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로 결혼한지 8년이 된 남편입니다.제목처럼 어떻게 해야 아내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제 평생고민이 되었는데요,고민을 혼자 하기보다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좀 길어도 읽어주시고 많은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 아내와의 만남은 아내가 대학생이었던 21살, 그러니까 14년 전이었습니다.당시 23살이었던 전 연애도 몇번 해봤지만 감흥을 잘 못느끼는 남자였습니다.제가 먼저 그 여자가 끌리고 좋아서 만나는 게 아니라여자의 대시를 받아주는 식으로 연애를 하다보니 이른바 갑의 연애만 했었습니다.여자때문에 안달복달해본적도 물론 없었죠. 그런 제가 두살 어린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한눈에 꽃혀서 정말 졸졸 쫓아다녔습니다.제 인생 처음으로 여자한테 빠져 미친듯이 대시했고 두달만에 겨우 정식연애를 시작했습니다.처음으로 안달복달하는 마음을 이해했죠. 하루종일 아내생각에 늘 걱정되고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아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갑의 연애만 하던 제가 을의 연애에 빠진겁니다. 뭐 다행인건 아내가 갑질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아내도 그만큼 저한테 잘했기 때문에 너무 행복했죠. 그렇게 시간 가는줄 모르게 6년을 만났습니다.6년동안 둘 사이의 트러블로 싸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네요.아내는 여중여고여대출신이라 주변에 이성친구가 없어서 대학때는 그나마 걱정이 덜했는데,직장에 가니 직장동기들이 찝적거리는 놈들이 좀 있더라구요.아내는 참 여지를 안주고 선을 지키며 칼같이 잘 끊어내지만 제 못난 질투심 때문에 싸운적은 있네요. 오래 결혼을 전제로 사귀다보니 아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2살차이가 큰건 아닌데, 아내가 워낙 덜렁거리는 스타일이라 처음엔 마냥 귀여웠었거든요. 뭘 흘리고 다니고, 챙겨줘야 하고..그런 모습은 또 제나이답게 귀엽다가도 21살 나이에 대학다니면서 주말엔 새벽같이 일어나 아르바이트를 나갔고 그 크지 않은 돈에서 쪼개 적금도 넣는 걸 보고, 아.. 이여자 매력있다. 생각했습니다. 근데 사실은 그게, 가정환경 탓이더라구요.아내가 한창 크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금의 장인장모님이 돈 문제로 불화가 심했나봐요. 유치원쯤 까지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던 집이 장인어른의 잘못으로 확 기울었거든요.아내가 성인이 되면서 부터는 장인이 트러블을 안만들고 사업을 포기하고 꼬박꼬박 일을 하시면서 집이 살만해졌고, 그래서 아내는 돈 때문에 싸우는 결혼생활은 하기 싫다고, 적어도 먹고살 걱정은 없이 살고싶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또 아내는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신혼도 최소 1년은 알콩달콩하게 즐기고 싶고 그 이후에 아이도 여러명 낳고 싶다구요.3명이 좋긴 한데 안된다면 2명이라도.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저는 삼형제중 막내인데 본가는 경상남도고 큰형이랑 작은형은 다른 지역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고, 저만 혼자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삼형제로 살면서 좋은 점이 많아서 아이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결혼 얘기가 오고간건 아내가 26살때 입니다.솔직히 저희집이 좀 살았기 때문에 아내를 얼른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아내는 3년제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바로 취업을 했는데20살 때부터 알바하면서 모은돈, 취직해서 넣은 적금 해서 7천만원을 모았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은 당신들이 충분히 여유도 있고 삼형제 모두 결혼자금도 준비해뒀고,저도 돈을 모았으니 여자는 사람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하셨는데26살의 어린 아내가 알뜰살뜰 7천만원을 모은 걸 보고요즘 세상에 어린나이에 저렇게 참하고 똑부러지는 아가씨 없다며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저도 오래 연애를 하면서 장인장모님을 여러번 뵈었었기 때문에 상견례는 곧바로 진행됐고 이듬해 초에 하기로 대충 날짜도 잡아졌습니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생각에 들떠 이제 막 결혼 준비를 할 찰나에,정말 거짓말처럼 아버지 회사가 갑자기 부도를 맞았습니다.