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모르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토끼나무2015.01.31
조회469

안녕하세요, 애없는 유부 3년차이자, 1년 3개월째 백수이자, 예비직장인인 토끼나무입니다.

몇일 전에 쓴 글이 하나 있었는데요, 덧글들을 읽다보니 참 저와 비슷한 분도 많고, 저의 옛 모습이 보이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그 글의 덧글들을 보면서 생각만 하던, 누군지 모르는 여러분들께 하고싶던 얘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오타, 띄어쓰기는 엄지 두개로 쓰는 글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지루함, 헛소리, 쌩뚱맞음이 다 포함되어 있으니 화나실 꺼 같으면 빠르게 뒤로가기 부탁드려요~


긴글 싫어도. 이미 여기까지 읽으신 당신은.... 사랑합니다.




누군지 모르는 당신에게 쓰는 글.

저는 당신과 같은 지역에 살지도, 이웃일지도, 친구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당신과 같은 버스를 탔을지도, 지하철을 탔을지도, 택시 합승을 했을지도 모르죠.

저는 당신과 우연히 통화해 봤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당신의 동창일지도, 학교 친구일지도, 혹은 직장 동료일지도 몰라요.

저는 당신의 자녀일지도, 조카일지도, 동생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당신은 마찬가지로 제게 그런 사람입니다.


그게 뭐가 중요할까요? 당신이 모르는 사람인데.

하지만 제겐 중요합니다.

내가 어느 곳에서든 마주쳤을 당신은 혼자였을 꺼예요.
누군가와 같이 있다해도 100% 채워지지 않아 허전한 눈빛 이었으니까요.

어떻게 아냐구요?
제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웃기고 있네. 라는 생각을 한 당신.
여태 한번도 외롭지 않으셨나요?
그런 감정이 나를 사로잡을때 누군가 옆에 있어서 채워지던가요?
전.... 전혀 아니었습니다.


저는 전의 글에도 밝혔다시피, 살벌한 가정사로 인해 10대때는 비행청소년이었고, 어느 날 정신차려 삶에 익숙해질 쯤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단어로 남편 세공질? 하는 유부 3년차 이죠.

이 글을 쓰면서도 제 남편의 몸부림에 머릿통 콱 찍혀서 혹 났습니다만.... 그래도 당신에게 꼭 할 말이 있어서 남편에게 복수도 못하고 글 씁니다.


10 여년전.
어느 한 순간.
제게 폭풍같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생겼답니다.
그게 우울증의 시작이었죠.

매번, 내가 어릴때 봤던 공포의 나날이 꿈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잡고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이제 안정된 부모님도 싫었고, 언니오빠도 싫었고, 날 왕따시킨 사람들이 죽이고 싶었습니다.
실은, 그런걸 당했던 내가 참기 힘들어 죽고싶었습니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나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당장 내가 일하지 않으면 굶어야하는 현실이 싫었습니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누가 알기나 할까? 라는 생각도 많이 한 걸 보면.. 이미 우울증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판단되지만, 당시에는 그걸 판단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작은 키, 못생긴 외모, 뚱뚱한 몸매, 지저분한 피부, 모난 성격, 그리고..... 사라진 내 자신감.


아마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어? 나도 그런생각 해봤어. 라고 하실지, 혹은 찌질아~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의 주위의 그런 사람중 하나였습니다.


어느날, 인터넷으로 접한 내용 중 자기최면이 나를 바꾼다는 글을 보고 생각했죠.
까고있네. 라고요.

말 하나가 날 바꿔? 그럼 이 세상에 나쁜 놈 하나 없겠다!!!라고.....


하지만, 쓸데없는 이 호기심.
퇴근 후 세수하다 문득 드는 생각.
진짜.... 가능할까?


거울 앞에 서기 전, 30분간 왔다갔다....
혼자 쪽팔리게... 하긴 볼 사람도 없는 데...
그래도 오늘 많이 힘들었는데 한번 해봐??


그리고 거울 앞에서 한시간...
흠. 흐음..
ㅇㅇ야. ㅋㅋㅋㅋ
흠. 흠. ㅇㅇ 야. ㅋㅋㅋㅋ 아 오그리토그리~~
이러다가 내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되고, 아 여기 점 있네? 아, 여기 흉터도 있구나..
아니, 아니, 이게 아니지...

ㅇㅇ야, 사.. 사... 수고했다~ 오글오글~~~
사.. 사.. 사랑한다.....


그리고 떨어지는 눈물에, 심장이 덜컹. 하더군요.
그렇게 거울을 붙잡고 알 수 없는 대성통곡을 했답니다.. 진짜 으엉엉 흐엉엉~했더랬죠.

다 울고나니 거울에 비친 괴물 한마리.
............. 불쌍하게 생긴 눈이 빨간 괴물...

네.... 접니다. ㅡㅅㅡ;;;;


아마 저만 눈물이 난게 아닐껄요?? 훗훗.
그날 이후, 맘속에 뭔가 억눌려있던 것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 들어, 거울 볼때마다 저에게 사랑한다 말해주는 습관을 들이고나니...
참 신기하더군요.
일주일가량은 눈물이 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지 않게 내게 말을 걸게 되네요.
거울따윈 필요없이, ㅇㅇ야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제정신 아닌 느낌??

남들의 이목은 소중하니까. 요즘은 자제합니다만...
그땐 정말 충격이었어요.
왜냐면.... 글쎄요. 왜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ㅋㅋ (늙었나봐요ㅠㅠ)

그러고보니 제가 친구들에겐 장난식으로라도 사랑한다는 말 자주했던 아이였네요.
다만, 내 스스로에게 말 걸은 건.... 저때가 처음.ㅋㅋ


혹시 당신은 여기까지 읽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하시겠죠?

혹시. 본인에게 사랑한다 말해보셨나요?
스스로에게 고맙다는 말, 해보셨나요?
내 손에 상처났을때, 손아 아프게 해서 미안해.. 하고 말을 해보셨나요??


혹시. 본인 몸이 소중한거라고, 정말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보셨나요?


저는 어릴때 비행의 보상으로 인대수술을 해서, 20년째 무릎을 땅에 제대로 대지 못합니다.
저는 스노우보드 타보고 싶은데, 시도도 못하구요,
스키나 수상스키도 할 수 없어요.
심지어는 굽 높은 구두도 맘대로 신지 못합니다.

근데, 그때는 내 몸에게 미안한 줄 몰랐죠.
미련한 몸뚱이라서 다친거라고, 싸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상대방 애들 죽여놨을꺼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너무 미안합니다.
내 몸에게 미안하고, 내 마음에게 미안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잘 움직이게 해주는 내 몸에게 고맙다고 한번씩 말해줍니다.

지나간 제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안타까운 이유가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지금 당신께 꼭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선, 저는 당신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생각보다 더 활기차고, 부드러우며,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당신은 누구보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보석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원석이며, 그 보석으로 변하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만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될 껍니다.

석탄이냐 원석이냐.. 그 기준은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원석이 되었을 때 꾸준한 노력으로 빛을 내줘야만 누군가가 발견해서 보석으로 만들어내겠죠.

그 보석의 등급은 세공사의 내공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좋은 세공사를 만나게 되기까지 몇번이고 빛을 발하고, 상처를 받아야된다면, 기꺼이 받아서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당신을 모르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이 곳에서 살아계시는 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당신을 응원할껍니다.


내 동창일지도, 학교 친구일지도, 회사 동료일지도, 혹은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 일지도 모르는 당신.

혼자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꼭 말해주세요.
제가 전해달라 했다고.. 꼭 본인에게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