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뜨고 말았다. '어랏~안돼!안돼!안돼! 30살이 되어버린 채 눈을 뜨다니.....' 29살의 마지막 날, 나는 30살이 되는 다음 날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랬다. 2003년의 마지막 날이라고 다들 들떠 있었지만 혼자 원룸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잠이 들었다. 술이 취해 오래오래 잠들어서 1월 2일쯤 눈을 뜨면 나름대로 30살이 되는 생생함에서 멀어지며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자기 위안이었다. 그러나 29살이든 30살이든 하늘 한가운데서 내려쬐는 햇빛에 굴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을 뜬 김에 핸드폰을 보았다. 내가 너무 깊이 잠들어 혹시 1월 1일부터 간절히 나를 찾고 있는 사람의 외침을 외면했을까봐 걱정이 되서였다. 그러나..... '12/31 11:35 p. 팀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민' 회사 김대리가 보낸 으레적 이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어떤 통화 기록도 없었다. 29살에서 30살이 될 때도 통과의례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19살에서 20살이 될 때는 장미, 향수, 키스 3가지 선물을 받는다고 하면서 모든 매스컴이 떠들더니,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채 30살이 된다는 건 마치 아직도 죄값을 판정받지 못한 미결수가 거리를 활보하는 죄의식 느끼는 분위기에 모두들 동조하고 있었다. 죽마고우, 십년지기, 여자들의 우정....다 소용없었다. 누구보다 그녀들이 '야, 너 결혼 안하냐?'라고 첫마디부터 시작한 후 자신들의 애기와 남편 얘기를 혼자 웃어가며 떠들다가 사라지곤 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29살에서 30살이 될 때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도록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29살까지 미혼으로 세파에 시달리던 기억을 다 잊고 다시 30살부터 '어? 여잔 결혼을 꼭 해야하나?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나봐, 난 왜 남자친구가 없지?' 이런 고민을 한다면 그것도 할만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25살 이후부터 결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하루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그 질문자들이 내리는 결론 중에 가장 못마땅한 것은 '지우는 눈이 높아....서......' 도대체 눈이 높다,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꼭 그 말 뒤에는 '별것도 아닌 기집애가 바라는 것도 많아...'라는 비웃음 아주 적절하게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바퀴벌레가 몸에 붙어 있는 것처럼 스멀거리는 기분이었다. 술이 만취했던 것은 기억나는데, 분명히 무슨 결심을 혼자 굳건하게 했던 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 당당하게 30살이 되자!' 였는지 '나도 올핸 꼭 결혼한다! 두고 봐라~'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결혼 안해도 애인은 한 트럭쯤 만들거야.'였는지.... 에잇, 사는 게 별 거 있나....배도 고픈데 라면이나 끓여 먹자.... 새해 첫 날이라고 내가 달라진다면 그건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달력에 굴복하는 거얏, 라고 생각하며 주방 찬장을 뒤져서 라면을 막 꺼내 들었을 때였다. 12시간 넘게 침묵을 지키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등록하지 않은 번호임을 알리는 '렉시'란 가수의 '애송이'란 노래였다. '요즘 남자들 다 똑같아~ 감동이 없어~ 애송이야~' 어찌나 핸드폰벨 소리는 내 맘과도 같은지....보통 때 같으면 모르는 번호라고 무시하겠지만 날도 날이니 만큼 받아준다~ 으씨.... '여보세요?' '지우니?' 어랏 남자 목소리다, 전혀 들은 바 없는..... 초등학교 남동창은 이미 아일럽스쿨에서 다 살펴보고 미혼과 기혼 직업별로 나누어 머릿 속에 입력되어있었다. 그 들 중에 이런 목소리는 없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한 달 다닌 교회에서 잠깐 인사한 옆초등학교의 남자? 그럴 리도 없다. 나는 어느 한 순간도 남자들의 시선을 받아본 절세미인의 외모가 아니니까... 대학교 때 나한테 한 겨울에 난로 앞에서 프로포즈했다가 놀란 내가 난로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발등에 화상 입고 바로 군대간 그 녀석인가..... 아니면??? 작년에 나를 골치 썩게 만들던 협력 업체 사장인가? 그 인간 느물거렸지만 꼭 한팀장이라고는 불렀었다. 그 사람이 '지우'라고 불렀다면 아마 난 폭력은 못휘둘러도 자해는 했을 것이다. 느끼해서... 정말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능력이다. '지우니?'란 이 한마디에 이렇게 많은 남자들과 사건을 생각해내다니..... '여보세요? 누구세요?' '지우 번호 맞구나~ 난~' 삐리릿,삐리릿......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 중요한 순간에 방전이 되고 있었다. '저.... 핸드폰이~' 밧데리가 없으니 다시 하세요~라고 말하려는 순간 전화는 끊어져 버렸다. 충전기를 찾으려는데 ...... 회사에 충전기를 두고 왔던 기억이 났다. 지금 당장 충전하려면 가까운 편의점에 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낯선 남자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기 위해 옷을 입고 또 충전기에 꽂아두고 30분을 기다려야 하다니.... 그래...한다..... 대신 이렇게 충전해서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나서 아주 시시한 사람이면.......그땐 당장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속세와 인연을 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과감히 라면을 포기하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요즘 남자들은 다 똑같아~감동이 없어~ 다 애송이야~'를 흥얼거리며.... 클릭, 달콤쌉싸름한 30살(2)편 보기-'민준'은 누구일까? ☞ 클릭, 열세번째 오늘의 톡! 주민등록등본 2장 꽉채울때까지 사랑해요
달콤쌉싸름한 30살 (1)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뜨고 말았다.