말하자면 길지만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잘못이었습니다.그게, 결혼을 반년 앞두었을 때였습니다.집이 넘어갈 위기에 처하고, 부모님이 노후대비로 모아두신 돈, 삼형제 몫이었던 결혼자금,그리고 삼형제가 각자 일하면서 그동안 모았던 결혼자금까지 탈탈털어 집이 넘어가는 건 겨우 막았지만 당장 앞에 떨어진 빚만 5억이 넘었습니다. 아버지는 회사를 다시 일으키려 발로 뛰어다니셨지만 그건 거의 기적을 바라는 거였습니다.기적을 바라느라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나마 빼낸 최소로 작게나마 가게를 차리셔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고 하셨습니다. 삼형제가 모두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결혼자금이 있으니 애인있을때 같은해에 다 보내버리시려고 하시던 중이었습니다.두 형의 예비신부였던 여자친구들은 이겨낼 자신이 없다며 떠나갔습니다. 욕 할수도 없었죠. 저는 더더욱 아내에게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습니다.돈때문에 고생하며 자란 아내를 다시 돈돈거리며 힘들게 해야했기 때문에..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내는 많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그런데 아내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자기가 이런 반응을 하면 안되는데, 당황해서 그랬다고. 그동안 말도 못하고 힘들었겠다고.저를 토닥거리는 아내는 참 바보였습니다. 그리고 전 그런 아내가 더 좋아져버렸죠. 아내를 놓아주어야 하는데, 아내가 그렇게 치를 떨던 가정환경으로, 그 지옥불구덩이로 아내를 끌어내리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습니다.가라고 해야하는데, 착한 아내는 맘이 약해서 이런 상황에 절대 먼저 헤어지잔 말을 못할테니까..더 좋은 남자 만나라고 보내줘야 하는데 못난 제가 뱉은말은 겨우 결혼은 일단 보류하잔 말이었네요. 아내는 제 말에 별 말이 없었습니다. 오빠가 하자는대로 한다고요.결혼을 앞두고 제 상황이 이렇게 되어 아내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내색도 없이 늘 저를 챙겼습니다.밥은 챙겨먹고 다니라며 도시락을 싸다주고, 텅텅 빈 제 지갑에 몰래 현금을 가득 채워놓고,제가 데이트비용을 내려고 하면 자기도 돈 잘번다고 자기카드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주말에 쉬면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에 가서 하루종일 일을 돕기도 했네요.말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딸이 없어서 심적으로 기댈데가 없으실거라고.살가운 아들들도 아니라 더 힘들고 적적하실거라고. 그럴수록 아내에 대한 마음은 커져만 가고 여유가 있을 때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만 생겼습니다.비싼선물보다 편지같은 게 더 좋다며 돈지랄하지 말라는 아내라서,자긴 덜렁거려서 어차피 비싼거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릴까 두렵기만 하다는 아내라서,별로 비싼 거 아니라며 브랜드 가방이나 신발을 사준 적은 있어도 충분히 사줄 수 있었던 아내도 알만한 명품 가방이나 신발도 사준 적이 없었네요. 그러던 어느날 지갑을 열었다가 늘 아내의 사진이 꽂혀있던 자리에새로운 사진이 채워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아내가 폴라로이드로 직접 찍은 윙크하는 사진.. 그리고 힘내여보♡ 라고 써놓은 아내의 글씨..모르겠네요 그냥 눈물이 막 쏟아졌습니다. 그 길로 아내에게 달려가서 거의 울면서 말했습니다.사실은 너무 놓치기 싫다고요. 내가 진짜 열심히 살테니 결혼해달라고 하고싶다고.아내를 잃을까봐 너무 무섭다고요. 근데 힘들게 하기 싫어서 차마 말을 못하겠다고.아내가 떠나지 않고 곁에 있어주니 자꾸 욕심만 생긴다고. 