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의 연애

Renata20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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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가 언제이든 적당히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궁금하지도 않아 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는 것은 독이다. 길고 짧음을 재보지도 않고 자신의 패를 먼저 까면 우스운 꼴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여태껏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같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고, 그에게 한없이 바보같이 의지했지만 또한 바보같이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으며, 친구들에게 푸념 섞인 얘기들을 하였지만 친구들의 동조를 전함은 나에게 사랑을 더 달라는 그에 대한 유치한 투정이었다. 우리의 성격이 다른 것을 두고 '결혼은 정말 할 수 없겠다.'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와 함께인 모습을 잠시 생각하며 미소 지었고, 헤어지는 것을 수백번 생각했지만 끝맺음에 말을 건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 했다. 마지막 통화를 한 날을 생각하면 비참하기 짝이 없지만 약속시간을 이십분 넘긴 그의 전화를 받고 '나는 도착했는데' 라고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울먹이는 나의 말에 '미안' 이라고 하는 그의 말투에서 더 이상 이런 것들이 나에게 미안하지 않구나라고 느꼈다.
일이 있다며 평일에 보자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혹시나 정말 무슨 일이 있는데 내가 섣불리 행동했다간 그에게 더 큰 상처가 될 것이라는 마음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일주일을 기다렸다. 그런 일주일이 지난 후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었다. 연락을 했다. 안 받으면 더 이상은 연락을 하지 않을 건데... 그 동안 내가 알아왔던 바로는 이렇게 이별을 고할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알던 바로는 말이다.
정리를 한 다음 날 이상하리만치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에 씁쓸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자리잡았다. 일주일의 기다림동안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비우고 있었나보다. 나는 끝내자는 말을 못 했을텐데 한편으론 이렇게 끝내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에겐 우리가 했던 약속들과 계획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나보다.
이 주가 지난 지금. 새로운 사람이 찾아왔다. 평소같은 헤어짐이었다면 새로운 만남이 이른 시기었겠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다. 재미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고 여러가지 환경에 놓인 나를 이해해주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 시기에 나를 만난 것은 우연이며 운명이라며 짧은 시간에 나를 기다려주겠다는 확신을 가진 이 사람이 복에 겨우면서도 고맙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있었을 때의 느낌이 아직까지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내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내가 너에게 끝맺음의 연락을 한 것은 내가 대인배여서도 아니고 너를 배려하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같이한 시간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든 너에 대한 일종의 의식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무의미했던 두 달이 될 것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 너가 밉다. 그냥 너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는 사람이었고 연애를 가볍게 여긴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야 맞다. 그 과정이 얼마나 행복했건 너의 끝은 최악이었으며 나는 너의 축복을 빌어줄 수 없다. 너는 또 다른 두 달의 연애들을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