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이 담배를 끊은 이유

검객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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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즐기던 담배를 끊게 된 것은 1997년 대수술 직후였다. 그때까지 특별히 담배를 끊어야 겠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담배 끊을 노력도 하지 않았다. 수술이 끝난 뒤 의사가 담배를 끊으라고 권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었다.

 

 

내가 수술을 받은 사연은 이렇다. 1995년 1월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에 부임한나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을 한창 대비하고 있었다. 네덜란드가 터키와 같은조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터키 팀이 핀란드와 벌이는 친선 경기를 관전할 작정이었다. 수요일 열리는 터키 경기를 앞둔 일요일, 고향인 바르세펠트에서 친지들과생선을 먹었다. 그 생선에 이상이 있었는지 배가 아팠다. 그래도 설사는 안 했기 때문에 며칠 지나면 나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굉장히 건강한 체질이다. 잔병이 거의없고, 혹 감기에 걸리더라도 며칠이면 나았다. 당연히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느낌이 이상했다. 몸 상태는 시간이 갈수록 나빠졌다.

 

 

나는 터키에서 1년 동안 감독 생활을 해 봐서 그 나라 환경을 잘 알고 있었다. 하필터키가 친선경기를 벌이는 곳은 수도 이스탄불에서 한참 떨어진 오지였다. 몸이 아프면 터키에서 큰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지만 상태가계속 좋지 않아, 결국 대표팀 부코치인 요한 네이스컨스에게 대신 터키로 가라고 지시했다.

  


네이스컨스가 터키로 떠나던 날 밤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두팅햄 병원 응급실로갔다. 내 배는 임신 9개월 된 임산부 배처럼 부풀어 올랐다. 아무리 아파도 참아내지만, 그날만큼은 너무 아파 어쩔 줄 몰랐다. 의자에 앉을 수도 없었고, 침대에 누워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식은땀이 온몸을 뒤덮었고, 말 그대로 진찰실을 데굴데굴 굴렀다. 주치의가 방사선 촬영을 하더니 대장이 꼬여 배가 산더미처럼 부풀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한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급히 불러모았다.

  


나중에 수술에 참가한 수간호사로부터 전해들은 수술 전말은 이랬다. 의사들이 내배를 가르고 대장을 끄집어 냈다. 벌건 색을 띄어야 할 대장은 거의 시커먼 색이었고, 이미 조직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주치의는 대장의 60-70%를 잘라내교, 중간중간에 인공 파이프를 삽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간호사가 당장 생사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면 10분만 기다려보자고 했고, 의사는 동의했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그녀는 그 10여분 동안 나를 위해 혼신의 기도를 올렸고, 그 사이 내 대장 색깔이 벌겋게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치의는 대장이 제 색을 띄면서 완전히 회생하자,꼬였던 대장을 풀어 다시 내 배에 집어넣고 봉합했다. 결과론적으론 간단한 개복 수술이었지만, 내겐 삶과 죽음을 넘나든 순간이었다.

  


네이스컨스 부코치를 터키로 보낸 결정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주치의는 만약 내가 터키로 갔으면 그냥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가 열린 지역에는응급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가 부풀어 오른 지 두 시간 안에 수술하지 못 했더라면 죽었을 것이라는 의사들 진단이었다. 난 운이 매우 좋았다.

  


그 화요일 밤, 병원에 가면서도 나는 담배를 챙겼다. 심지어 말아 피우는 담배까지짐에 챙겨넣었다. 병원은 엄연한 금연 구역이었지만, 만약 장기간 입원해야 한다면담배를 피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수술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니 희한하게도 담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수술을 치렀기 때문에 몸에는 약 성분이 많이 남아 있었고, 그때문에 담배 생각이 나지 않으려니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고, 열흘, 2주가되도록 담배가 당기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게 됐다. 무슨 강렬한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담배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출처: 히딩크 저서 [마이 웨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