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남자친구랑 관계 맺은것을 알아버렸어요

비공개2014.10.29
조회11,244

길이 조금 길 수도 있어요!

 

안녕하세요 21살 일반 여대생입니다. 버스 타거나 심심할때마다 그냥 한 두번씩 들어와서 읽어보기만 했지 한번도 써본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오늘 처음 써보게 되네요.

 

제목에서 말한 것 처럼 엄마가 제가 남자친구랑 잤다는 것을 알아버렸어요. 그 루트가 너무 어이가 없고 저도 제 자신이 너무 후회스러워요.

저한테는 제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과외를 해주신 과외선생님이 있어요. 워낙 오랜 시간 동안 했다보니 제 성장과정부터 부모님과의 관계와 집안 상황까지 대략적으로 자연스럽게 알게 되셨고 그만큼 저한테 정이 들어 저를 엄청 챙겨주려 하시고 누구보다도 제가 잘 되기를 원하셔요.

아무래도 엄마아빠보다는 저와 나이차이가 덜 나기도 하고 엄마아빠보다 그래도 껄끄러운 얘기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는 대상이라서 저 또한 편하게 부모님에게는 말 못할 제 고민과 일상얘기를 할 수 있는 어른이 있어서 좋았어요..

 

대학생이 되었을 때 첫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고 이런 연애 얘기까지 선생님과 터놓고 했어요. 처음에는 잤다는 사실까지 말하는 건 조금 위험?하거나 나를 발랑까진?애로 볼까봐 꺼려했었는데, 먼저 저에게 그럴수도있다 선생님은 그런거 이상하게 생각안해 라며 결국엔 그런 얘기까지도 하게 돼더라고요. 여기까지는 좋았어요.

 

문제는 이 선생님이 제 남자친구를 굉장히 못마땅하신다는거에요. 저는 서울에 있는 일명 명문대라고 하는 곳에 현재 다니고 있고 남자친구는 지방에 있는 국립대를 다녀요. 사실 저도 학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보다 잘나고 부모님이 딱 들어도 좋아하실만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한때 굉장히 심했었는데, 이 오빠는 그랬던 제 자신을 너무 한심해 보이게 만들 정도로 사람 자체가 그냥 좋고 그런 조건들은 다 필요없다라고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어요. 그리하여 서로 롱디라는 힘듦을 감수하고서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현재 잘만나고 있어요. 근데 선생님 눈에는 안찼나봐요. 말을 듣자마자 헤어지라고 하시더니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면 안된다고, 빠른 시일내에 당장 해결보라고 막 말씀하시는데, 처음에는 저를 위하는 마음 같다가도 점점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엔 그냥 내가 마음이 식고 그러면 내 선에서 내가 알아서 헤어지겠다, 아직 나이도 21살 밖에 안됐는데 당장 결혼할 나이도 아니고 저절로 그렇게 될 수도 있는건데 그냥 놔두시면 안되냐고 했더니 엄마한테 다 말을 해야겠다는거에요. 제가 그 오빠랑 잤다는 것을 엄마한테 말해야 엄마가 발벗고 나서서 저랑 오빠를 뜯어말리실거라고... 여기서 너무 짜증이 났어요. 저희 엄마는 이런거에 결코 유하신 분이 아니에요. 어느 부모님이라도 그러시겠지만 어른들 눈에 21살이면 아직 어린 나이이고 그 나이에 첫경험을 했다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이실 분은 아마 찾기 힘들거에요. 근데 그런 저희 엄마의 성격을 이미 다 알면서 끝끝내 일을 저질러 버리시더군요.

결국 엄마는 알아버리셨고 처음부터 오빠를 남자친구로 인정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더더욱 자기는 오빠가 너무 싫다면서, 당장 빨리 정리를 하라고 난리를 치셨습니다.

 

저.. 이거 때문에 너무 우울해요. 정말 헤어져야 하는건지 하루에도 몇십번씩 고민하고 있어요. 뭔가 뻔히 끝이 보이는 연애라 힘이 빠진다고 해야하나요? 지금은 좋아서 못 헤어져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될 것 같으니깐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하는게 맞는건가라는 생각.. 막 머리속이 복잡하네요. 물론 지금 당장 결혼을 할거라서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한건 아니지만, 앞으로 만나는데 여러 제약이 붙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축축 쳐져요. 오빠한테도 너무 미안하고요. 저 때문에 자기도 다른 집안 귀한 아들인데 이렇게 자존심 뭉게져가면서 욕먹는것도 미안하고.. 그러면서까지도 자기는 저를 만나고 싶다고 엄마한테 어떻게 하면 자기 진심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더라고요..오늘 보니깐 편지를 네다섯통씩이나 썼다 지웠다 무한 반복..

 

엄마한테 그렇게 제 비밀을 말해놓고서는 결국엔 제 생각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선생님도 너무 원망스럽고.. 그냥 너무 우울하고 처음부터 그냥 모든 일을 리셋시켜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는 아빠한테는 절대 말 못하겠대요. 말하면 아빠 다시는 제 얼굴 안 볼게 뻔하다고.. 저 역시 아빠 귀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필사적으로 말리고 싶고요.

 

부모님에게 너무 죄송해서 엄마말대로 빠른 시일내에 정리하는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 후회없이 만나는게 나을까요.. 너무 바보같은 질문인거 알지만 이런 거 하나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머리속이 혼잡 복잡하네요ㅠㅠ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ㅠ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