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꺼다

201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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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막 군대를 제대하고, 남자와 여자라는걸 떠나 그런것에 별로 스스럼없는 너와난 그렇게 순식간에 친해졌다.
생각없는 말투. 다소 멍청함. 어느곳에든 발동하는 장난기. 내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에 웃어주고 귀엽다 해준 너.
사소한 장난부터 진지한 대화까지 잘통했고, 어깨동무며 웃으며 툭툭친다거나 둘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까지 자연스러웠던 우리.
처음엔 남녀사이 진짜 친구 있을수있다고 생각했다. 널 보며.

근데 그런거 없더라.
어느순간 잠잘때 빼고 너만 생각하는 나를 보았다.
매일아침 옷입을 때에도 혹시너와 겹칠까, 니가 평소입던 스타일로 맞춰입고,
내가 구두신으면 니가 어깨동무 하기 불편할까, 항상 단화만 신고,
밤에만 수업이 있는 너와 시간표가 안맞아 같이있을 시간이 없어서 오래 못볼까봐 과제핑계대고 매일 늦게까지 남아 너와 있다가 집에 갔다.

성격이 너무 명확했던 너.
나를 그저 친구로써 너무 좋아해서, 좋아한다 맹목적인 사랑봐라 하며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
내가 널 좋아할줄 전혀 생각이없는듯, 진짜 좋아하는 여자한텐 말도없고 이렇게장난도 안친다며 나한테 말하며 장난치던 너.
니가 드물게 슬퍼, 집에가던길 나에게 말하며 울던 너. 내어깨를 껴안으며 울던 너. 니가 왜 기분이 안좋았었는지 그 친한 다른남동생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너. 나에게만 털어놨던 너.

그 스킨쉽에, 그 웃음과 장난에, 너의 그 고민에.
내가 너의 연인이 될수없다는걸 뼈저리게 알면서도,
나만은 특별하다고 믿었다.
그래도 언젠간 그 옆에, 좋아하는 여동생이아닌 여자로 설수 있을줄 알았다.


근데 내가 바보였다.
넌 연합으로 갔던 그곳에서 처음만난 아이와 연락을 했고, 밥을먹고, 영화를보고, 그렇게 사귀고있더라.
지난 한달간을 그렇게.

그래, 넌별로 그애가 절실히 좋진 않은것같았어.
한달간 나에게 하던 스킨십과 말투는,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의것이 아니었거든. 그애와 한 시간보다 우리와 한 시간이 더 많았지. 그래, 그 여자애가 널 더 좋아하고 넌 아닌게 명확히 보여.
근데,

이런생각 하는 내가 진짜 병신같은데,
차라리 내가먼저 고백해볼껄.
그 여자애와 의리로 사귀어줄 줄 알았다면.
내가먼저 너에게 다가갈껄.
넌 그애와같이 의리로라도 나와 사귀어 줬겠지.
비록 나와 같은 감정이 아닐지언정,
먼저 지금 헤어질 생각은 전혀없고, 그리좋진않지만 오래갈거같다고 하는 그 말.
먼저 나에게 헤어짐을 고하진 않을텐데.
이런 구질구질한 생각.

나는 너에게 그리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고,
너는 나에게 너무나도 특별한 사람이었다.
너의 소식에 전혀 기쁘지 않았고,
그 소식에 나는 나의 구질구질한 면을 보았다.

너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을 알고 펑펑 울어도봤고,
매일매일 니생각에 설레어 바보처럼 웃어도봤고,
언젠간 더 가까워지겠지 하는 병신같은 기대에 차있었다.

널 잊고싶다.
더이상 널 좋아하고 싶지 않다.
왜 이게 힘들까.

근데 이제 노력할꺼다.
널 잊고.
더 슬퍼하지 않을꺼다.

결국 난 혼자이고,
넌 둘이니까.
넌 내가 혼자 얼마나 아파하고 기뻐하고 울고 웃었는지 단 하나도 모르겠지. 짐작도 못할꺼야.

그여자애랑 부디 오래가라.
그여자애랑 조만간 헤어져라.
나도 내가, 니가 앞으로 어땠으면 좋겠는지 잘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난 너와 그여자애, 또 미래에 더 있을 너의 여자친구들. 너네들모두를 절대 축복해줄수없을거같다. 니가 오래오래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안좋기를바라진 않겠지만 축복해주지도 않을꺼다.

난 차근차근 널 묻을거다.
웃는 니얼굴을 보며 널 묻을거다.
넌 그저 지금까지처럼, 한없이 편하고 편하고 편하고 편한 사람, 나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