이런말 해서 미안하다고.. 제 말을 멍하니 듣고 있던 아내는 한참뒤에 그냥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사실은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당황했지만 그리고 부모님처럼 살게될까 무서운 마음도 들었지만상대가 오빠라면, 함께 이겨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미친년 같겠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요.근데 오빠가 먼저 결혼을 보류하자고 해서 아..이사람은 자신이 없는가보다. 하고 기다린거라고..오빠가 그런마음이면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고 해도 오빠랑 살겠다고. 그 말을 듣는순간 지난 몇달간 했던 맘고생이 한번에 녹아내리면서 아내를 안고 많이 울었습니다.결혼식은 원래 예정되어있던 날에 하기로 하고 예단예물은 물론 혼수, 신혼여행 다 뺐습니다.그냥 결혼식만 형식에 맞춰 간소하게 했습니다. 장인장모님은 절 오래 봐왔기 때문에 내치지는 않으셨지만 마냥 이쁘게 보지도 않으셨습니다.막내딸을 이렇게 멋없고 대접못받으면서 보내는 게 마음 아프셨겠지요.그래도 아내는 결혼식에서 저를 보고 너무 환하게 웃어주었네요.웨딩드레스 대여비가 아깝다며 디자인이 아니라 가격만 보고 드레스를 골랐고그럼에도 결혼식날 눈이 부시게 예쁜 아내를 이렇게 데려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컸고아내를 위해 이를 악물었습니다. 제가 살던 오피스텔도 빼서 한푼이라도 아끼려 아내가 살던 원룸으로 들어갔습니다.아내는 자기가 모아뒀던 돈 전부도 시댁에 내놓았습니다. 이제 한가족이라면서요.부모님도 만류하셨고 저도 화까지 내가며 그것만은 안된다고,니가 안먹고 안쓰고 20살부터 꼬박 모은 돈을 어떻게 이렇게 날려먹게 하냐고 해봤지만한마디로 씨알도 안먹혔습니다.그냥 얼른 빚을 다 갚고 부모님과 형들이 행복해져야 자기 마음도 편하고 더 행복해진다고요.이 돈 쥐고 있는다고 행복한 거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어머니도 작게나마 보태시고 나름 돈좀 번다던 삼형제가 월급을 거의 쏟아부었습니다.심지어 대기업에서 일하던 아내는 야간수당을 챙기려 야근이 있으면 항상 자발적으로 남았고,심사팀이라 건수당 성과급도 있던 아내는 밥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성과급을 챙겨받아왔습니다.그리고 그렇게 불린 아내의 월급도 거의 전부가 빚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내가 꿈꾸던 달콤한 신혼은 매일 겨우겨우 끼니를 때우면서 사랑만 넘치는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고,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던 아내는 돈 벌고 갚느라 3년..4년.. 자꾸만 나이들어갔습니다.겉옷도 벗지 못하고 쓰러져 잠드는 아내를 보는것도,미안한 마음에 제가 더 잘해주고 사랑해주면 작은것에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것도..너무 마음이 아파서 몰래 울기를 매일같이 했습니다. 잠이 부족해 눈이 늘 충혈되어있으면서도 딸처럼 저희부모님을 챙겼습니다.점심값을 아껴 회사를 살리려고 발로 뛰어다니시는 아버지의 낡은 신발을 바꿔드리고,주중에는 회사일을, 쉬는날은 어머니의 가게를 도우며 바보같이도 살았습니다.저희 삼형제도 일하느라 바빠 부모님께 연락한번 못드리는데,유일한 며느리라며 형들의 파혼으로 더 힘드셨을 부모님을 알뜰히도 챙겨드렸네요. 아들인 저도 너무 힘이들때면 부모님이 원망스러운 순간이 있었는데..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어 그냥 괜히 아내를 꼭 안아주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7년동안 시댁에 자기의 청춘을 쏟아부었습니다.너무 예쁠나이에 저에게 발목잡혀 그렇게 일명 '지 팔자 지가 꼬는애'가 되었습니다.먹고살 걱정이 커서 친구는 커녕 바깥 외출구경도 못하고 살았던 아내는 그래도 사람복은 있는지옆에서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아내는 바보같이 자기가 선택한거라며 저를 원망한 적이 단 한번도 없네요.차라리 욕이라도 바가지로 얻어먹으면 속이라도 시원할텐데.. 끝이 없었습니다. 돈은 갚아도 갚아도 너무 더디게만 줄어가고, 불어나는 속도는 왜이리 빠른지.그런데 7년을 발로뛰며 안간힘을 쓰신 아버지가 드디어 회사를 돌려놓으셨습니다.