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호수 위에서 물 안을 들여 보던 괴물은 재차 큰 포효로 울부짖은 뒤,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호수 안에서 고통을 공유하고 있던 4인방은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발버둥을 치며 참고 있었다.
얼마 만큼에 시간이 흐른 것일까?
제일 먼저 들어갔던 민혁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손짓으로, 수면 위를 향해 자신은 나간다는 행동을 취한 뒤, 얼굴을 수면 밖으로 내밀어버렸다.
“푸하! 허억어어억. 후... 와, 너무 어지럽다.”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민혁 이었다.
심한 어지러움으로 시야가 흔들렸지만 매섭게 쫓아오던 괴물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괴물은 없었다.
눈을 게슴츠레 뜨며 자신이 도망쳐 왔던 숲속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괴물의 모습을 찾는 민혁 이었다.
먹잇감을 놓친 괴물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숲속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자세히 본 민혁은 괴물의 정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꼬리 끝에 두껍고 뭉툭한 볼링공이 달린 듯 했고, 강철로 만든 갑옷을 연상케 하는 껍질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후... 와, 진짜 미쳤다.”
그 모습을 본 민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잠수하고 있던 친구들을 툭툭 치며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푸하! 하악, 하악 후...”
“푸루루루! 푸화! 하후...”
“퐈! 푸푸푸 푸화! 씁... 후...”
수면 위로 올라 온 친구들은 하나 같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자신의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야, 그런데 저거 뭐야?”
괴물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기철에게 물어보는 민혁 이었다.
“하... 말하자면 길다. 우선 밖으로 나가자.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 호수도 무섭다. 여기에도 괴물 있을지 누가 알아.”
“오, 맞아! 나도 올라갈래.”
“나도, 진짜 너무 무섭다. 빨리 가자.”
“맞다. 우선 올라가서 말하자 여기도 무섭다.”
질문을 받은 기철은 호수도 무섭다고 땅 위로 도망가듯 올라가며 친구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서로 입을 모아 허겁지겁 호수 밖으로 나와 버렸다.
4인방은 긴장이 풀려서 인지 잔디 위에 노곤해진 몸을 뉘었다.
새벽에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갑작스레 자신들이 모르는 장소로 이동해 버린 그들.
그 원인을 찾기도 전에 기철이 끌고 온 괴물에게 쫓겨 모험 아닌 모험을 겪어버렸다.
단순히 거창한 포장지로 지구공동설의 확인을 목표로 두고 온다고 했지만, 그저 평생 추억에 남길만한 여행을 하러 온 것뿐이었다.
4인방이 바란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후...”
깊은 숨을 들이 마신 기철은 이야기를 하려 갈라진 입술을 떼어냈다.
“모르겠어. 저게 뭔지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눈 떠 보니까. 진짜 끝이 안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서 덩그러니 혼자 누워있었어. 도대체 이런 뭣 같은 상황이 뭔지 몰라가지고 그냥 너희들 찾으려고 냅다 소리쳤어. 시계도 멈춰있었고, 답답한 거야. 그냥 계속 소리만 질렀어.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모르겠고, 그런데 멀리서 진짜 한 8m크기(?) 정도 되는, 너네도 봤잖아. 진짜 악어 껍질 두른 것 마냥 단단해 보이는 괴물. 걔가 갑자기 날 보더니 미친 듯이 쫓아오는 거야. 빛이 안 보여서 난 여기에서 끝인가 했지만! 그때!? 빛이 보이데? 그래서 뛰었더니 니들이 보인거야. 그리고 방금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거지.”
“미친놈, 저런 괴물 상대로 안 따라잡힌 게 신기하네.”
가만히 듣고 있던 한건이 한 마디 했다.
한건이 한 마디 거들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민혁과 하균이 두 마디 아니 열 마디를 거들었다.
“야, 이 미친놈 ‘릿카쨩’이 보호 해준 거 아니냐?”
“하하하, 미친놈. 아니 근데 기철아, 너 울었지? 우리 찾으면서. 민혁이는 울었는데.”
“미친놈아, 너는 그 상황에서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 눈물 안 나올 것 같지? 너는 나보다 더 많이 울었어. 너는 그냥 아주 질질 짜다가 너무 울어서 쓰러질걸?”
“개소리마, 형님은 어딜 가든 발톱 갈린 짐승 마냥 강인하게 살아간다.”
“난리 똥 싼다. 그래서 발톱 갈린 짐승 마냥 살아가지고 전 여친 몰래 다른 여자 만나다가 망신당했냐?”
“미친놈이냐?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뭐, 미친놈아. 그 소문 내가 퍼트린 거임.”
“이 새끼, 완전 상스러운 새끼네. 너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하지마라.”
“너부터 하지 마. 미친놈아.”
열 마디를 거들던 민혁과 하균은 뜬금없이 싸우기 시작했다.
“아, 좀 닥쳐!”
그 싸움을 지켜보던 한건과 기철이 동시에 외쳤다.
“아니, 미친놈들이 싸우고들 있어. 그래, 나 울었어. 당연히 울지 미친놈들아. 혼자 생판 모르는 곳으로 떨어졌는데 웃으면 그게 미친놈이지 정상인이냐? 그리고 하균! 그만하자. 쟤 전 여자 친구한테 그렇게 차이고 애들한테 소문나고 망신 제대로 먹어서 진짜 밖에도 못 나간 거 알잖아. 그리고 민혁! 너도 그만 좀 해. 하균, 우리보다 동생이잖아. 빠른이니까. 형인 네가 참아라.”
민혁과 하균이 싸우는 걸 말리는듯하면서도 둘을 은근히 욕하는 기철 이었다.
“그래, 알았어. 미안하다. 어린 동생아.”
“나도 미안해. 나이 쳐 먹고 어린 동생한테 욕먹는 형님.”
기철의 꾸지람을 들은 민혁과 하균은 서로를 내리깎는 화해로 마무리를 지었다.
“야, 근데 저거 뭐냐?”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한건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3명에게 물어보았다.
그 순간,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순식간에 그들에 위에서 정지한 채, 공중에 떠 있었다.
그 모습은 UFO와 매우 흡사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는 4인방은 놀란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이 올려다보기만 했다.
“아! 조용! ‘천지인’들은 이렇게 시끄러웠던가? 아! 시끄러워. 이봐요! 제 말 먼저 들어봐요. 우선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그쪽 말로 하면 ‘인간’(?)에 속해 있는 종족입니다. 당신들 하고는 신장이 차이가 꽤 나지만 종족 구분을 굳이 따지자면 ‘인간’에 속해 있죠. 그리고 당신들은 ‘사비무르’라는 웜홀을 타고 이곳으로 왔어요. 그래서 제가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려고 왔습니다. ‘사비무르’로 들어오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위인데 어쩌다가 가끔씩 천지인들은 저곳을 통해 들어오더군요. 뭐, 아무튼 길게 말하면 제가 귀찮으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자, 저를 따라 오시죠. 아! 그리고 제 이름은 ‘막지’입니다. 뭐... 곧 헤어질 거지만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질문은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그런데 질문은 하지마세요. 귀찮거든요.”
속사포로 랩을 하듯 말하는 ‘막지’에 말에 영혼이 나가버린 4인방은 가만히 두 손 모아 공손히 서 있었다.
자신을 따라오라며 다시 생긴 빛으로 들어가는 ‘막지’였다.
말이 급격하게 없어진 4인방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말만 듣고 그 뒤를 따라 달려갔다.
