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자입니다. 정말 평범하게, 잘난 것도 모난 것도 없이 굴러가던 제 인생에서 딱 하나, 평생 잊을 수 없는 작지만 특별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때의 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가는 글이라 독백형식으로 써내려갈게요. 일기를 어릴 때부터 계속 써오긴 했지만, 흔히 말해 음슴체랄까요.. '오늘은 ~함, ~했음' 따위의 말투로 쓰는 낙서같은 일기라서 글재주는 없습니다.. 작년 이맘때 쯤, 벌써 일년이 넘었네. 나는 오랜 휴학기간의 마지막, 복학을 앞두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 아침 8시 ~ 저녁 9시. 열람실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 세번째 줄 가운데, 그게 내 자리였어. 항상 무채색의 옷, 가끔 머리끈 자국이 남아있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생머리.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구석이 없던 나한테 네가 말을 걸었지. "여기 자리 있어요?" 내 바로 옆자리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저렇게 물었었지. 어느 누가 공공도서관에서 아무것도 없는 빈자리를 가리키며 저렇게 물을까. 그것도 낯선사람의 바로 옆자리. "아뇨." 건조한 대답에 웃음으로 화답하며 자리에 짐을 풀고 앉는 네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어. 평범했지만 깔끔한 외모에 양볼에 보조개가 쏙 들어가며 웃던 너. 옷보다는 키가 작은 사람 정도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커다란 백팩이 먼저 보였지. 그 커다란 백팩에 팔을 쑥- 넣고 꺼낸, 가방에 비해 너무나도 작았던 필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그 날 부터 매일 오후 4~5시 쯤이면 네가 도서관에 와서 내 옆자리에 앉았어. 내 옆의 옆자리, 그러니까 너의 바로 오른쪽 옆자리. 거기에 덩치 큰 아저씨가 앉아있을때도 굳이 비집고 들어와 앉던 너를 보고 소리없이 크게 웃었어. 넌 몰랐겠지만. 네가 도서관에 나온지 일주일정도 흘렀을 때였나. 여기 자리 있어요? 말곤 대화라고 해본 적도 없지만 내 옆자리의 네가 익숙해져 갈 때 쯤이었지. 항상 오후 7시 쯤이면 구내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해결하던 나를 봤었던걸까. 그 날, 그 시간에도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를 보고 너도 따라 일어났었지. 그 날은 내 옆 테이블. 나름 맞은 편. 그 다음 날도 내 옆 테이블. 나름 맞은 편.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 네가 머쓱하게 웃으면서 내 바로 맞은편에 털썩 앉던 날. 한번 쯤은 다시 봤으면- 했던 네 보조개를 다시 볼 수 있었어. 그 땐 여기 자리 있어요? 라고 묻지도 않았지. 우린 어떤 대화도 하지 않았지. 나는 볶음밥, 너도 볶음밥. 그땐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젠 알아. 네가 항상 나랑 같은 메뉴를 골랐다는 거. 어느 날은 네가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오질 않았어.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어. 네가 다신 오지 않을까봐. 이상하지? 아무것도 모르는 남인데. 오후 7시가 다 되어갈 때, 네가 왔었지. 늘 네가 오는 걸 귀로만 들었는데 이 날은 고개를 들어 눈으로 봤었어. 오자마자 짐도 안풀고 나를 따라 식당으로 향하는 너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이상했어. 그 날도 마주앉아 밥을 먹었지. 묵묵히 밥만. 항상 고개를 숙이고 먹었었는데 그 날은 이상했어. 계속 너를 쳐다보게 되더라. 어딘가 모르게 안좋아 보이던 너. "어디 아파요?" 나도 모르게 물었어. 이게 두번째 대화인가. 만난지 2주일이 지났는데.. "감기 기운이 있어서요." "아.." 대화같지도 않은 대화였지만, 집에 가는 동안 계속 저 대화만 생각했어. 나 밥 혼자 먹을까봐 아픈데도 일부러 와준거에요? 환절기라 감기 조심하셔야해요. 그런데 이름은 뭐에요? 나이는? 학생이에요? 집은 어디에요? ..... 상상으로는 이렇게 쉬운데, 왜 난 못했을까. 왜 우린 못했을까. 그랬다면 더 일찍, 더 많이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2013년 11월 4일 우리의 세번째 대화. 내 옆에 네가 앉아있던 늘 똑같은 하루. 네가 불쑥 쪽지를 내밀었어. [나 이제 도서관 못나와요.] 철렁했어. 그 자리에서 이제 다신 못보는거냐고 큰소리로 따지듯 묻고싶었어. [왜요?] [지금 밖에서 얘기할 수 있어요?] 만난지 한달이 다되서야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었지. 이름, 나이는 한살차이, 대학생, 집.. 그때 못물어봤던 걸 다 알게됐어. 