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처럼 아버지의 사업이 예전처럼 돌아가기 시작하면서저희의 생활도 예전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제서야 숨통이 트였죠. 부모님은 다시 생활이 돌아가자 제일 먼저 아내의 7천만원을 돌려주셨습니다.여자들이 도망가도 할 말이 없었는데 옆에 남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많이도 우셨네요.그 다음은 장인장모님께 찾아가셨습니다. 귀하게 키운 딸을 남의 집 일으키는데 7년이나 부려먹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셨습니다.그리고 아내와 장인장모님의 만류에도 처가댁에 집담보로 잡혀있던 3천만원 빚을 갚아드리고좋고 평수 넓은 아파트로 이사시켜 드렸습니다.부모님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서 나중에 이세상 못떠난다며 억지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7년째 원룸 월세를 전전하며 살던 저희에게도 집을 얻어주셨습니다.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요.아내는 처음엔 당황스러워하고 불편해해했지만 너만 우리 가족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고나는 널 딸이라 생각하니 불편해하면 섭섭하다는 부모님 말씀에이젠 포기하고 감사히 받고 잘살겠다고 말합니다. 그 이후 버는 돈 적금도 해가면서 차차 돈을 모아가며 결혼 후 처음으로 저희 살림을 꾸려가는 중입니다.뒤늦게나마 돌려받은 아내의 결혼자금이었던 7천만원으로 같이 혼수도 채워넣고,7년이나 미뤄진 신혼여행도 좋은 곳으로 다녀왔습니다.아내가 꿈꾸던 아무 걱정없는 깨가 쏟아지는 달달한 신혼도 뒤늦게나마 즐기고 있는 중이구요.저한테 사랑받아서 아내는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저는 아내에게 이 빚을 어떻게 다 갚을지.. 시간을 돈으로 살 수는 없는건데, 한창 좋은 나이의 7년을 뺏은 것 같아 자꾸 마음에 걸리네요.아무리 아내에게 노력하고 노력해도 부족한 느낌입니다.정말 매일같이 고민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9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올해로 결혼한지 8년이 된 남편입니다.
제목처럼 어떻게 해야 아내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제 평생고민이 되었는데요,
고민을 혼자 하기보다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좀 길어도 읽어주시고 많은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 아내와의 만남은 아내가 대학생이었던 21살, 그러니까 14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23살이었던 전 연애도 몇번 해봤지만 감흥을 잘 못느끼는 남자였습니다.
제가 먼저 그 여자가 끌리고 좋아서 만나는 게 아니라
여자의 대시를 받아주는 식으로 연애를 하다보니 이른바 갑의 연애만 했었습니다.
여자때문에 안달복달해본적도 물론 없었죠.
그런 제가 두살 어린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한눈에 꽃혀서 정말 졸졸 쫓아다녔습니다.
제 인생 처음으로 여자한테 빠져 미친듯이 대시했고 두달만에 겨우 정식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안달복달하는 마음을 이해했죠.
하루종일 아내생각에 늘 걱정되고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아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갑의 연애만 하던 제가 을의 연애에 빠진겁니다.
뭐 다행인건 아내가 갑질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아내도 그만큼 저한테 잘했기 때문에 너무 행복했죠.
그렇게 시간 가는줄 모르게 6년을 만났습니다.
6년동안 둘 사이의 트러블로 싸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네요.
아내는 여중여고여대출신이라 주변에 이성친구가 없어서 대학때는 그나마 걱정이 덜했는데,
직장에 가니 직장동기들이 찝적거리는 놈들이 좀 있더라구요.
아내는 참 여지를 안주고 선을 지키며 칼같이 잘 끊어내지만 제 못난 질투심 때문에 싸운적은 있네요.
오래 결혼을 전제로 사귀다보니 아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2살차이가 큰건 아닌데, 아내가 워낙 덜렁거리는 스타일이라 처음엔 마냥 귀여웠었거든요.
뭘 흘리고 다니고, 챙겨줘야 하고..
