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마지막, 20대의 시작에 함께였던 너.

시간이빠르다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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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네.
네가 이걸 보게 되진 않겠지만
그냥 내 마지막 넋두리라 생각하고 적어봐.

어느새 8년이란 시간이 지났네.

17살,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어린 나이인데
그때의 난 왜 스스로 다 큰 어른이라 생각했을까.
물론 난 아직도 철이 덜 들었다 생각해.

정들었던 한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에 도착했을 때
처음엔 음식도 언어도 모든것이 낯설었었어.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
너도 알잖아. 내가 겉으로는 잘 웃는 사람이란걸.

소문이란건 참 무서운 것이더라고
어느새 나는 한국에서 온 담배피고 술마시는
흔히들 말하는 양아치라더라.
물론 그때의 내가 그런 행동을 한 것 자체가
문제였지만 말야.
너에게 나란 사람의 첫인상은 그렇게 시작됐다고
나중에 우리가 만나게 되고 넌 내게 말해줬지.

너와 만나기 전 나는 여러사람들 만났었고
너는 그런 내게 이번에는 좀 오래가라며
친구로써 충고도 하고 축하도 해줬었는데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너는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강한 사람이었어.
그런 모습이 처음에 내게는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네 그런 당당함이 좋아졌다.

18살 내 생일이 끝나기 한 시간 전 쯤에
나는 네게 전활 걸어 마지막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이 너라 말했었는데.
그리고 나도 모르게 좋아한다 말했어.
웃으며 믿지 않던 네게 진심이라 여러번 말할 때
난 사실 많이 설렜었는데. 비록 받아주진 않았지만.

그 후 몇 개월 동안 난 네 주변을 맴돌면서
수업이 끝날 때는 먼저 나가 문 앞에서
널 기다리고 네가 나오면 네 교과서를 빼앗다시피
들곤 다음 수업을 들으러 네 옆에서 걸었어.
어느 날인가 네가 나한테 말했잖아.
잘 몰랐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을 갈때면 항상 내가 네 옆에 있었다고.
그 별 것 아닌 말이 나한테는 행복으로 느껴졌어.
내가 조금이나마 네게 인식된 것 같아서 말야.

그렇게 우린 어느새 흔히들 말하는 연인이 됐었다.

내가 먼저 좋아하고 시작했는데
널 좋아하게 만든 당당함이라는 것이
때로는 날 지치게 했었지.
작은 문제들이 생겼을 때나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
난 다른 사람들이 늘 그래왔 듯
네가 먼저 한 발 물러설 줄 알았는데
넌 오히려 더욱 강하게 나오곤 했고
처음엔 그걸 이해못하는 나로 인해
우린 더 많이 다투고 헤어짐을 여러번 반복했지.

근데 웃기게도 그 많던 헤어짐과 만남 속에서
네가 이별을 먼저 말한 건 단 한번이었어.
나머지는 내가 말했네. 우리의 마지막 순간조차도.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던게 너였고
너한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행복해서 눈물을 흘려봤었고
너한테 처음으로 이별을 말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여자때문에 울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부끄러운 기억이 많네.
그래도 그 순간에는 세상 누구보다 진심이었어.

그렇게 우린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나는 미국으로 너는 한국으로 대학을 가게됐지.
내가 미국으로 떠나던 날 너는 공항으로 나와
날 배웅해줬는데 그때 널 조금이라도 더 보려
난 게이트가 닫히는 순간까지 뒤돌아서
널 바라봤었는데.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우린 많이 다투고
웃고를 여러번 반복했었잖아.
그리고 겨울방학 때 너희집에서
어머님과 너와 한달을 같이 지내기도 했었는데.
부모님이 어릴 적에 이혼하신 후
어머니라 불러 볼 일이 없던 내게
아들이라고 불러주시던 어머님이 감사했고
내게 가족을 느끼게 해줬던 그 순간들이 행복했어.

못났던 나는 그렇게 지내는 순간에도
잘못을 해서 너와 이별을 하고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어렵게
널 다시 붙잡았었는데.

1학년을 마치고 난 한국으로
군대를 가기위해 돌아왔고
우린 계속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했었지.

그리고 그 해 9월
나는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그만하자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울리는
네 전화를 받지 않았어.
사실 그땐 자연스럽게 다시 만날거라 생각했어.
지금까지 그랬듯이 말야.
그래서인가 나는 한 달이 지나 두 달이 지나가도록
네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어느샌가 우리사이에는 이별이 남아있게 됐지.

너와 헤어진 게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사실 별 것 없겠지. 처음도 아닌데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어.
근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
3개월 정도 집에만 박혀있었으니.
그리고 얼마 뒤 내 생일 날 난 혼자 술을 마시고
술의 힘을 빌렸다는 핑계로 네게 전화를 걸었어.
혼자서 술 한잔 했다는 못난 내 말때문이었는지
너는 울먹이며 그럴까봐 걱정했다는 말을 했지.

근데 그 순간 정신이 차려지더라고.
더는 이래선 안되겠다. 네게 나는 걱정만 시키고
이런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더라.
그 전화를 마지막으로
나는 진짜 이별을 결심하게됐어.

지금 돌이켜보니
난 내 생일날 네게 내 마음을 고백했고
또 다시 내 생일날 내 마음을 정리했네.

그렇게 결심을 하고
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됐고
그 사람은 내 군대시절을 기다리며
어느새 너와 함께한 시간보다 더 오래 됐어.

너도 헤어지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고 전해들었어.
지금도 누군가와 함께인지는 잘 모르겠네.

나보다 더 좋은사람을 만나란 말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위해 할 수는 없지만
나보다 더 너를 이해해주고 사랑해 줄
그런 사람을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라.

내 이야기는 페북에서 봤던 것처럼
너보다 좋은 사람을 만났지만
결국 나는 너더라 이런 결말은 아니지만.
네가 내 첫사랑이어서 난 참 행복했고 감사했다.

어느새 우리가 헤어진 후 네번째 네 생일이다.
네 이름과 생일 좋아하던 캐릭터와 색깔은
아직 머릿속에 선명하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향기와 목소리, 웃음소리는 기억속에서 지워져간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나에게서 너는 옅어져간다.
그만큼 너는 누군가에 짙어져가길 바라.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 생일 축하해.
이제는 정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