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한 사실을 엄마께 말씀드려야 할까요..

어쩌면좋을까요2014.12.24
조회17,449
어디에다 물어볼 곳이 없어서 이곳에 글을 씁니다..
20대 초반에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무려 5년, 6년이나 지난 일이긴 한데..부모님은 모르시는 일이라서요. 
혼자 타지에서 어릴적부터 자취하면서 살았었는데, 어릴땐 철도 없고 뭣도 모르고 마냥 즐겁게만 지냈었어요. 나름 순진해서 사람도 잘 믿고 그렇게 대학 생활을 하다가, 아는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어요..처음 당한 일이고, 타지에서 혼자였기에 어쩔줄 몰라하다가 그래도 병원에 가서 성폭행 검사도 하고 신고는 사정이 있어서 바로 하질 못했어요.. 
처음엔 기억이 잘 안났으니까 괜찮은거 같았는데, 그 뒤로 학교생활도 엉망이 되고 성적도 엄청 떨어졌어요. 그저 제 잘못인거만 같아서 혼자 삭히려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내려고 했는데갈 수록 사는게 너무 힘들어지고 우울증이 너무 심하게 와서 자살기도를 한적이 있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일이 아니더라구요.부모님은 다른 일 때문에 자살하려고 한 걸로 알고 계세요.. 비슷한 시기에 사고가 난적이 있어서 외상 후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려고 한걸로 알고 계시거든요. 성폭행 사실을 모르시구요.
자살기도 후에 심리치료사도 만나고 정신치료도 받으면서 어느 정도 괜찮아 지기는 했어요. 학교는 결국 중퇴하고,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직장 다니면서도 남자분들이랑은 아직도 대화가 불편하더라구요. 같은 여자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데 확실히 말수가 줄어서, 사람 대하는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사람 많은데도 싫어서 회사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오고, 대외활동은 아무것도 안하구요. 여전히 혼자사는데 누가 대문이라도 두드리면 너무 놀라고 심장이 벌렁거려요. 밤에 여전히 잠을 못자서 수면제 먹으면서 자요... 이게 그나마 많이 나아진거예요... 
부모님은 사실 말을 잘 안하니까 지금도 병원가는 일은 모르세요. 어쩌다 아주 가끔 부모님이 오시면 약을 못먹어서 잠을 못잘때도 있네요.. 
사실 오늘까지만 해도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부모님이 아셔야 좋을게 없다고 생각했어요.그런데, 부모님이 모르고 하시는 말들이 너무 비수가 되네요. 
대학 중퇴한거에 대해서 자꾸 얘기하시더라구요. 학교를 다시 다녔으면 좋겠다고.. 저도 졸업장 없는거에 많이 속이 상하긴 하더라구요. 사회 생활하면서 졸업장이 없으면 아무래도 진급에서도 밀리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사람 많은곳도 두렵고 성폭행 이후에 깊게 집중하는게 너무 어렵더라구요. 물론 그 후에 몇번이나 다시 학교에 가보려고 했는데.. 성적도 안나오고 하다보니 다시 도전하는게 두렵기도 하구요. 온라인으로 교양 과목은 일년에 한두개씩 들으려고 하고 있어요. 
또 제가 외국에서 살고 있거든요.. 한국에서 오래 살다와서 그런지 외국어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부모님은 제가 노력을 덜해서 그렇다고, 자꾸 잔소리를 하세요. 남들은 더 늦게 갔어도 잘만하는데 제가 노력을 안해서 그렇다구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기는 한데, 부모님은 제 나약하고 게으른 정신 상태로는 한국에 와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시네요.
그럴때마다 혼자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냥 다 털어놓고 싶을때도 많았네요.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아시면 그런 말씀을 하실수 있을까 하는 반항심이 들기도 하구요. 이제와서 얘기해봐야 변명거리밖에 안되는거 같기도 하고, 부모님도 속상하실꺼 같아서 말을 안했는데.. 남자친구는 있는지, 결혼 생각은 없는지, 손주보고 싶단 소리고 하시고,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네요.
정말 하루에도 몇번이나 그냥 그때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자살할 계획은 없어요.. 처음에 자살기도한 뒤에 부모님이 너무 놀래셨거든요. 한번 불효했으면 됐지 두번은 안하려구요. 생각은 하지만 실행은 안한달까요.. 그냥 하루 하루 지나가는게 일상이네요.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고 그냥 아침에 눈뜨면 회사가고 퇴근하고 집에오고..
성폭행 이후에 삶이 통채로 바뀌어버렸네요..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제와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야할까요...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괜찮은척 지내야 되는걸까요..
몇년이 지나도 여전히 답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