빛에 들어온 4인방은 ‘막지’ 옆에 옹기종기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4인방이 귀찮았는지 ‘막지’의 표정은 똥 먹은 표정으로 변했다.
“자, 여기서 인간 제 3제국인 ‘살르제온’ 상공으로 갈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들을 당신들이 타고 왔던 차량 내부로 보낼 겁니다. 그럼 당신들은 당신들이 타고 온 차량을 다시 운전해서 집으로 귀가하시면 되는 겁니다. 다시는 ‘사비무르’ 근처로 오지 마시길.”
빛을 타고 올라간 4인방은 ‘막지’의 설명을 들으며 인간 제 3제국 ‘살르제온’ 상공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야, 이대로만 가면 우리 집으로 갈 수 있는 거지?”
“그래, 저렇게 짜증내면서 알려주고 있는데 설마 안 보내겠냐?”
“그러니까. 우선 그냥 조용히 닥치고 있자. 우리가 몇 마디 더 했다간 저 두꺼운 주먹으로 미친 듯이 맞을 것 같다.”
“애들아, 모두 쉿!”
막지의 뒤에서 조용히 속삭이던 4인방은 UFO 내부를 둘러보며 귓속말로 대화하며 집에 가기만을 기다렸다.
[키야악!]
[쾅!]
“...?!”
강하게 흔들리는 비행 물체였다.
그 덕에 깜짝 놀란 4인방은 겁에 질린 듯, 서로를 붙잡고 껴안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본부, 여기는 ‘사비무르’ 관리대책 본부 팀장 ‘막지’다. ‘살르제온’ 상공에 ‘하늘의 포식자’ 발견. 살르제온 상공에 ‘하늘의 포식자’ 발견. 지원바람.”
비행물체가 공격당하자 ‘막지’는 당황한 듯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고 본부에 연락을 하고 있었다.
[끼야악!]
[펑! 펑! 펑!]
밖에서 큰 굉음 소리와 짐승에 울음소리로 들리는 포효 소리가 뒤 섞여 ‘살르제온’ 상공에 울려 퍼졌다.
“야, 큰일 났다.”
겁에 질린 듯, 흔들리는 동공으로 부르르 떠는 입술을 떼며 말하는 기철 이었다.
“전쟁난 거 아니냐?”
“그니까. 아니, 뭐여 갑자기 이게 뭔 일이야!”
“야, 이러다가 우리 다 죽는 거 아니냐?”
기철의 모습을 보며 짙은 공포감이 나머지 3명에게도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걱정하지마세요. 이런 일은 처음이지만 저희 소속 부대가 알아서 잘 해결해 줄 겁니다.”
“네...”
‘막지’가 안심하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그래도 불안에 떨며 나지막이 대답하는 4인방이었다.
“자, 이리로 오세요.”
하늘 위로 빛이 올라가는 곳, 그 앞에 서 있던 ‘막지’가 손짓하며 4인방을 불렀다.
여전히 겁에 질린 듯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빨리 그곳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나오는 빛 안으로 들어가시면 차량 내부로 바로 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걱정하지마세요. 눈 감고 3초 세시다가 지그시 눈을 다시 뜨시면 됩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그때였다.
4인방이 동시에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그 빛은 사라졌고 비행물체는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밑으로 하염없이 하강했다.
“본부! 본부! 본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막지’는 본부를 계속해서 불러봤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여러분, 모두 저기 있는 캡슐로 들어가세요! 어서요!”
‘막지’는 구석 모퉁이에 둥근 모형을 가리키며 손짓했다.
4인방은 누가 먼저 달려가나 시합하듯 빠르게 움직여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막지’는 오지 않았다.
“이봐요! 막지! 당신은요!?”
“저는 걱정 마세요. ‘키비욤’ 과 작별인사를 마저 하고 나중에 탈출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1인용 캡슐입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네요. 아무튼 그것뿐이네요. 아, 그리고 ‘키비욤’이 뭔지 모르시죠? 당신들이 흔히 말하는 UFO입니다. 더 이상 말하면 귀찮으니 생략하고, 여기를 벗어나면 우선 북쪽나라 ‘철의 제국 카슘’으로 가세요. 귀에 꽂혀 있는 그 기계만 있다면 모든 언어는 번역 됩니다. 절대 빼지마시고! 이만.”
민혁의 마지막 물음에 답한 ‘막지’는 버튼을 누르며 4인방을 탈출 시켰다.
캡슐을 탄 4인방은 창밖을 통해서 ‘막지’가 타고 있는 ‘키비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주변에는 ‘살르제온’ 전투기로 보이는 비행물체와 ‘막지’가 말하던 ‘하늘의 포식자’로 보이는 괴물이 싸우고 있었다.
‘하늘의 포식자’는 언뜻 보면 독수리 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머리 쪽은 사자 갈기처럼 털이 무성했고, 이빨은 마치 공룡을 연상케 했다. 날개는 각각 한 쪽마다 길이는 10m 폭은 6m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서 괴물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은 진한 초록색으로 보이는 사람형체에 괴물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 괴물들을 하나 둘씩 격추시키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막지’가 타고 있던 ‘키비욤’이 터져버렸다.
“아...”
그것을 바라보던 4인방은 슬픔에 잠긴 탄성을 자아냈다.
이후에 그곳과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쯤.
4인방은 창문에서 눈을 떼고 누웠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침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침묵만은 그 자리에 정지한 채, 떠나가질 않았다.
‘막지’는 츤데레였다.
귀찮다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친절히 설명해 주는 진정한 츤데레였다.
그런데 그런 ‘막지’가 죽어버렸다.
그것도 자신은 죽고, 4인방을 살리는 길을 택한 채.
충분히 자신이 타고 도망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입장에서는 다른 세계에서 온 불청객에 불과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4인방을 구해주었다.
어디로 향해서 날아가는 건지 모르는 4인방은 막막한 앞길을 끝없는 상상으로 그려내 가며 막연하게 기다리기 시작했다.
흐느낌을 들은 탓에 곤히 잠들어 있었던 하균이 일어나, 울고 있는 기철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진짜 이 모든 상황이 다 짜증나고 여행에 괜히 온 것 같다 싶고, 하... 모르겠다. 그냥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어. 가족 생각도 나니까 눈물이 나오네. ‘릿카쨩’도 보고싶어.”
“임마, 형들도 다 그래. 사실 니들 먼저 자고 있을 때, 나도 울었어. 나이가 뭔 상관이냐. 진짜 우리 25살 먹었다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에서 안 울사람 어디 있겠어. 안 그러냐? 영화에서는 바로 정신 차리고 지들끼리 서로 모험심 대결하면서 헤쳐 나가겠지. 당연히! 그런데 이건 영화가 아니잖아. 나도, 후... 잘 모르겠다.”
기철과 어깨동무를 하며 위로 하던 하균 이었지만 금세 자신도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오우! 야! 나 신기한 꿈 꿨어!”
한건이 신기한 꿈을 꿨다며 일어났다.
“현실이다.”
그걸 들은 하균과 기철은 서로 눈물을 닦으며 한건의 희망을 짓밟았다.
“아... 꿈인 줄. 진심 나도 집 가고 싶다.”
“누가 집 갔냐?”
“아, 나 집 가고 싶다. 말이 잘못 나옴. 지금 정신이 없어.”
자신도 집에 가고 싶다며 서글프게 말하는 한건과 누가 갔냐며 물어보는 하균 이었다.
“오우! 야... 꿈 꿨...”
