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많이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누군가와 순수한 관심을 주고 받으며 온정을 나누는 일이다.
관심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온정은 사람을 더욱 인간적이게 한다
내가 출연한 라디오 방송일 전날 풍경할머니께 방송 시간대를 적은 메모를 신문에 붙여 현관문 앞에 놓아 드렸다. 아마도 들으시기 어렵지 않을까, 짐작을 하면서도 미리 말씀을 드린 탓에 혹시나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였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 아침, 배달 중에 풍경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께서는 대뜸 나에게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어제 방송에 안 나오던데?”
기대하지 않았던 물음에 놀란 나는,
“할머니, 제가 붙여놓은 메모를 보셨어요?” 라고 여쭤보았다.
“그럼, 봤지. 그래서 11시부터 12시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자네가 안 나오던 걸.”
“오전이요, 오후요?”
“온종일 기다리다 밤 11시에 틀고 기다렸지.”
“할머니, 밤이 아니라 오전에 방송됐어요. 제가 메모지에 오전이라고 적어 놓았는데.”
풍경할머니께서 착각을 하신 모양이다. 순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런.. 어쩐지 12시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자네가 보이질(?) 않더라고. 그래서 이상했지.”
“보이질 않다니요? 혹시 TV로 보신 거 아니에요?”
“응.”
“헉!...” -.-;;;;;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됐다. 풍경할머니께서는 오전 11시 50분을 오후 11시 50분으로, 라디오를 TV로 착각하셨던 것이다. 순간 헛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
풍경할머니께서는 내 메모를 보시고 온종일 기다리시다 오후 11시부터 TV에 내 모습이 보이길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TV 앞에서 오도카니 앉아서...
그 모습을 혼자 상상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ㅎㅎㅎㅎㅎ
어쨌든 관심을 가져주신 점이 너무 감사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 더 그랬다.
풍경할머니께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 드린 후,
“할머니, 방송 나가고 주위로부터 칭찬 많이 받았어요. 제가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요. 격려도 많이 듣고요.”
“그럼, 자넨 열심히 노력하며 살잖아. 앞으로 잘될 거야.”
“할머니 만난 다음부터 좋은 일이 많이 생기네요. 할머니 덕인 것 같아요.”
“내가 무슨... 세상에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어. 세상 이치가 그러니까.”
풍경할머니께서는 환하게 웃으셨고 나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부드럽게 감싸 드렸다.
돌아서려는 나에게 풍경할머니께서는 쌍화탕 한 병을 건네주시며 “며칠을 들고 다녔어, 이거.” 하시길래 나는 고맙기도, 죄송하기도 해서 “할머니 다음부터는 이런 거 안 주셔도 돼요. 할머니 얼굴 뵙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라고 말씀 드리자 “나에게 감사하기 보다 자신의 삶에 감사하면서 살라고.” 말씀 하신다. 풍경할머니와 헤어지면서도 서로 연신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늘 그렇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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