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와 취기 사이

고도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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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5년전 내 첫 연애경험이다.

 

'대학 가서 연애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더라. 그것은 일부의 잘생김, 다수의 흔남들에게만 해당 되더라.. 자기 자신을 꾸밀 줄 모르는 갓 스무살 남자인 나에게, 길가다가 눈만 마주치는 여자들에게도 깜짝 호감을 느끼는 나에게는 잡을 수 없는 신기루? 였다. '연애는 타이밍이다.' 주옥같은 형들의 고전적인 멘트와 지도로 인해 소개팅에 나나갔지만, 편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는 나는 정말 대학 1학기 동안 술만 마시다가 군대를 갔고, 2년동안 삽질만 하다 제대 후에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학교에 다녔다. 복학생, 정말 복학생 아저씨.. 듣다보니 생각이 들었다. '연애는 학업을 마치고 취업후에나 하자.' 그런데 마음을 비우니 말이 잘 되더라. 정말 내 모습은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 트이더라. 정말 주변의 학우 여자,동생여자들에게서 마음을 비우니 말이 잘 되더라. 덕분에 같이 다니는 여동생들도 생기게 되고 그 여파로 형,동생들이 뭉치게 되더라. 하나의 소규모 그룹에 속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술을 마시던때에 그 어느날에 불쑥 타이밍이란게 왔다. 그 타이밍이 ..

자기언니가 21살 이라고 소개해준다고.. 친언니를 나같은 한량에게 소개해 준다니 눈이 조금 더 크게 뜨였지만 크게 좋아하는 내색은 하지 않았던것 같다.

소개팅... 이 얼마나 어려운 말이고 땀나는 자리인지 참.. 머릿속에 할 말을 가득 채워 갔는데도 그 자리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다 날아가더라. 정말 남김없이. 밥을먹고 먹는내내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한, 이제 어떡할지에 대한 고민만 하던중에 그러더라 . 한잔 하면서 얘기 하자고 .

