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바이러스 얘기가 나돈다. 그것도 열라 무섭다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얘기다. 영화 및 소설인 [아웃브레이크], 30대 이상이라면 옛날 드라마인 [M]에 등장하는 그 에볼라 바이러스 말이다.
현재 서아프리카의 3개국,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튀어나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첫 발병이 2월이었으니 반 년 가까이 박멸이 안 되고 있는 거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자국민 감염이 아니기때문에 기관마다 발병국 취급 여부가 다름)
실제로 저 3국의 영토를 합하면 대한민국의 2배. 그리고 창궐 지역은 3국 영토의 1/4이니 실제 지역은 한국의 반 정도 되는 지역이다. 그나마 대부분 시골이라서인지 아프리카 특유의 부족 문화 덕인지 다른 지역과의 연결점은 적고. 덕분에 인근 국가로 퍼져나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이렇게 서아프리카의 3국 및 그 인접국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곧 한국에서는 국제 대회 하나가 열린다. UN Women Congress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아프리카 등지에서 총 300명이 참가하는 대회이니 작은 대회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 UN Women 대회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참석한다는 점 때문이다. SNS에서는 그 공포가 제대로 표출되었다. 다음 아고라에는 (당최 어디 소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서명 공간이 열렸고 덕성여대 페이스북은 홍역을 앓기 시작했다.
질질 끌지 않고 본론을 들이밀겠다. 이 공포는, 오바질이다. 그것도 무식과 무지에서 비롯된 오바다.
일단 이 사상 초유의 에볼라 창궐 사태, 그 발병 지역을 보자.
이 지역들이다. 주로 도시보다는 시골 방면이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대입해보면 이렇게 된다.
초유의 사태에, 한국 반 정도 되는 지역이라더니, 생각보다 작잖아? 싶을 수 있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서부의 기니와 동부의 케냐의 거리는 한국-인도만큼이나 떨어져 있고, 한국-인도 사이에 바다가 있듯이, 기니-케냐 사이에는 광활한 사막과 초원과 우림이 있다. 꼭 동서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 자체가 워낙에 넓고 그 대부분이 사막-초원-산맥의 반복이다 보니, 북부-동부-중부-서부-남부가 정치/문화적으로 따로 노는 성향이 강하다. 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중앙아시아-남아시아가 그렇듯이 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잠깐 세계사 지식을 돌이켜보라.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등의 북아프리카는 산맥과 사막으로 인해 남쪽과 단절돼있다 보니, 인간 역사 내내 아프리카 문명권보다는 지중해 문명권과 더 많이 지지고 볶았다. 로마의 라이벌이었던 카르타고가 현재 알제리와 튀니지 자리에 있지 않았나.
즉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서 발병했다 하여 UN 대회를 취소해 모든 아프리카 국가 국민들의 입국을 거부하라는 발상은, 인도나 부탄쯤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으니 한국인과 일본인 또한 출국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2009년에는 필리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빠른 대처가 있어서 인간 감염은 4건으로 끝났지만, 만약 당시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필리핀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으니 같은 아시아인 한국, 일본, 중국, 우즈베키스탄, 인도 모두의 입국을 불허한다"는 결정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한국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자기 바깥 세계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만큼이나, 동아시아/미국 외의 세계에 매우 무감각하고 무지하다. 특히나 아프리카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가나를 비롯한, 인접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참가를 불허하라" 정도면 공포의 표출로 충분할 것이 "아프리카 죄다 안 되니 대회 자체 취소"로 흐르게 된다. 만약 대회가 취소되었을 경우, 참가국 중 동부-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어떻게 느낄까. 그들이 서부 아프리카에 대해 갖는 심리적-실제적 거리감은 한국이 인도나 싱가폴에 대해 갖는 거리감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멀다.
타 대륙 국가와 아프리카 대륙의 면적 비교. 이렇게 무식한 넓이에, 사막-초원-산맥-우림으로 인해 경제권과 문화권이 조각조각 나있다.
게다가 부족 중심의 사회 문화 때문에 국가 내에서도 활발한 교류가 적어 무역이나 개발보다는 자원에 기대는 경제가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다.
