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타이밍에 관한 보고

하지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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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어느 카페. 지금 막 남자친구를 보내고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 이 글은 어쩌면 내가 겪은 사랑의 타이밍이라는 웃긴 자식에 대한 이야기.

요즘 신세대의 연애시기와는 판이하게도 나는 스물두살의 나이에도 연애경험이 전무했다. 모태솔로라는 말을 도대체 어디사는 누가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내 자신이 `모태솔로`라는게 무지 쪽팔렸던 시기였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삼수를 한 뒤 찾아온 대학 신입생 시절 뜻밖의 봄날이 찾아왔다. 필자의 학과는 실용음악과이다. 그 날은 합주팀을 정하는 날이였는데 어디서 꼬질꼬질한 기타전공 김씨와 한팀이 되었다. 그 때만 해도 내가 그 김씨를 좋아하게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는 기타하나 만큼은 연주를 잘했지만 게으르고 불성실하며 누군가와 친해질려고 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오래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으니까. 정확한 시기를 말하자면 합주팀이 술을 마신 날이었지. 사건의 계기는 그의 말 한마디였다. 내가 그의 이상형에 가깝다는 그 망할 말 한 마디. 그래서 그 날 난 그의 옆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피워서는 안 될 싹을 마음에 품었다. 그 날 이후 난 그를 한번이라도 더 볼려고 그의 수업시간이 끝날때를 기다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수업때 그의 옆에 앉고 여자친구와 싸웠다는 소식에 좋아하고 술 마시러 가자고 꼬시는 등 내 나름의 표현을 들키지 않게 하고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짝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여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았고 나는 김씨를 좋아하더 중 웃기게도 마찬가지로 여자친구가 있는 드럼치는 갑씨를 더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갑씨와도 그냥 친한 친구사이로 남은 채 나는 짧은 한 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해버렸다. 나는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되있었고 내가 겪은 짝사랑의 상대들은 점점 그 존재마저 잊혀졌다. 마치 그랬던적이 있었냐는 듯.

망할 타이밍에 대한 얘기는 2년이 지난 지금 부터 시작되는데 우연히 봄에 만난 갑씨와 나는 홍대 근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날 바로 초고속으로 연인사이에 돌입해서 지금까지 6개월의 시간동안 알콩달콩 잘 사귀고 있다. 기가 막히게도 그는 2년 가까이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였고 술 기운인지 뭔지 취한 나는 그에게 내가 그를 좋아했다고 고백을 해버렸고 그날 손을 잡았지. 그럼 김씨와는 어떻게 되었냐구? 웃기게도 몇일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김씨와도 재회해 술을 마셨다. 내 오른쪽에는 갑씨와 왼쪽에는 김씨 사이에 앉아 있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그래도 첫 짝사랑이라 그런지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데 뭔가 갑씨에게 죄짔는 기분이 들더라. 그렇다고 마음이 흔들렸다던가 그런건 절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나는 지금 갑씨를 정말 사랑하니까.

혹시 지금 짝사랑을 하는 이가 있다면 사람의 인연이란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 너무 상심하지 말길 바란다. 그가 너의 존재를 모르더라도. 그에게 이미 임자가 있는 상태 일지라도. 그에게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니가 한심할지라도. 감정의 소비에 지치고 힘들지라도.
사랑의 타이밍은 언제 어떻게 당신에게 찾아갈지 모른다. 그가 진정 당신의 인연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