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 떨어져 가는 노란 비닐 장판이 깔린 거실에 누워 밀린 일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초록색 녹 슬은 우울한 아파트 문은 그날따라 더욱 굽굽한 벨소리를 울려대고 있었다. “누구십니꺼?” 아파트의 조그만 거울을 통해 나는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빠꾸 할배다”
빠꾸 할배! 몇 년 전부터 우리 동네근처에서 주방용품을 파는 할아버지로 그는 언제나 철로 만든 수세미와 초록색 플라스틱 수세미 그리고 이태리 타올 등을 들고 다니며 팔고 있었다. 아참! 옷장과 화장실 등에 사용되는 나프탈렌도 그의 베스트 상품 중의 하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가 파는 주방용품들이 그다지 우수하거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쩐지 동네에서 그의 제품은 인기가 최고였다. 또한 그는 그의 제품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빠꾸 할배는 단 한번도 정면을 보고 걸어 다닌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커다란 모자를 눌러쓰고 머리를 땅으로 향한 체 숙이고 있었으며 그의 걸음은 세상을 등진 체 마치 살을 빼기 위해 뒤로 걸어 다니는 뚱뚱한 아줌마 모양으로 뒤뚱뒤뚱 어려운 걸음을 세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당시에 유행하던 마이클잭슨이라는 가수의 문 워크 덕분에 어쨌든 그는 아이들에게선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었고 아이들은 ‘ 마이클 잭슨 할배’ 혹은 뒤로 걷는다고 하여 ‘빠구 할배‘로 그를 불러댔다.
“우원이네! 아따 그 놈 참 악동같이도 생겼네. 아주 장난이 얼굴에 동글동글 하데이”
할배는 천천히 뒤쪽으로 손을 내밀어 내 파르라이 깍은 까까머리를 투박하게 비벼대며 말했다.
“에이 할배 또 거짓말 하네. 할배는 한번도 내 본적도 없음 시롱. 맨날 뒤로 돌아 있음서 먼 소리를 하요. 한번이라도 내를 똑바로 보고 말하란 말입니더.”
“고놈 참 똑소리도 난다. 근데 할배는 안 봐도 안다. 할배는 이제 이 등이 눈 인기라 눈은 사람 몸 중에서 젤로 따뜻해야하는 것 인기라 항상 따뜻하게 사람들 보고 사람한테 진심을 전 할 수 있어야하는데 할배는 이제 이 등이 눈이다. 할배는 이 눈으로 니 똑똑이 보고 있데이”
그때의 할배의 목소리가 내 까까머리를 부비적 대던 손 끝이 떨렸음을 나는 십 수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마 참 이 놈아 어서 엄마오라 해라. 내 이태리 타올 안가져왔나! 우원이 엄마예 이태리타올 다섯장 이랑 나프탈렌 한 봉다리 맞지예 내 이집부터 가져왔다 아닌교”
“아이구 참 할배도 천천히 갔다 주셔도 되는데 3천원 맞지예 어서 여기 받으시고 이거 한잔 드시고 가시소. 날도 더운데...”
부엌에서 고무장갑을 벗어던진 어머니는 어느새 오렌지 쥬스 한잔을 꺼내어서 빠구 할배에게 건내드리고 있었다.
“자 그럼 전 이제 갑니더. 아줌마예 잘 마셨습니다. 이 놈아야 엄마 말씀 잘 들어라”
빠구할배는 부랴부랴 쥬스 한잔을 들이킨 뒤 다시 천천히 뒤를 돌아 아파트 철문 앞을 나섰다.
“할배 담에는 진짜 눈으로 내 한번 봐주는 깁니더. 내가 진짜로 악동같이 생겼는지 착하게 생겼는지 말입니더”
“아따 그놈 니는 천상 악동이라니까”
할배를 향해 질러대는 내 말에 그는 마치 눈웃음이라도 치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 한 체 천천히 어두운 아파트 복도의 저 끝으로 사라져갔다.
“근데 엄마 빠꾸 할배는 진짜 왜 항상 뒤로만 걸어다니는데?”
“그거는....”
설겆이를 하시던 어머니가 천천히 입을 여셨다.
부질없는 인생을 이야기라도 해주듯이 접시를 닦는 어머니의 손아래로 하얀 세제 거품이 일어났다.
“김씨 할배요! 사무실 가보이소. 오늘 저녁에 소주한잔 사는거 잊지 마시고예” “뭐꼬? 무슨 일인데?” “마 가보소 진짜 축하합니데이...”