학교 시험 공부를 이유로 도서관에 처음 왔었고, 그 때 나를 봤고, 용기를 내서 내 옆자리를 얻었다는.. 장난기 섞인 네 무용담. 처음엔 무표정한 내 첫인상에 겁을 먹어 말을 못걸다가 나중에는 그냥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너랑 얘기하던 그 2시간 동안 추운지도 몰랐어. 그렇게 말이 많던 우리였는데, 한달동안 했던 말이 겨우 4~5 마디라니..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누가 고백하고 말 것도 없이 사귀게 되었어. 그저 귀와 눈으로만 대화했던 그 한달을 보상받기라도하듯, 서로 너무나도 사랑했고, 이런게 운명이다 싶었어. 영원할 줄 알았어. 정말로. 100일을 앞두고... 아직도 믿을 수 없는 네 교통사고. 그렇게 넌.. 무심하게 날 떠났어. 불구가 되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달라 그렇게 애원했는데.. 이제 겨우 100일인데.. 우리가 약속한 일들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마지막순간까지 단 한번도 깨어나지않던 널 많이 원망했어. 지금은 많이 미안해. 매일같이 널 생각하며 울었는데.. 이젠 가끔 네가 생각나지 않는 순간도 있어. 나도 사람이라 현실에 적응이 되어가나봐. 그래도 너무 아프고 앞으로도 계속 아플 것 같지만 힘내서 견뎌낼게. 너무너무 짧았던 3개월.. 아니 4개월이었지만 너무 행복했고, 그 시간을 만들어 준 네가 정말 고마워. 네가 즐겨입던 회색 맨투맨 티셔츠, 내가 떨어뜨려 고장냈던 네 시계, 유난히 까맣던 네 머리카락, 도서관에 매일 들고오던 네 체크무늬 연습장, 영수증에 나라며 그려줬던 네 알 수 없는 여자 그림.. 사람들이 너를 다 잊어도 나는 평생 기억할게. 그때보다 더 많이 사랑해. 곧 찾아갈게. 그때까지 안녕. 오늘 날짜를 보니 처음봤던 그 날이 떠올라 많이 울었네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나니 사람들로부터 오빠가 많이 잊혀졌어요. 잠깐이라도 오빠가 다시 기억될 수 있게 글을 썼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일기를 조금 바꾸어 쓴 글이라 많이 감성적인 글이에요. 그래서 조금은 유치할 수 있는 글이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7
평생 기억하고싶은 사람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자입니다.
정말 평범하게, 잘난 것도 모난 것도 없이 굴러가던 제 인생에서 딱 하나,
평생 잊을 수 없는 작지만 특별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때의 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가는 글이라 독백형식으로 써내려갈게요.
일기를 어릴 때부터 계속 써오긴 했지만, 흔히 말해 음슴체랄까요..
'오늘은 ~함, ~했음' 따위의 말투로 쓰는 낙서같은 일기라서 글재주는 없습니다..
작년 이맘때 쯤, 벌써 일년이 넘었네.
나는 오랜 휴학기간의 마지막, 복학을 앞두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
아침 8시 ~ 저녁 9시. 열람실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 세번째 줄 가운데, 그게 내 자리였어.
항상 무채색의 옷, 가끔 머리끈 자국이 남아있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생머리.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구석이 없던 나한테 네가 말을 걸었지.
"여기 자리 있어요?"
내 바로 옆자리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저렇게 물었었지.
어느 누가 공공도서관에서 아무것도 없는 빈자리를 가리키며 저렇게 물을까.
그것도 낯선사람의 바로 옆자리.
"아뇨."
건조한 대답에 웃음으로 화답하며 자리에 짐을 풀고 앉는 네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어.
평범했지만 깔끔한 외모에 양볼에 보조개가 쏙 들어가며 웃던 너.
옷보다는 키가 작은 사람 정도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커다란 백팩이 먼저 보였지.
그 커다란 백팩에 팔을 쑥- 넣고 꺼낸, 가방에 비해 너무나도 작았던 필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그 날 부터 매일 오후 4~5시 쯤이면 네가 도서관에 와서 내 옆자리에 앉았어.
내 옆의 옆자리, 그러니까 너의 바로 오른쪽 옆자리.
거기에 덩치 큰 아저씨가 앉아있을때도 굳이 비집고 들어와 앉던 너를 보고 소리없이 크게 웃었어.
넌 몰랐겠지만.
네가 도서관에 나온지 일주일정도 흘렀을 때였나.
여기 자리 있어요? 말곤 대화라고 해본 적도 없지만 내 옆자리의 네가 익숙해져 갈 때 쯤이었지.
항상 오후 7시 쯤이면 구내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해결하던 나를 봤었던걸까.
그 날, 그 시간에도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를 보고 너도 따라 일어났었지.
그 날은 내 옆 테이블. 나름 맞은 편.