'어랏~안돼!안돼!안돼! 30살이 되어버린 채 눈을 뜨다니.....'
29살의 마지막 날, 나는 30살이 되는 다음 날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랬다.
2003년의 마지막 날이라고 다들 들떠 있었지만 혼자 원룸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잠이 들었다.
술이 취해 오래오래 잠들어서 1월 2일쯤 눈을 뜨면 나름대로 30살이 되는 생생함에서 멀어지며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자기 위안이었다.
그러나 29살이든 30살이든 하늘 한가운데서 내려쬐는 햇빛에 굴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을 뜬 김에 핸드폰을 보았다. 내가 너무 깊이 잠들어 혹시 1월 1일부터 간절히 나를 찾고 있는 사람의 외침을 외면했을까봐 걱정이 되서였다. 그러나.....
'12/31 11:35 p. 팀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민'
회사 김대리가 보낸 으레적 이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어떤 통화 기록도 없었다.
29살에서 30살이 될 때도 통과의례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19살에서 20살이 될 때는 장미, 향수, 키스 3가지 선물을 받는다고 하면서 모든 매스컴이 떠들더니,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채 30살이 된다는 건 마치 아직도 죄값을 판정받지 못한 미결수가 거리를 활보하는 죄의식 느끼는 분위기에 모두들 동조하고 있었다.
죽마고우, 십년지기, 여자들의 우정....다 소용없었다.
누구보다 그녀들이 '야, 너 결혼 안하냐?'라고 첫마디부터 시작한 후 자신들의 애기와 남편 얘기를 혼자 웃어가며 떠들다가 사라지곤 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29살에서 30살이 될 때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도록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29살까지 미혼으로 세파에 시달리던 기억을 다 잊고 다시 30살부터
'어? 여잔 결혼을 꼭 해야하나?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나봐, 난 왜 남자친구가 없지?'
이런 고민을 한다면 그것도 할만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25살 이후부터 결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하루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그 질문자들이 내리는 결론 중에 가장 못마땅한 것은
'지우는 눈이 높아....서......'
도대체 눈이 높다,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꼭 그 말 뒤에는 '별것도 아닌 기집애가 바라는 것도 많아...'라는 비웃음 아주 적절하게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바퀴벌레가 몸에 붙어 있는 것처럼 스멀거리는 기분이었다.
술이 만취했던 것은 기억나는데, 분명히 무슨 결심을 혼자 굳건하게 했던 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 당당하게 30살이 되자!' 였는지
'나도 올핸 꼭 결혼한다! 두고 봐라~'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결혼 안해도 애인은 한 트럭쯤 만들거야.'였는지....
에잇, 사는 게 별 거 있나....배도 고픈데 라면이나 끓여 먹자....
새해 첫 날이라고 내가 달라진다면 그건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달력에 굴복하는 거얏, 라고 생각하며
주방 찬장을 뒤져서 라면을 막 꺼내 들었을 때였다.
12시간 넘게 침묵을 지키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등록하지 않은 번호임을 알리는 '렉시'란 가수의 '애송이'란 노래였다.
'요즘 남자들 다 똑같아~ 감동이 없어~ 애송이야~'
어찌나 핸드폰벨 소리는 내 맘과도 같은지....보통 때 같으면 모르는 번호라고 무시하겠지만
날도 날이니 만큼 받아준다~ 으씨....
'여보세요?'
'지우니?'
어랏 남자 목소리다, 전혀 들은 바 없는.....
초등학교 남동창은 이미 아일럽스쿨에서 다 살펴보고 미혼과 기혼 직업별로 나누어 머릿 속에 입력되어있었다.
그 들 중에 이런 목소리는 없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한 달 다닌 교회에서 잠깐 인사한 옆초등학교의 남자?
그럴 리도 없다. 나는 어느 한 순간도 남자들의 시선을 받아본 절세미인의 외모가 아니니까...
대학교 때 나한테 한 겨울에 난로 앞에서 프로포즈했다가 놀란 내가 난로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발등에 화상 입고 바로 군대간 그 녀석인가.....
아니면???
작년에 나를 골치 썩게 만들던 협력 업체 사장인가? 그 인간 느물거렸지만 꼭 한팀장이라고는 불렀었다. 그 사람이 '지우'라고 불렀다면 아마 난 폭력은 못휘둘러도 자해는 했을 것이다. 느끼해서...
정말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능력이다.
'지우니?'란 이 한마디에 이렇게 많은 남자들과 사건을 생각해내다니.....
'여보세요? 누구세요?'
'지우 번호 맞구나~ 난~'
삐리릿,삐리릿......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 중요한 순간에 방전이 되고 있었다.
'저.... 핸드폰이~'
밧데리가 없으니 다시 하세요~라고 말하려는 순간 전화는 끊어져 버렸다.
충전기를 찾으려는데 ...... 회사에 충전기를 두고 왔던 기억이 났다.
지금 당장 충전하려면 가까운 편의점에 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낯선 남자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기 위해 옷을 입고 또 충전기에 꽂아두고 30분을 기다려야 하다니....
그래...한다.....
대신 이렇게 충전해서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나서 아주 시시한 사람이면.......그땐 당장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속세와 인연을 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과감히 라면을 포기하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요즘 남자들은 다 똑같아~감동이 없어~ 다 애송이야~'를 흥얼거리며....
클릭, 달콤쌉싸름한 30살(2)편 보기-'민준'은 누구일까?
☞ 클릭, 열세번째 오늘의 톡! 주민등록등본 2장 꽉채울때까지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