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도 아니고 사실상 엄청나게 악질적인 악몽입니다. 작년 12월 중순에 꾸기 시작해서 어젯밤이 다섯번째였는데 꿀 때마다 진짜 끔찍합니다.
일단 꿈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현실에서 2년 정도 사귄 제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서 끙끙 앓고 있던 제게 남자친구가 진통제를 사오겠다면서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저는 남자친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전화만 받게 되었습니다. 경찰인지 뭐였는지는 의문이네요. 최근 꾼 꿈에서는 집으로 형사같은 사람들이 찾아오더라구요.
남자친구의 시신은 저희가 살던 아파트 뒷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알몸으로 죽은 남자친구의 손에는 타이레놀이 꽉 쥐여져 있었습니다. 공기빠진 풍선처럼 푹 꺼진 복부에는 헝겊인형 마냥 스티치건으로 꿰멘 자국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한쪽 눈은 덜익은 문어빵마냥 안구가 터져서 반쯤 떨어져나가 있었습니다. 이건 몇 번이나 꾼 꿈이지만 언제나 똑같더라구요. 꿈 속에서 제 남친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말도 안나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전 이걸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꿈에서 일어난 일가지고 뭐 그러냐 싶으실텐데 저 진짜 그 정도의 슬픔을 느낀 적이 살면서 한 번도 없었거든요. 흔히들 너무 슬프면 눈물이 안나온다 그러는데 그거 쌩거짓말입니다. 똑같은 꿈 다시 꾸는데도 슬픈건 절대 면역이 안되더라구요.
어쨌든 전 곧 어느 무당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당은 팔뚝에 링거를 꼽고있는 병자의 모습이어서 썩 신뢰가 가는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무당은 제게 남친을 되살려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돈같은걸 요구하지도 않구요. 말도 안되고 공짜라는게 미심쩍어서 당연히 그딴 제안은 거절했지만 차츰 공짜라는데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맘이 들더라구요. 결국 그렇게 남친 보고픈 맘과 돈도 필요없다는 말에 설마 진짜겠어 하면서도 그 무당에게 찾아갔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던 제게 무당은 '뭐든 할 수 있는거지?'하는 말을 거듭하다가 남친을 살려주는 댓가로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첫번째는 자신이 투석 중인 것과 똑같은 종류의 링거를 구해오라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남친의 시체를 살아있을 당시의 완벽한 상태로 가져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무당이 부패가 진행될수록 되살아날 확률은 희박해진다고 마구 부추겨서 전 재빨리 남친의 시체가 있는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비품실에서 무당이 일러준 링거 한 팩을 훔쳤고 영안실에 들어가서 준비한 여행가방에 남친의 시체를 넣고 빠져나왔습니다. 최근 꾼 꿈에서는 제가 병원 영안실이 아니라 어느 장례식장에 가게 되더라구요. 어쨌건 전 성공적으로 무당이 준 조건들을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남친의 부활의식은 거행할 수 없었습니다. 무당이 푹 꺼진 남친의 복부와 까마귀 밥이 된 한쪽 눈을 보더니 이래서는 안된다며 원래 있던 장기와 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무당은 임시방편으로 다른 사람의 장기라도 넣어주면 괜찮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다시 대학병원에 갔고 이식용 장기가 있을만한 곳을 다 뒤졌지만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터덜터덜 빈손으로 돌아간 저를 무당은 꾸짖었고 이렇게 되면 남친의 시체가 썩는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든 아무 장기라도 구해오라 등을 떠밀었습니다. 전 너무 절망적이었고 조급했고 무엇이든 해야했습니다.
