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인소가 실제로 존재했어요

박세연2015.01.26
조회1,535
제 나이 또래라면 다 알만한 흑역사, 인소. 알고계시나요?
인소하면 바로 아, 하고 생각나는 그 분들이 있죠.
네, 언제나 그 머리가 알록달록한 그 분들.
언제나 네 명으로 몰려다니면서 제각각 성격 가지고 있는 그 분들. 예를 들어 >_<, --, *^^* 라든가...
이 쯤되면 감이 오실텐데...
맞습니다, 사대천왕이요! 무려 사!대!천!왕!

인소에나 등장하는 이 분들이 제가 입학한 고등학교에 존재하더군요(...)
복도 지나가다가 애들이 구름같이 모여서 웅성웅성거리고 있길래 뭔 일인가 하고 봤더니,
이런 미친.
현실감 없는 머리색들이...
그나마 나은 것들이
​너무 새카매서 푸른 끼가 돌 정도의 흑발에,
연하다 못해 금발에 가까운 갈색 머리카락,
진한 레드와인색....
가장 충격먹었던 게 은발이었네요, 은발.
(나중에 들어보니 심지어 염색이 아니라 자연이라더고요.)
저게 한국인에게 나올 수 있는 머리색깔인가...
거기다 눈 색깔도 연한 푸른색에, 검은색은 검은색인데 녹색기가 도는 눈동자에...
이건 뭐, 순간 진짜 인소에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네 명다 같은 중학교를 나왔는데 그 중학교에서 네 명 합쳐서 사대천왕이라 불렸다네요(...)
이름은 머리카락 순서대로 유천영, 우주인, 권은형, 은지호.​
이름도 평범하지는 않습니다만... 뭐, 이 정도야 본인들 외견에 비하면야... 봐줄 수 있는 편... 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아니아니 이것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제​가 저 네 명 중에 한 명이랑... 심상치 않은 관계에 있는 관계로...

발단은 학기 초 저희 반과 저 사대천왕이 있는 바로 옆 반이랑 같이 하기로 한 단합대회였습니다.
저희 반 담임 선생님과 그 반 담임 선생님이 친하셔서
선생님이 같이 하면 어떻겠냐 제안하셨는데,
역시 그 옆 반이 한창 애들 입에 오르고 있는 사대천왕이 있는 반이었던지라
우리 반 애들 모두 찬성했더랬죠.
(그렇게 우리 반은 다른 반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그래서 반장끼리 단합대회에 관해서 상의할려고 만나기로 했던 거죠.

그런데! 제가! 하필! 저희 반 반장! 이어서!!
그리고! 하필! 옆 반 반장이! 권은형!! 이었던!!
위에서 언급했던 진한 레드와인 색 머리카락의 주인공이십니다.
그리고 옅은 녹색이 감도는 검녹색 눈동자의 주인이시기도 하시죠(..)
(참고로 사대천왕 중 권은형의 포지션은 '*^^*'...)

처음에 엄청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이 그 쪽 반장이라 상의해 보라길래 먼저 찾아가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제의 사대천왕​ 중 한 명인 그 권은형이 저희 반에 나타나
저(그러니까 우리 반 반장)를 찾더래요.

사실 외모가 좀 사기적이라야지,
웬만한 연예인은 양쪽 뺨을 후려치고도 남을 외모들이라서요.
(심지어 저 네 명 중 한 명은 현직 모델이라네요 이야)
그냥 복도 다니다가 가끔 지나가면 힐끔 보고 우와아 대박, 하는 정도 였는지라.
같은 반이 되지 않는 이상, 내가 졸업할 때까지 쟤네랑은 말도 한 번 못 섞어보겠구나, 하고 있었죠.

그런데 저 쪽에서 먼저 날 찾다니, 어안이 벙벙해서 복도로 나가니
(이 때까지 권은형이 반장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 엄청난 외모로 웃으면서
"네가 000선생님 반 반장이야?" 하면서 큰 키로 저를 내려다보는데,
진짜 설렘사할 뻔 했네요.

