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참 감사했던 그 사람!

괜찮아20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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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내서 글 올립니다

 

  고삼에 올라가기 직전 겨울방학, 친구들과 뜻깊은 기억들을 남기고 싶어 장애인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 복지관은 장애인 친구들도 일을 하고 봉급을 받을 수 있도록 봉투 만들기나 상자 접기 등의 부업도 프로그램으로 있었다. 나도 그 일을 도와서 했다. 그곳에는 대체적으로 다운증후군 친구들이나 지적장애 친구들이 있었다. 처음엔 낯설고 무섭기도 했지만 도화지처럼 맑고 깨끗한 그 친구들에게 오히려 삶을 배워갔다.

 

  나와 내 친구들 외에도 봉사활동을 하러 온 학생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유독 아무 말도 없이, 아무 표정도 없이 일만 하는 남자애가 있었다. 다른 장애우들이 말을 걸면 간단한 미소만 보일 뿐 참 무뚝뚝해 보였다. 친구 없이 혼자 와서 어색한가하고 점심 시간 옆으로 가 말을 건넸다.

 

  "혼자 봉사활동 하러 온거야?"

 

  그 아이는 나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더니 또 슬며시 미소를 짓고 다시 밥을 먹었다. 대답을 안하는 게 이상하고 어이 없었지만 뭔가 훈훈했다... 잘생긴 얼굴은 완전 아니었지만 그래도 깨끗한 피부에 쌍커풀 없는 눈으로 헤벌레하고 웃는게 훈훈스러웠다.

 

  어색해서 그러나? 하고 몇번을 더 물어 봤지만 돌아오는 건 훈훈한 미소뿐이었다. 그래서 이름이라도 물어보자 하고 "이름이 뭐야?" 했더니 이번에도 대답은 없이 미소를 지으며 목에 걸고 있던 회원증을 들어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름만 쓰여있는 봉사자들의 회원증과는 달리 이름,나이,전화번호,집 주소가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굵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이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땐 가까운 경찰서로 데려가 주세요."

 

  이 구절은 장애우들의 회원증에만 있는 것이었다.그랬다. 그 친구는 장애우였던 것이다. 지적장애 친구들 중에 겉으로는 비장애인과 구별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그럴 때는 말투나 행동으로 구분을 할 수 있는데 이 아이는 말도 안하고 행동도 완전 절제되어있으니 알 길이 없었다.

 

  이 일로 나와 친구들은 멘붕상태가 되었는데 희한한 건 그렇게 무뚝뚝하던 아이가 그 날 이후로 내 주위를 서성이기 시작했다. 일을 할 때도 초조한 듯이 내 주위를 서성이다가 내 옆이나 앞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바로 거기에 앉았다.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는 게 눈이 뻔히 보일 정도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ㅎㅎ 그렇다고 말을 건다해서 대답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 아이는 늘 미소 뿐이었다.

 

  밥을 먹을 때도 식당봉사를 할 때도 목욕봉사를 할 때도 심지어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늘 5미터 뒤에서 서성였다. "나 화장실 갈거니까 따라오지마!" 하고 겁을 주면 헤~ 미소를 짓고 그 자리에 서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정자세로 서있었다. 내 친구들이 그 아이를 '5미터 보디가드'라고 부를 정도로 말이다.

 

  장애우들 중에는 사랑을 못 받은 친구들이 많아 종종 쫓아다니거나 번호를 물어볼 수도 있으니 알려주지말라고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 교육을 받았기에 그 아이도 그런 친구들 중 하나겠거니 하고 기분은 좋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지도선생님께서 어느 날 내게 신선한 충격의 말을 했다.

 

  그 아이가 관심을 보인 사람이 내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 동네에선 꽤 잘사는 집의 아이었다! 어쩐지 그 아이는 머리도 항상 깔끔했고 옷도 늘 단정하고 멋있게 입고 다녔었다. 약한 언어성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장애를 제외하고는 집에도 혼자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아이였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이곳에 보냈는데 아무 흥미도 없이 일만 열심히 하고 가서 안타까웠는데 나의 5미터 보디가드가 된 이후로는 웃기도 잘 웃고 허리를 숙여 인사까지 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봉사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그 아이가 졸졸 뒤를 쫓아왔다. 친구들과 헤어질 때까지도 쫓아와 "왜? 나 데려다 줄라고?"하고 말을 걸었다. 역시나 '헤에~'하는 미소뿐. 그래서 우린 처음으로 5미터가 아닌 바로 옆에 서서 길을 걸었다. 골목길을 가던 도중 갑자기 그 아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놀란듯이 내 팔목을 잡으며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앞으로 뛰어갔다. 뭐지? 하고 봤더니 길 중앙에 있는 벽돌을 치우는 것이었다. 내가 그 벽돌에 걸릴까봐 그랬던 것 같다. 다시 허겁지겁 돌아와 '헤~'하고 웃으며 다시 길을 가던 그 아이. 난 잠시 마음이 콩닥거렸다.

 

  그 설레임에 나는 정말 기겁을 하고 놀랐다. '설마...내가 이 아이를?'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곧 '뭐 어때! 같은 사람인데!' 하고 그 설레임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때의 대수롭지 않음이 큰 시련을 몰고 올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나는 그 설레임을 과연 받아들였을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다음에 더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