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 2년에 접어 들고요. 혼인신고는 한 상태, 아직 아이는 없어요.
(토커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긴 글을 올리니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ㅠㅠ)
처음 문제가 생겼던 건 연애 1년 차쯤 되었을 때였어요.
전 '남녀사이에 친구는 없다'는 생각으로 연애 중엔 왠만해선 이성들과 연락을 안 하거든요.
그런데 남친(지금의 남편)은 좀 다르더라고요.
'친구에 남녀가 어딨냐, 재미있는 글이나 사진 같은 거 공유하고 일하다 심심할 때 네이트온 대화하고, 그냥 친구니까 하는 거다.'
라고 하더군요.
아마 남녀의 연락 및 친밀도의 허용 범위가 저보다는 넓었던 것 같아요.
뭐, 저도 이해하고 받아 들이려고 했습니다.
별다른 터치(핸드폰 검열, 술자리가 있을 시 잦은 연락 등)는 하지 않고 믿고 믿으며 연애했죠.
그러던 어느날 우연찮게 알람이 울리길래 핸드폰을 슬쩍 봤습니다.
알람에 모르는 여자의 카톡 메시지가 뜨더라고요.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카톡을 열어 봤죠. 여자의 촉이란 걸 믿으며요..
카톡을 확인하다 보니 가관이더군요.
밤 늦은 시각에 왠 여자(카톡여)에게 술 마시러 나오지 않겠냐고, 늦으면 본인이 대리 써서라도 데려다주겠다고 하질 않나.
내일 아침에 일찍 출근해야 하니 모닝콜을 해달라질 않나.....
이 사건으로 크게 싸웠습니다. 남친은 엉엉 울며 이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하며 싹싹 빌더라고요.
니가 싫어할 줄 몰랐다. 친구사이라서 한 거다.. 등
하지만 저도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그 일로 이별까지 가진 않았고, 별 다른 문제 없이 연애하며 작년 2013년에 결혼을 했습니다.
참 어리석었죠....
그러다 문제가 아주 팡! 터졌어요.
신혼 4개월째 되던 날 새벽, 남편 핸드폰이 울리더라고요.
늦은 시각이라 누구지? 하며 핸드폰을 봤는데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 것 같았어요.
제가 핸드폰 검사(?)를 안 하는 걸 믿고 안심했는지 암호를 걸어 놓지 않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죠.
마플, 카톡, 네이트온, 라인 등 메시지 관련 앱에서 남편의 부정행위를 확인했습니다.
조건 만남을 하는 여자, 게임에서 만난 여자,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자 등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대화방 하나씩, 하나씩 읽고 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안부를 묻거나 나중에 술 마시자, 만나자, 결혼 전에 너랑 한번 더 찐하게 놀았어야 하는데 등 질척거리는 대화는 물론
난 OO동 30살, 언제 만날까요? XX님이 만나자면 지금이라도 나갈거예요, 오빠 안 만나고 싶어? 등 차마 입에 올리기도 더러운 대화도 있었어요.
바로 남편을 깨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이틀 정도 레테 내남자방과 네이트판 톡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이혼까지 가는 건 섣부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려 각서를 받았어요.
앞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 즉 남편이 나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상황, 여자와 관련된 불미스런 상황 등이 생길 시 모든 의사 결정은 제가 하며 이에 의의가 없다는 내용을 각서로 받아 두었어요.
사실 각서는 공증 없이 노트 하나 찢어 쓴거라 법정에선 큰 효력은 없겠지만,
차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시 증거 자료로 충분할 것 같아 참고하려는 취지로 받아 둔 거였어요.
그렇게 다시 알콩달콩 살았습니다.
예전처럼 싸우기도 하고, 다시 사랑도 하고...
저역시 예전 일을 꺼내는 건 남편에게 도리가 아닌 것같아 마음에 묻어 두고 예전보다 더 믿으며 지냈어요.
지난 주말 커피를 마시러 홍대에 가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참 행복한 신혼부부였죠.
전화를 받자마자 남편은
'홍대가지... 응.. 아니 홍대 가.. 어.. 알겠어.. 응....'
이러고 끊는 겁니다.
또다시 촉이 발동하더군요.
누구냐고 물으니 그냥 친구랍니다.
어떤 친구냐고 물으니 그냥 친구랍니다. 말해도 모르는 친구랍니다.
그래서 핸드폰을 줘 보라고 했죠. 그 친구 누군지 보자고.
그랬더니 핸드폰을 절대 안 주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거래처에 친한 친군데 그냥 전화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핸드폰을 뺏어 들고 통화 내역을 확인하니 어느 누가 봐도 여자 이름 'O현아'가 찍혀 있는 겁니다.
처음부터 친한 거래처 여직원이라고 했으면 의심을 안 했을텐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여 그 여자 핸드폰 번호를 제 폰에 저장하는 액션을 취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그런 짓 하지 말라더군요. 그 친구에게 부끄럽다고....
대체 누가 부끄럽단 건지...
토요일 저녁에 유부남에게 전화하는 거래처 여직원에게 부끄러운 게 뭐가 있을까요?
전화를 받던 본인의 모습이 부끄러운 건지, 득달같이 핸드폰 번호를 저장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단 건지...
작년 일도 있고 하여 여자와 관련된 일이 생길 때 민감하게 반응한 적은 있었지만 이 모습은 정말, 정말, 참을 수 없더라고요.
커피 한잔 사 마시고 집으로 걸어 오면서 오만 생각을 다 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이제 내가 결정만 하면 된다.
그래서 남편의 부정행위(간통의 증거는 없으므로 부정 행위로 간주하기로 했습니다)로 인한 이혼을 찾아 보니
남편은 또 다시, 연애 때의 모습... 작년의 모습처럼 빌더군요.
더욱 소름끼치는 건 맛있는 걸 사줄테니 먹고 풀자, 술 한잔 할래? 등으로 무마하는 모습.
그래서 작년에 찍어 두었던 대화창을 시댁과 친정에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제발 그러지는 말잡니다.
자기가 부끄러운 짓을 했지만 그걸 보여드리면 자기가 뭐가 되냐고.....
우선 닥치라고 한 후에 며칠 더 생각을 하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하루 종일 연락이 없더니 7시 넘어서 팀장과 술자리가 있다며 카톡 하나 보내 놓곤 12시가 넘어 들어오더라고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찌 이런 상황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올 수 있죠?
아무래도 남편이 절 호구로 본 것 같아 더더욱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시댁에 가 컬러 프린트한 대화창을 모두 보여드린 후 이혼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주변에선 친정에 먼저 알리고 남편과 둘이 해결하라고 하네요.
(금이야 옥이야 절 키운 엄마아빠에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막막해지네요.)
결혼 선배님들....
제 결정이 올바른 거겠죠? 마음 단단히 먹고 글을 써 댔더니 마지막에서야 눈물이 터지네요.....
혼수로 샀던 가전이며 가구, 이불, 식기 등 아까운 게 한 두개가 아닌데...
저 혼자 이거 싸 들고 이사가려면 적어도 쓰리룸은 가야겠네요...ㅎㅎ
저 정말 올바르게 결정하는 거겠죠?
작년처럼, 남편 믿으며 살던 호구처럼 흔들리지 않게 힘을 주세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좀 더 현명하게 이혼할 수 있는지... 흔들리지 않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