그런 모습은 또 제나이답게 귀엽다가도 21살 나이에 대학다니면서
주말엔 새벽같이 일어나 아르바이트를 나갔고 그 크지 않은 돈에서 쪼개 적금도 넣는 걸 보고,
아.. 이여자 매력있다. 생각했습니다.
근데 사실은 그게, 가정환경 탓이더라구요.
아내가 한창 크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금의 장인장모님이 돈 문제로 불화가 심했나봐요.
유치원쯤 까지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던 집이 장인어른의 잘못으로 확 기울었거든요.
아내가 성인이 되면서 부터는 장인이 트러블을 안만들고 사업을 포기하고 꼬박꼬박 일을 하시면서 집이 살만해졌고,
그래서 아내는 돈 때문에 싸우는 결혼생활은 하기 싫다고, 적어도 먹고살 걱정은 없이 살고싶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또 아내는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신혼도 최소 1년은 알콩달콩하게 즐기고 싶고 그 이후에 아이도 여러명 낳고 싶다구요.
3명이 좋긴 한데 안된다면 2명이라도.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삼형제중 막내인데 본가는 경상남도고 큰형이랑 작은형은 다른 지역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고, 저만 혼자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삼형제로 살면서 좋은 점이 많아서 아이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결혼 얘기가 오고간건 아내가 26살때 입니다.
솔직히 저희집이 좀 살았기 때문에 아내를 얼른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내는 3년제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바로 취업을 했는데
20살 때부터 알바하면서 모은돈, 취직해서 넣은 적금 해서 7천만원을 모았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은 당신들이 충분히 여유도 있고 삼형제 모두 결혼자금도 준비해뒀고,
저도 돈을 모았으니 여자는 사람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하셨는데
26살의 어린 아내가 알뜰살뜰 7천만원을 모은 걸 보고
요즘 세상에 어린나이에 저렇게 참하고 똑부러지는 아가씨 없다며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저도 오래 연애를 하면서 장인장모님을 여러번 뵈었었기 때문에 상견례는 곧바로 진행됐고
이듬해 초에 하기로 대충 날짜도 잡아졌습니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생각에 들떠 이제 막 결혼 준비를 할 찰나에,
정말 거짓말처럼 아버지 회사가 갑자기 부도를 맞았습니다.
말하자면 길지만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잘못이었습니다.
그게, 결혼을 반년 앞두었을 때였습니다.
집이 넘어갈 위기에 처하고, 부모님이 노후대비로 모아두신 돈, 삼형제 몫이었던 결혼자금,
그리고 삼형제가 각자 일하면서 그동안 모았던 결혼자금까지 탈탈털어 집이 넘어가는 건 겨우 막았지만 당장 앞에 떨어진 빚만 5억이 넘었습니다.
아버지는 회사를 다시 일으키려 발로 뛰어다니셨지만 그건 거의 기적을 바라는 거였습니다.
기적을 바라느라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나마 빼낸 최소로 작게나마 가게를 차리셔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고 하셨습니다.
삼형제가 모두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자금이 있으니 애인있을때 같은해에 다 보내버리시려고 하시던 중이었습니다.
두 형의 예비신부였던 여자친구들은 이겨낼 자신이 없다며 떠나갔습니다. 욕 할수도 없었죠.
저는 더더욱 아내에게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돈때문에 고생하며 자란 아내를 다시 돈돈거리며 힘들게 해야했기 때문에..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내는 많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그런데 아내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이런 반응을 하면 안되는데, 당황해서 그랬다고. 그동안 말도 못하고 힘들었겠다고.
저를 토닥거리는 아내는 참 바보였습니다. 그리고 전 그런 아내가 더 좋아져버렸죠.
아내를 놓아주어야 하는데, 아내가 그렇게 치를 떨던 가정환경으로,
그 지옥불구덩이로 아내를 끌어내리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라고 해야하는데, 착한 아내는 맘이 약해서 이런 상황에 절대 먼저 헤어지잔 말을 못할테니까..
더 좋은 남자 만나라고 보내줘야 하는데 못난 제가 뱉은말은 겨우 결혼은 일단 보류하잔 말이었네요.
아내는 제 말에 별 말이 없었습니다. 오빠가 하자는대로 한다고요.
결혼을 앞두고 제 상황이 이렇게 되어 아내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내색도 없이 늘 저를 챙겼습니다.