내전과 독재로 쑥대밭이 된 이번의 발병 3국은 더욱 그러하여, 격리 조치가 매우 쉽게 먹혀들었다.
게다가 발병 3국은 최근까지 군부 독재를 겪었거나 지금도 겪는 중이다. 이런 정권은, 우리가 겪어봐서 알듯이, 자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성격의 무력 사용에는 매우 유능하다. 통제에 유능한 독재 정권들이 WHO에 적극 협력중이다. 덕분에 매우 높은 수준의 격리조치가 실행되었고, 현재 감염의 확산은 막았다고 볼 수 있다.(나이지리아와 토고에서 남은 2주의 위험기간 동안 발병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확실시된다.) 다만 감염 지역 내에서의 감염 통제가 안 되고 있어서 그렇지.
결국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대회 취소 요구는, 기본적으로는 무지와 공포에 기인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그 파괴력에 비해 잠복기가 짧고 사망률이 높기에 격리하기에는 오히려 쉽다는 특성을 모른다. 그 파괴력 덕분에 세계 모든 보건/검역 기관들이 최우선으로 빠르고 강경하게 대처해왔다는 역사를 모른다. 아프리카 대륙이 얼마나 넓은지도 모른다. 알기 위해 찾아본다 하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루머에 속는다. 이번 대회에 발병 3국의 하나인 기니도 참가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기니는 참가하지 않는다. 다만 사천타악축제에 기니 팀이 참가하긴 하지만, 이 팀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던 팀이다. 고국에 한동안 가보지도 않았던 이 팀을 걱정하려면 차라리 후쿠시마 방사능에 피폭되었을 가능성을 걱정하는 게 더 낫겠다. 게다가 사망자가 수천 명(!)이라는 과장된 정보는 SNS에서 아직도 돌아다닌다.
물론 현재 700명이 넘어간 사망자 수는 충분히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일련의 취소 요구 행렬에서 무지와 공포만 보이진 않는다.
생각하면서 살라고 하지만, 과연 누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걸까.
댓글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매우 성급해진다. 인터넷의 역사가 쌓이면서 등장한 댓글 시스템과 그 문화는, 생동감 있는 교류를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생각하기 이전에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때문에 누군가를 성토하거나 누군가의 잘못(으로 보이는 무엇)이 드러난 글이 보이면 사람들은 열심히 흥분하여 타겟을 향해 아주 쉽게 극딜을 던진다. 꼭 자극성이 있는 게시물에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극성이 있는 게시물에서 더욱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의 문장은 짧아지고, 맞춤법은 많이 무시되며, 단어는 공격적이 되고, 논리는 많이 생략된다.
이런 '성급함'이 덕성여대를 향한 분노의 행렬에서도 감지된다. 무지와 공포에서 비롯된 감정 반응이 성급함을 타고 표출된다. 무지는 '나도 죽는 거 아냐?'라는 공포를 퍼올리고, 공포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검색이라도 해보기엔 시간이 없는 성급함을 통해 발산되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하여 이것저것 찾아본 후에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어라?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라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유언비어는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또 다른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지도를 가져와서, '서부에서만 에볼라가 창궐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지도에 구현되어 있는 시간대를 잘 봐라. 1976년부터다.
결국 이를 지적한 몇몇(초반 함께 분노한 몇을 지난 후에 등장한) 댓글이 이를 지적했고, 얼마 뒤 게시물은 지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분노했다. 일견 옳을 수도 있지만, 끝내는 오바질이 되고 마는 분노 말이다. 공포라는,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 감정에 기인한 분노이기에 더욱 그 확산을 막기가 힘들다.
반면 UN Women과 덕성여대가 내린 결정은 합리적이었다. 대회 참가국의 명단에서 발병 3국이 빠져있는 것을 확인했고, 나아가 자국민은 아니지만 여행객 1명이 발병한 나이지리아에는 참석 불허를 통보했고, 발병자가 없는 나머지 서아프리카 국가들에는 그래도 인접국이니 더욱 강화된 검역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당연하겠지만, 이건 UN과 WHO의 소관이다.) 아무리 초유의 사태라지만 대륙 한구석에서 일어난 참사 때문에 대륙 다른 편에 있는 국가들뿐 아니라 다른 대륙 국가들까지 참가하는 국제 대회를 개회 직전에 취소한다는 건, 오바스러운 어불성설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분노는 아직 끊이지 않는다. 덕성여대의 긴 해명글은 성급한 우리들에겐 읽기 귀찮은 장문의 스크롤 압박일 뿐이다. 읽어봐야 기니가 어디 있고 케냐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우리에겐 다 같은 아프리카로 읽힌다. 서글픈 일이다.
