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은.. #1

awesome2014.09.16
조회1,631

#1. 첫사랑.

 

 

때는 1997년. 글쓴이 당시 중3. 질풍노도 정점에서의 기억.


97년이라고 하니까 응칠이 생각나는데. 솔직히 그때 대단했다.. 막 에쵸티팬, 젝키팬 서로 헐뜯고.. (시작부터 옆길이네; ㅈㅅ)
무튼 그 해 고입시험을 두달여 앞두고 우리학교는 각 학교 지망생들을 모아서 반을 재편성 했었어.
이유는 뻔하지.. 실업계로 가는 애들은 내신으로 정해지는거여서 고입시험이 필요가 없었고..이걸 연합고사라고 했었나? 가물..
많게는 한반에 반 정도가 실업계여서 수업분위기가 그냥 떠들고 노는수준..? 요즘에 비하면 확실히 덜하겠지만.. 그때도 통제는 힘들었지. ㅇㅇ 그 이유.
그래서 남녀공학이긴 했지만 동,서로 남여반을 구별해서 배치한. 같기도 같지않기도 한 남녀공학에서-
최초로 남녀합반이 이루어진거지!!(남녀공학교로 진학하는 반 한정인건 함정ㅋㅋ 오오 라임살렸다!)

담임선생님의 분류로 난 남고로 가는걸로 가닥이 잡혔었지만 나의 강력한 의지로!! 남녀공학 두개반 중에 한군데로 합류할 수 있었고ㅋ
학교생활이 더욱 알차졌던 그즈음.. 내 인생의 첫 장미빛 물결이 넘실대는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쯤이면 다들 예상하고 있겠지만 남녀공학 진학반에서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런 여자애를 만나서 썸을 타긴 개뿔. 우리학교엔 괜찮은 애가 없었다. 정말로!
ㅇ ㅏ! 한명 있긴 했었다. 하지만 걔는 여고반. 내가 걔를 꼬실수도 있었지만 이름이 조안나여서 꼬시지 않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본다.)

 

 

공부는 유치원때 엄마가 시켜서 한 구구단 외우던 이후론 담 쌓았던 나는.
다행히 잔머리는 집안 역대급이라. 펑펑 놀면서도 시험성적은 의외로 좋게 나오는.. 그런 재수없는 놈이었어.
그래서 성적대로 인문계반에 배정되긴 했는데, 친한친구들은 죄다 실업계반에 분포되어있는. 그런 암울한 상황..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공부해서!! 보다 좋은 성적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자!!는 포부를 가지고 학업에 임했으면 좋았겠지만..
난 그냥 밤새 머드게임(파란바탕에 흰색글자 파바밧! 올라오는.ㅇㅇ 그거)을 하고 학교가서는 내내 엎드려자는.. 경이로운 잉여생활을 계속해서 영위해 나갔어.
그쯤되니 같은 반의 공부에 열의가 있었던 애들한테서 맨날 자는 새끼 있어서 방해된다고 불만이 터져나왔고.
담당 선생님의 공부안할거면 차라리 수업은 실업반 가서 해!라는 말에 순순히 실업계반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지.
(생각해보면 난 참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학생이었어...ㅈㄹ)