밥은 챙겨먹고 다니라며 도시락을 싸다주고, 텅텅 빈 제 지갑에 몰래 현금을 가득 채워놓고,
제가 데이트비용을 내려고 하면 자기도 돈 잘번다고 자기카드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주말에 쉬면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에 가서 하루종일 일을 돕기도 했네요.
말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딸이 없어서 심적으로 기댈데가 없으실거라고.
살가운 아들들도 아니라 더 힘들고 적적하실거라고.
그럴수록 아내에 대한 마음은 커져만 가고 여유가 있을 때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만 생겼습니다.
비싼선물보다 편지같은 게 더 좋다며 돈지랄하지 말라는 아내라서,
자긴 덜렁거려서 어차피 비싼거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릴까 두렵기만 하다는 아내라서,
별로 비싼 거 아니라며 브랜드 가방이나 신발을 사준 적은 있어도
충분히 사줄 수 있었던 아내도 알만한 명품 가방이나 신발도 사준 적이 없었네요.
그러던 어느날 지갑을 열었다가 늘 아내의 사진이 꽂혀있던 자리에
새로운 사진이 채워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내가 폴라로이드로 직접 찍은 윙크하는 사진.. 그리고 힘내여보♡ 라고 써놓은 아내의 글씨..
모르겠네요 그냥 눈물이 막 쏟아졌습니다.
그 길로 아내에게 달려가서 거의 울면서 말했습니다.
사실은 너무 놓치기 싫다고요. 내가 진짜 열심히 살테니 결혼해달라고 하고싶다고.
아내를 잃을까봐 너무 무섭다고요. 근데 힘들게 하기 싫어서 차마 말을 못하겠다고.
아내가 떠나지 않고 곁에 있어주니 자꾸 욕심만 생긴다고. 이런말 해서 미안하다고..
제 말을 멍하니 듣고 있던 아내는 한참뒤에 그냥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사실은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당황했지만 그리고 부모님처럼 살게될까 무서운 마음도 들었지만
상대가 오빠라면, 함께 이겨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미친년 같겠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요.
근데 오빠가 먼저 결혼을 보류하자고 해서 아..이사람은 자신이 없는가보다. 하고 기다린거라고..
오빠가 그런마음이면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고 해도 오빠랑 살겠다고.
그 말을 듣는순간 지난 몇달간 했던 맘고생이 한번에 녹아내리면서 아내를 안고 많이 울었습니다.
결혼식은 원래 예정되어있던 날에 하기로 하고 예단예물은 물론 혼수, 신혼여행 다 뺐습니다.
그냥 결혼식만 형식에 맞춰 간소하게 했습니다.
장인장모님은 절 오래 봐왔기 때문에 내치지는 않으셨지만 마냥 이쁘게 보지도 않으셨습니다.
막내딸을 이렇게 멋없고 대접못받으면서 보내는 게 마음 아프셨겠지요.
그래도 아내는 결혼식에서 저를 보고 너무 환하게 웃어주었네요.
웨딩드레스 대여비가 아깝다며 디자인이 아니라 가격만 보고 드레스를 골랐고
그럼에도 결혼식날 눈이 부시게 예쁜 아내를 이렇게 데려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컸고
아내를 위해 이를 악물었습니다.
제가 살던 오피스텔도 빼서 한푼이라도 아끼려 아내가 살던 원룸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모아뒀던 돈 전부도 시댁에 내놓았습니다. 이제 한가족이라면서요.
부모님도 만류하셨고 저도 화까지 내가며 그것만은 안된다고,
니가 안먹고 안쓰고 20살부터 꼬박 모은 돈을 어떻게 이렇게 날려먹게 하냐고 해봤지만
한마디로 씨알도 안먹혔습니다.
그냥 얼른 빚을 다 갚고 부모님과 형들이 행복해져야 자기 마음도 편하고 더 행복해진다고요.
이 돈 쥐고 있는다고 행복한 거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어머니도 작게나마 보태시고 나름 돈좀 번다던 삼형제가 월급을 거의 쏟아부었습니다.
