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주보고 왔던 후기. 그리고 느낀점.

레너드2015.02.08
조회2,121

디씨에 썼던 글 그대로 복붙이라서..

반말은 이해해주세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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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역에 예약시간 한시간 전에 도착해서

주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시키고 갤질좀 하다가 나와서

7시 50분에 도착해서 좀 기다리다가 봤어.


김 "XXX씨.. 사주 보신다고 하셨네요?"

나 "네. 그런데 사주를 봐야할 지 타로를 봐야할 지 잘 모르겠어서.."

김 "질문이 뭔데요?"

나 "6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다시 돌아올지 궁금해요."

나 "그리고 이번에 제가 대학원 시험 치는데.. 연말에 결과가 나와요. 그 결과도 궁금해요."

김 "흠.."


김 "헤어진 사람이 돌아온다.. 라는 거는 타로로도 확인이 되요. 그런데 타로는 6개월 이내의 결과, 사주는 평생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보는 거에요."

나 "그럼 사주가 좋겠네요."

김 "네 그럼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 불러주세요."


생년월일 말하고, 태어난 시각을 알려주는 동안, 솔직히 난 대학원 결과는 걱정하지 않았어. 그냥 걔 생각만 계속 나는거야.

기다리는 동안부터 어딘가 모르게 정신이 좀 나간 상태.. 그냥 걔 생각만 계속 하고 있는 상태였었어.


김 "흠.."

봐주시는 선생님은 좀 심각한 표정으로 공책에 한문을 계속 적으셨어.

붓펜으로 크게 8글자, 나머지는 펜으로 여러글자를 한참을 적으시고는,


김 "일단 합격은 되네요."

김 "팔자가 연구원, 아니면 교수, 이런 직종의 팔자에요. 어떤 일 하시고 싶으신데요?"

나 "의사요."

김 "그럼 지금 의대 진학중이신 건가봐요?"

나 "아뇨.. 제가 진학하려는 데가 의학전문대학원이라서.."

김 "아. 합격운은 있어요."


이후에 무슨 한자랑 연관지어서 말씀을 해주시는데, 내 전공이 아니어서 자세히는 모르겠고 일단 결과가 그렇다는 것만 이해했어.


김 "팔자가 의대 교수팔자고.. 교직에 서는 팔자고. 나중에 땅부자될 팔자고. 그냥 다 좋아요."

역시 무슨 한자 말씀하시면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셨는데, 그렇게 집중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으니까.


김 "그런데 연애운은.."


여기서 조금 긴장.


김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난 아무 말도 못했어.


김 "미련을 버리시는게.. 다시 만나지는 못한다고 나와요. 여자가 그럴 맘이 없다고 나와요."


그냥 머리가 하얘지더라.


김 "그냥 지나가는 인연으로.."


지나가는 인연이었다면 난 진작에 마음 버렸어.


김 "결혼운은 최소 33세, 34세 이 정도로 나와요."


이번엔 선생님과 나 모두 침묵.


김 "다시 못만난다고 하니까.. 슬퍼요?"


여기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억지로 참았다.

입에서는 아직도 아무 말도 안나오고.


김 "그렇겠지.. 내가 물어보고 내가 대답하네."


김 "그래도 나중에 잘되고 여자들 줄줄이 붙을 팔자인데.."

나 "필요없어요."


그냥 툭 던지듯 뱉은 말이었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그래서 분명히 얘기했다.

나 "제가 원하지 않아요."


김 "흠.."

김 "뭐 더 궁금한 거 있어요?"

나 "원래는 질문이 세 개였어요. 첫번째는 대학원 합격여부였고, 두번째는 걔가 돌아오는 거였어요."

나 "세번째는 제가 기다릴 수 있느냐는 거에요."


김 "대학원은 Yes. 나머지 두 개는 No에요."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느낌이었고 몸은 부들부들 떨려왔다.

난 선생님한테 얘기했다.


나 "제가 걔한테 했던 말이 있어요."

김 "뭔데요?"

나 "안와도 기다릴거라고 했어요."

김 "안와도 기다린다.."

김 "그게.. 의미없는 기다림이 될 수도 있어요. 1년을 기다리던 10년을 기다리던."

나 "의미없는.. 기다림?"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김 "결과가 없으니까."

나 "..."

김 "돌아오지 않을거니까."


그 말 듣고 나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차분해졌어.

  

나 "그래도.."

나 "전 기다리는 것도 괜찮아요."

사실 죽을때까지 마음 안변하고 기다릴거에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김 "또 다른 질문하실 거 있나요?"

나 "이제 없어요."


계산하고, 인사 없이 빠르게 빠져나왔어.

나올 때 뒤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을 세 명 봤는데, 그 중 한 여자가 울고 있는 걸 본 것 같다. 잘못 본 걸까..

어쨌든 빠져나왔다.


지하철을 타러가는 동안, 그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나더라.  

결과가 없으니 의미 없는 기다림.

돌아오지 않을거니까 의미 없는 기다림.



왜?



난 걔가 내 옆에 있을 때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다.

그래서, 그 행복함을 잃지 않으려 6년 동안 걔를 정말 많이 사랑했다. 지금도 그렇고.


하지만 지금은 내 옆에 없다.


정말 힘들었다.

내가 그렇게 흐트러질 줄 모를만큼 많이 망가졌었고, 많이 울었다.


그래도 내 마음을 버리진 못했다.

그렇게 힘들었어도 거짓으로 욕하고 원망하는 짓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걔를 잊는 걸 포기했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포기했다.

마음 변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는 내 모습을 좋아하게 되었다.

더 잘 되서 다시 잡을거라고 걔한테 한 내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이 기다림은 의미없는 기다림이 아니다.

그 기다린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내가 좋으니까.

내 마음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오늘따라 더 보고싶다.

하루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