그 때 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저랑 동갑이자 현실에서도 굉장히 친한 친구인 여자애였는데요. 제 남친 소식을 듣고 제가 괜찮은지 알아보려고 건 안부전화였습니다. 전 친구에게 제 집에 와서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녀에게 수면제가 담긴 물을 먹였습니다. 잠든 친구의 목을 졸라서 완전히 죽인 다음, 전 의료용 매스로 그녀의 배를 갈라 모든 장기를 다 꺼냈습니다. 의료용 매스가 왜 집에 있었는지는 의문이네요... 물론 남친에게 필요한 눈도 잊지 않았습니다. 무당의 집에 그것들을 들고 간 저는 다시 절망했습니다. 무당은 제가 들고 온 것들이 누구의 장기인지 물었고 저는 모두 젊고 건강한 여자의 장기들이라 대답했습니다. 무당이 말하길, 남친은 남성인지라 성공할 확률을 높이려면 남성의 장기가 필요하다더군요. 혀를 끌끌차면서도 제가 혹시 더 좋은 장기를 찾는데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무당은 친구의 장기를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저는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은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일단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전 종종 친구들과 가던 술집에 혼자 들어갔고 소주 두 병을 주문한 채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술을 마셨습니다. 그 때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던 남자가 제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 남자랑 대화가 잘 통해서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기억나는 부분은 별로 없네요. 암튼 남자와 저는 함께 진탕 퍼마셨고 술집에서 나온 저흰 소주 두 병을 더 사들고 곧바로 근처의 모텔로 향했습니다. 달아오른 상태에서 남자와 몸을 겹친 저는 그가 제 몸에 탐닉하는 사이에 그의 머리를 술병으로 세게 내리쳤고, 술병은 그의 두개골과 함께 깨져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그 중 좀 큰 조각을 집어든 저는 그것으로 남자의 배를 갈라 장기를 꺼냈습니다. 유리조각으로 어떻게 뱃가죽을 뚫었는지는 의문이지만...뭐... 근데 무당의 집으로 향한 저는 이번에도 절망했습니다. 장기에 제가 깨뜨린 술병의 조각이 군데군데 박혀있었고 피냄새에 알콜냄새가 짙게 쩔어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악취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역겨운 묽은 빛을 내는 남자의 간은 특히 기형적으로 거대하게 부풀어있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제 남친에게 그런 것을 줄 순 없었죠.
저는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이 차츰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이미 두 번이나 사람을 죽였는데 어이없게도 세번째로 살인을 할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던 저는 울먹이면서 정처없이 아무데로나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네 골목에 이르러 아침 일찍 등교하는 어느 남고생과 마주쳤습니다. 그는 제가 알몸으로 걷고있는 사람인 양 저를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몹시 거슬렸습니다. 곧 골목 구석에 버려진 전신거울을 보자 피투성이가 된 제 몸이 보였습니다. 남자친구가 사준 가디건과 녹색 야상, 청바지가 말라붙은 피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용자일 정도였죠. 제 얼굴이 보여야할 부분은 누군가 주먹으로 친듯 수천 조각으로 깨져있었습니다. 다가가서 거울을 툭 건들자 깨진 조각들이 모두 땅에 우수수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중에서 전 한 손에 쥘만한 길쭉한 크기의 조각을 집어들었고, 저를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는 고등학생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저를 가만히 보고있더니 제가 가까워지자 뒷걸음질쳤습니다. 저는 달려들어 그의 목을 찔렀고,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쓰러졌습니다. 전 남고생의 가방을 열어 안에 있던 교과서와 필통, 공책을 내다버린채 목을 찌른 조각으로 그의 배를 곧장 갈랐습니다. 전 어린 고등학생의 장기를 모조리 꺼내 가방에 담았고 바로 그 자리를 떴습니다. 여기까지 써놓고보니 전 진짜 인간쓰레기네요. 꿈이란게 결국 제가 자면서 생각한거라는데 어떻게 이따위 꿈을 꾸는지.
무당의 집으로 돌아온 저는 남고생의 장기를 보여주고는 남자친구를 부활시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무당은 한 가지 재료가 부족하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가 깜빡하고 남고생의 눈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남친의 시체는 이제 정말로 심각하게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손과 발끝은 검게 변한지 오래였고 썩어없어진 한쪽 눈구멍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 저는 하는 수 없이 아까 가져온 친구의 눈을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무당이 고개를 떨구더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군요. 냉장고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그곳에 보관해두었던 친구의 장기가 모두 얼어붙어서 못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이를 상실한 제게 무당은 의안이라도 써보자 했지만 사실 건강한 남자의 눈 한쪽 정도는 금방 구할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아 위에서 말씀을 못드렸는데 참고로 전 남자입니다. 현실이었다면 초 겁쟁이인 전 엄두도 못냈겠지만 꿈 속의 전 곧바로 무당의 부엌으로 가 통에서 숟가락을 꺼냈습니다. 그것으로 조심히 제 왼쪽 눈을 파내었고 동글동글하고 생각보다 큰 안구를 무당에게 건넸습니다.