어떤 정보나 해석이 앞에 도달하면, "이것이 정말 그러한가" 확인하는 단계가 없이 빠르게 댓글을 달고 반응하는 것에 더욱 익숙해져 있다. 빠른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산물이라 하기엔 너무 서글프다. 빠르게 분노하고 구체적인 확인의 여유는 없다. 양화가 언제나 악화를 구축하는 것은 아니기에 수시로 속기도 한다. 그렇게 반응한 끝에서 나온 결론이 비록 옳다 하더라고, 과정이 틀려먹었으니 사안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의 신중함을 설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빠'나 '까'의 낙인을 받기 쉽다.
무지에서 비롯된 성급한 범주화 → 공포에 의한 빠른 분노 → 차별적 인식 및 발언 → 실제 차별 행위 및 경직된 사회
인지부조화가 끼어들어갈 틈이 매우 많다. 빠른 분노와 빠른 공포의 취약한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우린 이런 걸 너무 많이 봐왔고, 너무 많이 해왔다.
UN Women Congress는 지금 이 시간 열리고 있을 것이다. 이 대회가 취소되어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들 및 타 아시아 국가들의 '뭥미'하는 반응을 볼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린 덕성여대는 가루가 되도록 까일 것이고, 그 무지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몇몇의 자정 활동은 쉽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피로감이 쌓일 것이고, 결국 남는 것은 냉소뿐이 될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공포에 감염된 우리는,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공포에 의해, 누군가는 공포의 변종에 의해.
에볼라, 안전불감증인가 오바인가? 이미 공포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다
갑작스레 바이러스 얘기가 나돈다. 그것도 열라 무섭다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얘기다. 영화 및 소설인 [아웃브레이크], 30대 이상이라면 옛날 드라마인 [M]에 등장하는 그 에볼라 바이러스 말이다.
현재 서아프리카의 3개국,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튀어나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첫 발병이 2월이었으니 반 년 가까이 박멸이 안 되고 있는 거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자국민 감염이 아니기때문에 기관마다 발병국 취급 여부가 다름)
실제로 저 3국의 영토를 합하면 대한민국의 2배. 그리고 창궐 지역은 3국 영토의 1/4이니 실제 지역은 한국의 반 정도 되는 지역이다. 그나마 대부분 시골이라서인지 아프리카 특유의 부족 문화 덕인지 다른 지역과의 연결점은 적고. 덕분에 인근 국가로 퍼져나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이렇게 서아프리카의 3국 및 그 인접국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곧 한국에서는 국제 대회 하나가 열린다. UN Women Congress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아프리카 등지에서 총 300명이 참가하는 대회이니 작은 대회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 UN Women 대회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참석한다는 점 때문이다. SNS에서는 그 공포가 제대로 표출되었다. 다음 아고라에는 (당최 어디 소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서명 공간이 열렸고 덕성여대 페이스북은 홍역을 앓기 시작했다.
질질 끌지 않고 본론을 들이밀겠다. 이 공포는, 오바질이다. 그것도 무식과 무지에서 비롯된 오바다.
일단 이 사상 초유의 에볼라 창궐 사태, 그 발병 지역을 보자.
이 지역들이다. 주로 도시보다는 시골 방면이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대입해보면 이렇게 된다.