“현실이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제일 늦게 일어난 민혁이 한건과 똑같은 말을 하며 일어났지만 나머지 3명은 입을 모아 현실이라며 민혁의 희망을 마저 짓밟았다.
“하...”
4인방은 축져진 어깨 위로 서로 팔을 올려두며 등을 구부린 채, 먹먹함이 묻어 나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대장. 네가 이제부터 진짜로 대장 노릇 제대로 해봐라.”
캡슐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그들.
그 조용한 침묵을 깬 건, 처음에 흐느끼며 울던 기철 이었다.
“맞아. 너 평소에 네가 대장이라고 큰 소리 치고 다녔잖아.”
“맞다. 이번에 그 대장 역할 제대로 수행 좀 해봐!”
평소에 무슨 대장이냐며 엉덩이를 발로 차던 그들 이었지만 지금에서야 비로소 민혁을 대장으로 인정하며 책임을 실어 주었다.
“아니, 미친놈들인가. 평소에는 내 엉덩이 샌드백 차 듯 차더니, 이럴 때만 대장이래. 미친놈들. 아... 가위, 바위, 보해서 결정하자. 진짜. 잡소리 집어 치우고, 진짜 꿀밤한테 미간에다가 꽂아 버리기 전에.”
이럴 때만 대장이라는 칭호를 버려버리는 민혁은 가위, 바위, 보를 제안했다.
“이 새끼, 야! 너 이제 진짜 대장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맞을 줄 알아.”
“맞아, 미친놈아.”
“아니, 근데 우리도 약간 쓰레기인 듯. 근데 쟤는 더 쓰레기임.”
투덜거리는 민혁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몇 분을 실랑이 하다가 끝내, 민혁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야, 우선 대장으로 뽑힌 사람 말은 절대적으로 듣되, 그 대장은 우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행동으로 반영하는 거다. 알겠지?”
민혁에 마지막 한 마디를 들은 나머지 친구들은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위, 바위, 보!”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극한으로 올라갔다.
4인방이 느끼고 있는 공기의 떨림과 함께 빠르게 자신을 제외한 친구들을 눈알로 훑어보는 4인방이었다.
4인방의 지금 기분은 학창시절, 동네 문방구에서 불량식품을 주인아줌마 몰래 훔치던 그 긴장감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니, 그 이상을 훨씬 가뿐히 뛰어 넘어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끄덕이는 순간, 민혁은 가위, 바위, 보를 외쳤다.
민혁은 바위를 냈다.
나머지는 보자기를 냈다.
끝났다.
극한의 긴장감과 다르게 결말은 빠른 전개로, 빛의 속도로 나버렸다.
“아, 진짜! 애들아, 다시 한 번 하면 안 되냐?”
너무 쉽게 끝나버린 단판 승부였다.
하지만 한건, 하균, 기철은 여운을 남기지 않은 채, 감동받은 듯 격렬한 행위 예술을 보여주었다.
“안 된다.”
다시 한 번만 하자는 계속 된 부탁에도 불구하고 3명은 단호했다.
책임감은 막중했다.
이런 생사가 걸린 갈림길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친구들을 사지로 내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책임감이 무게로써 구현되어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직접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행동의 결과물은 아니다.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비롯된 행동의 결과물이었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서 이런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많이 접해 봤기 때문에 강한 부정으로 꺼려하며 피한 것이다.
“하... 진짜 너무 싫다. 이런 미친놈들이 내 우정의 결실이라니.”
그들을 보며 투정부리는 민혁 이었지만 어림도 없는 투정이었다.
“야, 대장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쁨에 못 이겨 행위 예술을 하던 한건은 대장이 된 민혁에게 질문했다.
바로 대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 민혁 이었다.
“아, 진짜 너무 싫다. 내가 왜 대장이야. 아... 기다려봐. 우리 생각 좀 하자. 이대로 나갔다간 진짜 바로 죽을 거 같아. 생각 좀 해보다가 나가자.”
막지가 캡슐 안으로 들여보내며 ‘철의 제국 카슘’ 으로 가라며 크게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까먹은 민혁 이었다.
달이 뜨지 않는 세계
안녕하세요.
현재 네이버에서 '달이 뜨지 않는 세계'라는 작품을 쓰고 있는 초보 글쓴이 동뚱 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네이트 판 분들께 제 작품을 평가 받고 싶어서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제 미숙한 글 솜씨를 평가 해 주실 분께서는 댓글로 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작품에 대해서만 비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인격적인 모독은 상처를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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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 서막을 알리는 알람소리.
2039년 4월 22일 북극 극점에서 10km 떨어진 지점. 새벽 02 : 00
[저주를 알리는 악귀여. 하늘을 가르는 어둠의 빗물이여. 그대에게 명하노니. 내 앞에 눈을 뜨고 나타나거라!]
[저주를 알리는 악귀여. 하늘을 가르는 어둠의 빗물이여. 그대에게 명하노니. 내 앞에 눈을 뜨고 나타나거라!]
[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을 모형으로 만든 알람시계의 정수리를 비스듬히 내려치며 시끄럽게 떠들던 알람을 꺼버렸다.
[탁!]
“아... 야!! 이거 누구 알람시계야. 강기철꺼지? 내가 이런 거 가져오지 말랬지?! 아니, 내가 몇 번을 말했냐! 이런 오덕스러운 거 가지고 오지 말랬지. 일어나자마자 또 스트레스 받네. 야! 일어나.”
알람을 가장 먼저 듣고 일어난 차민혁은 함께 북극 극점에 탐험 온 친구들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으... 아! 야, 좀만 더 눈 좀 붙였다가 출발하면 안 되냐? 이제 극점 얼마 안 남았잖아.”
뒤척이다 제일 나중에 잠이 든 한건은 두꺼운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며 등을 돌려 다시금 잠을 청했다.
“안돼! 원래 어제 도착하는 거였는데 네가 이대로 끝내긴 아쉽다고 천천히 가자고 해서 하루 늦춰진 거 아니야!”
“아... 진짜 깐깐하네. 깊은 저 바다 속 파인애플 옆에 사는 고인돌 집 주인 마냥 왜 이렇게 깐깐해! 안 그래도 북극이라서 추운데 우리 민혁이가 얼음처럼 깐깐하게 굴어서 더 추워졌어.”
“개그냐?”
한건은 자신의 잠을 방해한 민혁에 대한 분노를 차가운 개그로 승화시켰지만 민혁은 웃지 않았다.
“웃어. 묻지 말고 웃으라고.”
“푸흡!”
“웃었지? 목 싸대기 안 맞는다.”
웃지 않으면 목을 한 대 맞는 전통이 암묵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민혁은 웃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한건의 갑작스러운 겨드랑이 습격으로 웃음이 터지고 마는 진혁 이었다,
보고 있는 사람은 재미가 없다지만 이 두 사람은 이런 장난이 마냥 재밌다고 계속하고 있었다.
“아니, 아침부터 잠 자다가 말고 일어나서 뭔 개 같은 개그를 쳐하고 있어! 열받게! 야, 상한건! 니 개그 상한건 아냐? 진짜 재미없어. 그만 좀 해라.”
“니 개그가 더 재미없어! 임마 너도 이리와!”
그 재미없는 개그 대화를 듣고 있던 하균은 한 소리 했다가 민혁과 한건에게 괴롭힘만 당했다.
“야... 형님 잔다. 조용해라. 아우들아. 그리고 릿카쨩 건들지 마라.”
