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712일의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모르겠다2014.09.26
조회229
어...우선 안녕 잘 지냈지?

뭐 오늘은 비가 많이 왔다느니 그래서 비를 많이 무서워하던 니가 생각이 났다느니 그런 진부한 인사는 접어둘게

음..이게 마지막 편지라고 제목은 거창하게 해놨어도 막상 별거 없어

뭐 너도 잘 알고 있듯이 니가 있을때도 편지같은거 귀찮다고 잘 안했었으니까.

그래도 마지막이긴 하니까 오그라들어도 조금은 감성에 젖어줘. 비도오고 밤이잖아

어.. 우선 우리가 헤어진지 벌써 1년하고 반년이 지났나 시간 진짜 빠르다 그치

너는 보니까 다른 남자 친구도 생겼고, 나도 어느덧 전역을 해서 너한테 말했던 편입 준비를 하고 있고.. 그렇게 살고 있어

아, 우리 엄마랑 아빠 냉면가게 차렸어
아빠 중장비하시던거 결국 체력에 부딪히셔서 그만두셨거든

너도 와서 언제한번 먹어보면 좋을텐데 되게 맛있어 나 냉면 싫어하는데 이런 내가 인정할정도면 꽤 괜찮을거 같지않아?

찐빵도 파는데 그 찐빵안의 팥에 마법의 비법이 있어서 찐빵도 맛나.

아 참, 넌 팥앙금 싫어했지? 아직도 그래?
뭐 그때 식성이 어디가나 싶겠지만 난 그때도 그렇듯 니가 먹기싫다며 주던 팥, 지금도 잘 먹어
입맛이 애 취향이라서 달달하니 좋거든.

사실 너한테 꼭 주고싶은게 있었어.
군대에서 우리 헤어질때 마지막으로 하던 니 말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내 딴엔, 변해보려고 했거든
넌 이제 나란 사람이 기억에도 없겠지만 그때 너 그 말 했었어

"너 군생활 하면서 내가 보내준 편지 총 몇 갠 줄 알아? 80통 넘어. 근데 니가 보내준 편지는 몇갠지 알아? 10통. 한달에 한번씩 보냈어."

그렇게 너 보내고 휴가나와서 제일 먼저 한일이 다이어리를 사는거 였어.

노트형 다이어리. 뭐 내딴엔 너 나중에 꼭 주겠다고 해서 이쁘고 꽤 비싼걸로다가 사버렸는데 거기에 뭘 썼냐구?

그냥 일기에 너한테 편지를 썼어
거의 일주일에 두번씩은 꼭 그걸 펼쳐서 너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담았어

훈련갔다오면 힘들었다는둥 약간 투정도 조금 섞어줬고 니가많이생각난다는둥 오글거림과 화끈거림도 소량 저어주고 등등..

너 주려고 쓴건데 지금 나는 저걸 다시 읽어보지도 못해
너무 오글거리거든.. 그냥 버려야될까봐

농담이고 사실 그런것보단 니가 강원대 붙었단 얘길 듣고 널 한번 만나서 이걸 꼭 주고 싶단생각을했어
솔직히 전역할때되니까 몇 페이지 안남기고 다썼더라구.

근데 나도 별수없는 구질구질한 구 남자친구니까 한번쯤 들어가보니, 니 페북의 그 남자랑 넌 사이가 너무 행복해보이더라.

그곳에서 이미 과거형이 된 내 일기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보였어.
좋아보이더라. 그남자 딱 보기에도 착하고 좋은사람같아보였어.
나같은 사람이랑은 달리 너를 제일로 아껴주는것 같았어 뭐, 그냥 그랬다구.

사실 우리 이전에 연락한번했지?
뭐 잘지냈니 이런 인사조차 없이 너 때문에 신용이 나빠졌다느니 이런 얘기였지만 말야

아,이거 사람들이 많이 볼수도 있으니까 이런거 막 말하면 안되려나 아무렴 어때, 괜찮지?

아무튼 지금와서 이렇게 막 주절주절 주제랑 두서없이 쓰는 이유는 그냥 너무 너무 고맙고 미안했단 말을 해주고싶었어.

우리헤어지고 그로부터 10일뒤 나 휴가 나왔을때도 니가 "나한테 연락올줄 알았는데 그렇게 독할지 몰랐다고 아니 너도 지쳤겠지" 라고 말한거랑 그리고 그 뒤에 너랑 사귀느라고생많았다고 했던거랑 등등.

넌 이별 그 순간마저도 나한텐 너무 멋진여자였는데 난단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던것 같아서..

그냥 그때 너한텐 내가 아무것도 해줄게 없어서 미안하다,헤어지더라도 난 니가 너무 고맙고 보고싶을거다, 잊지 않겠다.. 이런얘기라도할걸

어차피 전화도 아니였고 톡으로 한 말이었는데 난 그순간까지 겁쟁이였으니까 뭐 지금도 이렇게 판에 깨작이는것도 겁쟁이의 소재로 쓰기엔 충분하지만 말야.

그 전의 여자친구들에겐 정말 미안한 말들이지만 난 그래도 니가 가장많이 생각나더라 그립고.

친구들도 그래 다신 너같은 여잔 니인생에 못만날거라고 나도 그 생각에 부정하고 싶진 않아

그정도로 넌 나에게 너무나도 과분하고 다정한 여자였어 여자가 또래의 남자보다 성숙한게 맞는거같아, 그런거보면.

나도 근데 많이 변했어.
음..우선 게임을 안해 말하자면 접었지
그런 게임들을 안해도 충분히 바쁘고 쉴틈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 공부하랴 냉면 가게도와주랴 주말에 알바하랴..

이제 부모님한테 폐끼치는 짓도 그닥안하고 밥도 꽤 잘 챙겨먹어. 주변친구들한테 욕도 잘 안해.
니가 나 처음 욕많이하던거 안하게끔 변하게했다고 너는 날 위해서 또 변해줄수있을거라고 그랬었잖아.

근데 그게 다 나자신을 위해서 변해야만 했던 거더라.
뭐 이쯤되면 얘 허세있는건 여전하네 라고 하겠지만 이정돈 허세보단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줘

후아 그 동안 할말 되게 많았나보다,나.
손이 달달 떨려가는데도 이상하게 끝이 안보이네.
아니 실제로 니가 이걸 볼수도 있다는 생각에 괜히 미련같이 잡아두려하는걸수도 있어.

어..음...끊어야겠지 이제?
니가 나만날때 다른 남자들에 관한 모든건 다 끊고 나만봤듯이,
그사람에게도 그렇겠지?
내가 행여나 연락하면 되게 불편하다면서 그남자에게 날 아무렇지 않듯 얘기하겠지? 그래 넌 원래 그렇게 독한 여자니까. ㅋ 아니 이건 농담이고

그래 넌 원래 그렇게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니까 나도 이제 과거에 손 놓고 현재에 살아야겠지.

어찌됐든 고마워 너 만나서 여자를 알게 됐고 너랑 헤어지고 소중함까지 알았으니까 여태껏 니가 너무 그리워서 느꼈던 힘들었던 감정은 쌤쌤으로 치자.

잘 지내고 이젠 비 무서워하지말고 너 행복하게 해줄사람이랑 같은 우산 아래서 행복하게 웃어 알겠지?
벌써 12시다 이만 잘게. 잘자 행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