니 본인)도 버릴 것 같다구요....

 

대충 계산해도 언니와 제가 집에 갖다 바친 돈이 3억이 넘었는데

그건... 자식으로서 언니와 제가 내야 할 당연한 돈이었나봅니다...

그 동안 키워주신 은혜에 비하면 이 돈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저나 언니나 성인이 됐으니 당연히 내야 할 돈에 불과한 것이었을까요?

 

부모님이 이혼하시며 당장 제가 집에 생활비를 내야 했을 때

저는 고작 22살이었고, 아직 학생이었는데요...

학비에, 생활비까지 내며, 전... 제 20대가 도대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애써 스스로를 달랬어요. 가족을 위한 거라고.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모든 게 좋아질 거라고 믿으면서.

 

그나마 제가 억지로 갖고 있던 몇 개의 믿음이,

요 며칠 사이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솔직히.... 이젠 그다지 살고 싶다는 기분조차 안 들어요.

나이는 많고, 돈은커녕 빚밖에 없는 저인지라 애초에 결혼은 포기했지만

억울해요... 이러다 부모님 뒷감당이나 하다

돈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채로 50살 60살이 될 까봐서요.

 

그리고 저는 아버지와 정말로 모든 걸 다 끊어버리려고 합니다.

 

언니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래도 우리 아니면 아버지가 어디서 돈을 구하겠냐며

아버지께 한 달에 20-30만원은 보내드리자고 합니다.

그건 언니가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사실 죄책감도 많이 듭나다.

이제 정말 아버지를 없는 사람 취급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

이러다 아버지가 잘못되면 제가 과연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주변에 연배가 좀 있으신 분 몇 분께 이 얘기를 했더니

그게 다 아버지가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 거라고,

이번 기회에 독하게 마음 먹고 끊지 않으면 나중엔 더 심해질 거라고 하세요.

이성적으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희가 살고 있던 집을 팔고, 그 돈으로 빚 갚고,

남은 돈으로 월세가 되든 전세가 되든 이사를 가려고 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는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이 언제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부동산 아주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꽤 금방 팔릴 것 같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그냥 넋두리 식으로 마구 늘어놓았더니

글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지나치게 긴 글 떄문에 읽기 힘드셨다거나

방탈 때문에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