그것을 받은 무당은 잠시 입을 떡벌린채 멍하니 피가 흥건한 제 눈알과 제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설마하니 사람을 되살려준다는 말을 진짜로 믿었냐고 물었습니다.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다리에서 힘이 빠진다는데 이건 사실인갑더라구요. 이어서 무당은 사실 자신은 장기 밀매상이고 원래 저처럼 장기를 구해오는데 쓰인 등신들은 일이 끝나고 다 죽이지만, 사람 살린다는 말을 진짜로 믿고 멀쩡한 눈을 스스로 파낸 제 정성에 감동을 받아서 살려준단 말을 했습니다. 아 그리고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세 명 분의 장기를 확보해 온 제 실력을 썩히기 아까우니 자신과 함께 일해보자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전 그 말엔 대답하지 않고 다만 무당의 눈에 그대로 숟가락을 박아넣었습니다. 무당은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고 전 제단에 놓여있던...법경이라 해야하나 암튼 두꺼운 책을 집어들어 눈에 박힌 숟가락에 망치질을 했습니다. 그 때 기분은 뭐라 설명도 할 수가 없네요.
그렇게 무당이 죽고나서 모든게 다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는데도 전 남자친구를 살려내는걸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여러번 갈라졌던 것처럼 보이는 남친의 배를 갈라서 가져온 장기들을 제자리에 채워놓고 남친이 사준 제 가디건을 물에 넣어 펄펄 끓였습니다. 무당의 옷장에서 찾아낸 바늘을 불에 달구었고, 푹 삶아진 제 가디건에서 실을 풀어내었습니다. 누에고치도 아니고 끓이면 실이 풀어지는게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 꿈에서 되더군요. 어쨌든 그걸로 그의 배를 꿰맸고 제 눈을 남친의 눈구멍에 끼워넣었습니다. 당연히 남친은 살아나지 않았고 남친 시체가 꿈쩍도 하지 않는 이유를 뻔히 알면서도 전 뭔가가 빠진 거라고 자기기만을 늘어놓았습니다. 이 땐 그냥 비참하더라구요. 저도 제가 완전 틀렸다는걸 깨달았는데 그걸 버린다든지 하는걸 절대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기쁘게도 전 빠진 무언가가 무엇인지 곧 알아챘습니다. 저는 무당의 침대 옆 바닥에 이불을 깔아서 그곳에 남친을 조심히 눕히고 무당이 투약하고 있던 링거팩과 새 링거팩을 뜯었습니다. 그리고 두 링거팩에 든 고무관을 하나로 연결했습니다. 남친의 팔뚝에 고무관에 연결된 바늘을 하나 꽂고 제 팔뚝에 그 반대편 바늘을 꽂은 채 전 침대에 누웠습니다. 제 피가 남친에게 흘러가는 것을 확인한 저는 한 쪽 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남친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게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보고있는데 워킹데드에 나오는 좀 보존잘된 좀비마냥 그렇게 썩어가는 얼굴인데도 그냥, 잘생겼다 역시 내 남자 이런 생각만 들더군요. 그러고 있자 시간이 지날수록 졸리기 시작했습니다. 꿈 속에서 졸음을 느낀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렇게 눈을 감고 잠들기 시작하자 완전히 잠들기 직전에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제 손을 잡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찰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현실에선 주변사람들이 제가 깨있는 줄 착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엉엉 울면서 깨어났습니다...
이 욕나오는 꿈을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꾸니 데이트 하면서 남친 얼굴을 보기가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며칠 전에는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너의 폭력성이 무의식 중에 드러났네, 여친(커밍아웃 할 수 없잖아요)이 죽어있는걸 보니 너 여친 ㅈㄴ싫어하나보네, 너한테 죽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죄네 하면서 까이기만 했습니다... 남친한테도 제 지인 얘기인 것처럼 꾸며 얘기했더니 별 쓰잘데기 없는 개꿈 가지고 걱정하는 놈이라고 욕만 하더라구요.
읽으신 분들 중에도 그냥 개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텐데, 전 진짜 싫습니다. 남친이 그런식으로 죽은 것도 보기 싫고, 아침에 더러운 기분으로 깨서 하루종일 꺼림직한 것도 싫습니다. 더군다나 이게 단순한 개꿈이 아니고 진짜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드는 건 더 싫습니다. 이 와중에 다행히도 매일매일 연속으로 꾸는 꿈은 아니라 잠드는게 막 무섭고 하진 않는데, 길게는 이주, 짧게는 이틀 간격으로 찾아와 괴롭히는 꿈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지경입니다. 혹시 꿈 해몽 잘하시는 분이나 꿈 같은거 안꾸고 푹 자는 방법 아시는 분 계시나요?
남자친구가 죽는 꿈을 자꾸 꿉니다.
이상한 꿈도 아니고 사실상 엄청나게 악질적인 악몽입니다.
