헿님의 글에 대한 생각

2014.12.12
조회14,640
최근 화제가 되었던 헿님의 남자 심리 관련된 모든 글들이대략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지워진 것을 확인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난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되는 글들이었다.이유는 당연히, 남자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아는 분이었기 때문에 놀라워서.흔히 기가 막힌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나만이 그렇게 느꼈다면 대수롭지 않은 글일 것이나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이미 상당수 블로그 및 커뮤니티에 퍼져나간 것을 보았다.남자 블로거가 주석을 달아가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는 표현을 쓸 만큼.심지어 출판사에서 메일 주소를 댓글로 남겨가며 글쓴이를 찾아댈 만큼.마지막 글에서, 악플을 남겼던 많은 남자들조차도 글 내용 자체에는 하자를 걸지 못했을 만큼.글을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본 남자였다면, 내용만큼은 칭찬을 해줬을거라 생각한다.
여자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듯 느끼거나,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의문을 느꼈을 수도 있다.하지만 그렇게 별거 아닌 듯 느껴지는 것에 많은 남자들이 경탄을 했던 이유도 분명히 있다.
헿님이 대상으로 삼은 남자는 '가장 흔한 보통의 남자들'의 심리였다.지극히 소심한 것도, 극단적으로 대범한 것도 아닌 아주 평범한 남자들.그들의 심리를 무섭도록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점과,남자들만이 뜨끔하고 소름 돋을 수 있었던 사소한 부분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마치 남자들은 멀뚱멀뚱 하게 되는 '여자들만 공감' 이런 포인트가 분명히 존재하듯,여자들은 이게 뭐? 하겠지만, 남자들은 '와 이건 잘 짚었다.' 하는 포인트도 분명 존재한다.
가령 첫 만남을 거절 했을 때, 남자가 다른 시간과 장소를 제안하는 경우'엄청 자존심이 상한다고 함', '만나 달라고 구걸하는 것 같다고 함' 이렇게 쓰셨는데,보통 여자들이 보기엔 "이게 뭐야 당연한 거 아니야?" 하면서 쉽게 지나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여러 번 겪었던 상황이기에, 남자들이 갖는 그 특유의 느낌이 있다.'만나 달라고 구걸하다' 라는 표현. 단어 선택 자체부터 굉장히 예리한 것이다. 완벽했다.이런 어휘 하나하나로 남자들의 가슴을 깊숙히 쿡 찌른 것이다.남녀가 받아 들일 때 이런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남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굉장히 어려운 주제를 잡아놓고도"리액션을 잘해줘야 해요~"처럼 흔하고 식상한, 맞는 말이지만 너무 뻔한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그런 흔한 얘기를 했다면 코웃음을 치며 뒤로 가기를 눌렀을 것이다.반면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치고 들어왔고, 그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그러니 남자들 별거 없네- 하며 도발적인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열렬히 극찬했던 것이다.
일 년 전 처음으로 판이라는걸 접하면서 과거 주목을 받았던 글들을 꾸준히 읽어 왔지만적어도 여자분이 분석한 남자에 관한 글에는 아무런 감정의 미동도 느끼지 못했다.너무 뻔한 얘기거나, 전혀 잘못 짚고 있다거나, 굉장히 적극적인 남자를 전제로 한다거나.하지만 분명 이번엔 달랐다.뻔하거나 식상하지 않았고, 정확히 짚어 냈고, 압도적 다수의 평균적인 남자를 전제로 했다는 것.
마지막 글에 남겨진 수많은 악플들이, 헿님이 글을 지우고 떠나게 만든 듯 싶다.남자로서 장담할 수 있는 것 하나는.해석남여 카테고리 중 특히 '남자의 심리'에서 두 번 다시는 그런 거물은 볼 수 없을 거라는 점.무심코 던진 돌멩이 하나에, 황금 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가 도망쳐 버렸다.
안타까울 따름이다.그가 느꼈을 심적 부담도 안타깝고, 공들여 쓴 글에 달린 악플을 보며 느꼈을 서운함도 안타깝고.어떻게 보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설득력을 주려 노력했던 모습도 안타깝다.
과연 그가 자신의 가벼운 연애사를 공개했을 때 쏟아질 비난을 몰랐을까?헿님의 글을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스마트한 분이다.지금 마지막으로 잔존하는 소심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만 보아도 느낄 수 있다.분석에 깊이가 있고, 어휘의 선택이나 표현 또한 소위 '배운 티'가 나는 분이다.그런 스마트함을 오히려 가벼운 말투로 덮어서 감추고 있을 뿐.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들이 얼마나 많을지.그럼에도 그걸 감수하고 약속을 지키려 했던 모습이 대견스럽다. 
정작 중요한건, 그의 가벼운 연애 성향이 아니었다.그 점을 비난하는건 마음 속으로 했어야 했다.보편적인 남자들의 심리를 알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남자를 효과적으로 유혹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꾸준히 얻을 수 있었을 것임에도,하필 글쓴이의 가벼운 연애 성향을 지적함으로써 글쓴이는 상처만 잔뜩 입고 도망쳐 버린 것이다.
남자들 또한 보통 남자의 심리에 대한 조언은 줄 수 있을 테지만,이를 효과적으로 찌르고 들어갈 수 있는 스킬들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분 뿐이었다.
영양가 높은 글을 몰라보고 지워지게 만들고,좋은 글을 꾸준히 연재해 줄 수 있는 유니크한 톡커를 떠나 보낸 것 또한 자업자득이다.
아마도 돌아오진 않겠지만, 행여나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약간의 위안이라도 삼아주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