한잔, 두잔 , 네잔 넘어 가니까 말이 막 되더라 . 앞사람이 권하고 뒷사람이 치면서 술자리가 무르 익어 가니까 , 이여자가 더 호감이가더라. 웃는 모습이 딱 좋더라. 좋아해요 . 왜요.? 모르겠어요 그냥 당신이란 사람이 참 좋은것 같다고요 . 많이 마셨요네 이제 가요. 진짜.. 인데요. 가요. 가야지 그럼 가고말고 술이깨니까 참 바보같더라 . 처음 본 자리에서 술 먹고 좋다니 누가 좋아 할까? 연락을 해도 연락이 없다. 나는 한량이다. 한량! 한량인데 연락이왔다. 정확히 일주일 만에. 내가 추석이라고 울산을 떠나 충청도 까지 와있는데 홍성까지. 내일 만나 볼 수 있냐고, 만날 수 있죠 당연히. 울산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넘었더라. 남창에 산다고 10시 좀 더 넘으면 막차도 없는데 공업탑에서 다시 만났다. 애플 앞에서 만나 꾼노리 꾼노리 꾼노리에서 다시 한잔, 두잔, 네잔 넘어가니까 물어 보더라. 처음 봤는데 내가 왜 좋냐고 나를 잘 모르지 않냐고. 예전에 봤던 영화대사에 내 감정을 총 동원시켰던것 같다. 좀 더 특별해 지고 싶다고, 당신이란 사람이 내게 더 특별해지고 내가 당신에게 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지금 몰라도 알아가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싶다고. 웃더라 한참동안 그리고 그러더라 한번 만나봐요, 네?, 못들었으면 말고, 아뇨 만나는거죠. 웃음이 멈추지 않더라. 나 거울보고 웃으면 더 못나 보이던데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연애란게 어떤건지, 밤늦도록 전화하다 설레여 잠 드는 그 순간이 참 좋을것 같았다. 너를 닮은 사람들이 지나칠때마다 계속 쳐다보는 그 애틋함이 참 좋을것 같은데 참 우리는 데이트란 것을 할줄 몰랐더라. 술 술 술 처음 만나고 두번째 만나고 사귀면서 빠지지 않던 술이더라 그랬는지 우린 술 마시는것 빼고는 데이트를 하지 못했다. 반년동안 , 반년동안이나?. 물론 내가 잘했다는건 아니다. 다만 다른 데이트에 응하지 않고 술 마시는 것에대해서만 관대했던 너에게 책임은 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신기와 취기 사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첫 연애라 몰랐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술자리에서라도 당신이랑 마주 하는게 좋았더라 나는. 그 주사만 아니면.. 그래 주사가 있는 줄 알았다면. 내가 주사가 없다는게 아니라 너가.. 좀 쎄더라. 정말. 나는 너의 몸에 같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여럿이 있는줄 처음 알았다. 정확히 11월 29일의 겨울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하고 같이 술을 마시던 때에 공업탑을, 대공원을 기억한다. 남창까지 가는 해운대행 버스가 늦은밤까지 다닐 때 너는 각성했다.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각성해서 그 대공원 동문을 훌쩍 뛰어넘어갈때 나는 마음이 급해 졌다. 따라서 동문을 뛰어넘고 분수대를 빙빙 돌고 뛰는 너를 잡기위해서, 경비아저씨가 보기전에 끌고 나가려고 부단히도 빨리 뛰었더라. 결국 경비 아저씨의 도움과 문열어 주심으로 억지로 끌고려 나와 주저 앉은 너를 달래줄때 나는 니 안의 사람들과 마주했다. 어이 젊은이 이 애는 니 안좋아한다. 마 치우고 가라. 네? 가라 바보같이 살지말고 그냥 가라. 뭐라는 거야 빨리 집에가자 . 그러니 속는거야 크크크 . 크크크? 크크킄???? 남창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별 생각이 다 들더라. 뭐야 이거 뭐야.. 동생에게 전화했다 . 언니가 취했는데 좀 데려올라가 나 너희 아파트 앞이야 . 오빠 오빠가 술먹였으면 책임을 져야죠 저자요. 저 자요.. 저 ... 자요  .... 문앞에 앉혀놓고 초인종 안 누르고 문을 4번이나 발로차고 도망 간건 어머니께 늘 죄송스럽다. 저번에 마주 했을때도 너무 놀래서 , 처음 뵌게 놀래서 5미터 도망치다 다시가서 인사 했는데 참 죄스럽더라. 다음날이 되니까 기억을 못하더라. 나도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필름이 끊기는게 한번이 되면 두번 세번은 쉽듯이 술 마시면 나타나더라. 아니 다양해 지더라. 남창이 가는곳이 아직까지는 어두운 부분이 많다. 한번은 풋살장과 공중화장실을 지나는데 급하게 소변이 마렵더라. 늦은 밤에 차를 세우고 화장실에 다녀 왔는데, 차안에서 즐겁게 웃고 있더라. 라디오가 즐거운가 보네? 뭐 어떠 사연인겐가? . 뒤에 애들은 가다가 내려줘. 뭐? 뒤에 애들 가다가 내려주라고 크크. 뭐???. 없는데 없다 정말 없다. 정말 . 집앞쪽길에 차를 세운 시간도 두시 였다. 내리고서 차를 보더니 뒤에 애들 왜 안내려 줬냐고 물어봤을때 나는 그랬더라 . 아무도 없다고 아무도. 그냥 가서 자라고 화를 내던 내게 니가 보였던 눈물때문에 나는 돌아가는길 내내 자동차 내부등을 키고 집으로 달렸더라. 두려움이 쌓이고 ,내성이 생기니까 그래 두려움이 짜증으로 변하기도 하더라. 그날도, 술을 마시고 너를 데려다 준 그날도 주저앉아서 집에 안가는 너에 등에 무릎을 꼿은게... 사실 나다. 너가 등이 아프다고 한날 , 내가 너가 집앞에서 굴렀더라 했지만 미안하다 사실 .. 나다. 내가 그랬다 . 나도 사람인지라 주체가 안되더라. 속이 후련하진 않았다. 겹치는 상황에 변하지 않는 상황에 꿋꿋이 지키고 서있던, 너의 귀가를 책임지던 나에 대한 조그만 보상이었다. 아니 만날때 마다 매번 너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1시간 반을 허비했던 나에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하겠다. 물론 내가 다 잘한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너가 잠시라도 제정신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이란것을 알게 되었을때는 나는 다른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던것은 잘못했다.

 글로 적기에 너무 길고도 짧은 나와 너의 유일한 데이트 였던 술과 술버릇과 신기에 대한 에피소드들이다. 이것은 내 첫번째 연애, 반년의 이야기다. 그런데 웃긴건 이런 술기운과 이상한 신기가 만든 에피소드가 우리 이별의 이유가 아닌 거더라. 내가 이유였기에 나는... 아직도 너를 생각하게 하는거 같더라. 최근에 너와 마주했을때는 신기하게 없어졌던 그 신기, 그 취기가 나는 아직도 생각나더라. 다시 또 이 이야기를 이렇게 끄적일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 취한 감성팔이가, 너를 만났던 지금의 계절이 갑자기... 갑자기 찾아와서 이러는거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