작년 12월 중순에 꾸기 시작해서 어젯밤이 다섯번째였는데 꿀 때마다 진짜 끔찍합니다.
일단 꿈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현실에서 2년 정도 사귄 제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서 끙끙 앓고 있던 제게 남자친구가 진통제를 사오겠다면서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저는 남자친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전화만 받게 되었습니다.
경찰인지 뭐였는지는 의문이네요.
최근 꾼 꿈에서는 집으로 형사같은 사람들이 찾아오더라구요.
남자친구의 시신은 저희가 살던 아파트 뒷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알몸으로 죽은 남자친구의 손에는 타이레놀이 꽉 쥐여져 있었습니다.
공기빠진 풍선처럼 푹 꺼진 복부에는 헝겊인형 마냥 스티치건으로 꿰멘 자국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한쪽 눈은 덜익은 문어빵마냥 안구가 터져서 반쯤 떨어져나가 있었습니다.
이건 몇 번이나 꾼 꿈이지만 언제나 똑같더라구요.
꿈 속에서 제 남친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말도 안나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전 이걸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꿈에서 일어난 일가지고 뭐 그러냐 싶으실텐데 저 진짜 그 정도의 슬픔을 느낀 적이 살면서 한 번도 없었거든요.
흔히들 너무 슬프면 눈물이 안나온다 그러는데 그거 쌩거짓말입니다.
똑같은 꿈 다시 꾸는데도 슬픈건 절대 면역이 안되더라구요.
어쨌든 전 곧 어느 무당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당은 팔뚝에 링거를 꼽고있는 병자의 모습이어서 썩 신뢰가 가는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무당은 제게 남친을 되살려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돈같은걸 요구하지도 않구요.
말도 안되고 공짜라는게 미심쩍어서 당연히 그딴 제안은 거절했지만 차츰 공짜라는데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맘이 들더라구요.
결국 그렇게 남친 보고픈 맘과 돈도 필요없다는 말에 설마 진짜겠어 하면서도 그 무당에게 찾아갔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던 제게 무당은 '뭐든 할 수 있는거지?'하는 말을 거듭하다가
남친을 살려주는 댓가로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첫번째는 자신이 투석 중인 것과 똑같은 종류의 링거를 구해오라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남친의 시체를 살아있을 당시의 완벽한 상태로 가져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무당이 부패가 진행될수록 되살아날 확률은 희박해진다고 마구 부추겨서 전 재빨리 남친의 시체가 있는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비품실에서 무당이 일러준 링거 한 팩을 훔쳤고 영안실에 들어가서 준비한 여행가방에 남친의 시체를 넣고 빠져나왔습니다.
최근 꾼 꿈에서는 제가 병원 영안실이 아니라 어느 장례식장에 가게 되더라구요.
어쨌건 전 성공적으로 무당이 준 조건들을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남친의 부활의식은 거행할 수 없었습니다.
무당이 푹 꺼진 남친의 복부와 까마귀 밥이 된 한쪽 눈을 보더니 이래서는 안된다며 원래 있던 장기와 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무당은 임시방편으로 다른 사람의 장기라도 넣어주면 괜찮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다시 대학병원에 갔고 이식용 장기가 있을만한 곳을 다 뒤졌지만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터덜터덜 빈손으로 돌아간 저를 무당은 꾸짖었고 이렇게 되면 남친의 시체가 썩는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든 아무 장기라도 구해오라 등을 떠밀었습니다.
전 너무 절망적이었고 조급했고 무엇이든 해야했습니다.
그 때 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저랑 동갑이자 현실에서도 굉장히 친한 친구인 여자애였는데요.
제 남친 소식을 듣고 제가 괜찮은지 알아보려고 건 안부전화였습니다.
전 친구에게 제 집에 와서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녀에게 수면제가 담긴 물을 먹였습니다.
잠든 친구의 목을 졸라서 완전히 죽인 다음, 전 의료용 매스로 그녀의 배를 갈라 모든 장기를 다 꺼냈습니다.
의료용 매스가 왜 집에 있었는지는 의문이네요...
물론 남친에게 필요한 눈도 잊지 않았습니다.
무당의 집에 그것들을 들고 간 저는 다시 절망했습니다.
무당은 제가 들고 온 것들이 누구의 장기인지 물었고 저는 모두 젊고 건강한 여자의 장기들이라 대답했습니다.
무당이 말하길, 남친은 남성인지라 성공할 확률을 높이려면 남성의 장기가 필요하다더군요.