똑! 똑! “사장님 김씨입니더” “아 어서들어오이소. 김씨 할배요. 축하합니다. 이번 달 우수 사원으로 할배가 선정되었는기라예. 참말로 열심히 하더니만 이 고객카드 좀 보소. 할배 친절하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사장은 수북한 고객카드를 할배에게 주며 말했다.
“아이구 사장님도 그게 머 지가 잘해서 그런겁니꺼. 원래 택시는 친절해야 하는게 당연한긴데 당연한 거 가꼬 그라시면 넘사스럽습니다.”
“아이고 아입니더 아입니더 내사마 할배처럼 훌륭한 운전기사분들때메 먹고 산다아닙니꺼. 야 김양아 여기 우수사원 상패랑 상금가져오이라.”
“할배 이거 받으시소. 이번달 사원상패랑 상금 입니다. 그간 할배가 워낙 많이 도와주셔서 내 십만원 더 넣었습니다.”
“아이구..안그러셔두 되는데...이거..죄송하고 고마워서....”
“마 그럼 내일 또 축하할일 있으니까 그때 그 돈으로 친한 기사들 고기나 한점 사주소”
“예? 또 축하할 일요?? 그게 먼교?”
할배는 의아한 표정으로 사장에게 물어봤다.
“진짜 할배 오늘 운수 좋은가 보다. 오늘 구청에서 연락왔다 아인교. 할배가 신청한 개인택시 면허증 내일 나온다구 안하요. 10년 무사고 경력이 인정되서 내일부터 할배는 개인택시 몰아도 되는 깁니더.”
“참말예? 참말인교 사장님! 그람 진짜로 제가 이제 개인택시 운전자가 되는 깁니꺼?”
“아따 할배도 나이를 의심으로 드셨나? 내일부터 할배가 원하면 개인택시 뽑아가지거 몰아도 된다아인교. 할배도 이제 사장님 되뿌네예. 사장님 ..김사장님..!”
‘이제 정말로 개인택시기사가 되는기라...내가 이제...’
두툼한 상금 봉투를 손에 쥐고 사무실을 나오는 김씨 할배의 눈가에 힘차게 주름이 지어졌다.
“기사 어르신 오늘 무슨 기분좋은 일 있나봐요.?”
부산역 앞에서 태운 서울손님은 연방 웃음을 짖는 김씨 할배를 보고 의아해하며 묻는다. “아예 선생님. 오늘 제가 우리 회사에서 우수사원 표창을 받았다 아입니꺼. 상금도 30만원이나 됩니다. 원래는 20만원인데 울 사장님이 제가 열심히 한다구 10만원 더 넣어준 거 아입니꺼. 거기다 내일 되면 개인택시 면허가 나와서 이제 개인택시를 몰아두 되는 기라예 그러면 우리 상민이 케익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줄 수 있거든요”
할배는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며 평상시 잘 하지 않는 말들까지 계속 해대었다.
“상민이요? 손주인가 봅니다. 몇 살쯤 되었나요?”
“이제 6살 되었습니다. 고 조그만게 고사리손으로 할배 할배 하면 얼마나 귀여운지. 애비 없이 자라서 불쌍한게. 그래도 할배를 애비로 생각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어예”
“아...아드님이.... 어디...가셨나봐요?” 서울 손님은 이내 자신이 묻지 말아야할 것을 물어본 것을 알고 말을 천천히 더듬었다.
“아..우리 아들 먼저 좋은 나라로 가있지예. 애비힘들까봐 먼저 가서 준비한다구. 애비심심할까봐 손주까지 놓아두고간 효자라예.”
운전대를 잡은 빠꾸할배의 손끝이 떨려온다.
“아 저기 저 앞에 세워주시면 됩니다. 남포동 극장거리앞에요”
서먹한 몇분의 주행끝에 차량은 목적지에 도달하고
“5800원입니더”
“기사 어르신 어르신 덕분에 정말 기분좋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 아들도 6살이거든요. 오늘 저녁에는 손주 주시게 케익이라도 하나 사들고 집에 들어가세요“
[단편소설] 빠구할아버지 이야기1
[단편소설] 빠구할아버지 이야기1
“딩동 딩동”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나는 다 떨어져 가는 노란 비닐 장판이 깔린 거실에 누워 밀린 일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초록색 녹 슬은 우울한 아파트 문은 그날따라 더욱 굽굽한 벨소리를 울려대고 있었다.
