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살에 안될 짝사랑이라니요..

2014.09.17
조회384

 

음.. 참 생전 이런 글 써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는데

 

안쓰던 아이디까지 찾아서 이렇게 글을 써보게 되네요..

 

우선 저는 서른 한살 남자입니다.

 

학교를 늦게까지 다니다가 이번에 입사를 하게 됐네요.

 

적은 나이가 아니라 처음 출근 하던 날 걱정을 많이 했더랬죠.

 

상사가 나보다 나이가 적어서 서로 불편하면 어쩌나.. 사람들은 괜찮으려나..

 

이 나이 되니까 일적인 부분보다는 오히려 사람관계가 더 걱정이 되더군요.

 

괜찮겠지 하고 출근하고 보니까 역시.. 직속 상사분이 한 살 어린 여자분이시더라구요..

 

인사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어짜피 예상 못 한거 아니고 이렇게 된거 깍듯이 잘 하고 잘 지내보자..

 

첫 출근 날이라 부장님부터 해서 쭉 면담을 하는데 마지막이 그 상사분이었어요.

 

첫 날 부터 사무실에서 너무 갑갑하지 않냐고 나가서 커피 한잔 하면서 얘기하자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카페에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정말 걱정과 다르게 너무 편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더군요.

 

대화 내내 웃는 모습에 말씀도 조곤조곤 잘 해 주시고, 그 때 처음으로 첫 출근에 대한 부담감을 떨 쳐버렸습니다.

 

회사분들이 다들 좋으시더라구요 모르는 것들도 잘 가르쳐주시고, 덕분에 마음 편히 회사를 다니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째부터 문제가 좀 생겼네요.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그 상사분이..

 

제가 신입이라 이것 저것 일부러 챙겨주시느라 더 신경써 주시는 걸 아는데..

 

저한테만 그러는게 아니라 다른 직원분들 남녀 할 거 없이 다 친절하신 분인데..

 

책상도 바로 앞이라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 보여요.. 사무실에 있는 내내 계속 눈이 가더군요.

 

내가 혼자가 된지 좀 되서 그렇구나 ..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근데 퇴근후에도.. 친구랑 술을 한잔 할 때도 .. 집에와서 잠들기 전까지도 계속 생각이 나는 겁니다.

 

사일.. 오일.. 육일째.. 마주보고 얘기 하는게 마냥 좋고 웃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그 목소리가 하루종일 머리에 멤돌더라구요.

 

그래도 애써 외면했습니다.

 

아닐거라고.. 안된다고.. 주제도 모르고 행여나 못 오를 나무 쳐다보다 후회하지 말고

 

애초에 혼자도 시작하지 말자고..

 

근데 또 그게 안되더라구요.. 머리는 분명 아니라고 하는데 얼굴만 마주보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난 또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웃고 있고..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어떻게 보면 고민이 해결 될 일이 생겼습니다.

 

일주일쯤 지난 날 다른 부서 남자상사님과 직원들이랑 점심시간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남자상사분이 몇 개월 후에 결혼을 하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렇구나.. 부럽다.. 생각하고 듣고있는데 ..

 

그 분께서 " 이제 담배도 끊어야지, OO한테 걸리면 혼나 "  라고 하시는데 ..

 

저를 그렇게 고민하게 만드는 제 상사분의 이름이 나오는겁니다.

 

순간 제가 잘 못 들었나 생각하고 귀 기울여 듣고 있는데 다시 한번 그 이름이 나오더군요.

 

아 .... 그래 역시 ....

 

안 될 거였던 거죠..

 

사람이 사람한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좋아지게 될 때는 일단은 좋은 느낌이 우선시 되야하는데

 

이번에는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부터 뭔가 쌔한게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 어쨌는지..

 

그 얘기 듣고 들어가서 그 분을 마주보는데 ..

 

그 분은 여전히 절 보면서 세상에서 젤 이쁘게 웃어주시는데 ..

 

전 얼굴이 굳어서 .. 정말 쥐어짜도 어색한 웃음밖에는 나오지 않더군요.

 

퇴근 시간까지 그냥 멍하니 .. 시간이 어떻게 간지 모르겠습니다..

 

그 분 눈에도 제가 이상했나봐요.. 왜 갑자기 사람이 넋이 나갔냐고.. 몸이 안좋으냐고..

 

끝까지 어색한 웃음 짓고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그래.. 잘 됐어.. 어짜피 나도 안될 거 알고 있었고 .. 안 할려고 했잖아..

 

잘 된거야 .. 그렇게 아무한테나 다 친절한 사람은 막상 만나게 되더라도 피곤해..

 

그래 .. 잘 됐다.. 이제 진짜 일에만 전념하자.. 돈 벌자 ..  그래 .. 그러자 ..

 

 

집으로 오는 내내 혼잣말을 하면서 왔네요..

 

이게 참 .. 어떻게 보면 고민이 해결이 된건데 ..

 

고작 일주일 본 사람일 뿐이고 .. 진짜로 난 시작도 안했는데 ..

 

근데 왜 이렇게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할까요 ..

 

오랜만에 하는 일에 몸이 고된건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정신까지 멍하네요..

 

연애도 해 볼 만큼 해봤고 .. 짝사랑이라고는 초등학교때 같은 반 여자애 한학기동안 좋아한게 전부였고..

 

1년여전쯤 3년 가까이 만났던 여자친구랑 헤어질때도 이렇게 혼란스럽진 않았는데..

 

그땐 아 .. 나이가 드니까 이젠 옛날처럼 그렇게 아프진않구나 .. 했었는데..

 

참.. 지금에 와서 일주일 본 사람 짝사랑이라니 ..

 

지금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 쓰고 있는 제가 참 .. 한심스럽네요..

 

여기 이렇게 글 올릴 정도로 답답했을까요..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담배를 얼마나 피웠는지 ..

 

집에선 한번도 피워 본 적 없는데 .. 목이 너무 아픈데 .. 그래도 계속 담배에 불을 붙이게 되네요 ..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다녀야할지 .. 아니 .. 일단 ..

 

내일 그 분 얼굴을 보고 난 어떻게 해야 할지 ..

 

그 사람 목소리가 아직도 머리에 울립니다 ..

 

술을 한 잔 하고 자야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