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과외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네요 ㅠㅠ

고민2014.08.18
조회1,513
안녕하세요, 요 며칠 계속 고민만 하다가 판에 올리면 조언을 얻을수 있지 않을까 해서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제 소개부터 드리자면 현재 서울의 모 의과대학 예과 1학년으로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작년 수능이 끝나고 합격 발표가 난 이후에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해보고 싶었던 수학 과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래부터 남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해주는걸 좋아하기도 했고 돈도 벌겸 인터넷을 통해 과외를 구해서 올해 2월부터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주2회 2시간씩 한 달에 50만원을 받고 시작을 했는데 처음 하는 과외라 그런지 저 또한 열의가 생겨서 수업 때마다 거의 매일 한 시간 가까이 더 오래 수업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님께서 제게 고마운 마음이 드셨는지 4월 정도부터는 금액을 한 달에 70만원으로 올려주셨습니다. 돈을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나 싶었지만 한 편으로는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도 좋고 해서 별다른 말 없이 계속 70만원씩 돈을 받으면서 가르쳐왔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성적은 제가 뜻하던 대로 올려주지 못했습니다. 고3 이과 학생의 성적을 올려주기가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더군요. 고등학교 때 수학 모의고사는 거의 100점을 놓치지 않았고 수능 수학도 다 맞았기 때문에 나름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숙제도 많이 내주고 수업도 최대한 열심히 해주고 학생도 잘 따라오는듯 했지만 항상 모의고사를 보면 등급은 제자리였습니다. 6월 모의고사나 7월 모의고사 점수도 학생 본인이나 학부모님께서 원하시던 점수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그런데도 학생 부모님께서는 끝까지 절 믿어주시고 계속 열심히 가르쳐주라고 부탁하시더군요.

솔직히 매번 이렇게 고액의 돈을 받으면서 성적은 원하는 만큼 올려주질 못해서 요즘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수능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학생 성적은 계속 그대로이고, 방법을 여러 번 바꿔봤지만 제 능력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제 딴에서는 열심히 가르쳐보겠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차라리 저에게 들어온 돈을 학원에 써서 공부를 했다면 학생에게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도 듭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도 않은 현 시점에서 부담감 때문에 과외를 그만 두겠다고 하면 너무 책임감 없는 행동일 것 같고, 그렇다고 남은 기간 동안 계속 이렇게 큰 액수의 돈을 받으면서 학생과 학부모님께서 원하시는 성적을 만들어낼 자신도 없네요. 그동안 저 나름대로 고민도 많이 해보고 방법도 여러 가지로 바꿔봤는데도 소용이 없는걸 보면...이렇게 계속 과외를 하다가 혹시나 학생의 수능 수학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게 나온다면 그 학생이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요즘 하루하루 이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네요. 제가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어떠한 조언이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댓글 1

mememe오래 전

저도 지금 전문 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과목은 국어로 선생님과 다르지만요. 과외가 정말 힘든 게, 그 과목에 타고 난 재능러일수록 아이들을 이해하기가 더 힘들다는 점 때문입니다. 저는 고1부터 고3까지 단 한 번도 국어 1등급을 놓친 적이 없었고, 내신도 고3 내내 전교1등이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에는 언어 공부를 따로 해 본 적이 없었고요... 제가 국어에 자신이 있으니 가르치는 것도 잘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게 문제였습니다. 3등급 미만인 아이들의 사고가 저의 사고와 너무도 달라요. 언급해 주지 않아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 가령 지문에 답이 다 나와 있는 비문학이나, 예전에 배운 것에서 약간의 응용만 해도 풀 수 있는 문법들을 이 아이들을 풀지 못합니다. 풀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지문의 중심 내용이나, 이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전혀 감을 못 잡아요 문학도 그냥 당연히 1번이지 않나? 싶은 것들을 애들은 짚어내지 못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가르칠 때에는 이거 당연히 알겠지? 하고 넘어가다 보니 애들은 그 개념을 결국 익히지 못해서 다음에 나오면 또 틀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과외 해 본 결론은 과외 선생님은 그저 보조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성적이 오르는 아이들은 오를 만한 공부습관이 있습니다. 과외 시간 외에도 자습 시간이 길고, 미리 자습해 온 것들 중에 모르는 것을 바탕으로 물어보고, 또 수업이 끝나면 자습하는 아이들만이 성적이 오르더군요. 그 아이들이 미리 자습을 해 오고, 모르는 것을 물어봐야, 저도 이 아이가 이런 것들을 모르는구나, 이런 것을 자주 놓치는구나 하고 맞춰줄 수가 있더라구요. 과외 시간 외에 자습을 안 하거나, 질문을 안 하는 학생은 결국 절대로 성적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가장 성적이 안 올랐던 케이스는 국, 영, 수 전과목 과외를 하는 아이였는데, 평소에는 심화반이라 보충 시간에도 학교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6~7시간씩 전 과목 과외를 하다 보니 스스로 공부할 시간도 복습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아무런 질문도 안 하고 제가 준비해 온 것들만 그냥 듣고 있으니 저도 이 아이가 뭘 모르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결국 성적이 수직 하락해 버렸네요. 선생님.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마시고, 학생과 진지하게 상담해 보세요. 지금 하시는 고민을 학생에게 솔직히 털어놓으세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은 많은지. 내가 내 준 과제 말고 따로 공부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게 무엇인지, 정말 확실히 알았는지 결국 소통이 안 되면 과외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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