가만히 구석에서 듣고 있던 강기철은 짙게 목소리를 내리 깔고 천연덕스럽게 장난 섞인 어투로 놀이에 뒤늦게 참여했다.
이로써 4명 모두 일어나게 되었다.
이 4명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으로 10년 이상의 강철같은 우정을 과시하는 사이였고, 성향도 거의 비슷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행의 성격도 비슷했고, 호기심이 가는 분야도 비슷했다.
그들 4명 모두가 가장 먼저 모여서 호기심을 갖게 된 소재는 지구공동설 이었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과학 선생님께서 틀어주신 지구공동설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4인방은 훗날 직접 북극 극점에 발을 내려놓으리라 다짐을 하였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법한 내용에 다짐이지만 4명에게는 나름대로 무거운 다짐 이였기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렇게 하여 우여곡절 끝에 전문가 도움 없이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이었다.
장갑차를 연상시킬만한 크기에 차를 타고 북극을 여행한 그들.
며칠 동안 MA-24RJ 안에서 생활하고 추억을 쌓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참이었다.
"애들아, 내리자! 형만 믿고 내려!"
자신이 리더라며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계획을 구상하고 추진한 진혁은 감동 섞인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따라 오라며 소리쳤다.
"닥쳐!"
그 말을 들은 친구 3인방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진혁에게 입을 다물라고 말했다.
그 순간이었을까?
[저주를 알리는 악귀여. 하늘을 가르는 어둠의 빗물이여. 그대에게 명하노니. 내 앞에 눈을 뜨고 나타나거라!]
제일 마지막에 나오고 있던 강기철은 희미하게나마 자신의 알람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래서 잠깐 고개를 돌려 알람시계 있는 쪽을 바라봤지만 잘못 들은 듯 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기철은 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언제였을까?
잠시나마 차량 내부로 시선을 돌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기철의 친구들이 바로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분명히 단단한 끈으로 서로가 서로를 꽉 묶고 있었을텐데, 기척도 없이 그 몇 초 사이에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기철의 머릿속은 순간 백지화 되었다.
"야! 애들아. 재미없다! 형은 이런 거 싫어해! 나와라!"
3명이 짜고 치는 장난이라 믿고 싶은 기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입에 모아 소리쳤다.
"임마, 형이 그만하고 싶어. 진짜로... 하하하! 그만하고 나오자고!"
아무도 없는 북극 한복판에서 대답 없는 외침만 내뱉는 기철이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자, 발만 동동 구르며 욕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욕하고 있던 기철은 가만히 있다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장난이면 죽는다. 나와라 그만하고 진짜로. 지치니까. 이딴 유치한 거 누가 생각한 거임?! 그만하고 나와 진짜 머리 잡고 땅 질질 끌기 전에."
등골에 올라 탄 알 수 없는 짜증을 표현하는 기철이었다.
차량 밑과 뒤를 뛰어 다니며 살펴 본 기철이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떡해야 돼. 어떡하지? 어떻게? 여기서 혼자 돌아가? 애들은?]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렁그렁 거리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기철의 얼굴에는 열기가 가득한지 붉게 물들어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말없이 혼자 덩그러니 서 있던 기철은 결단을 내렸는지 팔을 올려 흘러 내리고 있는 눈물을 깨끗하게 닦아냈다.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야. 구조요청 때려야겠어."
자신이 여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몸을 돌려 빠르게 차량 내부로 돌아가 구조요청을 하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뭔가 밑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든 기철은 땅을 내려 보았다.
갑작스레 발밑에서 검은 구체가 생겨나더니 자신의 몸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소리 한 번 못 내보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그들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RA-24RJ 차량 내부에서 흐릿하게나마 알람소리가 들려왔다.
[저주를 알리는 악귀여. 하늘을 가르는 어둠의 빗물이여. 그대에게 명하노니. 내 앞에 눈을 뜨고 나타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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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 달이 뜨지 않는 세계(1)
“아...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자신이 있던 장소와 다르다는 걸 깨달은 민혁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늘 위에 올라가 있는 태양은 지상을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그리 덥지는 않았다.
눈을 껌뻑이며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던 민혁은 한 가지 이상한 의문이 들었다.
자신이 있던 곳은 분명 북극 이였는데 지금 발밑에는 아주 푹신한 잔디로 이루어져 있는 광활한 초원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울창한 숲은 자신이 이제껏 보지 못한, 우람한 크기에 나무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꿈을 꾸는 건지 아니면 지금 자신에게 닥쳐온 상황이 현실인지 믿기 어려운 민혁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맑은 하늘에 붉은 색 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게 다 뭐야! 나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애들은... 애들아, 어디 있냐! 한건아! 하균아! 기철아!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소리쳐봐!”
막연한 공포심에 떨리는 두 손을 입에 모아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 시각, 드넓게 펼쳐진 초원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오른 바위 뒤편에서 정신을 잃고 누워 있었던 한건과 하균이 눈을 뜨고 있었다.
“야, 애들아! 뭐야 나만 이상한 곳으로 떨어 진거야? 나 어떡해.”
25살 먹은 민혁은 금세 울상을 지으며 소리치곤 고개를 땅으로 떨궜다.
그 간절한 외침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한건과 하균이 깜짝 놀라 일어났다.
“오우!! 야, 나 이상한 꿈꿨어!”
깜짝 놀라서 일어나긴 했지만 자신이 검은 구체로 빨려 들어간 것을 꿈이라 여긴 한건은 아주 기이한 꿈을 꿨다며 주변도 쳐다보지 않은 채, 하균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하균은 자신하고 같은 꿈을 꿨다며 맞장구치려는 찰나 주변이 이상하리만치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곳이 북극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야... 꿈이 아니잖아. 우리 밑을 봐. 눈이 없자나 여기 뭐야.”
“...?!”
“꿈이 아니라고 멍청한 놈아.”
“그러네?”
“아니 뭘 ‘그러네?’ 야. 지금 이거 꿈이 아니라니까?”
“으... 응. 그래.”
“얼빠졌네. 이 새끼. 다른 애들은 어디 갔어? 찾아봐! 일어나서!”
“오! 맞아! 분명 나는 민혁이 뒤에 붙어서 따라가고 있었거든? 그런데 민혁이가 밑으로 풍덩하고 사라진 거야. 그래서 내가 발밑을 보니까? 검은 맨홀 같은 게 내 다리를 감싸더라? 그러다가 나도 갑자기 빨려 들어갔어! 너도지?”
그 말을 들은 한건은 생각이 잠긴 듯 초점 없는 눈빛으로 땅만 보고 있다가 소리쳤다.
“응? 잠깐만, 음... 아아아아! 맞아. 나도 네가 빨려 들어가는 거 봤어. 나도 똑같았어! 맞아!”
과거,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한건과 하균이었다.
그때, 멀리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민혁의 목소리.
“야! 애들아! 한건아! 하균아! 기철아!”
큰 바위들만 드문드문 보이는 드넓은 초원에서 애절하게 친구들을 찾고 있는 민혁이었다.
“야, 이 목소리 민혁이 목소리지?”
“어, 그런 거 같은데?”
순간, 한건과 하균은 바위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는 기쁜 듯 재빨리 소리 나는 방향으로 일어나 뛰어갔다.
멀리 보이는 민혁의 실루엣.
그 둘은 확신하고 소리 지르며 뛰어갔다.
“야 임마! 여기야! 여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그것은 민혁의 눈가에 촉촉한 수분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애들아...!”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한건과 하균에게 소리치며 달려가는 민혁이었다.