혀를 끌끌차면서도 제가 혹시 더 좋은 장기를 찾는데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무당은 친구의 장기를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저는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은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일단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전 종종 친구들과 가던 술집에 혼자 들어갔고 소주 두 병을 주문한 채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술을 마셨습니다.
그 때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던 남자가 제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 남자랑 대화가 잘 통해서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기억나는 부분은 별로 없네요.
암튼 남자와 저는 함께 진탕 퍼마셨고 술집에서 나온 저흰 소주 두 병을 더 사들고 곧바로 근처의 모텔로 향했습니다.
달아오른 상태에서 남자와 몸을 겹친 저는 그가 제 몸에 탐닉하는 사이에 그의 머리를 술병으로 세게 내리쳤고,
술병은 그의 두개골과 함께 깨져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그 중 좀 큰 조각을 집어든 저는 그것으로 남자의 배를 갈라 장기를 꺼냈습니다.
유리조각으로 어떻게 뱃가죽을 뚫었는지는 의문이지만...뭐...
근데 무당의 집으로 향한 저는 이번에도 절망했습니다.
장기에 제가 깨뜨린 술병의 조각이 군데군데 박혀있었고
피냄새에 알콜냄새가 짙게 쩔어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악취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역겨운 묽은 빛을 내는 남자의 간은 특히 기형적으로 거대하게 부풀어있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제 남친에게 그런 것을 줄 순 없었죠.
저는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이 차츰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이미 두 번이나 사람을 죽였는데 어이없게도 세번째로 살인을 할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던 저는 울먹이면서 정처없이 아무데로나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네 골목에 이르러 아침 일찍 등교하는 어느 남고생과 마주쳤습니다.
그는 제가 알몸으로 걷고있는 사람인 양 저를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몹시 거슬렸습니다.
곧 골목 구석에 버려진 전신거울을 보자 피투성이가 된 제 몸이 보였습니다.
남자친구가 사준 가디건과 녹색 야상, 청바지가 말라붙은 피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용자일 정도였죠.
제 얼굴이 보여야할 부분은 누군가 주먹으로 친듯 수천 조각으로 깨져있었습니다.
다가가서 거울을 툭 건들자 깨진 조각들이 모두 땅에 우수수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중에서 전 한 손에 쥘만한 길쭉한 크기의 조각을 집어들었고,
저를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는 고등학생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저를 가만히 보고있더니 제가 가까워지자 뒷걸음질쳤습니다.
저는 달려들어 그의 목을 찔렀고,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쓰러졌습니다.
전 남고생의 가방을 열어 안에 있던 교과서와 필통, 공책을 내다버린채
목을 찌른 조각으로 그의 배를 곧장 갈랐습니다.
전 어린 고등학생의 장기를 모조리 꺼내 가방에 담았고 바로 그 자리를 떴습니다.
여기까지 써놓고보니 전 진짜 인간쓰레기네요.
꿈이란게 결국 제가 자면서 생각한거라는데 어떻게 이따위 꿈을 꾸는지.
무당의 집으로 돌아온 저는 남고생의 장기를 보여주고는 남자친구를 부활시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무당은 한 가지 재료가 부족하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가 깜빡하고 남고생의 눈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남친의 시체는 이제 정말로 심각하게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손과 발끝은 검게 변한지 오래였고 썩어없어진 한쪽 눈구멍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 저는 하는 수 없이 아까 가져온 친구의 눈을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무당이 고개를 떨구더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군요.
냉장고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그곳에 보관해두었던 친구의 장기가 모두 얼어붙어서 못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이를 상실한 제게 무당은 의안이라도 써보자 했지만
사실 건강한 남자의 눈 한쪽 정도는 금방 구할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아 위에서 말씀을 못드렸는데 참고로 전 남자입니다.
현실이었다면 초 겁쟁이인 전 엄두도 못냈겠지만 꿈 속의 전 곧바로 무당의 부엌으로 가 통에서 숟가락을 꺼냈습니다.
그것으로 조심히 제 왼쪽 눈을 파내었고 동글동글하고 생각보다 큰 안구를 무당에게 건넸습니다.
그것을 받은 무당은 잠시 입을 떡벌린채 멍하니 피가 흥건한 제 눈알과 제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설마하니 사람을 되살려준다는 말을 진짜로 믿었냐고 물었습니다.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다리에서 힘이 빠진다는데 이건 사실인갑더라구요.