“누구십니꺼?”
아파트의 조그만 거울을 통해 나는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빠꾸 할배다”
빠꾸 할배!
몇 년 전부터 우리 동네근처에서 주방용품을 파는 할아버지로 그는 언제나 철로 만든 수세미와 초록색 플라스틱 수세미 그리고 이태리 타올 등을 들고 다니며 팔고 있었다.
아참! 옷장과 화장실 등에 사용되는 나프탈렌도 그의 베스트 상품 중의 하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가 파는 주방용품들이 그다지 우수하거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쩐지 동네에서 그의 제품은 인기가 최고였다.
또한 그는 그의 제품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빠꾸 할배는 단 한번도 정면을 보고 걸어 다닌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커다란 모자를 눌러쓰고 머리를 땅으로 향한 체 숙이고 있었으며 그의 걸음은 세상을 등진 체 마치 살을 빼기 위해 뒤로 걸어 다니는 뚱뚱한 아줌마 모양으로 뒤뚱뒤뚱 어려운 걸음을 세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당시에 유행하던 마이클잭슨이라는 가수의 문 워크 덕분에
어쨌든 그는 아이들에게선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었고 아이들은
‘ 마이클 잭슨 할배’ 혹은 뒤로 걷는다고 하여 ‘빠구 할배‘로 그를 불러댔다.
“우원이네! 아따 그 놈 참 악동같이도 생겼네. 아주 장난이 얼굴에 동글동글 하데이”
할배는 천천히 뒤쪽으로 손을 내밀어 내 파르라이 깍은 까까머리를 투박하게 비벼대며 말했다.
“에이 할배 또 거짓말 하네. 할배는 한번도 내 본적도 없음 시롱. 맨날 뒤로 돌아 있음서 먼 소리를 하요. 한번이라도 내를 똑바로 보고 말하란 말입니더.”
“고놈 참 똑소리도 난다. 근데 할배는 안 봐도 안다. 할배는 이제 이 등이 눈 인기라 눈은 사람 몸 중에서 젤로 따뜻해야하는 것 인기라 항상 따뜻하게 사람들 보고 사람한테 진심을 전 할 수 있어야하는데 할배는 이제 이 등이 눈이다. 할배는 이 눈으로 니 똑똑이 보고 있데이”
그때의 할배의 목소리가 내 까까머리를 부비적 대던 손 끝이 떨렸음을 나는 십 수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마 참 이 놈아 어서 엄마오라 해라. 내 이태리 타올 안가져왔나! 우원이 엄마예 이태리타올 다섯장 이랑 나프탈렌 한 봉다리 맞지예 내 이집부터 가져왔다 아닌교”
“아이구 참 할배도 천천히 갔다 주셔도 되는데 3천원 맞지예 어서 여기 받으시고 이거 한잔 드시고 가시소. 날도 더운데...”
부엌에서 고무장갑을 벗어던진 어머니는 어느새 오렌지 쥬스 한잔을 꺼내어서 빠구 할배에게 건내드리고 있었다.
“자 그럼 전 이제 갑니더. 아줌마예 잘 마셨습니다. 이 놈아야 엄마 말씀 잘 들어라”
빠구할배는 부랴부랴 쥬스 한잔을 들이킨 뒤 다시 천천히 뒤를 돌아 아파트 철문 앞을 나섰다.
“할배 담에는 진짜 눈으로 내 한번 봐주는 깁니더. 내가 진짜로 악동같이 생겼는지 착하게 생겼는지 말입니더”
“아따 그놈 니는 천상 악동이라니까”
할배를 향해 질러대는 내 말에 그는 마치 눈웃음이라도 치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 한 체 천천히 어두운 아파트 복도의 저 끝으로 사라져갔다.
“근데 엄마 빠꾸 할배는 진짜 왜 항상 뒤로만 걸어다니는데?”
“그거는....”
설겆이를 하시던 어머니가 천천히 입을 여셨다.
부질없는 인생을 이야기라도 해주듯이 접시를 닦는 어머니의 손아래로 하얀 세제 거품이 일어났다.
“김씨 할배요! 사무실 가보이소. 오늘 저녁에 소주한잔 사는거 잊지 마시고예”
“뭐꼬? 무슨 일인데?”
“마 가보소 진짜 축하합니데이...”
