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 다 버린다

252015.02.15
조회245
너를 만날 때는 자존심을 버렸어.

오랜 짝사랑 끝에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는 나를 버렸어.

네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이라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었어.

그래도 좋았어. 단순한 계산으로는 가릴 수 없는 행복함에 나는 통각을 버렸어.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하나 하나 버릴때마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도 하나 하나 접혀갔다.

사랑하는 마음과 언제 차일지 전전긍긍하는 두려움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지.

마음 속에 에어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그 알맹이는 텅 비어갔다.

그래. 네 말마따나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것같아.

너가 해준 마지막 배려마저도 나에게는 날선 위협이었을뿐이니.

하루를 울다가웃다가 친구들을 만나서 밥을 먹고 끌려다녔다.

술은 마시지 않았어. 술로 답이 나오는 문제는 아니니까.

모든 선물을 버리고 커플아이템을 버리고 사진과 편지를 가위질하면서 기억을 버렸어.

짧디짧은 4개월. 그 짧은 기간에 기억은 뭐가 이렇게 많았던지.

지워버리고나니까 4개월 어치 이상으로 공허함이 느껴져서 숨이 막히고 다리가 시도때도 없이 풀려온다.

웃으며 다니라해놓고 이렇게 웃지 못 하게 만들면 어떻게 해.

바뀐 프로필 사진에는 너도 웃는 얼굴이 아닌데.

멍청아. 좀 그러면 받을거 다 받으면서 계속 만나지 그랬어. 나는 그래도 괜찮았을텐데.

돌아오기를 바라는건 아니야. 나도 지쳤어.

그냥 나는 편지를 쓰는게 습관이 된거야.

너가 보던말던 상관없다.

그냥 이런 글 써놓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서 이불 걷어차면 기분 좀 나아질거 같거든.


롤하겠댔지만 롤 아이디도 지웠다. 착각하지마 쨔시가 한달 후에 이불킥하고 싶어서 지운거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어딜 가도 너의 잔상이 보여서 숨이 턱 막히고 명치 근처가 칼에 찔린듯이 아파와.

집에 오는 길에는 길 잃은 어르신을 봤다. 날이 추워서 몸을 제대로 못 가누시는 분이었어.

길 잃어 불안함으로 가득찬 그 모습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옷을 벗어 덮어드렸다.

단순한 동정이나 순수한 선의는 아니었어.

그냥 나한테도 누군가 이렇게 외롭지 않게 해주고 길을 인도해줄 사람이 나타났으면 했던거야.


그리고 너에게도말야.

사람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가 너랑 맞는 사람이랑 만나라. 나도 그럴테니까.

마지막으로 버릴만한건 너인 것 같다.

고생했다. 찌질이 데리고 다녀주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