초유의 사태에, 한국 반 정도 되는 지역이라더니, 생각보다 작잖아? 싶을 수 있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서부의 기니와 동부의 케냐의 거리는 한국-인도만큼이나 떨어져 있고, 한국-인도 사이에 바다가 있듯이, 기니-케냐 사이에는 광활한 사막과 초원과 우림이 있다. 꼭 동서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 자체가 워낙에 넓고 그 대부분이 사막-초원-산맥의 반복이다 보니, 북부-동부-중부-서부-남부가 정치/문화적으로 따로 노는 성향이 강하다. 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중앙아시아-남아시아가 그렇듯이 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잠깐 세계사 지식을 돌이켜보라.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등의 북아프리카는 산맥과 사막으로 인해 남쪽과 단절돼있다 보니, 인간 역사 내내 아프리카 문명권보다는 지중해 문명권과 더 많이 지지고 볶았다. 로마의 라이벌이었던 카르타고가 현재 알제리와 튀니지 자리에 있지 않았나.
즉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서 발병했다 하여 UN 대회를 취소해 모든 아프리카 국가 국민들의 입국을 거부하라는 발상은, 인도나 부탄쯤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으니 한국인과 일본인 또한 출국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2009년에는 필리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빠른 대처가 있어서 인간 감염은 4건으로 끝났지만, 만약 당시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필리핀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으니 같은 아시아인 한국, 일본, 중국, 우즈베키스탄, 인도 모두의 입국을 불허한다"는 결정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한국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자기 바깥 세계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만큼이나, 동아시아/미국 외의 세계에 매우 무감각하고 무지하다. 특히나 아프리카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가나를 비롯한, 인접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참가를 불허하라" 정도면 공포의 표출로 충분할 것이 "아프리카 죄다 안 되니 대회 자체 취소"로 흐르게 된다. 만약 대회가 취소되었을 경우, 참가국 중 동부-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어떻게 느낄까. 그들이 서부 아프리카에 대해 갖는 심리적-실제적 거리감은 한국이 인도나 싱가폴에 대해 갖는 거리감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멀다.
타 대륙 국가와 아프리카 대륙의 면적 비교. 이렇게 무식한 넓이에, 사막-초원-산맥-우림으로 인해 경제권과 문화권이 조각조각 나있다.
게다가 부족 중심의 사회 문화 때문에 국가 내에서도 활발한 교류가 적어 무역이나 개발보다는 자원에 기대는 경제가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다.
내전과 독재로 쑥대밭이 된 이번의 발병 3국은 더욱 그러하여, 격리 조치가 매우 쉽게 먹혀들었다.
게다가 발병 3국은 최근까지 군부 독재를 겪었거나 지금도 겪는 중이다. 이런 정권은, 우리가 겪어봐서 알듯이, 자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성격의 무력 사용에는 매우 유능하다. 통제에 유능한 독재 정권들이 WHO에 적극 협력중이다. 덕분에 매우 높은 수준의 격리조치가 실행되었고, 현재 감염의 확산은 막았다고 볼 수 있다.(나이지리아와 토고에서 남은 2주의 위험기간 동안 발병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확실시된다.) 다만 감염 지역 내에서의 감염 통제가 안 되고 있어서 그렇지.
결국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대회 취소 요구는, 기본적으로는 무지와 공포에 기인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그 파괴력에 비해 잠복기가 짧고 사망률이 높기에 격리하기에는 오히려 쉽다는 특성을 모른다. 그 파괴력 덕분에 세계 모든 보건/검역 기관들이 최우선으로 빠르고 강경하게 대처해왔다는 역사를 모른다. 아프리카 대륙이 얼마나 넓은지도 모른다. 알기 위해 찾아본다 하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루머에 속는다. 이번 대회에 발병 3국의 하나인 기니도 참가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기니는 참가하지 않는다. 다만 사천타악축제에 기니 팀이 참가하긴 하지만, 이 팀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던 팀이다. 고국에 한동안 가보지도 않았던 이 팀을 걱정하려면 차라리 후쿠시마 방사능에 피폭되었을 가능성을 걱정하는 게 더 낫겠다. 게다가 사망자가 수천 명(!)이라는 과장된 정보는 SNS에서 아직도 돌아다닌다.
물론 현재 700명이 넘어간 사망자 수는 충분히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일련의 취소 요구 행렬에서 무지와 공포만 보이진 않는다.
생각하면서 살라고 하지만, 과연 누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걸까.
