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이 가난해서 저에게 미안해요

슬픈스무살2015.01.30
조회404

안녕하세요. 전, 올해 수능을 치른 현역 고3입니다.

이제 예비 대학생이구요.

요즘 판에서 좋은글들도 몇몇 본적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남겨요.

 

스무살이 됬지만 전 행복하지 않아요. 무언의 해방감도 없었고, 성인문화에 대한 동경도 없었기 때문에 주변친구들이 술마시고 놀러갈때 전 그냥 집에서 정시 면접준비하고 컴퓨터하고..그랬어요.

제 꿈은 글을 쓰는거예요. 여덟살 때부터 동시,일기 이런걸 쓰고 구내 대회에서 몇번씩 수상도 하고, 실제로 책자에 글이 실리기도 하면서 글에 점점 마음을 붙였던것 같아요.

저는 바깥에 나가면 다른사람 이야기를 많이 듣고 웃고, 가끔씩 터뜨리지만 혼자 있는시간이 많고 생각도 많고, 정말 어릴때부터 그래와서 혼자있는 시간이 익숙해졌어요.

어렸을 땐 여기저기 제가 할 수 있는분야에 글을 쓰고 수상해왔지만 저희 집 사정, 좋지 않거든요.

타이밍이 어쩌면 그렇게 좋은지, 상을 타오면 항상 집문제 하나가 꼬여있고.. 전부 돈 때문에요.

 

중학3학년 때, 좀 큰곳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날이 있었는데 시상식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늦어버려서 결국에 그 자리에 서지 못하고 몇시간 뒤에 상을 받아서 간 날이 있었어요. 엄마는 그 시간이 다 끝나고 저를 찾아왔구요. 이쁘게 입은 옷이나 머리가 소용없어지니까 화를 내면서 돌아갔어요.

엄마랑 저는 교회를 다녀요. 엄마가 성악을 좋아하셔서 정말 열심히 하는데 그날 발표회였어요. 괜히 성질 내고 화냈는데, 그 발표회날 입을 옷을 댈 돈이 없어서 몇달동안 준비한 자리를 서지도 못하시고 그냥 오셨어요. 그날 부둥켜 안고 울었는데 매번 그런 식으로 상을 받을때 행복한 기억이 별로 없었어요. 제 꿈에 꼬리표처럼 돈이 달라붙었거든요.

 

그래서 세상은 우리를 가진적도, 버린적도 없다는걸 알았어요. 이미 어릴때부터 그런일이 빈번해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공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안되는 공부 붙잡고 열심히 해 왔어요. 제 마음이 너무 공허해서, 이 마음을 채우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중학생때부터 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덕분에 많은 걸 배우고 사람들을 많이 만났구요. 그렇지만 고등학교2학년때, 문이과 반을 정할때 제가 하고싶은 글이 얼마나 가난한 꿈인지 알게됬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는 현실적으로 좋은 길, 부모님이 원하는 진로로 가고 글은 계속 안고가기로 했어요. 이과로 진학을 했지만 안되겠드라구요. 적성에 안 맞아서 공부도 힘들고 글쓰기를 너무 사랑하거든요. 문예대회에 나갔었는데 국회의사당에서 시상식을 하고 자신감이 붙어왔고, 정말 잘 될줄 알았죠.

 

3학년때 문과로 가려 했지만 친구문제가 있어서 뜻대로 안됬고 굴복해야되는 현실에 수능은 문과공부를 하면서 어긋난 1년을 보냈어요. 2학년때 친구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싸우는게 지쳤는데 저랑 친했던 친구가 같이 다니던 무리들을 이간질 하면서 아예 멀어졌던 적이 있어요. 인강을 같이 들었는데 돈 문제가 있었어요. 그때 그 친구가 건드리면 안되는 부분을 건드렸거든요. 그래서 3학년때 정말 고독하게 보냈어요. 사람한테 질려서 친구도 없고 항상 남는시간에 공부했거든요. 어떻게든 버텨내려고. 근데 뜻대로 잘 안됬어요. 공부법에 문제가 있었는지 성적은 잘 오르지 않고 수능도 못 보고. 그래서 3주를 집에만 있으면서 마지막엔 한강다리까지 같다왔어요. 죽는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궁금했거든요. 처음엔 재수를 해야하나 싶어 막막했는데 깊은 물 속을 보면서 제가 죽을까봐 두려워졌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자고 결심하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얼마 안 되서 친할머니께 뇌경색이 오셨어요. 제 3병원 중환자실에서 지금 힘들게 버텨내고 계세요. 스무살 1월을 즐기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가 할머니께서 아프셨거든요.

 

초등학생때 돈문제로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어요. 빚이 줄었다 싶으면 다시 늘어나고. 요번 정시면접 준비랑 남동생 밥 챙겨주면서 공허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예전같으면 저 혼자 방에서 글 쓰다가 가끔 감성이 북받치면 울고, 그랬는데 요번달은 마음이 외로웠어요. 원래 연락도 잘 안하는데 괜히 카톡 들여다보고 연락하고 사람 만나고.. 수시 1,2차 다 떨어지고 정시는 어떻게 가까운 인서울 야간 전문대 영어가 추가로 붙었어요. 4년제는..제가 원하지도 않는 학교에 학과라서 가고싶지 않았어요. 근데 오늘 전화가 왔어요. 거기가 지방에 있는 전문대인데, 2지망 학과가 보건계통을 썼거든요. 정시2차를 이곳에 지원하면 바로 합격통보를 해주겠대요. 기숙사도 있고 그쪽 지역에 연고도 있어요. 전 서울에 살아서 너무 먼게 흠이지만요.

 

자꾸 이런식으로 꿈이 멀어지는 것 같아요. 두서없이 너무 주절거리는지도 몰라요. 그래도 전 길게 보고있어요. 책 읽고 습작연습 하면서 기사든, 문학이든, 평론이든, 전문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싶은 마음은 너무 간절한데 현실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어요. 제 꿈이 너무 가난해서 스스로 미안하고 슬퍼요. 한 때는 지금이 너무 싫어서 스스로 미워했던 적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진심으로 하고싶은건 글쓰긴데 정말 이대로 돈의 노예가 되고 말까봐 너무 두려워요.. 힘들고 죽고싶을때 간신히 잡았던 게 친구나 가족도 아닌, 글이였기 때문에 더 간절해요. 정말 이게 아니면 안되겠는데 이 꿈이 멀어지면 어떡하죠? 한강다리에서 이젠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한지 한 달 이고, 지금 상황으론 재수도 못하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