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8 너와 다시 만난 날

KUMA20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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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8

참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간절히 원하던 날이라 아침부터 난리가 났어. 이 옷이 나을까 저 옷이 나을까 결국 학교는 지각을 했지 뭐야. 이성으로서 만나는게 아니고 친구로서 만난다는 말, 실낱같은 희망도 없으니 그냥 친구로서 만나준다는 너의 말이 슬펐지만 그래도 난 너를 본다는 것 자체로 너무 떨렸어. 남자친구 있는 너가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난 너란 사람에 대해 더 신뢰를 갖게 되었는지도 몰라. 지금 너의 남자친구는 행복하겠구나 하며 부럽고.

강남역에서 7시에 보기로 해서 수업 끝나고 헐레벌떡 가는데 노량진으로 올수있냐는 말에 노량진으로 갔어. 볼일이 있다기에 볼일 마치고 올 동안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생각했지. 사실 강남에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 했는데, 노량진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서 예약을 했어. 던킨 앞에서 만났는데 뒷모습 알아보고 너무 떨려서 후후 쉼호흡을 했어. 사실 노량진역 도착했을때 맙소사 너무 떨려서 집으로 갈까 생각 했어. 여기서 가버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너를 만났지.

인사를 하고 레스토랑 가는 길엔 어색,거북,반가움이 공존했고 너나 나나 말이 없었고 나는 되지도 않는 안부를 물으며 정적을 깨려고 노력했지. 레스토랑은 아담했고 아늑했어. 돈 전혀 아깝지 않았어. 너랑 같이 저녁 먹는 자체가 감사했으니까. 메뉴를 고르고 별말 없이 바라보는데 내 착각이었을까. 너의 눈이 그렁그렁해. 왜일까 생각하면서도. 나도 참고 있단 말야. 오랜만에 만난게 반가워서 일수도, 이렇게 '친구로서' 만난게 안타까워서 일수도. 어떤게 너의 눈을 그렁그렁하게 만든건진 모르겠어. 그런 너의 눈을 보자니 분위기가 이상해. 우린 친구로서 만난거잖아. 모른척했어.
어떤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걸 시작으로, 가족들과 친구의 안부, 새로들인 강아지 이야기, 70만원짜리 에스테틱 이야기, 특히 하는 일이 너무 좋다며 행복해 하더라. 난 그냥 듣는게 좋았고 보고있는게 좋았어. 내 이야기는 물어보면 하는 정도였던거 같아. 꼬리 흔드는 강아지 처럼 귀를 쫑긋세우고 들었어. 꼬리는 들키지 않게 말이야.

레스토랑을 나온 후 설빙을 가자는 말에 갔어. 집앞에도 있는데 갈일이 없어서 오늘 처음가봤어. 아깐 배부르다며 스테이크는 남겨놓고 빙수를 해치우는 모습이 예전과 같더라. 잘 먹는걸 보니 거북하고 불편하진 않은거 같아보여서 다행이었어. 너에게 주려던 선물과 편지는 내 가방에 있는데 언제 꺼내야 할지 모르겠더라. 요즘 바쁜지 스케줄러를 꺼내는데 협력사 스케줄러야. 가죽이라 좋다며 가벼우면 장땡이라는 너의 말에 내가 준비한 스케줄러가 무거우면 어쩌지 걱정했어.

카페를 나오고 집으로 간다며 마침 온 버스를 타며 잘가라는데 조금은 매정하더라. 선물을 꼭 주고 싶어서 따라 탔어. 버스에서 내리고 데려다주지 말라며 싫다고 하는 말이 콱 박혔지만 이해해. 친구로서 만난 거니까. 선물 주려고 여기까지 온거라며 선물을 건네줬어. 받기 부담스러워하는 너에게 친구로서 주는 거라고 주고 떠났어. 왠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마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친구로서 만나는게 서글픈지 안타까운지 근처에서 훌쩍대다가 갔어. 진상이지. 이제 연락을 어떻게 해야할지 자주 해야할지 언제 또 만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기다리고 싶은게 사실이야. 나중에라도 네 마음의 문이 열릴때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