“이 새끼들아! 내가 몇 번이나 소리 질렀는데... 이제야 나오면 어떡하냐! 와... 나 진짜 막막했다.”
민혁의 투정을 들은 한건은 두 팔을 벌려 격하게 안으며 한 소리했다.
“미안하다. 임마! 형들도 방금 전에 니 목소리 듣고 달려 온 거야.”
“맞다! 근데 한건 이 자식 처음에 멍 때림.”
그 옆을 지켜보던 하균도 같이 껴안으며 한 마디 했다.
아주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그 반가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 왜 여기로 갑작스럽게 오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세 명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2시간이 흘렀을까?
“야, 근데 우리 뭔가 허전하지 않냐?”
허전함을 호소하는 민혁이었다.
그 말을 들은 한건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갸우뚱하더니 무심한 한 마디를 던졌다.
“그래? 뭐지? 나는 모르겠는데?”
민혁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무엇이 빠졌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세 사람이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아아아악! 뭐야! 이게!”
저 멀리 보이는 울창한 숲에서부터 무엇에 쫓기고 있는지 미친 듯이 뛰어 오는 기철의 목소리였다.
그 모습을 보자 고민하던 세 명은 뇌리에 그 허전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맞아! 강기철이 없었어!”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아 외친 그들은 기철에게 기쁜 듯 함박웃음을 보이며 달려갔다.
“기철아! 임마! 형들이다!”
형들이라며 웃으며 뛰어오는 친구들이었지만 반갑지 않았다.
“야! 뛰어. 오지 마. 이쪽으로 오지 말라니까?”
자신에게 오지 말라는 건지, 자신의 방향 쪽으로 오지 말라는 건지 이해가 안됐던 세 사람은 그 외침을 무시한 채, 기철에게 냅다 뛰어갔다.
뛰어 가는 도중, 그들의 뜀박질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눈을 게슴츠레 뜨며 기철의 뒤에서 미친 듯이 따라오고 있는 괴물에게 시선이 자연스레 고정됐다.
“야! 몸 틀어! 앞으로 뛰어!”
가운데서 뛰고 있던 민혁은 한건과 하균의 팔을 붙잡고 몸을 틀어 뛰기 시작했다.
“야! 같이 가 미친놈들아!”
깊게 숨을 헐떡이며 숲에서부터 뛰어 온 기철은 큰 소리로 외쳤다.
“뭐야! 저게!”
“나도 몰라! 저 미친놈 이상한 걸 끌고 왔어!”
“와, 진짜 미친 듯이 크다. 저거 뭐야?”
등을 돌려 앞서 뛰어가고 있는 세 명은 아직 여유가 있는지 괴물에 대해 얘기하며 뛰었다.
“오! 저기 물 있어 물! 우선 저기로 빠져서 잠수하자!”
자칭 대장이라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다니는 민혁은 호수를 보고 겁 없이 풍덩하고 빠져버렸다.
그 모습에 잠시 주춤하는 두 사람 이였지만 뒤 쫓아 오는 기철과 괴물에 모습을 보고 더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민혁에 뒤를 따라서 같이 잠수 했다.
“야! 나도 같이 빠져!”
바로 코앞에서 세 명이 호수에 빠지는 걸 보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호수에 몸을 던졌다.
다시 모두 모인 4인방 친구들이었다.
그 장소가 물속이라서 조금은 안타까운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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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화 – 달이 뜨지 않는 세계(2)
달려오던 괴물은 숲에서부터 쫓아온 자신의 먹잇감이 물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자 포효했다.
호수 주변을 맴돌며 애꿎은 땅만 계속해서 파냈다.
그 광경을 물 안에서 지켜본 4인방은 점점 한계가 오고 있었다.
서로의 팔을 붙잡고 자신들에 뇌에 산소의 공급이 단절된 고통을 공유하고 있던 그들이었다.
그 시각, 호수 위에서 물 안을 들여 보던 괴물은 재차 큰 포효로 울부짖은 뒤,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호수 안에서 고통을 공유하고 있던 4인방은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발버둥을 치며 참고 있었다.
얼마 만큼에 시간이 흐른 것일까?
제일 먼저 들어갔던 민혁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손짓으로, 수면 위를 향해 자신은 나간다는 행동을 취한 뒤, 얼굴을 수면 밖으로 내밀어버렸다.
“푸하! 허억어어억. 후... 와, 너무 어지럽다.”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민혁 이었다.
심한 어지러움으로 시야가 흔들렸지만 매섭게 쫓아오던 괴물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괴물은 없었다.
눈을 게슴츠레 뜨며 자신이 도망쳐 왔던 숲속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괴물의 모습을 찾는 민혁 이었다.
먹잇감을 놓친 괴물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숲속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자세히 본 민혁은 괴물의 정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꼬리 끝에 두껍고 뭉툭한 볼링공이 달린 듯 했고, 강철로 만든 갑옷을 연상케 하는 껍질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후... 와, 진짜 미쳤다.”
그 모습을 본 민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잠수하고 있던 친구들을 툭툭 치며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푸하! 하악, 하악 후...”
“푸루루루! 푸화! 하후...”
“퐈! 푸푸푸 푸화! 씁... 후...”
수면 위로 올라 온 친구들은 하나 같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자신의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야, 그런데 저거 뭐야?”
괴물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기철에게 물어보는 민혁 이었다.
“하... 말하자면 길다. 우선 밖으로 나가자.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 호수도 무섭다. 여기에도 괴물 있을지 누가 알아.”
“오, 맞아! 나도 올라갈래.”
“나도, 진짜 너무 무섭다. 빨리 가자.”
“맞다. 우선 올라가서 말하자 여기도 무섭다.”
질문을 받은 기철은 호수도 무섭다고 땅 위로 도망가듯 올라가며 친구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서로 입을 모아 허겁지겁 호수 밖으로 나와 버렸다.
4인방은 긴장이 풀려서 인지 잔디 위에 노곤해진 몸을 뉘었다.
새벽에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갑작스레 자신들이 모르는 장소로 이동해 버린 그들.
그 원인을 찾기도 전에 기철이 끌고 온 괴물에게 쫓겨 모험 아닌 모험을 겪어버렸다.
단순히 거창한 포장지로 지구공동설의 확인을 목표로 두고 온다고 했지만, 그저 평생 추억에 남길만한 여행을 하러 온 것뿐이었다.
4인방이 바란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후...”
깊은 숨을 들이 마신 기철은 이야기를 하려 갈라진 입술을 떼어냈다.
“모르겠어. 저게 뭔지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눈 떠 보니까. 진짜 끝이 안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서 덩그러니 혼자 누워있었어. 도대체 이런 뭣 같은 상황이 뭔지 몰라가지고 그냥 너희들 찾으려고 냅다 소리쳤어. 시계도 멈춰있었고, 답답한 거야. 그냥 계속 소리만 질렀어.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모르겠고, 그런데 멀리서 진짜 한 8m크기(?) 정도 되는, 너네도 봤잖아. 진짜 악어 껍질 두른 것 마냥 단단해 보이는 괴물. 걔가 갑자기 날 보더니 미친 듯이 쫓아오는 거야. 빛이 안 보여서 난 여기에서 끝인가 했지만! 그때!? 빛이 보이데? 그래서 뛰었더니 니들이 보인거야. 그리고 방금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거지.”
“미친놈, 저런 괴물 상대로 안 따라잡힌 게 신기하네.”
