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군인에게

곰신2015.02.12
조회1,231
안녕 김일병

잘 지내냐 나는 잘 지내고 있어

헤어질때 가끔씩 연락하며 지내자고 했는데..앞으로 우린 연락조차 못하는 사이가 된 듯해

너가 이 편지를 읽을진 모르겠지만..꼭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많이 좋아했었어! 누군가를 기다리겠다는 마음가짐도 처음으로 가져보고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해봤네..

입대 날짜 나오자마자 당사자인 너보다 더 많이 슬퍼하고, 입대 일주일 전 후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며 하루종일 울기만 했었다..

중요한 육군시험을 앞두고 나는 하루종일 책상앞에 앉아 공부대신 너에게 보낼 편지만 쓰고 있었어..진짜 한심하지?

너의 신병훈련소였던 화랑부대 카페엔 하루에 50번은 넘게 들어간것 같아. 너의 사진은 언제 나올까 초조하게 기다리다 첫 업로드 된 사진속에서 웃고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기차안에서 펑펑 울어버렸어..사람들 시선따위 신경 안쓰고 그냥 펑펑...그땐 너가 잘 지내는 것 같아 얼마나 마음이 놓이던지

작대기 하나없는 처참한 훈련병의 시절땐 나는 하루 일상을 너에게 보낼 편지로 시작하고 편지로 끝내는게 익숙해졌었어 그냥 하루종일 니 생각을 했다는 말이야~

너에게 처음으로 편지 답장이 왔을땐 눈물이 시야를 가려 편지 한장을 읽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렸었다ㅋㅋㅋ

편지만 쓰다가 군 입대후 처음으로 걸려온 전화에 3분정도 통화하고 끊었을땐 무슨말을 했는지 아무 기억도 안나더라..3분이 3초처럼 느껴졌고..아니 그냥 너무 떨렸어 그 떨림에 잠도 설치고..떨림조차 좋았었지 그 계기로 널 꼭 기다리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아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나라 지키느라 고생한 남자친구를 오랜만에 볼 생각에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 너의 수료식날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응급실도 다녀왔었다 아파도 너를 보겠다는 의지로 참고 버티며 무식하게 진통제 5알도 먹었어..하필 그날 아픈 내가 정말 싫더라

그래도 처음뵙는 너희 가족분들께 밑보이기 싫어서 내가 아픈건 둘째치고 나의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것 같아

그렇게 수료식이 지나고..첫외박..그땐 말 안해도 알지? 복귀전 차안에서 아무말 없이 손 잡고 있을때 그땐......진짜 보내기 싫었어..정말로....

익산가는 차안에서 울기만 했어 눈도 안떠질 정도로..그렇게 다시 널 볼수있는 첫 휴가만 기다렸지

군인인 너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기 싫어서 처음으로 알바도 해본것 같아 같이 입을 커플티도 구매하고 휴가를 기다리는 하루가 일년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처음으로 보낸 소포..아직 막내인 너가 선임들에게 온갖 부러움을 받을 생각에 뿌듯해 지고 기뻐할 네 생각에 덩달아 나도 신났었지

더 챙겨주고싶었고 나라 지키러 간 너의 모습이 멋있고 든든해 보이기도 하고 항상 고맙고 미안했었어

우리가 1년정도 함께한 시간동안 난 이렇게 너의 군 입대 후 기억이 제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제일 절실했고 제일 보고싶었고 제일 힘들었고 제일 애절했고 제일 좋아했었기 때문인것같아 그냥 너가 군인이여도 좋았어

나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는 커플링 자국이 아직까지 선명해 그리고 많이 허전해

그렇다고 다시 되돌리고 싶진 않아 또 다시 버림받고 싶진 않거든..

아직까지 내 핸드폰에는 너의 사진 너의 부대번호 너와의 기념일 등등 모두 다 저장되어 있는데 이제 정리할거야

내가 힘들때 아무말없이 나의 옆에 있어주고 그사람 힘들때 내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어준다고 말해줄수 있는 사람 곁으로 이젠 가려고

그냥 너와 함께있을때 느꼈던 내 감정을 알려주고 싶었어! 너에대한 마지막 내 기억도 좋게 마무리하고 싶고!

이거 읽고 너도 정리 된다면 너의 안부 정도는 전화로 알려줘. 일년 조금 남은 군 복무 다치지말고 아프지말고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미안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