댓글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매우 성급해진다. 인터넷의 역사가 쌓이면서 등장한 댓글 시스템과 그 문화는, 생동감 있는 교류를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생각하기 이전에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때문에 누군가를 성토하거나 누군가의 잘못(으로 보이는 무엇)이 드러난 글이 보이면 사람들은 열심히 흥분하여 타겟을 향해 아주 쉽게 극딜을 던진다. 꼭 자극성이 있는 게시물에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극성이 있는 게시물에서 더욱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의 문장은 짧아지고, 맞춤법은 많이 무시되며, 단어는 공격적이 되고, 논리는 많이 생략된다.
이런 '성급함'이 덕성여대를 향한 분노의 행렬에서도 감지된다. 무지와 공포에서 비롯된 감정 반응이 성급함을 타고 표출된다. 무지는 '나도 죽는 거 아냐?'라는 공포를 퍼올리고, 공포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검색이라도 해보기엔 시간이 없는 성급함을 통해 발산되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하여 이것저것 찾아본 후에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어라?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라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유언비어는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또 다른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지도를 가져와서, '서부에서만 에볼라가 창궐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지도에 구현되어 있는 시간대를 잘 봐라. 1976년부터다.
결국 이를 지적한 몇몇(초반 함께 분노한 몇을 지난 후에 등장한) 댓글이 이를 지적했고, 얼마 뒤 게시물은 지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분노했다. 일견 옳을 수도 있지만, 끝내는 오바질이 되고 마는 분노 말이다. 공포라는,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 감정에 기인한 분노이기에 더욱 그 확산을 막기가 힘들다.
반면 UN Women과 덕성여대가 내린 결정은 합리적이었다. 대회 참가국의 명단에서 발병 3국이 빠져있는 것을 확인했고, 나아가 자국민은 아니지만 여행객 1명이 발병한 나이지리아에는 참석 불허를 통보했고, 발병자가 없는 나머지 서아프리카 국가들에는 그래도 인접국이니 더욱 강화된 검역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당연하겠지만, 이건 UN과 WHO의 소관이다.) 아무리 초유의 사태라지만 대륙 한구석에서 일어난 참사 때문에 대륙 다른 편에 있는 국가들뿐 아니라 다른 대륙 국가들까지 참가하는 국제 대회를 개회 직전에 취소한다는 건, 오바스러운 어불성설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분노는 아직 끊이지 않는다. 덕성여대의 긴 해명글은 성급한 우리들에겐 읽기 귀찮은 장문의 스크롤 압박일 뿐이다. 읽어봐야 기니가 어디 있고 케냐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우리에겐 다 같은 아프리카로 읽힌다. 서글픈 일이다.
어떤 정보나 해석이 앞에 도달하면, "이것이 정말 그러한가" 확인하는 단계가 없이 빠르게 댓글을 달고 반응하는 것에 더욱 익숙해져 있다. 빠른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산물이라 하기엔 너무 서글프다. 빠르게 분노하고 구체적인 확인의 여유는 없다. 양화가 언제나 악화를 구축하는 것은 아니기에 수시로 속기도 한다. 그렇게 반응한 끝에서 나온 결론이 비록 옳다 하더라고, 과정이 틀려먹었으니 사안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의 신중함을 설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빠'나 '까'의 낙인을 받기 쉽다.
무지에서 비롯된 성급한 범주화 → 공포에 의한 빠른 분노 → 차별적 인식 및 발언 → 실제 차별 행위 및 경직된 사회
인지부조화가 끼어들어갈 틈이 매우 많다. 빠른 분노와 빠른 공포의 취약한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우린 이런 걸 너무 많이 봐왔고, 너무 많이 해왔다.
UN Women Congress는 지금 이 시간 열리고 있을 것이다. 이 대회가 취소되어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들 및 타 아시아 국가들의 '뭥미'하는 반응을 볼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린 덕성여대는 가루가 되도록 까일 것이고, 그 무지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몇몇의 자정 활동은 쉽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피로감이 쌓일 것이고, 결국 남는 것은 냉소뿐이 될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공포에 감염된 우리는,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공포에 의해, 누군가는 공포의 변종에 의해.
출처: 블로그 카인의 여행자 숙소, "이미 공포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다" 중 발췌
http://www.ddanzi.com/kainsulna/274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