그 다음 날도 내 옆 테이블. 나름 맞은 편.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 네가 머쓱하게 웃으면서 내 바로 맞은편에 털썩 앉던 날.
한번 쯤은 다시 봤으면- 했던 네 보조개를 다시 볼 수 있었어.
그 땐 여기 자리 있어요? 라고 묻지도 않았지. 우린 어떤 대화도 하지 않았지.
나는 볶음밥, 너도 볶음밥.
그땐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젠 알아. 네가 항상 나랑 같은 메뉴를 골랐다는 거.
어느 날은 네가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오질 않았어.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어. 네가 다신 오지 않을까봐. 이상하지? 아무것도 모르는 남인데.
오후 7시가 다 되어갈 때, 네가 왔었지.
늘 네가 오는 걸 귀로만 들었는데 이 날은 고개를 들어 눈으로 봤었어.
오자마자 짐도 안풀고 나를 따라 식당으로 향하는 너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이상했어.
그 날도 마주앉아 밥을 먹었지. 묵묵히 밥만.
항상 고개를 숙이고 먹었었는데 그 날은 이상했어. 계속 너를 쳐다보게 되더라.
어딘가 모르게 안좋아 보이던 너.
"어디 아파요?"
나도 모르게 물었어. 이게 두번째 대화인가. 만난지 2주일이 지났는데..
"감기 기운이 있어서요."
"아.."
대화같지도 않은 대화였지만, 집에 가는 동안 계속 저 대화만 생각했어.
나 밥 혼자 먹을까봐 아픈데도 일부러 와준거에요?
환절기라 감기 조심하셔야해요.
그런데 이름은 뭐에요? 나이는? 학생이에요? 집은 어디에요?
.....
상상으로는 이렇게 쉬운데, 왜 난 못했을까. 왜 우린 못했을까.
그랬다면 더 일찍, 더 많이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2013년 11월 4일
우리의 세번째 대화.
내 옆에 네가 앉아있던 늘 똑같은 하루. 네가 불쑥 쪽지를 내밀었어.
[나 이제 도서관 못나와요.]
철렁했어. 그 자리에서 이제 다신 못보는거냐고 큰소리로 따지듯 묻고싶었어.
[왜요?]
[지금 밖에서 얘기할 수 있어요?]
만난지 한달이 다되서야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었지.
이름, 나이는 한살차이, 대학생, 집.. 그때 못물어봤던 걸 다 알게됐어.
학교 시험 공부를 이유로 도서관에 처음 왔었고, 그 때 나를 봤고,
용기를 내서 내 옆자리를 얻었다는.. 장난기 섞인 네 무용담.
처음엔 무표정한 내 첫인상에 겁을 먹어 말을 못걸다가 나중에는 그냥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너랑 얘기하던 그 2시간 동안 추운지도 몰랐어.
그렇게 말이 많던 우리였는데, 한달동안 했던 말이 겨우 4~5 마디라니..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누가 고백하고 말 것도 없이 사귀게 되었어.
그저 귀와 눈으로만 대화했던 그 한달을 보상받기라도하듯,
서로 너무나도 사랑했고, 이런게 운명이다 싶었어.
영원할 줄 알았어. 정말로.
100일을 앞두고...
아직도 믿을 수 없는 네 교통사고.
그렇게 넌.. 무심하게 날 떠났어.
불구가 되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달라 그렇게 애원했는데..
이제 겨우 100일인데.. 우리가 약속한 일들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마지막순간까지 단 한번도 깨어나지않던 널 많이 원망했어.
지금은 많이 미안해.
매일같이 널 생각하며 울었는데.. 이젠 가끔 네가 생각나지 않는 순간도 있어.
나도 사람이라 현실에 적응이 되어가나봐.
그래도 너무 아프고 앞으로도 계속 아플 것 같지만 힘내서 견뎌낼게.
너무너무 짧았던 3개월.. 아니 4개월이었지만 너무 행복했고,
그 시간을 만들어 준 네가 정말 고마워.
네가 즐겨입던 회색 맨투맨 티셔츠, 내가 떨어뜨려 고장냈던 네 시계, 유난히 까맣던 네 머리카락,
도서관에 매일 들고오던 네 체크무늬 연습장, 영수증에 나라며 그려줬던 네 알 수 없는 여자 그림..
사람들이 너를 다 잊어도 나는 평생 기억할게.
그때보다 더 많이 사랑해.
곧 찾아갈게. 그때까지 안녕.
오늘 날짜를 보니 처음봤던 그 날이 떠올라 많이 울었네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나니 사람들로부터 오빠가 많이 잊혀졌어요.
잠깐이라도 오빠가 다시 기억될 수 있게 글을 썼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일기를 조금 바꾸어 쓴 글이라 많이 감성적인 글이에요.
그래서 조금은 유치할 수 있는 글이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