가만히 듣고 있던 한건이 한 마디 했다.
한건이 한 마디 거들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민혁과 하균이 두 마디 아니 열 마디를 거들었다.
“야, 이 미친놈 ‘릿카쨩’이 보호 해준 거 아니냐?”
“하하하, 미친놈. 아니 근데 기철아, 너 울었지? 우리 찾으면서. 민혁이는 울었는데.”
“미친놈아, 너는 그 상황에서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 눈물 안 나올 것 같지? 너는 나보다 더 많이 울었어. 너는 그냥 아주 질질 짜다가 너무 울어서 쓰러질걸?”
“개소리마, 형님은 어딜 가든 발톱 갈린 짐승 마냥 강인하게 살아간다.”
“난리 똥 싼다. 그래서 발톱 갈린 짐승 마냥 살아가지고 전 여친 몰래 다른 여자 만나다가 망신당했냐?”
“미친놈이냐?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뭐, 미친놈아. 그 소문 내가 퍼트린 거임.”
“이 새끼, 완전 상스러운 새끼네. 너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하지마라.”
“너부터 하지 마. 미친놈아.”
열 마디를 거들던 민혁과 하균은 뜬금없이 싸우기 시작했다.
“아, 좀 닥쳐!”
그 싸움을 지켜보던 한건과 기철이 동시에 외쳤다.
“아니, 미친놈들이 싸우고들 있어. 그래, 나 울었어. 당연히 울지 미친놈들아. 혼자 생판 모르는 곳으로 떨어졌는데 웃으면 그게 미친놈이지 정상인이냐? 그리고 하균! 그만하자. 쟤 전 여자 친구한테 그렇게 차이고 애들한테 소문나고 망신 제대로 먹어서 진짜 밖에도 못 나간 거 알잖아. 그리고 민혁! 너도 그만 좀 해. 하균, 우리보다 동생이잖아. 빠른이니까. 형인 네가 참아라.”
민혁과 하균이 싸우는 걸 말리는듯하면서도 둘을 은근히 욕하는 기철 이었다.
“그래, 알았어. 미안하다. 어린 동생아.”
“나도 미안해. 나이 쳐 먹고 어린 동생한테 욕먹는 형님.”
기철의 꾸지람을 들은 민혁과 하균은 서로를 내리깎는 화해로 마무리를 지었다.
“야, 근데 저거 뭐냐?”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한건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3명에게 물어보았다.
그 순간,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순식간에 그들에 위에서 정지한 채, 공중에 떠 있었다.
그 모습은 UFO와 매우 흡사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는 4인방은 놀란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이 올려다보기만 했다.
그때였다.
가로, 세로 50m 정도 되는 네모난 곳에서 빛이 내려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내려오려 하는 듯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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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화 – 달이 뜨지 않는 세계(만남)
“야, 이게 꿈이면 진짜 소설로 써도 될 것 같다. 애들아.”
아무 말 없이 보고만 있던 4인방 중, 민혁이 입술을 떼며 정적을 깼다.
“그러게.”
3인방은 민혁의 한 마디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넋을 잃은 듯 맞장구를 쳤다.
뉴스 또는 인터넷에서 접해오던 그들이었다.
외계인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강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외계인이 있다고 믿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들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라.
이들의 눈에 보이는 이 광경은,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 같은 기세로 자신들의 머리 위에 그 외계인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놀랍고 신비스러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기다림이 없는 시간 속에서 드디어 빛이 내려오는 부분으로 검은 그림자가 내려왔다.
그 모습은 인간과 매우 흡사했지만 키는 3m 정도 되는 크기였다.
“오, 우리 보고 내려온 거 맞지?”
“어, 그런 것 같은데?”
“야, 영화에서 보면 막 총 같은 거 쏴서 사람 죽이지 않냐?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일어나, 일어나.”
미확인 생명체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4인방이었다.
4인방은 주먹을 쥐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들이 취하는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자신들 이외에 생명체를 본다면 그 누구라도 경계하며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켜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들은 여차하면 도망가거나 달려들 기세로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금방이라도 바지를 적실 것 같은 심정이었다.
여기서 숲으로 도망간다 해도 다시 괴물에게 먹혀 죽을 것이고, 어디로 간다 해도 따라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 4인방이었다.
[엄마, 아빠. 보고 싶다. 괜히 여행 온 것 같아.]
4인방에 소리 없는 외침은 서로가 서로를 통해 마음속으로 전해져 갔다.
그 순간, 빛이 끊기며 3m정도 되는 크기에 미확인 생물체가 그들 앞으로 내려왔다.
가까이서 보니 엄청 컸다.
하지만 외모는 사람과 완전히 흡사했다.
K-1 격투선수 ‘세미 슐트’를 많이 닮았다.
미확인 생물체는 머리를 긁적이며 양복 같은 옷을 입고 4인방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난생 처음 듣는 언어로 4인방을 당황시킨 미확인 생물체였다.
몇 분이 지났을까? 4인방은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이 서서히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야, 저 새끼 뭐라고 나불거리는 거냐.”
“몰라, 뭐라고 쳐 말하는 거야. 근데, 이 새끼 약간 어눌하게 생기지 않았냐?”
“그냥 냅다 몰매 때릴래?”
“난 모르겠다. 솔직히 우리 네 명이 덤비면 이길 것 같지 않냐?”
가만히 말만 듣고 있던 4인방은 답답했는지 한 마디씩 말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듣던 미확인 생물체는 얼굴을 약간 찡그린 뒤, 보청기 같아 보이는 조그마한 기계를 4명에게 주었다.
“이번엔 뭐냐?”
“몰라. 이 새끼! 진짜 답답한데 죽일까?”
“아... 진짜 전봇대 같은 애가 스트레스 받게 하는데 어떡하지? 신이시여. 이 어눌한 자식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하...”
얼떨결에 두 손으로 기계를 받은 그들은 주먹을 더 강하게 쥐고 몰매 때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자그마한 보청기 같은 기계를 귀에 끼라는 식으로 손짓하며 알려주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 행동마저도 이해하지 못한 그들은 욕을 하며 때리려고 했지만 미확인 생물체는 두 발 뒤로 물러나 고개를 저으며 다시금 기계의 사용 방법을 손짓으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봐요. 당신들 그만 욕하고 제가 하는 설명 좀 잘 보시죠? 모든 ‘천지인’들이 우리말을 알아듣는 건 아니었네.”
“어?! 뭐야! 우리나라 말을 하잖아?!”
행위로 손짓하는 설명을 알아들은 하균은 얼떨결에 기계를 귀에 끼고 버튼을 누르니 미확인 생물체에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
“당신 이름이 뭐죠?”
“나요? 하균. 성은 하 이름은 균입니다. 그냥 하균 이라고 부르면 돼요.”
대한민국 말을 한다며 놀란 하균의 외침을 들은 미확인 생명체는 하균의 이름을 묻고 나머지 일행들에게도 사용법을 알려주라고 말했다.
“아아, 뭐야. 다를 게 없는데?”
“멍청아. 쟤가 아직 말을 안했잖아.”
“바보인 듯.”
하균에게 설명을 들은 기철은 다를 게 없다며 말하던 찰나, 한건과 민혁은 한심한 듯 쳐다보며 말했다.
“자, 드디어 제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네요. 후...”
자신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답답함이 묻어 나오는 한숨을 내뱉었다.
“올~! 뭐야! 우리나라 말을 하네? 이 기계 덕분인가?”