그렇게 지루했던 인문계반 수업에서 해방되어진 나는 실업계반에서 예상치 못한 신세계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이름하야. 앙팅. (앙케이트 미팅의 줄임말이다)
이건 우리 또래애들도 다른 지역 애들은 모르는 애들이 많던데.. 설명을 해보자면.. 음..
약간.. 교환일기 같은 느낌?? 공책이나 뭐 연습장이나 그런걸 하나 만들어서 거기에 하고싶은 이야기도 쓰고, 서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주고 받는. 뭐, 그런 거였어.
중간에서 전달해주는 애가 있었고. 공책 한권이 끝나면 만나는 규칙이 있고. 뭐 그랬다. 그래서 상대는 랜덤.
(아?! 생각해보니 타겟을 정하고 할수도 있었겠네? 하.씨..조안나..)
무튼 그때 같은반에 있었던 애 중에. 내 부탁을 잘 들어주던 무척이나 고마운 친구가 있었는데.(콜라를 참 잘 사다줬었다. 물론 빵도..)
이녀석은 웃기지도 않은게 여자애 꼬셔보겠다고 실업계가는 녀석이 인문계진학반 학원에 다니는 중이었엌ㅋㅋㅋㅋㅋㅋㅋ
주변에 하는 앙팅들을 보니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어보였던 나는 그 녀석에게 부탁을 하게됐지. 매우 간절하게.. "마, 나도 앙팅ㅡ_ㅡ"
솔직히 한마디 던져놓고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왠걸? 이틀 뒤에 부탁했던 거라며 수줍게 내앞에 꽤나 심플한 공책한권을 내미는게 아닌가??
호오- 요놈봐라?? 이거 또 어디서 이상한 애껄 받아와서 엿먹이려는건가 싶은 생각도 약간.. 91%정도 들었지만. 그냥 냉큼 받아들었어. 왜겠어- 심심하니까 ㅋㅋ

 

무궁한 기대를 안고 펼친 첫 장. 그닥 예쁘지 않은 글씨에. 굉장히 특색없는 그 인사글..
안녕? 누군지 몰라서 길게 이야기할게 없네^^ 앞으로 재밌게 팅하자- 뭐 이런 짧고 느낌없는 그런.. 여.자.냄.새.안.나.는. 그런 강렬함.
그 뒤로 이어진 첫 질문도 딱 열가지. 참으로 간결한 처음이었지..
일단 시작은 그러했으나. 주고받는 횟수가 늘어나고.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때의 내 감수성에 걸맞은.. 어떤 알 수 없는 느낌들이 내 안에 자리잡게 되었달까..
정확히 누구인지 알려는 시도는 반칙! 이라는 불문율이 있었기에 누구인지 정말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묻지 못했고. 또 그게 재미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었지. 느낌 알잖아? ㅋㅋ
특히 서로 머리길이가 궁금하다고 한올을 뽑아서 유리 테이.. 아,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서 보여줄 때 즈음엔 거의 폭발할 수준? ㅋㅋ
그때만해도 두발자유화가 아니어서 남자는 스포츠 머리였고, 여자애들은 귀밑 4cm 정도의 단발. 당연히 염색은 불가였는데.
그 애의 머리카락은 막 밝진 않았지만 갈색인거였다!! 검은색이 아니라니!! 적고보니 별거 없는데 암튼 그때 내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었지ㅋ ㅋㅋ

한참을 그렇게 주고 받다가. 고입시험을 일주일쯤 앞둔 시점에서 노트의 마지막을 작성하게 되었는데. 그땐 그 애가 적어서 보낼 차례였고.
받아보니 그동안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주고 받았는데 지금은 좀 더 고입시험에 집중해야 할거 같아..라고.
일단 한권이 끝났으니 만나야 하지만 시험 이후로 미뤄도 되겠냐는.. 내용이었어. (통보지 통보. 응?! 설마 이거 낚시인건가..?!!)
그나마 다행인건 마지막 문장이 '현수 통해서 삐삐 번호 알고있으니까 시험끝나면 제일 먼저 연락할께! ^^'  ...유후!

 

 

시간이 참 더디게 흘렀던거 같다. 항상 그러하듯이 고대하는 시간은 정말 천천히 찾아오더라.. 후..