얘가 성격도 친절하고 잘 웃는다는 건 애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코 앞에서 그리 웃고 있으니...
가까이서 보니 정말 잘 생겼다,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어정쩡하게 응, 대답하니까

자기가 O반 반장이라고, 선생님이 반장끼리 상의해보라고 하셔서 찾아왔다.
혹시 주말에 시간되냐, 물어보더라고요. 무척 조곤조곤하게.

결국 그 자리에서 승낙하고 전화번호까지 교환했는데,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건 권은형이 정말 부드럽게 웃던 거랑,
그 때​ 저희가 햇빛이 다이렉트로 들어오는 창가에 서있었던지라
그 레드와인 머리색이 햇빛 받아서 빨간색으로 정말 이쁘게 반짝거리던 거...네요.

어찌됐든 이렇게 알게 되서 학급 일로 어찌어찌하다가 꽤 친해져서
문자도 자주 주고받게 됬습니다.
(어쩌다 보니 나머지 세 명하고도 안면도 트게 되고 얘네랑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왔다고 하는 여자애 두 명하고도 꽤 친해졌습니다. 이름은 반여령, 함단이. 얘네 이름도 평범하진 않아요. 역시 이런 애들끼리 모인다고 해야하나.)​
​그러다 보니 권은형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많은데,
애가 참 좋은 애다 싶은 게,
​카톡할 때마다 요즘 애들답지 않게 맞춤법도 꼬박꼬박 지키고, 온점도 딱딱 찍고요.
반장할 만큼 성실하기도 하고, 예의도 바르고, 욕도 안 하고,
단이(방금 언급한 친해진 여자애 중 한 명이에요.) 말 들어보면
집에서도 분리수거나 설거지같은 집안일도 척척 잘 ​한다네요. 가정적이랄까.

거기다 외모까지 초호화급이니...
같이 있다보면 설렐 일이 많죠.
워낙 첫인상이 인상 깊어서 그런가 다른 세 명과 있어도 권은형이 눈에 먼저 들어오더라고요.
그래도 뭔가 쟤네들과 나는 사는 세계가 다른 것 같아서,
(그러니까 나랑 권은형이 사귀는 건 말도 안된다싶어서)​
이건 그냥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같은 것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한 번은 가까이에 있는 슈퍼가 문을 닫은 날이어서
좀 걸어서 가야하는 편의점에 가려고 나왔다가
그 때가 해 다 지고 깜깜한 저녁이었거든요.
혼자서 깜깜한데 걸어가기도 뭣해서
권은형에게 나 이 시간에 멀리 있는 편의점까지 걸어간다 하고 문자로 투정을 부려봤습니다.
그랬더니 배려심 깊은 성격답게 어두운 데 괜찮겠냐면서 마중 나와줄까? 하고 묻더군요.

솔직히 그 정도까진 바라고 있진 않던터라 놀라서
괜찮다고, 나는 못 생겨서 달려들 남자 없다고 농담했더니
너 정도면 괜찮다고!

이거, 기대해도 좋을까요?


​========================================================

는 다 뻥입니다!
​(날아오는 돌을 현란하게 피한다)

사실 위에 쓴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소설 <인소의 법칙>에 이입해서 써 본 것입니다ㅎㅎ
이야기 중에 언급되어 있는 아이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에요
​<인소의 법칙>​은 주인공인 함단이가 인소 속으로 들어가게 되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원래 웹소설 사이트인 조아라에서 연재하다가 현재는 네이버 웹소설 베스트리그에 올라가 있는 유한려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인소 속으로 들어간다, 어찌보면 유치하고 가볍다고 할 수 있는 소재​지만
작 중에는 꽤나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들의 심리같은 것들은 유한려 작가님 특유의 문체로 섬세하고 자세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요ㅎㅎ
장르는 퓨전이라 표시되어 있지만 성장물이라고 봐도 무방한 소설입니다

'인소' 라는 장르를 아는 분들이라면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이랍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http://novel.naver.com/best/list.nhn?novelId=217450
로 가셔서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