똑! 똑!
“사장님 김씨입니더”
“아 어서들어오이소. 김씨 할배요. 축하합니다. 이번 달 우수 사원으로 할배가 선정되었는기라예. 참말로 열심히 하더니만 이 고객카드 좀 보소. 할배 친절하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사장은 수북한 고객카드를 할배에게 주며 말했다.
“아이구 사장님도 그게 머 지가 잘해서 그런겁니꺼. 원래 택시는 친절해야 하는게 당연한긴데 당연한 거 가꼬 그라시면 넘사스럽습니다.”
“아이고 아입니더 아입니더 내사마 할배처럼 훌륭한 운전기사분들때메 먹고 산다아닙니꺼. 야 김양아 여기 우수사원 상패랑 상금가져오이라.”
“할배 이거 받으시소. 이번달 사원상패랑 상금 입니다. 그간 할배가 워낙 많이 도와주셔서 내 십만원 더 넣었습니다.”
“아이구..안그러셔두 되는데...이거..죄송하고 고마워서....”
“마 그럼 내일 또 축하할일 있으니까 그때 그 돈으로 친한 기사들 고기나 한점 사주소”
“예? 또 축하할 일요?? 그게 먼교?”
할배는 의아한 표정으로 사장에게 물어봤다.
“진짜 할배 오늘 운수 좋은가 보다. 오늘 구청에서 연락왔다 아인교. 할배가 신청한 개인택시 면허증 내일 나온다구 안하요. 10년 무사고 경력이 인정되서 내일부터 할배는 개인택시 몰아도 되는 깁니더.”
“참말예? 참말인교 사장님! 그람 진짜로 제가 이제 개인택시 운전자가 되는 깁니꺼?”
“아따 할배도 나이를 의심으로 드셨나? 내일부터 할배가 원하면 개인택시 뽑아가지거 몰아도 된다아인교. 할배도 이제 사장님 되뿌네예. 사장님 ..김사장님..!”
‘이제 정말로 개인택시기사가 되는기라...내가 이제...’
두툼한 상금 봉투를 손에 쥐고 사무실을 나오는 김씨 할배의 눈가에 힘차게 주름이 지어졌다.
“기사 어르신 오늘 무슨 기분좋은 일 있나봐요.?”
부산역 앞에서 태운 서울손님은 연방 웃음을 짖는 김씨 할배를 보고 의아해하며 묻는다.
“아예 선생님. 오늘 제가 우리 회사에서 우수사원 표창을 받았다 아입니꺼. 상금도 30만원이나 됩니다. 원래는 20만원인데 울 사장님이 제가 열심히 한다구 10만원 더 넣어준 거 아입니꺼. 거기다 내일 되면 개인택시 면허가 나와서 이제 개인택시를 몰아두 되는 기라예 그러면 우리 상민이 케익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줄 수 있거든요”
할배는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며 평상시 잘 하지 않는 말들까지 계속 해대었다.
“상민이요? 손주인가 봅니다. 몇 살쯤 되었나요?”
“이제 6살 되었습니다. 고 조그만게 고사리손으로 할배 할배 하면 얼마나 귀여운지. 애비 없이 자라서 불쌍한게. 그래도 할배를 애비로 생각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어예”
“아...아드님이.... 어디...가셨나봐요?”
서울 손님은 이내 자신이 묻지 말아야할 것을 물어본 것을 알고 말을 천천히 더듬었다.
“아..우리 아들 먼저 좋은 나라로 가있지예. 애비힘들까봐 먼저 가서 준비한다구. 애비심심할까봐 손주까지 놓아두고간 효자라예.”
운전대를 잡은 빠꾸할배의 손끝이 떨려온다.
“아 저기 저 앞에 세워주시면 됩니다. 남포동 극장거리앞에요”
서먹한 몇분의 주행끝에 차량은 목적지에 도달하고
“5800원입니더”
“기사 어르신 어르신 덕분에 정말 기분좋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 아들도 6살이거든요. 오늘 저녁에는 손주 주시게 케익이라도 하나 사들고 집에 들어가세요“
서울손님은 조용히 만원짜리 두장을 자리에 놓고 택시 문을 닫는다.
“아니 선생님예 이러시면 제가 안됩니다.”
할배는 서울 손님을 잡으려고 하지만 택시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서울손님은
총총히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가며 조용히 오른쪽 팔을 들어 김씨 할배에게 인사를 건넨다.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