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하면 한껏 들떠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날이 두렵기만 합니다.
지난주였습니다.
여자친구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 가족이랑 같이 저녁 먹자"
여친의 가족...잠시 잠깐 지나치며 인사만 한 정도입니다.
여친은 한술 더떠 동생과 동생 남자친구까지 부른다고 합니다.
내년이면 서른이 되고 지금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상상해 본적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10개월차 초보커플일 뿐입니다.
그냥 둘이 만나 알콩달콩 데이트하는게 즐겁고 행복할 뿐입니다.
크리스마스 기간만큼은 그냥 둘이서 영화나 한편 보며 편안하게 만나고 싶은데 갑작스런 상견례라니...
혹시 불편하냐고 묻는 여친.
하지만 차마 그렇다고 속시원히 말을 못하겠습니다.
이 철딱서니 없는 여친은 이미 부모님한테 저녁같이 먹자고 말 다 해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거기다 대고 저녁식사는 다음번에 하자는 말을 꺼낼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저녁 메뉴는 갈비로 낙점 되었다고 합니다.(왜 나한테는 전혀 묻질 않는건지...)
당연히 집게와 가위는 제가 잡아야 할것이고 혹시라도 고기가 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할게 뻔합니다.
뭐 물론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여친이 좋게 보이지 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집에 계신 부모님은 여자친구를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셨는데 저만 여자친구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것도 좀 마음이 쓰입니다.
혹시라도 부모님 서운하실까 싶어 여자친구 부모님과의 저녁식사는 철저히 비밀로 붙이고 있습니다.
뭔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