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봤을 때는 언제였을까기억도 못하는 애기때였겠지친구야, 우린 같은 유치원에 다녔고 또 같은 어린이집에도 다녔지엄마와 네 엄마가 친하셨기에 우리는 자주 만나는 날이 많았고 그렇게 너와 나는 점점 뗄 수없는 친구관계가 되었구나초등학교때 네가 지하철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우린 자연히 다른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었단다네가 없어도 나는 적응을 곧잘 했지만 너는 자기주관이 강한 아이여서 그랬는지 친구와 잘 지내지 못했지토요일마다 너는 전화로 나를 불렀단다토요일 아침 볕이 드는 자리에서 전화를 받은 엄마는 학교갈 준비를 하는 나에게 너 오늘 끝나고 그 친구집 놀러가라그러면 내 주말이 비로소 완성이 된 기분이였어너는 그동안 내게 자랑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는지 내 손을 이끌며 재밌는 게임을 발견했다며 문방구나 마트 앞에 있는 오락기에 앉혔지 돈이 별로 없는 내게 너는 몇백원도 아까워하지 않았어너의 엄마와 아빠도 참 좋으신 분이였고 누나도 나를 아주 잘 알았지 나는 너의 집에서 너와 사소하게 있는 것이 참 좋았단다때로는 너와 너의 아빠와 목욕탕도 가고 너의 집에 자고 너를 괴롭히는 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나를 아들로 생각한다는 네 엄마의 말에 웃기도 하고 겨울에 반팔차림으로 밖에 나가보기도 하고 거실에 놓인 두 대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재밌는 걸 검색해보기도 하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너와 일요일마다 같은 성당을 나가고 너와 얘기하는 게 너무 즐거워 미사때에도 얘기하느라 혼나기도 하고 끝나는 날이면 너와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진심으로 우리 크면 같이 살자고 서로 약속하고 그러다가 네 여자친구가 나싫다하면 어쩔거냐는 말에 쫓아내겠다고 단박에 말하는 네 말에 웃기도 하고언젠가 학교에서 프린트를 나눠줬는데 우리반 친구중에서 누구랑 놀고 먹고 하고싶냐는 항목들이 가득한 글에 나는 네 이름을 다 써내려갔어 그만큼 나는 네가 친구로서 너무 좋았구나서로의 애틋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우리는 중학교를 같은 학교로 다니게 되었구나 늘 너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건 참 즐거운 일이었어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반 앞에 찾아와 재잘재잘 얘기하는 너, 학교끝나면 늘 같이 가기도 했고 점심시간에도 우리 둘만 먹고.그때 나는 심적으로 너무 불안한 상태였는데 네가 있어 항상 든든하고 마음이 놓였어 하도 같이 다니길래 한 친구가 나보고 너는 그 친구 없이 있는 걸 한번도 못봤다고 했지나는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너는 자기주관이 강하고 강단도 있었고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라 늘 친구들과 싸우기도 했고 그 친구들은 항상 내 이름을 들먹이며 그 애는 착한데 너는 왜 이모양이냐며 나와 비교하기에 이르렀어그때부터였을까 우리는 매일 보고있기에 애틋함이 사라지고 점점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던거야 싸우는 일들이 점점 늘었지그래도 1학년이 끝나고 선생님들께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고 비는 일은 빼먹지 않았어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넌 내게 최고의 친구였으니까
네가 있어 감사했던 나날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