이어서 무당은 사실 자신은 장기 밀매상이고 원래 저처럼 장기를 구해오는데 쓰인 등신들은 일이 끝나고 다 죽이지만,
사람 살린다는 말을 진짜로 믿고 멀쩡한 눈을 스스로 파낸 제 정성에 감동을 받아서 살려준단 말을 했습니다.
아 그리고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세 명 분의 장기를 확보해 온 제 실력을 썩히기 아까우니
자신과 함께 일해보자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전 그 말엔 대답하지 않고 다만 무당의 눈에 그대로 숟가락을 박아넣었습니다.
무당은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고
전 제단에 놓여있던...법경이라 해야하나 암튼 두꺼운 책을 집어들어
눈에 박힌 숟가락에 망치질을 했습니다.
그 때 기분은 뭐라 설명도 할 수가 없네요.
그렇게 무당이 죽고나서 모든게 다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는데도
전 남자친구를 살려내는걸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여러번 갈라졌던 것처럼 보이는 남친의 배를 갈라서
가져온 장기들을 제자리에 채워놓고
남친이 사준 제 가디건을 물에 넣어 펄펄 끓였습니다.
무당의 옷장에서 찾아낸 바늘을 불에 달구었고,
푹 삶아진 제 가디건에서 실을 풀어내었습니다.
누에고치도 아니고 끓이면 실이 풀어지는게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 꿈에서 되더군요.
어쨌든 그걸로 그의 배를 꿰맸고
제 눈을 남친의 눈구멍에 끼워넣었습니다.
당연히 남친은 살아나지 않았고 남친 시체가 꿈쩍도 하지 않는 이유를 뻔히 알면서도
전 뭔가가 빠진 거라고 자기기만을 늘어놓았습니다.
이 땐 그냥 비참하더라구요.
저도 제가 완전 틀렸다는걸 깨달았는데
그걸 버린다든지 하는걸 절대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기쁘게도 전 빠진 무언가가 무엇인지 곧 알아챘습니다.
저는 무당의 침대 옆 바닥에 이불을 깔아서
그곳에 남친을 조심히 눕히고
무당이 투약하고 있던 링거팩과 새 링거팩을 뜯었습니다.
그리고 두 링거팩에 든 고무관을 하나로 연결했습니다.
남친의 팔뚝에 고무관에 연결된 바늘을 하나 꽂고
제 팔뚝에 그 반대편 바늘을 꽂은 채 전 침대에 누웠습니다.
제 피가 남친에게 흘러가는 것을 확인한 저는 한 쪽 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남친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게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보고있는데
워킹데드에 나오는 좀 보존잘된 좀비마냥 그렇게 썩어가는 얼굴인데도 그냥, 잘생겼다 역시 내 남자 이런 생각만 들더군요.
그러고 있자 시간이 지날수록 졸리기 시작했습니다.
꿈 속에서 졸음을 느낀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렇게 눈을 감고 잠들기 시작하자
완전히 잠들기 직전에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제 손을 잡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찰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현실에선 주변사람들이 제가 깨있는 줄 착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엉엉 울면서 깨어났습니다...
이 욕나오는 꿈을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꾸니 데이트 하면서 남친 얼굴을 보기가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며칠 전에는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너의 폭력성이 무의식 중에 드러났네, 여친(커밍아웃 할 수 없잖아요)이 죽어있는걸 보니 너 여친 ㅈㄴ싫어하나보네, 너한테 죽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죄네 하면서 까이기만 했습니다...
남친한테도 제 지인 얘기인 것처럼 꾸며 얘기했더니 별 쓰잘데기 없는 개꿈 가지고 걱정하는 놈이라고 욕만 하더라구요.
읽으신 분들 중에도 그냥 개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텐데, 전 진짜 싫습니다.
남친이 그런식으로 죽은 것도 보기 싫고, 아침에 더러운 기분으로 깨서 하루종일 꺼림직한 것도 싫습니다.
더군다나 이게 단순한 개꿈이 아니고 진짜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드는 건 더 싫습니다.
이 와중에 다행히도 매일매일 연속으로 꾸는 꿈은 아니라 잠드는게 막 무섭고 하진 않는데, 길게는 이주, 짧게는 이틀 간격으로 찾아와 괴롭히는 꿈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지경입니다.
혹시 꿈 해몽 잘하시는 분이나 꿈 같은거 안꾸고 푹 자는 방법 아시는 분 계시나요?
※수면제먹고 푹 자는 거, 저도 생각 안해본거 아닌데 언제까지나 그럴 순 없잖아요.ㅠㅜ
아 그리고 여기까지 스크롤찍 안하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