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맛에 살지. (1) 내 남편은 '애첩'

정향2004.01.05
조회30,562

새해 첫 날 남편은 나의 '정향'이였다.

 

우선 제 닉네임부터 소개할게요.

정향은 평양기생으로 양녕대군의 애첩이였죠.

저도 남편의 애첩같은 마누라가 되고 싶어서 정향이라고......이런 맛에 살지. (1) 내 남편은 '애첩'

저희 부부는 만난 지 22년 결혼 15년의 중년부부입니다.

 

가진 거라곤 듬직하고 잘 난 아들 둘 뿐입죠.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굉장히 궁핍하다는 말씀입니다.

아직 집도 없고, 모아 논 재산도 없고......

 

하지만 남들이 지나치고 마는 자잘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물론 싸우기도 하지만요.

 

새해 첫 날.

온가족이 해맞이를 하러 갔습니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부비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높은 산은 아니고요. 해발 육백칠십정도...)

"아이씨! 해가 안 보이잖어."

기상대의 관측을 철썩같이 믿은 우리 가족들은 실망에 실망을 했죠.

"할아버지께 전화나 하자."

남편의 제안에 아들들이 통화를 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연하장도 안 보낸 게 생각났습니다.

사실 전 날 밤에 문자 메시지 보내려고 했는데, 컴으로 몇 번 연결해도 안돼서 포기 했죠.

"아버님께 연하장도 안 보냈는데......"이런 맛에 살지. (1) 내 남편은 '애첩'

아직도 문자 보내기가 안될 거 같아서 혼자 중얼거리고 말았죠.

 

전 핸드폰 안 씁니다. 당연히 문자 보낼 줄 모르죠.

(원시시대 여자라고 흉보지 마세요. 사정이 있거든요. 이런 맛에 살지. (1) 내 남편은 '애첩')

 

해도 못 보고 내려왔습니다.

맑은 공기랑 이제껏 안 가 본 길로 하산한 것을 보람으로 알고요.

아침을 대충 먹고 시댁에 갔습니다.

시누들이 온다니 만두국을 끓여 먹어야 되서리....

(울 어머니 이럴 때 꼭 부릅니다. 주말과 일요일엔 꼭 가는데두요.)

말씀이나마 좋게 하시니까 툴툴대면서도 기분좋게 갑니다.

"에미가 만두 만들어야 안 깨진다."

울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임다.

송편 만들때는 이쁘고 안 깨지게 만든다고.....이런 맛에 살지. (1) 내 남편은 '애첩' 여러분~ 이럴 땐 속셈을 알더라도 속아 주십쇼.

 

아직 시누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고, 엄니가 만들어 둔 만두속 한 양푼이 절 기다리고 있었죠.

이렇게 모이면 20명 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됩니다.

어휴~

한 숨이 절로 나오는데

"이거 봐라!"

아버님이 핸폰을 가져 와 보여 주십니다.

거기에는

"아버님, 어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프지 마시고 두 분 행복하세요!  큰며느리 올림."

이라고 써 있더군요.이런 맛에 살지. (1) 내 남편은 '애첩'

 

와우~

기분이 너무 좋아서 힘든 줄 모르고 만두를 빚었습니다.

 

새해 첫 날은 남편이 저에게 '정향'이 노릇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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