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의 죽음을 알고 있었던 막내 이모

H201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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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릴 때 촌에서 살다가, 대학을 다니면서 도시로 오게된 20대 초반 여자 입니다.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여름철 더운 지역으로 항상 3위 안에는 드는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이 곳에 있는 막내 이모 덕분에 저는 지금 이모에 집에서 얹혀 살고 받을 얻어먹으면서 통학하고 있는데요.사실 같이 살고 있는 막내 이모는 무속인 입니다.10여년 전에 이혼을 하고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밖에 나가면 절대로 그 나이로 보지 않는 우리 막내 이모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솜씨가 없으므로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우리 막내 이모는 딱 새벽 4시에 일어나 맑은 물을 받아 놓고 무슨 말인지 모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초하루가 되면 새벽에 차가운 물로 몸을 씻고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과일, 음식을 해놓고 기도를 드리고, 새벽에 산으로 기도를 나가 차가운 바위 위에서 절을 하며 기도 하는 무속인임.사실 다른 무속인을 본적이 없어서 이렇게 하는진 모르겠지만, 딱히 그런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보니 초하루 음식을 위해 시간이 나면 장보는 것도 도와주고, 가끔은 새벽에 운동겸 산에 따라가서 기도하는걸 멍하니 쳐다보고 있기도 함.
근데 작년 2월달 부터 계속 꿈이 안 좋다면서 내가 학교를 갔다오면 푸념 같이 이모가 이야기 하는것임.꿈의 내용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영정사진 옆에 얼굴이 안보이는 영정사진이 있다는 꿈이라고 함.혹시 이모, 삼촌들 몸이 안 좋은 것 아니냐며 하루는 날을 잡고 이모와 나는 이모들과 삼촌에게 전화를 돌렸음. (우리 외갓댁은 이모 6명에 삼촌 2명인 대식구임;)
사실 나는 좀 무서웠음.이모가 안 좋은일이 있다고 하면 꼭 안 좋은 일이 생기기 때문에;예전에도 한번 넷째이모가 계속 꿈에 보인다고,막내 이모는 전화를 해서 몸이 안 좋냐고 물어봤다고 함.그 당시에는 아무 이상 없다고 하던 넷째 이모는,몇달 뒤에 건강 검진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고 함.지금은 가슴 절제하시고 완치 판정 받았긴 했지만 넷째 이모가 입원했을 때 온 가족들이 병원에 모여서막내 이모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는 말을 듣고 멍하게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함.
어쨌든 그 때부터 이모의 새벽기도는 길어졌음.그래도 점점 그 영정 사진 꿈이 자주 나온다며,그 사진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 같다고 함.그 이야기를 한게 8월달인데, 반년 동안 이모는 그 꿈을 매일 같이 꾼다며 내게 자주 이야기 함.한편으론 심드렁 하면서도 그 당시에 엄마랑 제일 많이 통화 했던 것 같음.. 괜히 불안해서...
그리고 9월 중순 쯤, 대학교는 그 때쯤 중간고사 기간이라나도 나름 바쁜 대학생인 척하며 국어학개론, 일본어문법1 시험 아침에 일찍 가려고 새벽 6시에 일어났는데이모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바쁘게 어디 전화를 하고 있었음.이모가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걸고 있고, 나도 빨리 도서관에 자리 맡아 놓으려고 이유도 못 묻고 그냥 씻고 나왔는데 이모가 외할머니랑 전화 통화 하고 있는거임.그 때 이모는 "OO이(첫째 삼촌)이 전화를 안 받는다. 그 쪽 식구들이랑 빨리 통화해서 OO이 깨우고 나한테 전화하라고 해라, 급하다." 라고 했었음.나는 시험이 급하기도 했고 그 때쯤엔 그 꿈에 존재를 잊고 있어서 나간다고 하고 부랴부랴 학교로 향했음.
근데 갑자기 오후 1시 쯤 국어학개론 시험 치려고 교실에 들어가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옴."너희 첫째 삼촌 죽었단다. 막내 이모 데리고 지금 빨리 첫째 삼촌 집으로 와라. 우리도 지금 가는 중이다."
그리고 바로 전화 끊기고 나서 막내 이모가 나한테 전화가 왔는데, 펑펑 울면서"**(나)야, 너희 첫째 삼촌 죽었단다. 빨리 좀 와라. 이모가 도저히 혼자서는 못 걷겠다."라고 전화가 옴. 첫째 삼촌과 막내 삼촌은 우리 가족중에서도 유난히 정이 두터운 사이었음.외할아버지에게 아들을 낳게 해준 막내 딸, 첫째 아들이라는 이유로 유난히 예쁨을 받았기도 했음.
죽기 전 3달 전에 첫째 삼촌이 웃으면서 나한테 탕수육 사주고 용돈 줬던 기억이 선명한데,갑자기 삼촌이 죽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음.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소름이 돋음.교수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가 울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막내 이모를 데리고삼촌집으로 옴.
삼촌이 지병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심하게 술, 담배를 즐기던 사람도 아니었음.죽을거라고 의심도 하지 않은 사람의 죽음이라 급히 도착한 삼촌집에는 경찰이 와 있었음.나중에 경찰이 조사해서 나온 사인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사망 추정시간은 오전 8시.이모가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한 6시에, 이모가 삼촌 가족들과 연락만 했어도 살수 있다는 사실에 막내 이모는 아직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음.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살릴 수도 있을텐데, 하면서.
벌써 첫째 삼촌 돌아가신지가 1년이 됐음.처음 첫째 삼촌이 죽고 3-4달 동안은 계속 전화와서 사주 봐달라는 사람들 연락은 다 거절하고눈물로 매일 매일 아침기도만 겨우 했음.이제 1년이 되니까 엄마나 다른 이모들과 삼촌 이야기 하면서도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게 첫째 삼촌이라며 한탄하면서 미안하게 생각함.
이모가 무당이어서 그 꿈을 꿨는지, 아니면 어떤 선관들의 예견이었는지이모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먼저 알 수있는게 무당이라면괜히 무당이 됐다며, 타인의 앞날은 보여도, 가족의 죽음도 알 수 없는게 무당인 것 같다며,지금까지 이 일을 시작해서 힘든 적은 있어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엄마와 이야기 하는 것을우연히 듣고 나도 울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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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1주기를 맞은 첫째 삼촌, 그 곳에서는 잘 지내요?소리 큰 방구 뿡뿡 뀌면서 해맑게 웃던 삼촌 얼굴이 아직도 생각나요.삼촌의 삶을 모두 알진 못하지만, 엄마와 이모들이 이야기 했던 대로 그 곳에서는그래도 고생 안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마...마무리는 어떻게 하는거죠?시작은 막내 이모로 시작해서 첫째 삼촌으로 끝났네요.가끔 판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리는 분들이 있어 저도 한번 올려보자 싶어서 써내려 본건데, 이거 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요.
음... 그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