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되는 순간>

꽃이된꿈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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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되는 순간>

 

퇴근 후 조용한 까페에 들러 책을 읽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들었던 멜로디가 나오는 것 같아

‘무슨 노래였더라?’ 하고 잠깐 귀를 기울이다가

순간 멈칫거렸다.

 

 

훗.

 

오래 전 헤어진 연인이 참 좋아했던,

그래서 내게 전화로 불러주기까지 했던,

조금은 닭살이 돋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끝까지 묵묵히 들어줬던 그 노래였다..

그와 동시에,

그 사람과 헤어진 이후로는

혹여 약해지기라도 할까 한동안 얼씬도 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참 아팠던,

잊고 싶었던 노래이기도 했다.

그렇게 억지로 몇 년 동안 잊고 살았던

그 노래, 그 멜로디가

이처럼 예기치 않게 나를 다시 찾아오니 조금 당황스럽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참 이상한 점은

인정하긴 싫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너무나 반가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정말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아주 잠깐동안은

몹시 그리웠다.

그것도 아주 아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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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아직 뜨겁지만

여전히 난 차갑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직 꿈을 잃지 않고,

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오로지 내 목표에만 집중하면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 이 노래가 잠깐동안 시간을 멈추게 했다.

꿈을 향한 욕심과 고민 잠시 덮어두고

책읽기를 멈추고,

망고주스도 마시다 말고,

그 모든 행동과 생각은 뒤로 한 채,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친구와 편안히 대화를 나누듯

그렇게 나는 음악을 들었다.

 

그토록 내가 미워하고 원망하고,

그와 함께 한 모든 것 애써 피하려고 했던 나인데,

신기하게도 이 노래가

이별보다는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미움보다는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이별 후,

극심하게 고생했던 내게 누군가가 말해 줬었지.

 

"너를 만나는 동안, 그 사람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을 거야."

 

나를 위로해주려고 한 말일 거라 생각했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던 나는

몇 년이나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친구의 말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그 순간,

그 사람은 진심이었다.

 

내게 고백을 하던 그 순간,

내 손을 잡아주던 그 순간,

내게 노래를 불러주던 그 순간,

내게 사랑한다 말하던 그 순간, 그 순간,..

그리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게 이별을 고하던 순간까지도 그는 어쩔 수 없이 진심이었겠지.

 

짧기만 한 이 노래가

나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순간 순간들, 그는 진심이었다고.

비록 지나간 과거긴 하지만,

그 사람이 불러준 이 노래가

차갑고 지친 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듯 했고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비로소 추억이 되는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

 

영원히 미워할 줄만 알았는데,

오늘 이 노래 덕분인지

이제는 못된 마음 거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나아가,

나에게 너무나 많은 진심의 순간들을 선사해주었던 그가

고맙기까지하다.

 

그리고..

이제는 말을 꺼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동안 깊숙히 파묻혀 있었던 그 말.

영영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 말.

 

잘 지내니?

 

안부의 말도 건넬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워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사람의 기억 속에

내가 남아있든 남아있지 않든 이제 그건 중요하진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랑하던 순간은

진심이었으니까..

그걸로 되었다. 그걸로 족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게

나에겐 참 자존심 상하고, 싫고, 두려운 일이었는데,

아주 가끔은 그리워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오히려 피씩 웃음도 나는 걸.

 그리운데 그리워하지 않은 척 하는 게 더 바보라는 것도 알고.

그것도 내 소중한 감정의 일부라는 것도 알게 된 지금 이 순간,

헤어졌을 때에도 마음껏 미워했듯이

지금 나는 네가 몹시도 그립다. 

 

 

 

다시 한 번 추억 속 그에게

나지막히 묻는다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잘 지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