뭔가 텅- 빈 느낌으로 일주일여를 지내고. 고입시험 당일. 12월 12일.
최선을 다해서!! 빨리 풀고 잘- 자고 나온 나는 고사장에서 가까웠던 친구집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난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전화통을 붙잡고 뒹굴면서 히히덕거리고 있는 친구녀석을 발견하게 됐는데,
누구냐니까 대답을 안한다.. 얼핏 새어나오는 소리는 분명 여자목소린데.. 대답을 안하네?? 귀찮다는듯 손사레? 허허.. 그래.. 사자꺾기 시전.
다급한 녀석의 대답은 '아, 앙팅! 앙팅' (호오.. 그랬지.. 이 녀석도 앙팅을 하고 있었지.. 이제 연락도 하나보네.. 개부럽.. ㅆ..)
괜히 머쓱해서 한숨쉬며 가방에 넣어두었던 삐삐를 꺼내보니.. 우오오오오!! 처음보는 번호로 온 메시지가 있는거야!!! 그것도 두개나!! 우오오오!!
황급히 친구를 밀치며 전화기를 뺏어든 나는 미안! 금방 전화하라고 할께!라며 매우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끊은 다음.
재빨리 내 삐삐 번호를 누르고 사서함을 확인!!

두근두근..

'첫번째. 메세지 입니다. ㅇ ㅏ - 말하다 끊겨가꼬..ㅎㅎㅎㅎ바보같노-ㅎㅎ 미안. 니도 시험 잘쳤길 바라고. 빨리 이거 확인하고 연락해줬으면 좋겠다. 니 목소리 진짜진짜 궁금하다
 이거 들으면 바로 연락해리- 알았제? 찍어놓은거 내 번호다- 바로 연락해리- 
 다음 메세지 청취는 1번. 다시 들으.. 삐- 
 두번째. 메세지 입니다. .... 어- 나- ㅎ 캔딘데.. 어- 그- 내가 목소리가 쫌 별로.. (부우웅-) 아, 버스가.. ㅎㅎㅎ 내 시험 끝내고 나왔다. 잘 지냈나? 어-.. 많이 궁금하고 생각났는데
 니도 그렇겠지만 나도 공부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었디.. 이해해줄꺼제? 음- 미안. 대신 진짜로 내 시험 끝내고 나오자마자 공중전화 찾아서 바로 연락하는거그등? 그니까
 막 미워하고 그라지 마라 알겠제? ㅎ 아- 근데 막.. 처음 말할라니까 쑥쓰럽다ㅋㅋ 놀리면 안된디- 알았제ㅎ 음- 니가 빨리 이거 확인하고 연락됐으면 좋.. 뚝. '

 

삐삐세대는 알겠지만.. 디테일 잘 살렸다.
내용이 이렇게까지 구체적인거에 의문을 품겠지만. 내 첫사랑이다. 그리고 난 뜬금 기억력이 어마무시해서 무려 두살때 화상입었던 순간의 기억도 가지고 있는 놈이다.

그리고 캔디라는건 앙팅닉네임이다.. 걔는 캔디였고 난 초코였다.. 미안하다.. 이렇게 불특정다수에게 알리게 될 줄 몰랐던 닉네임이어서.. 그리 지었다. 거듭 미안하다.

 

 

ㅇ ㅏ. 그리고 잠시 우체국 다녀와야해서 좀 있다 이야기 마저 해줄께..
물론.. 반응이 냉랭하면 후속은 없을지도 모른다.. ㅋㅋ 수준이하의 글이긴 해도. 응원 좀 해줘봐.
나에겐 굉장히 러블리하고도 스펙타클한 연애담이 줄줄이 있단 말이다. ㅋㅋ 그대들의 감성을 지배해 줄테니 한번 드루와봐.


2014-9-16 오후 2:57

 

댓글 4

오래 전

그땐 이렇게 설렛구나, 신선해요!!!

ddw오래 전

재밌어요!!!!

순수女오래 전

잡아먹자앙'ㅇ'

whaaaaaatttttt오래 전

재밌게 봤어요 ㅋㅋ 남자의 입장에서의 첫사랑이란.. 궁금해지네요 ㅋ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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