심지어 대기업에서 일하던 아내는 야간수당을 챙기려 야근이 있으면 항상 자발적으로 남았고,
심사팀이라 건수당 성과급도 있던 아내는 밥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성과급을 챙겨받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불린 아내의 월급도 거의 전부가 빚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내가 꿈꾸던 달콤한 신혼은 매일 겨우겨우 끼니를 때우면서 사랑만 넘치는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고,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던 아내는 돈 벌고 갚느라 3년..4년.. 자꾸만 나이들어갔습니다.
겉옷도 벗지 못하고 쓰러져 잠드는 아내를 보는것도,
미안한 마음에 제가 더 잘해주고 사랑해주면 작은것에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것도..
너무 마음이 아파서 몰래 울기를 매일같이 했습니다.
잠이 부족해 눈이 늘 충혈되어있으면서도 딸처럼 저희부모님을 챙겼습니다.
점심값을 아껴 회사를 살리려고 발로 뛰어다니시는 아버지의 낡은 신발을 바꿔드리고,
주중에는 회사일을, 쉬는날은 어머니의 가게를 도우며 바보같이도 살았습니다.
저희 삼형제도 일하느라 바빠 부모님께 연락한번 못드리는데,
유일한 며느리라며 형들의 파혼으로 더 힘드셨을 부모님을 알뜰히도 챙겨드렸네요.
아들인 저도 너무 힘이들때면 부모님이 원망스러운 순간이 있었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어 그냥 괜히 아내를 꼭 안아주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7년동안 시댁에 자기의 청춘을 쏟아부었습니다.
너무 예쁠나이에 저에게 발목잡혀 그렇게 일명 '지 팔자 지가 꼬는애'가 되었습니다.
먹고살 걱정이 커서 친구는 커녕 바깥 외출구경도 못하고 살았던 아내는 그래도 사람복은 있는지
옆에서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바보같이 자기가 선택한거라며 저를 원망한 적이 단 한번도 없네요.
차라리 욕이라도 바가지로 얻어먹으면 속이라도 시원할텐데..
끝이 없었습니다. 돈은 갚아도 갚아도 너무 더디게만 줄어가고, 불어나는 속도는 왜이리 빠른지.
그런데 7년을 발로뛰며 안간힘을 쓰신 아버지가 드디어 회사를 돌려놓으셨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처럼 아버지의 사업이 예전처럼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저희의 생활도 예전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제서야 숨통이 트였죠.
부모님은 다시 생활이 돌아가자 제일 먼저 아내의 7천만원을 돌려주셨습니다.
여자들이 도망가도 할 말이 없었는데 옆에 남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많이도 우셨네요.
그 다음은 장인장모님께 찾아가셨습니다.
귀하게 키운 딸을 남의 집 일으키는데 7년이나 부려먹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장인장모님의 만류에도 처가댁에 집담보로 잡혀있던 3천만원 빚을 갚아드리고
좋고 평수 넓은 아파트로 이사시켜 드렸습니다.
부모님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서 나중에 이세상 못떠난다며 억지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7년째 원룸 월세를 전전하며 살던 저희에게도 집을 얻어주셨습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요.
아내는 처음엔 당황스러워하고 불편해해했지만 너만 우리 가족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고
나는 널 딸이라 생각하니 불편해하면 섭섭하다는 부모님 말씀에
이젠 포기하고 감사히 받고 잘살겠다고 말합니다.
그 이후 버는 돈 적금도 해가면서 차차 돈을 모아가며 결혼 후 처음으로 저희 살림을 꾸려가는 중입니다.
뒤늦게나마 돌려받은 아내의 결혼자금이었던 7천만원으로 같이 혼수도 채워넣고,
7년이나 미뤄진 신혼여행도 좋은 곳으로 다녀왔습니다.
아내가 꿈꾸던 아무 걱정없는 깨가 쏟아지는 달달한 신혼도 뒤늦게나마 즐기고 있는 중이구요.
저한테 사랑받아서 아내는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저는 아내에게 이 빚을 어떻게 다 갚을지..
시간을 돈으로 살 수는 없는건데, 한창 좋은 나이의 7년을 뺏은 것 같아 자꾸 마음에 걸리네요.
아무리 아내에게 노력하고 노력해도 부족한 느낌입니다.
정말 매일같이 고민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