신기한 듯 귀를 만지작거리며 궁금증을 표현하는 한건 이었다.
“아닐걸? 이 기계가 저 외계인이 하는 말을 우리말로 자동 번역해서 들려주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기철은 재빠르게 자신이 생각했던 의견을 말했다.
“맞아. 그런 거 같아. 오! 바보라고 했던 말 취소!”
“나도 취소! 쟤는 좀 엉성한 천재인 듯.”
그 말을 들은 한건과 민혁은 다시 봤다며 맞장구를 쳐 줬다.
4인방에 쉴 틈 없는 수다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미확인 생물체였다.
“하후... 잠깐만요. 그만 좀 말하세요. 머리가 아플 지경이네요. 하...”
“웅!”
“야, ‘네’라고 해야지 예의 없게.”
“맞아, 처음에는 몰라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좀 친해졌잖아.”
“뭘 친해져. 겨우 서로 말이 통하는 거 밖에 없는데.”
미확인 생물체가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 스무 마디를 하는 4인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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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화 – 미확인 생물체와 첫 만남(2)
“아! 조용! ‘천지인’들은 이렇게 시끄러웠던가? 아! 시끄러워. 이봐요! 제 말 먼저 들어봐요. 우선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그쪽 말로 하면 ‘인간’(?)에 속해 있는 종족입니다. 당신들 하고는 신장이 차이가 꽤 나지만 종족 구분을 굳이 따지자면 ‘인간’에 속해 있죠. 그리고 당신들은 ‘사비무르’라는 웜홀을 타고 이곳으로 왔어요. 그래서 제가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려고 왔습니다. ‘사비무르’로 들어오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위인데 어쩌다가 가끔씩 천지인들은 저곳을 통해 들어오더군요. 뭐, 아무튼 길게 말하면 제가 귀찮으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자, 저를 따라 오시죠. 아! 그리고 제 이름은 ‘막지’입니다. 뭐... 곧 헤어질 거지만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질문은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그런데 질문은 하지마세요. 귀찮거든요.”
속사포로 랩을 하듯 말하는 ‘막지’에 말에 영혼이 나가버린 4인방은 가만히 두 손 모아 공손히 서 있었다.
자신을 따라오라며 다시 생긴 빛으로 들어가는 ‘막지’였다.
말이 급격하게 없어진 4인방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말만 듣고 그 뒤를 따라 달려갔다.
빛에 들어온 4인방은 ‘막지’ 옆에 옹기종기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4인방이 귀찮았는지 ‘막지’의 표정은 똥 먹은 표정으로 변했다.
“자, 여기서 인간 제 3제국인 ‘살르제온’ 상공으로 갈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들을 당신들이 타고 왔던 차량 내부로 보낼 겁니다. 그럼 당신들은 당신들이 타고 온 차량을 다시 운전해서 집으로 귀가하시면 되는 겁니다. 다시는 ‘사비무르’ 근처로 오지 마시길.”
빛을 타고 올라간 4인방은 ‘막지’의 설명을 들으며 인간 제 3제국 ‘살르제온’ 상공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야, 이대로만 가면 우리 집으로 갈 수 있는 거지?”
“그래, 저렇게 짜증내면서 알려주고 있는데 설마 안 보내겠냐?”
“그러니까. 우선 그냥 조용히 닥치고 있자. 우리가 몇 마디 더 했다간 저 두꺼운 주먹으로 미친 듯이 맞을 것 같다.”
“애들아, 모두 쉿!”
막지의 뒤에서 조용히 속삭이던 4인방은 UFO 내부를 둘러보며 귓속말로 대화하며 집에 가기만을 기다렸다.
[키야악!]
[쾅!]
“...?!”
강하게 흔들리는 비행 물체였다.
그 덕에 깜짝 놀란 4인방은 겁에 질린 듯, 서로를 붙잡고 껴안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본부, 여기는 ‘사비무르’ 관리대책 본부 팀장 ‘막지’다. ‘살르제온’ 상공에 ‘하늘의 포식자’ 발견. 살르제온 상공에 ‘하늘의 포식자’ 발견. 지원바람.”
비행물체가 공격당하자 ‘막지’는 당황한 듯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고 본부에 연락을 하고 있었다.
[끼야악!]
[펑! 펑! 펑!]
밖에서 큰 굉음 소리와 짐승에 울음소리로 들리는 포효 소리가 뒤 섞여 ‘살르제온’ 상공에 울려 퍼졌다.
“야, 큰일 났다.”
겁에 질린 듯, 흔들리는 동공으로 부르르 떠는 입술을 떼며 말하는 기철 이었다.
“전쟁난 거 아니냐?”
“그니까. 아니, 뭐여 갑자기 이게 뭔 일이야!”
“야, 이러다가 우리 다 죽는 거 아니냐?”
기철의 모습을 보며 짙은 공포감이 나머지 3명에게도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걱정하지마세요. 이런 일은 처음이지만 저희 소속 부대가 알아서 잘 해결해 줄 겁니다.”
“네...”
‘막지’가 안심하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그래도 불안에 떨며 나지막이 대답하는 4인방이었다.
“자, 이리로 오세요.”
하늘 위로 빛이 올라가는 곳, 그 앞에 서 있던 ‘막지’가 손짓하며 4인방을 불렀다.
여전히 겁에 질린 듯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빨리 그곳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나오는 빛 안으로 들어가시면 차량 내부로 바로 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걱정하지마세요. 눈 감고 3초 세시다가 지그시 눈을 다시 뜨시면 됩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그때였다.
4인방이 동시에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그 빛은 사라졌고 비행물체는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밑으로 하염없이 하강했다.
“본부! 본부! 본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막지’는 본부를 계속해서 불러봤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여러분, 모두 저기 있는 캡슐로 들어가세요! 어서요!”
‘막지’는 구석 모퉁이에 둥근 모형을 가리키며 손짓했다.
4인방은 누가 먼저 달려가나 시합하듯 빠르게 움직여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막지’는 오지 않았다.
“이봐요! 막지! 당신은요!?”
“저는 걱정 마세요. ‘키비욤’ 과 작별인사를 마저 하고 나중에 탈출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1인용 캡슐입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네요. 아무튼 그것뿐이네요. 아, 그리고 ‘키비욤’이 뭔지 모르시죠? 당신들이 흔히 말하는 UFO입니다. 더 이상 말하면 귀찮으니 생략하고, 여기를 벗어나면 우선 북쪽나라 ‘철의 제국 카슘’으로 가세요. 귀에 꽂혀 있는 그 기계만 있다면 모든 언어는 번역 됩니다. 절대 빼지마시고! 이만.”
민혁의 마지막 물음에 답한 ‘막지’는 버튼을 누르며 4인방을 탈출 시켰다.
캡슐을 탄 4인방은 창밖을 통해서 ‘막지’가 타고 있는 ‘키비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주변에는 ‘살르제온’ 전투기로 보이는 비행물체와 ‘막지’가 말하던 ‘하늘의 포식자’로 보이는 괴물이 싸우고 있었다.
‘하늘의 포식자’는 언뜻 보면 독수리 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머리 쪽은 사자 갈기처럼 털이 무성했고, 이빨은 마치 공룡을 연상케 했다. 날개는 각각 한 쪽마다 길이는 10m 폭은 6m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서 괴물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은 진한 초록색으로 보이는 사람형체에 괴물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 괴물들을 하나 둘씩 격추시키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막지’가 타고 있던 ‘키비욤’이 터져버렸다.
“아...”
그것을 바라보던 4인방은 슬픔에 잠긴 탄성을 자아냈다.
이후에 그곳과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쯤.
4인방은 창문에서 눈을 떼고 누웠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침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침묵만은 그 자리에 정지한 채, 떠나가질 않았다.
‘막지’는 츤데레였다.
귀찮다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친절히 설명해 주는 진정한 츤데레였다.
그런데 그런 ‘막지’가 죽어버렸다.
그것도 자신은 죽고, 4인방을 살리는 길을 택한 채.
충분히 자신이 타고 도망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입장에서는 다른 세계에서 온 불청객에 불과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4인방을 구해주었다.
어디로 향해서 날아가는 건지 모르는 4인방은 막막한 앞길을 끝없는 상상으로 그려내 가며 막연하게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곳이 어디든 도착할 때까지.
[푸슉... 쿵!]
충격과 함께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4인방은 도착한 줄 모르고 노곤해진 몸으로 잠을 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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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 철의 나라, 카슘(1)
“흑.. 흑... 허허허흐어...”
언제부터 일어나서 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철이 울고 있었다.
“어... 뭐야. 뭔 일이야!”
흐느낌을 들은 탓에 곤히 잠들어 있었던 하균이 일어나, 울고 있는 기철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진짜 이 모든 상황이 다 짜증나고 여행에 괜히 온 것 같다 싶고, 하... 모르겠다. 그냥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어. 가족 생각도 나니까 눈물이 나오네. ‘릿카쨩’도 보고싶어.”
“임마, 형들도 다 그래. 사실 니들 먼저 자고 있을 때, 나도 울었어. 나이가 뭔 상관이냐. 진짜 우리 25살 먹었다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에서 안 울사람 어디 있겠어. 안 그러냐? 영화에서는 바로 정신 차리고 지들끼리 서로 모험심 대결하면서 헤쳐 나가겠지. 당연히! 그런데 이건 영화가 아니잖아. 나도, 후... 잘 모르겠다.”
기철과 어깨동무를 하며 위로 하던 하균 이었지만 금세 자신도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오우! 야! 나 신기한 꿈 꿨어!”
한건이 신기한 꿈을 꿨다며 일어났다.
“현실이다.”
그걸 들은 하균과 기철은 서로 눈물을 닦으며 한건의 희망을 짓밟았다.
“아... 꿈인 줄. 진심 나도 집 가고 싶다.”
“누가 집 갔냐?”
“아, 나 집 가고 싶다. 말이 잘못 나옴. 지금 정신이 없어.”
자신도 집에 가고 싶다며 서글프게 말하는 한건과 누가 갔냐며 물어보는 하균 이었다.
“오우! 야... 꿈 꿨...”
“현실이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제일 늦게 일어난 민혁이 한건과 똑같은 말을 하며 일어났지만 나머지 3명은 입을 모아 현실이라며 민혁의 희망을 마저 짓밟았다.
“하...”
4인방은 축져진 어깨 위로 서로 팔을 올려두며 등을 구부린 채, 먹먹함이 묻어 나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대장. 네가 이제부터 진짜로 대장 노릇 제대로 해봐라.”
캡슐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그들.
그 조용한 침묵을 깬 건, 처음에 흐느끼며 울던 기철 이었다.
“맞아. 너 평소에 네가 대장이라고 큰 소리 치고 다녔잖아.”
“맞다. 이번에 그 대장 역할 제대로 수행 좀 해봐!”
평소에 무슨 대장이냐며 엉덩이를 발로 차던 그들 이었지만 지금에서야 비로소 민혁을 대장으로 인정하며 책임을 실어 주었다.
“아니, 미친놈들인가. 평소에는 내 엉덩이 샌드백 차 듯 차더니, 이럴 때만 대장이래. 미친놈들. 아... 가위, 바위, 보해서 결정하자. 진짜. 잡소리 집어 치우고, 진짜 꿀밤한테 미간에다가 꽂아 버리기 전에.”
이럴 때만 대장이라는 칭호를 버려버리는 민혁은 가위, 바위, 보를 제안했다.
“이 새끼, 야! 너 이제 진짜 대장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맞을 줄 알아.”
“맞아, 미친놈아.”
“아니, 근데 우리도 약간 쓰레기인 듯. 근데 쟤는 더 쓰레기임.”
투덜거리는 민혁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몇 분을 실랑이 하다가 끝내, 민혁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야, 우선 대장으로 뽑힌 사람 말은 절대적으로 듣되, 그 대장은 우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행동으로 반영하는 거다. 알겠지?”
민혁에 마지막 한 마디를 들은 나머지 친구들은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위, 바위, 보!”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극한으로 올라갔다.
4인방이 느끼고 있는 공기의 떨림과 함께 빠르게 자신을 제외한 친구들을 눈알로 훑어보는 4인방이었다.
4인방의 지금 기분은 학창시절, 동네 문방구에서 불량식품을 주인아줌마 몰래 훔치던 그 긴장감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니, 그 이상을 훨씬 가뿐히 뛰어 넘어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끄덕이는 순간, 민혁은 가위, 바위, 보를 외쳤다.
민혁은 바위를 냈다.
나머지는 보자기를 냈다.
끝났다.
극한의 긴장감과 다르게 결말은 빠른 전개로, 빛의 속도로 나버렸다.
“아, 진짜! 애들아, 다시 한 번 하면 안 되냐?”
너무 쉽게 끝나버린 단판 승부였다.
하지만 한건, 하균, 기철은 여운을 남기지 않은 채, 감동받은 듯 격렬한 행위 예술을 보여주었다.
“안 된다.”
다시 한 번만 하자는 계속 된 부탁에도 불구하고 3명은 단호했다.
책임감은 막중했다.
이런 생사가 걸린 갈림길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친구들을 사지로 내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책임감이 무게로써 구현되어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직접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행동의 결과물은 아니다.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비롯된 행동의 결과물이었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서 이런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많이 접해 봤기 때문에 강한 부정으로 꺼려하며 피한 것이다.
“하... 진짜 너무 싫다. 이런 미친놈들이 내 우정의 결실이라니.”
그들을 보며 투정부리는 민혁 이었지만 어림도 없는 투정이었다.
“야, 대장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쁨에 못 이겨 행위 예술을 하던 한건은 대장이 된 민혁에게 질문했다.
바로 대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 민혁 이었다.
“아, 진짜 너무 싫다. 내가 왜 대장이야. 아... 기다려봐. 우리 생각 좀 하자. 이대로 나갔다간 진짜 바로 죽을 거 같아. 생각 좀 해보다가 나가자.”
막지가 캡슐 안으로 들여보내며 ‘철의 제국 카슘’ 으로 가라며 크게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까먹은 민혁 이었다.
한참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중, 기철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그 소리가 너무 커 캡슐 밖까지 들렸을 정도로 말이다.
“야! 막지가 우리한테 뭐냐 카븀? 거기로 가라고 하지 않았냐? 북쪽 이었던가?”
깜짝 놀랄만한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나머지 친구들은 귀를 만지며 회상하기 시작했다.
“야, 카븀 아니야. 카...륨?”
“무슨 카륨이야. 카숨(?) 아니냐?”
“아니야. 뭔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아.”
그렇게 자신들의 엇갈린 기억의 퍼즐 조각들을 서로 끼워 맞춰가며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무릎을 치며 생각났다며 좋아하는 민혁 이었다.
“철의 제국 카슘!”
그제야 생각 난 듯 4인방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살아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